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알다

여기 오늘을 살고 있는 시인이,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분단의 아픔까지 고스란히 겪어야 했던 과거의 또다른 시인을 생각하며 쓴 소설이 있습니다. 끝내 이루지 못한 무엇, 또 시대의 특성 상 기록되지 못한 또다른 시인의 마음을 떠올리며 쓴 장면들은 마치 꿈의 소중함을, 그리고 애써 잊고 살지만 자신이 바라며 살던 풍경을 대신하여 떠올릴 수 있게 담고 있는 책입니다. 오늘 제가 쥐고 온 바닷가 책 한 줌은 김연수 작가의 장편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입니다.

외국인들의 눈으로 본 한국에 관한 짤막한 영상이나 사진들을 심심치 않게 보는 요즘입니다. 특히 SNS상에서 말이죠. 하지만, 그림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그들의 느낀 점이 항상 궁금해 듣고 싶었는데요. 마침, 제 궁금증을 해소해줄 책을 찾았습니다.

연휴에 부모님을 찾아 뵙고 올라오는 길 기차안에서 문득 핸드폰에 저장된 옛 가족 사진을 마주할 때, 직장에서 일년을 하루처럼 바쁘게 일하다 문득 자리를 둘러보니, 들어온 후배 기수가 선배 기수보다 많아졌음을 실감할 때, 혹은 편의점에서 매 번 사먹던 단지우유의 모양과 로고가 어딘가 어색하게 바뀌었을 때. 이렇게 남들에게 사소해 보일지라도, 순간 순간 과거의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풍경으로 시간여행을 혼자 갔다 올 때가 있습니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위치한 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 ‘실연에 관한 박물관’은 2006년 두 작가 올링카와 드라젠에 의해서 처음 시작된 프로젝트인데요. 한 때 뜨거운 연인 관계였던 두 사람은 헤어지면서 함께 소유했던 처치 곤란한 물건들을 정리할 아이디어로 이색적인 전시를 고안한 것입니다.

돈으로 환산하여 생각하기 쉬운 여가시간을 보내는 저마다의 방법에 대해서, 돈 핑계를 대지 마라, 신랄하게 꼬집어 비판한 유명한 영국 소설가가 있습니다. 1903년 태어난 작가는 47세에 결핵으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정치와 시대상을 비꼬아 쓰는 풍자 작가이자,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전쟁 기록바탕의 소설가로 알려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쓰면서 틈틈히 독서와 글쓰기, 책과 작가에 관련된 자신의 자기기록형 에세이들도 썼는데, 이 중 아홉 편을 묶은 선집이 나왔습니다. 바로 조지 오웰의 "책과 담배"입니다.

당시 피타고라스 학파는 크게 두 부류로 분류되었다고 알려집니다. 피타고라스 학파의 종교적, 윤리적 계율에 초점을 맞추고 생활한 ‘아쿠스마타(acusmata)’, 수학을 연구하는 ‘마테마티카(matematika)’들이 그 주인공이죠.

책 속에 저자는 단순히 중독을 개인의 강박적인 행위를 넘어서 사회 시스템 속에 생겨난 결과물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행위는 사회에 복잡하게 얽힌 역사, 그리고 켜켜이 쌓인 문화적 내러티브로 인해서 결국 개인을 어딘가에 중독된 인간으로, 그래서 중독자들의 시대로 몰아간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오늘 담아 온 책은 앤 윌슨 섀프의 중독사회 입니다.

피타고라스 학파의 규칙을 좀 더 살펴보도록 하죠. 열셋, 냄비를 불에서 꺼냈을 때, 재 속에 냄비 자리를 남겨 두지 말고 그 자리를 저어서 없앨 것. 어떤가요? 우리가 그동안 상상한 수학적이고 이성적인 피타고라스에 관한 상상이 한 번에 깨어지는 규칙들이죠?

매일 아침 일어나 커피 필터에 간 원두를 탈탈탈 털어 넣고, 드립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을 때면, 그 똑똑. 쉬익… 하는 소리가 참 편안하게 좋았습니다. 음악의 박자 같기도 하고, 또 커피를 내리기 위해서 어쩌면 이 작은 일에도 무척이나 애쓰는 커피 머신의 탄성 같기도 하였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음악과 커피를 함께 블렌딩 한 책, 조희창 작가의 〈베토벤의 커피〉입니다.

촘촘한 철학사의 세 번째 인물 아낙시메네스는 우리가 앞 시간에 만난 아낙시만드로스, 그리고 탈레스와 같은 밀레토스 출신의 철학자입니다. 그의 생애는 알려진 것이 그리 많지 않은데요. 아낙시만드로스의 동료이자 제자였던 것으로 전해지며, 이오니아 방언으로 쓰여진 한 권의 책을 남겼다고 하죠.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은 우리에게까지 전해지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이야기를 듣는 분 중에 절 포함해서 진짜 아쉬워하는 분은 없을 것 같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