전쟁의 끝을 기억하는 이유는 화해를 위해서고, 전쟁의 시작을 강조하는 이유는 증오 때문이다.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되었고, 1953년 7월 27일 끝났다. 전쟁 발발 당시 38도선에서 형성된 전선은 남쪽 끝과 북쪽 끝을 오르내리다 9개월 만에 제자리로 되돌아왔다. 1951년 7월 양측 모두 전쟁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협상이 시작되었다. 이후 2년 동안 전투는 계속되었지만 전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끝나야 할 전쟁이 끝날 기회를 찾지 못해 헤매는 동안, 그 뒤로도 아주 오랫동안 한반도를 배회할 거대한 증오가 잉태되었다. 휴전협상은 왜 그렇게 길어졌을까?
_ 《협상의 전략》 7장 총은 내려놓고 만나라: 한국전쟁 휴전협상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