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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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episodes

  • [2013/08/19 월] 달동네의 달은 달달하다의 달?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던 송파구 거여동의 무허가건물 밀집촌인 개미마을이 아파트단지로 바뀐다. 거여동 개미마을 일대 9만8543㎡ 부지에 지상 33층, 17개동, 총 1932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거여동 개미마을은 1960년대 도심 철거민의 집단이주지역으로 형성된 곳이다.
    서울의 달동네로 잘 알려진 구룡·백사마을은 이미 재개발 허가를 받아 사업이 추진 중이다.
    달동네는 왜 달동네일까?
    달동네는 무허가주택과 오래된 불량주택이 모여 있는 도시저소득층 밀집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달동네의 시작은 전쟁 피난민들에게 산비탈에 무허가 건축 지역을 지정해 주면서 생겨났다. 1960년대 이후에는 급격한 이농으로 생긴 도시저소득층을 도시외곽의 구릉지대에 집단으로 이주시킴으로써 만들어져 하꼬방, 하꼬방촌, 산동네 등으로 불리다 달동네가 되었다.
    달동네라는 이름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존재한다.
    첫째 달을 가까이 보면서 사는 높은 지대의 동네. 둘째 달세 즉 월세를 내는 방이 많아서 달동네. 달세는 월세의 부산 사투리다. 셋째 산의 옛 말인 '달'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대구 달구벌의 ‘달’이 산을 가리킨다.
    달동네의 형성을 놓고 보자면 땅값이 싼 곳에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생긴 자연발생적 달동네가 있고, 도심 판자촌 사람들을 변두리 구릉지역에 내몰아 인위적으로 개발한 달동네도 있다. 산비탈 국유지에 철거민들을 강제로 이주 시켜 대규모 단지를 만든 곳이 경기도 광주다. 1969년 서울시가 빈민촌 거리를 철거하고 정비하느라 철거민 12만 명을 경기도 광주로 강제 이주시켰다. 도로도 없고 버스도 안 다니고 상하수도 시설도 없는 황무지 구릉지역에 12만 명을 실어다 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곧 공장 3백 개가 들어선다 지상낙원을 만들 거다라고 거짓 공약으로 속인 뒤 방치했다. 일거리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물마저 썩어 전염병이 나도는 등 견딜 수 없게 된 주민들은 결국 들고 일어났다. 10만 명의 주민이 시위에 나섰고 경찰차, 파출소가 불에 타며 도시가 점거되기도 했던 아픈 역사의 현장, 지금의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중원구가 바로 그 동네이다. 서울의 달동네들은 8~90년대의 집중적인 재개발 붐으로 대부분 사라졌고 부산, 인천 등 지역에는 이직도 달동네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달동네와 달동네 사람들의 존엄성
    가난한 이들의 허름한 동네로 여겨지던 달동네는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위치와 조망, 땅값으로 인해 부가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높은 지대에 위치해 조망이 좋고 땅값이 도심보다 훨씬 싸니 고급 아파트단지로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렵게 살아 온 마을주민들에게 그 부가가치가 제대로 돌아가진 않는다. 대개는 딱지가 주어지고 딱지를 팔고 그 지역을 떠나면 더 비참해 지는 경우가 많다.
    오래 남아 있다 보니 가난 자체가 콘텐츠가 되어버린 마을들도 생겨나고 있다. 부산의 사하구 감천2동은 한국의 산토리니라 불리며 관람객들이 모여들고 영화 로케 장소로 많이 쓰인다. 부산의 대표적 서민 밀집 지역으로 꼽히던 아미동도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로운 마을로 재탄생한 곳이다. 옛날에 집단 묘지와 화장장 등이 들어섰던 곳인데 해방 후 6.25피난민과 이주민들이 공동묘지 위에 터를 잡아 비탈진 산에 마을이 형성됐다. 부산의 경관을 한 눈에 관람할 수 있는 위치여서 전망 좋은 명소로 변했다.
    인천에서는 과거 동인천역 근처 과거 달동네였던 곳에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을 세웠다. 가을동화 촬영지로 유명한 강원도 속초 아바이마을도 있다. 충북 청주 수암골은 아예 달동네에서 카페촌으로 변했다. 6·25 전쟁 이후 피란민이 터를 잡으면서 생겨났는데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 '영광의 재인' 등 인기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되며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카페들이 들어섰다.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지대라는 이점도 작용했다.
    인천시 강화도 온수리 벽화마을도 유명하다. 경남 통영 동피랑 마을은 대표적 달동네로 철거가 예정돼 있다 2007년 벽화 그리기 대회에 참가한 수십 명의 미술학도 덕분에 골목골목이 그림으로 채워졌고 지금은 한국의 몽마르트르라는 별명이 붙었다. 탄광지대로 유명한 강원도 철암의 삼방마을도 옛 탄광지대의 모습을 살리고 벽화도 그려 넣어 관광객을 끌고 있다.
    달동네의 관광상품화는 글로벌 현상이기도 하다. 이른바 슬럼투어, 빈민관광이라 불린다. 브라질이나 남아프리카는 아예 마을 주민들이 관광해설사가 되어 마을 일주를 하며 설명도 하고 사진도 찍어준다. 마을 사람들과의 인터뷰도 가능하다. 물론 대부분 준비된 사람 준비된 장소이다. 마을 특산품도 사고 잠깐 시간을 내 토속춤도 배운다. 브라질, 남아프리카, 인도, 케냐 등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틈새전략이다.
    1980년대 남아프리카 흑인들이 백인들에게 흑인 빈민촌의 삶이 얼마나 참담한지 보여 줘 각성케 하려고 동네 순회관람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 빈민관광의 시작이라고 전해진다. 그런데 백인 관료들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오히려 관심을 보이며 진짜 손님이 되어 버렸다.
    우리의 달동네도 외국 다른 나라의 달동네도 관광객에게는 삶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늘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고아원 양로원에 가 사진 찍고 선물도 안겨 주고 돌아들 간 뒤로 그 빈민촌의 삶이 달라진 건 없다는 것이다. 관광객은 추억을 얻고 마을 사람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당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달동네가 무엇으로 개발되고 활용되느냐에만 주목해선 안 된다. 거기 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으며 거기서 더 나은 삶을 개척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희망이 달보다도 먼 척박한 산비탈마을에 살던 사람들을 달마저 없는 사회의 어둠 속에서 떠돌게 해선 안 된다.
    8 min
  • [2013/08/16 금] 친환경 무상급식은 민주주의다
    경기도가 재정난을 이유로 내년도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했다. 내년 재정이 어려워 5,300억 원의 예산을 줄여야 하므로 학생급식지원 460억 원과 친환경농산물학교급식지원 400억 원을 모두 잘라 내기로 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재정난이 무상급식 때문이냐’, ‘나쁜 예산을 줄여야지 왜 착한 예산을 줄이냐’, ‘불요불급한 전시성 사업부터 잘라내야지 왜 보편적 복지 예산부터 잘라내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중이다.
    경기도 나쁜 예산의 대표적인 예는 ‘경기국제보트쇼’일 것이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예산 낭비하는 전시성 행사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김문수 지사의 역점 사업이어서 50억 원에서 75억 원의 예산이 해마다 투입됐다. 찾는 사람이 적어 경기도 내 시군들이 공무원들을 버스에 태워 관람객으로 보내고 관람객 숫자를 억지로 늘려 발표하는 등 실적과시에 매달렸던 사업이다. 김문수 지사가 대권도전을 노려 쏟아 부은 경기도 예산은 얼마나 될까? 13조원을 투입하겠다는 GTX(수도권급행철도) 사업은 표류하고 있고, 뉴타운 사업은 224개가 106개 반토막 나며 실패했다. 경인운하에는 하루 몇 척의 배가 오가며 관리비만 흘려보내고 있다.
    오랜 논란을 거쳐 무상급식을 시행한 지 2년이 됐지만 논란의 불씨가 아직은 살아 있다. 최근 서울의 일부 보수성향 학부모단체 등이 학교급식운동단체와 서울친환경유통센터 간에 유착의혹이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대해 친환경무상급식 풀뿌리국민연대 등은 급식재료 납품시장에서 기득권을 빼앗긴 사람들과 보수단체가 연합한 정치공세라고 비난하고 있다.
    착한 사업은 잘리고 나쁜 사업은 살다니
    정치적.이념적 문제를 떠나 무상급식 예산이 모두 삭감되고 무상급식이 중단되면 우리는 학생.학부모에게 정말 잘 된 일이라며 축하인사를 건네야 하는 걸까? 인천지역 설문조사결과 학생은 71%, 학부모는 89%가 만족이상으로 응답하여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인천시교육청은 무상급식 지원단가를 2012년 급식비 2,140원보다 10%가 인상된 2,350원으로 올렸다. 서울 관악구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67.8%가 ‘친환경 급식 이후 급식의 맛과 품질이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하남시에서 실시한 초등학교 무상급식 만족도 조사결과에서도 80%가 급식의 질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전북 익산시는 친환경무상급식 지원 예산이 2010년 45억6,700만 원에서 2012년 160억 원으로 대폭 증가돼 올해도 160억이 지원된다. 익산시학교급식지원센터가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와 계약 재배, 학교별 발주 품목 배송, 검품검수 및 반품처리 등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우수농산물을 학생들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하며 새로운 생산과 단체소비 결합모델을 구축해 가고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정착될 수 있는 사업임을 알 수 있다. 살림 형편이 넉넉지 못한 가정으로서는 집에서 먹는 저녁도 학교급식처럼 친환경으로 바꿔주고 싶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밥상에 대해 돈 먹는 사업이라며 전시성 행사를 살리고 급식예산을 삭감하는 건 시대에 뒤떨어지는 행정이다. 더구나 정치논리를 끌어들여 아이들의 건강한 급식을 흔든다면 곤란하다. 개인정보보호가 엄격해지며 학교 가정조사서에 부모 직업 주민번호 쓰는 것도 꺼리는 시대이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급식비 지원을 받기 위해 보호자 가출 확인서, 신용불량자 확인서, 채권압류처분서를 가져다 내야하던 시절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2년 전 무상급식이 결정되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중국 네티즌들의 한국 무상급식에 대한 논평이었다,
    --- 대단하다. 아이들에게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다니...중국에서는 꿈도 못꿀 일, 한국이란 나라가 저런 곳이구나,
    --- 선진국은 이런 것인가? 한국 어린이들은 나라가 제공하는 먹을거리 먹고 애국심을 키우는데 중국은 뭐 해준 것도 없이 복종만 강요 하냐.
    --- 우린 무상급식하면 더 위험해. 학교에서 독을 먹는 꼴이야
    --- 저거 정말 무료인가요? 도대체 소학교 학비가 얼마길래 무상급식 합니까?
    --- 중국에 과연 그런 날이 올까?
    --- 불가능해. 중국은 곳간이 흘러 넘쳐도 가난한 어린 인민들에게 줄 양식은 매우 아까워하지. 세계 2등 경제력이면 뭐해 인민에게 돌아갈 몫은 없고 간부들이 중간에서 다 해쳐 먹는데.
    --- 중국은 민주국가가 되어야 만해. 그래야 정부가 인민 무서운 줄 알지. 지금 정치체계로는 실현불가능하다.
    --- 너 그러다가 끌려갈 수 있으니까 조심해.
    친환경 무상급식은 신자유주의를 넘는 민주주의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서 가장 위험한 문제가 공공성의 영역이 무너져 내린다는 것이다. 정부부터가 수익을 위해 비즈니스 위주로 정책을 꾸려가기 시작하고 공공영역이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팔려나간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빌붙어 언론들도 공공성을 포기하고 탐욕스럽게 수익사업을 벌이고 수구적인 행태를 보인다. 심지어는 시민사회운동 영역까지 생존과 수익에 매달려야 하는 것이 신자유주의적 특징이다.
    그러나 친환경 무상급식은 학교와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가정과 시민사회, 생산자 농민과 유통기업이 하나로 엮여 사회의 공공성, 지역공동체를 다시 일구는 모델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의 친환경 무상급식은 그래서 그저 아이들의 먹을거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새로운 사회경제질서를 일으키는 혁신과 관련되어 있다.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기득권이 생겨나고 부패하면서 시장은 난폭하다. 수익을 올리기 위해 아이들에게 상한 음식, 저급한 먹을거리들을 먹이는 것도 난폭함이다. 이렇게 무너져가는 공공의 가치, 공적 질서를 되살리는 실험이자 훈련으로서 친환경 무상급식의 잠재적 가치는 지대하다. 이것을 포기하고 무너뜨려서는 곤란하다.
    이 가치를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이 대권에 도전하고 서울시, 경기도 등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을 맡아 아이들 급식을 가위질 한다면 참 갑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8 min
  • [2013/08/14 수] 전력도 해결의지도 모자라는 찜통 한반도
    전력당국이 전기 사용을 줄여 전력위기를 넘기고자 지난 12일 하루 지출한 비용이 41억4천만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돈은 어디에 쓰인 걸까? 전기를 사서 쓰겠다고 약정한 기업체의 조업시간을 조정하고, 기업들이 자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공급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지불했다. 기업들의 휴가를 분산시키거나 전력 수요를 조정하는 작업에도 돈이 들었다.
    그렇다면 올 여름 전력난의 최대고비인 12 ~ 15일 나흘을 버티는데 150억 원 가까이 쏟아 붓게 된다는 계산이다. 이른바 전력수요 관리 지원금이다. 전력수요관리 지원금은 전기요금에 3.7%를 징수해 미리 만들어 놓은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나온다. 결국 국민 가정과 기업이 낸 돈이다. 아깝지만 블랙아웃 사태가 빚어지면 사회 전체에 커다란 피해가 들이닥치니 돈을 들이고 모두가 협력해 막아내야 한다.
    14, 15일이 올 여름 전력위기의 마지막 고비다. 특히 아침 선선한 기운이 가시고 더워지기 시작하는 11시에서 2시까지가 최대 고비이다. 전력소비를 줄이는 실천방안은 다양하다. 피크타임 때 사무실 온도를 높여 잡고, 점심 먹으러 일찍 나가면서 냉방을 잠깐 끌 수도 있다. 다른 전기제품을 꺼두거나 사용 않는 가전제품은 코드를 뽑아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엘리베이터도 가능한 여럿이 모여 타고 그냥 계단을 걷는 것도 좋겠다. 헬스클럽의 런닝머신처럼 전기를 사용해 모터를 돌리는 모든 기계의 사용을 줄이면 전력을 아끼는 방법이 된다.
    물론 전기를 많이 쓰는 곳은 산업체이다. 전체 전력의 52%를 쓰고 있다. 이미 기업들은 피크 시간대에 조업을 줄이고, 사무실 조명을 끄고, 냉방용 공조기를 차단하고, 자체 발전으로 전기를 충당하고, 주간 작업을 야간작업으로 돌리는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다. 공무원들도 찜통 속에서 엘리베이터도 멈추고 선풍기도 없이 버티고 있다. 국민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10% 20% 씩만 에너지 소비를 줄여 보자.
    전력도 모자라지만 머리가 모자라는 것 아닌가?
    에너지 강국이 된다는 나라가 해마다 이 모양이냐는 원망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후진적인 전력구조가 전혀 해결되지 못한 채 해마다 국민협조, 산업체 수요관리 등으로 임시변통하고 있다는 게 문제이다. 우선 정부의 전력수요 예측부터 미덥지 못하다. 우리나라 전기는 꽤 싼 편이다. 그래서 연평균 7% 이상 씩 전력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2~3% 씩 늘어날 거라 예상했다. 수요 예측에서 이리 빗나갔는데 공급계획이 제대로 되었을 리가 없다.
    또 정부는 전력수요가 늘어나니 전력생산을 늘려야 한다며 원전과 화력발전을 키워왔다. 그리고 그 전기를 싸게 공급했다. 특히 산업체에는 가격을 더 낮춰 공급했다. 그래서 기업들이 기름 대신 값싼 전기로 대거 전환해 전력소비는 계속 늘어난다. 감사원도 한전이 산업용 전기를 원가 이하로 판매한 것이 산업용 전기 과다소비의 원인이라 지적하고 가격을 올려 받으라 통보했다. 그런데 정부는 2012년에서 2030년 기간 동안의 전기요금 인상률을 연평균 1.2%로만 잡아 놓고 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 2.2%보다 낮다. 이러면서 한전은 빚더미에 올라앉아 휘청 거린다. 한전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95조원, 부채비율로 186%이다. 한전이 돈은 없고 발전소 짓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자금조달 능력도 부족하다. 결국 전력산업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 민간대기업은 국가전체의 전력수급보다 수익에 치중하고 시설관리도 문제가 많아 생산비용이 더 비싸다. 전력위기 때는 값이 어찌 됐든 민간대기업의 전기를 고스란히 사서 써야한다. 그래 전력위기 때 민간대기업은 오히려 수익이 급상승한다. 오죽하면 민간기업의 수익이 마구 커지지 못하게 별도의 규정까지 마련했겠는가.
    그나마 있는 전력시설도 제대로 유지·관리되는 건 아니다. 이번에도 전력위기를 앞두고 여러 발전소들이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에너지원도 다변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관련 인프라가 부실하다보니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처도 못하고 어느 발전소에 사고가 일어나면 위험도도 커지는 것이다. 위험을 분산하려면 산업체와 대형 빌딩의 자가발전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겪은 일본이 전력위기에 비틀거러지 않는 것도 산업체의 전력공급 20% 정도를 자가발전으로 충당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산업체의 자가발전이 4% 정도에 불과하다. 자가발전에는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설비지원도 하고 연료비 지원도 하고 세금감면도 필요하다. 물론 평상시 유휴 설비로 남게 되는 걸 감안해 무리하게 많이 갖출 것은 아니지만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원전의 필요성도 적어질 수 있다.
    오늘의 이런 전력위기는 앞으로 덜하리란 보장이 없다.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지만 어느 것 하나 풀지 못한 채 세월을 허비할 수는 없다. 전력 수급체제 전반을 뜯어고칠 새로운 구상이 필요하다. 국민의 협조도 한 해 두 해가 갈수록 정부에 대한 질타로 바뀔 것이다. 그 뿐인가. 지구온난화나 한반도의 아열대화로 한반도는 더욱 찜통이 되어 갈 것이다.
    8 min
  • [2013/08/13 화] 중산층 유지하는게 힘들어야 진짜 중산층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세법개정안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중산층 기준에 대해 살펴보자.
    중산층을 나누는 기준으로 연 소득액 3,450만 원은 과연 적절한 걸까? 월 소득이 3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이들까지 중산층으로 봐야 한다는 것인데 세금 뺀 실수령액, 집장만에 들어간 대출금, 보험, 의료비, 공과금, 그리고 3식구나 4식구의 생활비, 애들 학비와 학원비, 부모님 용돈 빼면 이 중산층에게는 얼마나 남을까?
    삼성경제연구소 설문조사로는 4인 가족 기준 연평균 7천만 원 이상이라는 대답이 대세였고, 현대경제연구소 설문조사로는 월 500만 원 이상이 중산층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미국 ABC뉴스가 ‘공식적인 중산층 정의는 없지만 이 정도는 ..... ’하며 보도한 미국 중산층 기준은 4인 가족 기준 연 수입이 3만3천 달러 이상 ~ 6만4천 달러 이하였다. (당시 환율로 보면 4천6백만 원에서 9천만 원). 몇 가지 조사만 살펴도 정부의 기준은 중산층을 넓혀 세원을 확보하려는 무리수였음이 엿보인다.
    중산층으로 남는 게 힘들어야 중산층
    정해진 기준은 아니지만 경제침체의 21세기에 중산층을 규정짓는 특징들이 있다.
    첫째 지금 이대로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 싶어야 중산층이다. ‘먹고 사는 게 힘들다’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와야 중산층인 것이다.
    둘째 내 아이들을 중산층으로 만들어주기가 쉽지 않으면 진짜 중산층이다. 지구촌 모든 나라가 중산층이 줄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2년 75%까지 증가하다 줄기 시작해 외환위기 때 65%로 떨어졌다. 2010년 기준으로 67.5%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걸 80%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표인데 이런 세법개정안을 내놓다니 잘못 가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의 세 번 째 특징은 안정적 직업을 갖는 것이 집 보유 보다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20년 전에는 중산층의 목표가 내 집을 갖거나 내 집을 키우는 것이었지만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당장 먹고 살 벌이가 절실하다’로 바뀐 것이다.
    결국 중산층의 모습은 다양하다. 그래서 중산층이라 해도 정부가 세금을 더 걷거나 복지를 늘려 줄 중산층이 각각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2006년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중산층은 다음과 같이 나뉜다.
    1. 더 벌고 더 성공하려는 예비 부유층.
    2. 적당히 일하고 건강도 유지하고 가족과 함께 하는 걸 목표로 하는 전형적 중산층.
    3. 돈벌이나 성공에 관심 없는 은거 스타일의 무관심형 중산층.
    4. 돈 벌어 먹고 사는 것도 빠듯한 생계형 중산층.
    또 하나의 중요한 질문이 있다. 여러분의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부유해질 것이라고 보는가? 이 질문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야 오리지널 중산층이다. 내 아이들도 중산층으로 살아가거나 더 나아질 수 있겠다고 대답할 수 있다면 상위 중산층 또는 예비 부유층이라고 불러야 한다. 결국 중산층은 지속가능한 계층이기 보다는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위태로운 계층이다. 우리사회의 최근 화두는 중산층이 아니라 푸어였다. 하우스푸어, 워킹푸어, 베이비푸어, 웨딩푸어 등 겉보기에는 중산층 같아 보이나 ‘푸어’를 붙여야 할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는 걸 반증한다. 정부가 이런 현실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OECD 기준으로는 중산층이 맞다고 나선 것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돈은 위로 흐르고 빚은 아래로 흐른다
    물론 기획재정부가 헤맨 이유는 짐작이 간다. 박근혜 정부의 태동에서 내건 공약을 세제와 관련해 정리하자면 첫째 세목신설이나 세율인상 등 증세로 여겨질 정책은 곤란하다. 둘째 경제 살리기를 계속해 나가야 하니 기업의 법인세를 높일 수는 없다. 셋째 그렇다고 복지정책을 줄이면 안 된다 ....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증세 빼고 복지 놔두고 법인세 손 안 대면 남는 건 비과세 감면 축소뿐이다. 그래서 세제개편안을 만들어 놨더니 대통령은 비난을 피하려고 원점으로 가져가 재검토하라 한다. 말복 더위에 쓰러질 일인 건 이해하겠다. 결국 고소득층의 세원을 더 철저히 밝혀내고 더 강력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해법이고 경제민주화이다. 그러나 이것도 증세라고 안 된다고 하니 기획재정부로서는 길이 안 보일 것이다.
    중산층은 경제·사회적으로 한 사회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그래서 중산층을 살려야 한다는 건 모두 알고 있다. 그 방법도 모두 알고 있다.
    1.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 극복이 최우선이다. 경제민주화부터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출발이다. 대기업에 쏠린 각종 연구개발 지원이나 세제지원을 중소기업으로 돌려 균형을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엄청나게 버는 사람, 흔히 슈퍼리치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소득에 중과세를 하고 편법세습은 막아야 한다.
    2. 국토의 균형 발전도 이뤄져야 한다. 서울은 사람이 너무 몰려 뭐든 비싸고 살기 어렵고 지역은 남은 게 없어 가난하다. 더구나 아이들을 서울로 학교 보내랴 서울로 취직시키랴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를 개선해 국가 예산을 큰 도시에서 작은 도시로 옮겨 재정부터 균형을 잡아가야 한다.
    3. 그리고 정치권도 관료도 제대로 정직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짜내야 한다. 넒은 안목과 소신, 경제적 지식을 가진 관료들은 없고 정치인은 비즈니스와 포퓰리즘에 묶여 있으니 일이 안 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돈을 벌어도 개인보다 기업이 가져가는 몫이 커지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중산층은 늘어나지 않는다. 지금 중산층을 보호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경기 회복의 열쇠는 중산층을 살려 소비 심리를 회복하는 것인데 이번 정책은 그 반대였던 것이다. 저소득층의 복지를 위해 중산층 지갑을 열겠다면 중산층에게 저소득층으로 내려 오라는 소리로 들리지 않겠는가.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돈은 위로만 흐르고 빚은 아래로 흐른다. 그렇다면 그 흐름을 개선해 고르게 하누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다. 원점에서 제대로 다시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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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07 수] 일본우익의 야욕, 은밀하게 위험하게
    일본의 욱일기 문제로 시끄럽다. 일본 아베 내각이 ‘군국주의 상징물 욱일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무 문제없다는 정부 공식입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산케이 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도 굳이 부인하거나 해명이 없이 버티고 있다. 마치 욱일기를 인정하라고 주변 국가들에게 대놓고 요구하는 모습이다.
    욱일승천은 무슨 .... 전범기일 뿐
    일본 국기의 법률적 명칭은 일장기(日章旗·니쇼키)이다. 일장(日章)의 의미는 ‘나날이 밝아진다’는 뜻으로 중용(中庸)에 등장한다.
    衣錦尙絅 惡其文之著也
    故 君子之道 闇然而日章
    小人之道 的然而日亡
    “비단옷을 입고 홑옷을 걸친 것은 그 화려함이 드러나는 것을 싫어한 것과 같이, 군자의 도는 어두운 듯 하나 날로 밝아오고 소인의 도는 확연한 듯하지만 날로 사그라진다”.
    일본의 국기(國旗)는 보통 히노마루(ひのまる/日の丸)라 부른다. ‘日の丸’(히노마루)는 태양의 근원을 의미한다. 일본은 자국을 ‘해가 뜨는 나라 혹은 태양이 나오는 곳’이라며 태양신 숭배에 매달려 왔다. 태양의 붉은 원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신사의 깃발 등에 사용돼 왔다. 12세기 일본에서 내전이 발발했을 때 왕을 지키는 사무라이들이 붉은 부채에 금색 동그라미를 그려서 반군과 구별 지었는데 이런 연유에서 동그라미는 태양, 즉 천황이라 불리는 왕을 상징한다. 1855년 쇄국정책으로 일관하던 에도(江戶) 막부가 미일(美日)화친조약을 체결하고 문호를 개방한 뒤 일본 선박을 외국 선박과 구별할 수 있는 표시가 필요해 흰 바탕에 태양을 한가운데 넣은 기를 선박에 단 것이 정부가 일장기를 사용한 시초이며 이후 히노마루는 상선규칙에 국기로 규정해 일본 선박의 국적 표시기로 사용했다.
    그 후 일본 해군이 태양에서 16개의 햇살이 퍼져 나가는 모양의 ‘욱일기(旭日旗)를 제작해 1889년 ‘해군기장조령’에 의해 일본 해군의 군함기로 채택했다. 이것이 변형돼 1870년 육군기로 정식 채용됐다. 그 후 욱일기를 응용하여 8줄기 햇살의 장군기(將軍旗)를 제정했고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거치면서 욱일기는 일본군의 상징이 되었다. 1945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욱일기의 사용은 금지되었다. 그러나 일본 해상자위대가 1952년부터 욱일기를 군기(軍旗)로 제정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본 육상자위대도 장군기로 쓰던 8줄기 햇살의 욱일기를 군기로 사용한다.
    욱일승천기라는 이름은 출처가 불분명하다. 일본에서는 욱일승천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하늘로 뻗어 오른다’는 ‘승천’ 표현을 뒤에 붙여 쓰는데 이것은 마치 일본왕을 천황이라 부르듯 일본 욱일기를 높여 부르는 말처럼 들린다. 천황이란 표현이야 일본인들이 쓰고 남들이 인정 않는 것이지만 욱일승천은 왜 우리가 굳이 붙여주는 걸까? 아마도 욱일승천 - ‘아침 해가 떠오르듯 승승장구 솟아오르라’는 사자성어가 있어 무심결에 붙여 부르는 것 아닐까 싶다.
    일본 왕실 문장(紋章)은 국화이다. 일본 여권 표지 디자인도 국화, 일본 동전에도 ‘세일러 문’의 요술봉에도 국화가 그려져있다. 일본 왕실의 문장으로 쓰는 국화꽃 문양은 ‘기쿠카몬쇼(菊花紋章)’, 혹은 ‘십육변팔중표국문(十六弁八重表菊紋 - 꽃잎이 16개라는 뜻)’이라 한다. 가마쿠라 시대부터 왕실의 문장으로 쓰였다. 공식적으로 일본 왕실의 문장이 된 것은 1869년이다. 16개가 왕의 상징이니 왕이 아닌 다른 왕족은 겸손하게 아래로 눈 깔라고 해서 국화잎이 14개이다. 십사변일중이국문(十四弁一重裏菊紋)이라 부른다. 그래서 욱일기(旭日旗)도 16개의 햇살이 아니고 16개의 국화 꽃잎이 아니냐는 주장도 등장한다. 실제로 일본에는 가문의 상징에 국화꽃 문양을 많이 쓰는데 욱일기와 비슷한 모양이 나온다. 일본 왕을 숭배하다보니 일본군함 등에 국화꽃 문양을 그려넣기도 했다. 그러나 이름에 태양이라는 욱일 이름이 들어 있고, 일본이 태양신 숭배사상을 갖고 있고, 일본 군함에 일장기를 붙이던 일본 해군에서 욱일기가 시작됐음을 고려하면 욱일기 16개 붉은 줄은 햇살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뻗어나간 모양도 꽃잎은 아니다.
    은밀하게 위험하게 .... 일본의 침략미학
    중국은 거대한 자본과 느긋함을 앞세워 지배전략을 펴나가지만 일본은 침략적인 야욕을 탐미적인 화려함과 작위적인 소박함 속에 감춘다. 국화꽃 속에 칼을 숨기듯 아주 미학적이다. 일본의 국기, 국가에서 드러나듯 섬세하고 곱고 때로는 센티멘털하고 처연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늘 위험하다. 일본인들이 허리를 90도로 꺾어 절하기를 반복하며 속마음을 감추듯 은밀하게 위험하게 번진다.
    독일이나 이탈리아도 20세기 들어 군국주의의 길을 일본과 함께 걸었지만 내용에서 다르다. 독일.이탈리아는 국민대중을 선동해 국민지지 기반을 확보한 뒤 군군주의로 이끌어 갔다. 그러나 일본은 철저히 소수의 권력집단이 과도적인 지배체제를 구축하고 왕을 상징물로 내세운 뒤 국가체제를 강압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오히려 김일성의 주체사상, 세습체제와 비슷한 점이 있다. 일본의 사죄와 반성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것 역시 군국주의의 핵심인 왕과 소수의 군부.관료 지배자들이 살아남아 세습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또한 신도.신사.왕실,무사도 등의 코드로 국민의 시대인식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밀하게 위험하게.
    8 min
  • [2013/08/06 화] 진격의 대륙, 중국 자본을 경계한다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엘리트와 부호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대대손손 융성한 것과는 달리 중국 중원의 엘리트들은 역사 속에서 부침과 방랑을 거치는 경우가 많았다. 송, 당, 원, 명, 청 왕조가 바뀌는 것은 물론 지배하는 종족 자체가 빈번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변란은 대개 북쪽에서 일어나고 지배계층은 북쪽에서 남쪽 또는 서쪽으로 재산을 싸들고 이주하는 사례가 많았다. 거기서 다시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것을 뿌리를 내린 토박이가 아닌 뜨네기란 뜻으로 ‘객가인 客家人’이라 부른다. 소유한 재산으로 자식 교육에 올인해 훗날 화교 상류층을 구성하고 중국으로 돌아 가 상류층을 구성한 계층이 객가인이다. 이들은 두뇌와 학식이 있고 이곳 저곳 떠돌며 산 경험도 있어 개척에도 능하다. 돈도 있고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아 사치를 모르며 저축도 끈질기게 한다. 혈연 관계와 인간관계, 신용을 중요하게 여긴다. 중국인들의 단점인 도박도 멀리한다. 과거 중국 상인들이 루트를 개척하면 객가인들이 그 뒤를 따라 다른 나라를 파고 들었고, 중국 노동자들이 몰려가는 곳에도 객가인들이 뒤따라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객가인 계층은 개혁과 개방에도 일찍부터 재질을 보였다. 등소평 등 상당수의 엘리트들이 객가인 가문 출신이다.
    중국 상인, 중국 노동자, 중국 자본 .... 진격의 대륙
    중국인들의 객가인 자질은 21세기 들어서는 자본을 앞세워 지구촌 곳곳을 파고든다. 바로 차이나 머니를 통한 지구촌 정복 전략이다. 최근 우리 언론들은 제주도에 밀려 든 중국 자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중국 자본들이 제주도에 카지노를 세우려 한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밀려오지만 관광지에서 돈은 별로 안 쓰고 쇼핑만 한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는 숙박업소, 음식점, 상점들이 중국인들이 경영하는 곳이 많다, 여행사도 중국 업체들이 장악했다’ ... 등등. 굳이 제주가 아니라도 중국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과 기업들은 넘쳐난다. 우리나라 주식.채권,부동산에 투자한 중국계 자금은 이미 20조원을 넘겨 2008년 말과 비교해 40배 이상이 늘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정은 지구촌 전체가 마찬가지이다.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남유럽과 카리브해 일부 국가들이 중국 부자들을 모시려 뛰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비자나 시민권을 쉽게 내드리고 부동산도 싸게 넘기겠다며 중국 부자들을 부른다. 미국 캐나다 호주도 중국의 부자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건 마찬가지. 글로벌 시대에 자녀 교육은 자기네 나라에서 시켜야 한다고 홍보한다.
    중국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고 중국이 대세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서로 윈윈하려면 그리고 윈윈이 단기적인 실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되려면 어떻게 할까 꼼꼼한 계산과 고민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선진국의 투자유치와 후진국의 투자 유치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은 돈을 끌어들이되 자국에서 소비자가 되어 돈을 쓰게 만드는 쪽이다. 후진국은 어떨까? 아프리카와 라오스의 예를 들어보자.
    중국은 1960년대부터 아프리카에 사회주의를 심기 위해 퍼주기 투자와 경제지원을 해 왔다. 중국 경제 지원은 3무 지원으로 무이자, 무조건, 무담보였다. 길을 내고 철도를 깔고 수많은 사업이 중국의 지원으로 중국 노동자들에 의해 이뤄졌다. 탄자니아에는 중국인 묘지가 따로 있을 정도다. 덕분에 중국은 아프리카의 천연자원과 에너지, 부동산에 진출해 막대한 이득을 챙길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는 속도를 내며 아프리카를 먹어치우고 있는 중이다. 미국.유럽도 아프리카에서의 주도권을 되찾아 보려고 애썼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아프리카 거주 중국인은 100만 명을 훨씬 웃도는 수준에 이르렀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하지만 빼 먹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빼낼 계산을 한다. 중국은 자본을 투입해 부동산과 광산을 사고 중국인 노동자 불러다 건설붐을 일으키고 아프리카의 원자재를 캐내 간다. 그리고 다시 물건을 만들어 아프리카에 판다. 건설 현장에까지 중국인 근로자들을 데려와 일을 시킬 정도니 아프리카에 남는 건 껍데기뿐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에 번지는 새로운 중국식 식민주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1세기 중국식 식민주의
    라오스 역시 중국의 투자로 경제 위기를 넘긴 나라. 2012년까지 중국은 라오스에 약 40억 달러를 투자했다. 무상지원도 많았다. 아셈회의용으로 컨벤션센터를 지어주고, 와타이 국제공항도 무상으로 확장해줬다. 스포츠 스타디움, IT센터, 빌라촌에 수력발전소 건설 등 중국의 선심공세는 최근까지 계속되었다. 라오스의 풍부한 부존자원과 넓은 미개척지가 부가가치로 탐낼 만 하다는 것 외에 동남아시아로 진출하는 가장 효과적인 통로가 라오스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중국이 탐낼 만하지만 너무 커 버렸다. 더구나 중국과 영토분쟁 중이고 라오스를 놓고는 중국과 경쟁하는 입장이다.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진출로로 라오스는 꼭 필요하다.
    라오스 입장에서는 경제 위기에 중국자본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경제가 주름을 펴기 시작했다. 그런데 카지노와 호텔이 들어서 경제가 활기를 띠는가 싶었으나 라오스 주민의 소득과 삶의 질은 더 나빠졌다. 지을 때는 외국인 카지노라고 하지만 수익과 투자금 환수를위해 외국인.국내인 가리지 않고 받아준다. 카지노에 사람이 몰리면서 파산과 폭력, 불법고리대금업, 폭력조직, 성매매가 사회에 번져 나갔다. 라오스 정부는 결국 지난 5월 카지노 사업을 중단시켰습니다. 라오스에 들어 온 중국 자본은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카지노와 향락산업에 골몰했지 관광산업 인프라나 제조업 등 장기적이고 생산적인 분야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중국의 투자가 라오스 내부산업을 망치기도 했다. 라오스를 중국의 고무 생산지로 바꾸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퍼붓자 라오스 농민들은 농토를 갈아 업고 고무나무를 심었다. 울창했던 열대림이 고무농장으로 바뀌며 동식물이 상당수 사라져 버렸다. 고무생산은 늘고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 중이고 사 줄 곳은 중국 뿐이니 중국 상인들 눈치 보며 덤핑할 수밖에 없다. 최근 라오스 정부는 중국 자본의 고무농장 개척을 불허하기로 했다.
    투자유치를 해도 어떤 성격의 투자이고 그 투자가 국내 산업과 경제를 어느 쪽으로 몰고 갈지 고려하며 투자를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 자본이라고 해서 모두 검은돈처럼 여길 것은 아니다. 해외투자자본의 유입선이 다변화되는 것이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산.기술.고용과 관계가 적은 전시성 사업에 자본을 끌어들이거나 국가의 주요 자산이나 땅을 맡길 경우 그 위험성을 살피며 중앙정부가 기업.기관.지자체를 컨트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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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01 목] 가진 자의 수익구조가 건설노동자를 병들게 해
    7월 30일 서울 방화대교 남단 접속도로 건설공사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근로자 2명은 모두 50대의 중국 동포. 다친 사람도 중국 동포이다. 인부들은 하도급 건설사 소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동포 노동자들은 우리말로 쉽게 통할 수 있고, 정서도 우리와 비슷해 현장에서 쉽게 채용된다. 건설현장 역시 자재나 작업 방식에서 조립식이 많아지며 전문기술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한다. 대형 건설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하청업체들로서는 저임금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니 고용하는 추세이다. 중국 동포 역시 특별한 기술 없이도 시급이 괜찮고 일도 바로 배울 수 있어 건설현장으로 몰린다.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등록 외국인 95만 4,400명 가운데 중국 동포느 33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그 다음은 중국인으로 15만 5천 명 수준.
    중국 동포들의 건설 현장 취업이 늘어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인력송출 브로커 때문이다. 최근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검거된 중국 동포 김 모씨의 경우 중국 현지 알선책으로부터 사람들을 넘겨받아 숙식을 제공하고 자신이 반장으로 일하고 있는 도내 건설현장에 직접 취업시켜 오다 검거됐다. 적발된 중국인들은 의료관광 또는 인센티브 관광을 빙자하거나 단체 관광객인 것처럼 위장해 불법 입국했다. 건설현장의 인부팀장들(흔히 인부다시라고 부른다)은 불법 소개업을 겸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인부다시’들이 외국인만 골라 취업시킨 뒤 하루 2~3만 원 이상의 높은 중개수수료를 챙기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수도권 지역 건설현장에서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대거 일감을 차지해 주변의 우리 노동자들은 일감을 못 찾거나 강원ㆍ충청 등 지방 현장까지 찾아다닌다고 호소하고 있다. 아니면 부담스런 중개 수수료를 물어가며 취업하는 사례도 많다한다.
    종합해 보면 젊은 우리 노동자들은 건설현장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고, 건설현장은 중국 동포들을 선호하고, 여기에 브로커가 기승을 부리며 외국 노동자들을 알선한 뒤 수수료를 챙기고, 그로 인해 나이 든 우리 노동자들은 일거리를 찾으려 해도 일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을 두고 중국동포 등 해외 노동자들이 우리 일감을 빼앗아 가고 있다고 원망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중국 동포 노동자들이 건설현장을 집어 삼키는 게 아니라 중국 동포 노동자들이 있어야 건설사, 하청업체 고용주와 중간 브로커들이 지기들 이익을 최대한 보장 받을 수 있는 인력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가진 자의 수익 구조가 건설현장을 망쳐
    중국 동포 노동자들 역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브로커에게 사기 당하기도 하고 불법 체류를 신고하겠다는 협박에 돈을 뜯기기도 한다. 최근에는 법무부 출입국사무소 소속 단속 공무원으로 가장해 해외 노동자들을 납치하다시피 데려다 가둔 뒤 강제출국 조치하겠다고 협박하며 금품을 가로 챈 폭력배들이 검거됐다.
    또 서울 강남에 ‘국제의료복지협회’라고 해외 노동자들을 보살피는 단체인 것처럼 위장단체를 차려 놓고 가입하면 곧바로 합법적 체류가 가능하다고 속여 수천만 원을 뜯어낸 일당도 있다. 중국동포 노동자들은 수백만 원 씩 내고 얻은 건 교통카드 한 장 뿐이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억압과 차별, 폭력과 사기범죄는 한국 사회의 폐쇄성과 자본주의의 야만스러움을 드러내는 것.
    8월 1일자 아침 신문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동포면 얕보고 강압적 지시… 위험한 일 도맡아도 대우 못 받아"
    "중국동포 건설노동자 김씨, 한국서 돈 벌려면 무조건 복종" - 경향
    "死地로 내몰리는 中동포, 일하다 다쳐도 産災신고 못해" - 동아
    중국동포의 경우 이제 농업과 어업에도 상당수가 진출해 있다. 어업 노동자의 경우는 컨테이너나 폐가에서 생활하는 등 환경이 매우 열악해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어업 분야에 연수생으로 와서도 조업 기술을 배우기보다는 허드렛일에 투입되는 부실한 연수제도가 방치돼 있다.
    함께 살게 된 외국인은 늘어나는데 우리는 아직 다문화 사회, 서로 다른 인종간의 사회통합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미약하다. 결혼이민자, 중국 동포, 외국인 노동자 등을 모두 포용하는 균형 잡힌 정책과 정책 홍보가 필요하다.
    8 min
  • [2013/07/31 수] 성재기 사건은 남성해방운동의 현 주소
    지난 7월 26일 한강에서 뛰어내린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시신으로 발견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남성연대는 "남성연대의 현실이 너무나 열악했고 사회적 관심도 너무나 부족해 이를 타계하기 위해 고민해왔다"고 설명하며 남성운동에 대한 고인의 열정과 헌신을 알아달라고 당부한다. 남은 사람들은 투신자살한 전직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입씨름을 벌이고 있는 중. 이념과 생각의 차이를 접어두고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간 사람이 빚을 지고 강으로 뛰어내리는 퍼포먼스까지 펼쳐야 했던 남성운동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절반의 복종, 절반의 지배, No!
    남성해방운동 내지는 남성운동은 사회 속에서 여성 뿐 아니라 남성도 차별과 억압을 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남성들의 운동이다.
    1969년 미국 뉴욕에서 '남성 의식화 모임'이 생기면서 시작되었다. 1970년대 들어 "인류의 절반은 지배하고 절반은 복종하는 상황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남성해방운동의 내용을 알리는 글이 잡지〈리버레이션 Liberation〉에 실리면서 본격적인 남성운동이 시작됐다.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한 지위를 누린다. 그러나 모든 남성은 아니다. 남성의 다수 역시 살아가는 것이 버겁다. 기회를 못 얻고 불평등도 겪으며 좌절을 경험한다. 여성은 가부장적 사회의 성차별 때문에 여성인 자신이 고생한다고 이유를 댈 수도 있다. 그럼 남성 위주의 유리한 사회에서 남성은 무슨 이유를 댈 수 있을까? 자신의 무능력이라는 수치스러움과 상실감이 더 무겁게 다가오기도 한다. 거기에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 기회의 불평등, 남자라고 해서 주어진 짐도 너무 무겁다. 자칫 이런 남성의 열등감과 좌절이 약자인 여성과 아동, 노인, 외국 이주민에 대한 공격으로 분출되는 사회병리적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현대 사회, 포스트모던 사회로 접어들면서 기존의 가치관과 사회구조가 뒤바뀌고 있다. 남성 고유의 무대는 좁아진다. 남성끼리도 치열한데 여성하고도 대등한 관계에서 겨루어야 한다. 사회는 점점 남성에게 유리한 제도를 지워 나가고 여성에 대한 별도의 할당제나 우대제도가 시행될 때도 있다. 이에 대한 반발과 대안 모색으로 남성운동이 벌어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남성운동은 '가족과 사회의 주도권을 잡아 이끌어가는 전통적인 남성상'을 회복하고 싶어 하는 남성운동이 있고, 반대로 여성과 가사.양육 등을 나누는 등 양성평등을 받아들이며 새 남성상을 정립해 나가려는 입장도 있다. 다른 기준으로 아버지로서의 남성 문제를 핵심이슈로 다루는 입장도 있고, 가족과 아버지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문제를 다루는 남성운동도 있다.
    성재기 대표가 이끈 남성연대는 여성가족부 폐지, 군가산점 제도의 부활, 여성도서관 폐지 등을 주창해 왔으니 전통적 남성주의 회복, 가족을 넘어 사회전반으로의 남성운동 확산을 목표로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남성운동을 특징에 따라 분류하면 대개 다음의 유형에 속하거나 몇 개의 특질을 동시에 내보이기도 한다.
    1. 전형적인 보수파 남성운동은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이 구분된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내세우며 여성은 자녀양육과 살림을 맡는 게 순리라는 태도를 취한다. 사회 속에서의 여권신장에 대해 부정적인 건 당연.
    2. 남성해방운동도 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도 크고, 너그러워야 하고, 능력 있어 돈도 잘 벌어야 하고, 사회적 지위도 높여가는 슈퍼맨 남성에 대한 부담감이 억압으로 작용해 남성도 힘들다는 것. 너무 큰 기대여서 이에 못 미치는 남성은 자기 학대, 상처받은 자존감으로 고생하는데 여성운동과 여성 위주 정책들은 여성의 지위를 높인다면서 오히려 사회적인 역차별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남성해방운동의 입장이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현실적인 권리를 쟁취해 내자는 것인데 성재기 대표의 남성연대는 여기에 가장 가까워 보인다.
    3. 그런가하면 진정한 남성성을 정신적 차원에서 먼저 회복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30여 년 전 뉴욕 타임즈의 서평으로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된 책 로버트 블라이의 "아이언 존"(우리말 번역본은 '남자만의 고독')이 대표적인 예. 남성 속에 잠들어 있는 야성과 투지 등 멋진 남성성을 저버리고 왜 마마보이처럼 되어 가는가, 그러니 사회를 헤쳐 나가고 자아성취를 이루는데 더 힘들어진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스승, 투사, 영웅, 야성미, 방랑자 등 고독하며 장엄한 남성이미지를 살려 당당한 남성으로 회복시키자는 것. 성재기 대표가 군 경험에 대한 자부심과 수영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이며 강물에 뛰어든 것도 이런 특질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권신장, 양성평등에 동조하는 남성운동들도 살펴보자. 가부장적 문화는 모순이고 부조리하다는 인식을 전제로 남성도 차별적인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운 사회행동양식을 갖춰 나가자는 입장도 있다. 상당히 급진적인 셈.
    그 정도는 아니지만 전통적으로 강조해 온 남성다움이 남성들의 진정한 자아발견과 자기실현에 방해가 된다며 '강해야 한다', '성공해야 한다'라는 기존의 남성적 가치를 벗어나 부드러움과 여성성과의 조화를 강조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말의 유행도 그런 맥락일 듯. 흔히 자유주의적 입장이라고 부른다.
    사회주의적 관점도 있다. '남녀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다. 사회구조가 왜곡되어 있고 부패했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본성이 나쁜 것도 문제가 많은 것도 아니다. 사회 속에서 통제 받고 차별 당하고 억압 받기 때문에 그렇다. 남성은 억압도 당하지만 또 지배하는 자리에 앉아 다른 사람을 감시하고 억압해야 한다. 이것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이다. 새로운 평등이념과 사회체제가 필요하다.' .... 이런 식의 입장이다.
    남성운동, 그저 해프닝이 아니다
    살펴 본대로 남성운동은 모두 마초적이고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전개되지만은 않는다. 여성은 여성대로 남성운동을 경계하지만 남성 역시 남성운동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거나 비하하며 무시하기도 한다. 이런 요인들이 성재기 대표의 고민을 더 깊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부터 좋은 아버지 되기 운동이 붐처럼 번졌다.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이 그 최초로 보인다. 그 이후 미국 프라미스 키퍼스 promise keepers의 한국 상륙으로 시작된 ‘남성신앙 대각성운동’도 있다. 그밖에 평등문화를 가꾸는 남성모임, 남성의 전화, 남성운동협의회 등이 생겨났다. 2006년에 ‘반페미니즘남성해방연대’가 성재기 씨에 의해 결성되고 2008년 다시 ‘남성연대’라는 단체가 만들어져 지금에 이르는데 구미 선진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아직 사회 깊숙이 뿌리 내리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과거에는 가부장적 권위주의가 억압적이고 사람을 옭아맸다면 현대문명은 인간을 돈으로 환산해 따지는 반인간적이고 누구나 인간을 파괴할 힘을 지닌 위험한 사회이다. 한국의 남성, 한국의 아버지를 되찾는 건강하고 적극적인 남성해방운동을 기대한다.
    서구 남성운동도 시작 단계에서는 단순한 해프닝 대접을 받았고 그것이 운동가들의 고민이었다. 내가 남성이란 어떤 의미일까, 남자로서 산다는 건 어떤 것이어야 할까, 내게 부여된 남성성에서 바람직 한 것과 나를 옭아매는 부정적인 건 무얼까 ...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성찰이 먼저 이뤄진다면 강건하고 상생을 도모하는 남성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9 min
  • [2013/07/29 월] 여름 휴가의 사회경제학, 휴가는 가족과 함께 앞마당 같은 곳에서
    바캉스는 프랑스에서 시작된 말. 그러나 프랑스도 바캉스의 역사가 긴 것은 아니다. 1936년 5월에 총선에서 사회당 등 좌파의 인민전선이 승리를 거둬 집권하면서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줄고 유급휴가 제도가 전격 도입된 것이 바캉스를 가능하게 했다.
    휴가는 가족과 함께 앞마당 같은 곳에서
    지구촌의 바캉스는 최근 경제 위기와 경기침체를 반영해 국내 휴가가 늘어나는 추세. 영국은 최근 국내 휴가가 10% 정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미국도 국내 휴가가 늘자 월마트의 '휴가는 뒷마당처럼 가까울수록 좋다(as close as your own back yard)'라는 구호처럼 기업들이 국내 바캉스를 겨냥한 상품판촉을 늘리고 있다. 스테이케이션이라는 신조어도 점점 익숙해져 간다. 휴가철에 멀리 떠나지 않고(stay) 집 마당이나 집 근처에서 휴가(vacation)를 경제적으로 즐긴다는 합성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몰캉스라는 말도 유행이다. 멀리 떠나기보다 집 근처 쇼핑몰에서 휴가를 즐기는 것.
    우리 정부도 기업의 협조를 얻어 여름 휴가를 국내에서 보내자고 캠페인을 벌여오고 있다. 국내 여행은 여러 차원에서 국가적 이득을 가져 온다.
    우선 여행객 입장에서는 여행경비가 싸고, 거리가 가까워 공항대기, 이동시간으로 손해를 보는 해외여행보다 휴가일이 길어지는 효과를 거둔다. 휴가객의 숙박료, 교통비, 식음료 구입 등의 소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들의 1인당 평균 지출 예상금을 20만3000원으로 할 때 생산 유발효과 6조5000억 원, 고용 유발효과 5만 명 규모로 추정한 바 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내수경제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규모이다.
    그러나 올해는 예상 목표에 한참 못 미칠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여름휴가 특수가 위축되면서 생산손실은 예상한 것보다 6천억 원, 부가가치 손실은 3천억 원, 고용손실은 6천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문화관광 산업이 1차 피해를 입고 휴가 물품 생산.유통.물류.운수.보험 등에서도 2차 피해가 발생한다. 국제수지 측면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름휴가 때 해외에 나가 쓴 돈은 외국인 관광객이 그 기간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쓴 돈보다 서너 배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여름휴가를 국내에서 하루라도 더 시간을 늘려 잡아 즐기는 것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
    여름에 몰리고 관광지에 몰리고 ... 휴가를 바꾸자!
    여름휴가가 특정기간에 몰리는 것도 국가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 강릉 경포대를 예로 들면 매년 7월 4일부터 8월 31일까지 해수욕장을 개장하는데 1년 관광객의 87%를 차지한다. 전국 어디나 사정은 비슷할 것. 휴가기간을 성수기보다 일주일만 늦춰도 숙박요금부터 성수기의 절반 아래로 내려가고 교통비도 차이가 생긴다. 피서지마다 주차하느라 고생, 성수기에 사람이 몰리니 바가지 상혼 발생, 쓰레기 처리도 힘에 부쳐 냄새나는 관광지가 되어 버린다. 숙소 잡기도 어렵고 콘도를 가진 회원조차 추첨해서 방 배정을 받을 처지이다. 특히 전력 수급 위기 극복에도 휴가 분산은 꼭 필요하다.
    유럽 선진국에서는 직장인 휴가가 개개인 별로 1년 전-2년 전부터 장기프로젝트로 기획단계를 밟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기업이나 기관의 인력운용에 미리 반영되고, 바캉스 휴가도 안식년, 휴식년에 이어 붙여 3개월 6개월 1년으로 장기간 이뤄진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름에만 가족끼리 혹은 친구랑 혼자서 3일 5일 여행을 서둘러 돌고 오는 행태이다. 해외를 다녀왔다지만 여름만 경험하고 오는 셈. 선진국은 여름 가을에 걸쳐 지역마다 휴가시즌이 다르기도 하고, 12월 동계 방학, 봄과 가을방학도 있어 휴가 분산 효과가 크다.
    또 유명 관광지, 해수욕장, 계곡 ... 이런 곳에만 몰리는 것도 휴가 문화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 부산 가면 해운대? 사직 야구장 가서 롯데 응원전에 어울려 봐야 부산의 참 멋을 느낄 수 있다. 어디를 가나 지역 박물관, 지역전시관, 향토미술관도 둘러보자. 지방자치단체가 빚더미에 올라앉으면서 마련한 관광 인프라 시설과 축제들이 성수기에만 반짝하고 방치 돼 있다. 사람이 오지 않으니 상설 프로그램도 없고, 알려지지도 않는다. 우선은 국내여행으로 많이 들러주어야 활성화되고 활성화되어야 외국 관광객도 모인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가 올 여름 휴가에는 재래시장을 추천했다.
    언론에 소개된 대표적인 올 여름 추천 재래시장들.
    1. 향수 어린 고향 장터 정남진 장흥토요시장
    예로부터 장흥시장은 나주 영산포 홍어시장, 함평 학다리 우시장과 더불어 전라남도 3대 시장으로 유명했다. 할머니들이 직접 텃밭에서 가꾼 산나물과 농산물을 많이 판매하는데 그 모습이 특히나 정겹다.
    2. 해산물의 천국, 포항 죽도시장연합 포항 죽도시장은 1954년 시장을 개설. 과메기의 고장이자 물회의 원조인 포항 죽도시장
    3. 웰컴 투 힐링 정선 아리랑시장 1966년에 시작된 정선아리랑시장은 정선 5일장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매월 2일, 7일, 17일, 22일, 27일에 장이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5일장이며, 강원도에서 나는 각종 산나물, 곤드레나물밥, 콧등치기 국수 등 토속적인 먹거리
    4. 단양의 아홉 번째 볼거리, 단양 구경시장
    처음 기록된 것은 1770년경 동국문헌비고를 통해서였을 만큼 역사가 깊다. 단양장은 1985년 충추댐 건설로 현재 위치한 단양군 도전리에 새롭게 자리를 잡고 운영되고 있다.
    9 min
  • [2013/07/26 금] 부조리를 방임하면 부조리를 탐식한다
    국무총리실 암행감찰반이 공직자 복무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번 암행감찰반은 여름 휴가비 수수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소식. 올해 세종시에 내려가 처음 자리를 잡는 중앙정부 기관들이 복무기강 확립 차원에서 집중감찰을 받고 있고, 세종시청도 암행감찰 덕분에 땀깨나 흘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예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요원들이 관가에선 '암행감찰반'으로 통한다. 경찰 암행감찰반도 윤창중 사건을 치른 청와대도 기강팀의 암행감찰이 진행되고 있다 한다.
    암행감찰은 탐문과 정보 수집, 순찰, 미행, 통화내역 조사, 보안점검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진행된다. 부정부패 비리도 적발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지난 정권의 인물들을 솎아내기 위한 표적감찰도 행해지는 등 공개가 부담스런 임무도 암행감찰을 통해 이뤄진다고.
    금융권에서는 암행감사, '미스터리 쇼핑'이 있다. 금융감독원이 외부 전문조사기관에게 금융상품 판매실태를 점검해 달라고 주문하면 조사기관은 조사원을 고객처럼 각 금융기관 창구로 보내 고객 상담을 벌인다. 금융기관이 상품에 대해 소상히 진실 되게 설명을 하는지 어떤 쪽으로 투자를 유도하고 어떤 정보를 갖고 있는지 파악해 금융감독원에 넘긴다.
    올 봄에도 은행과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미스터리 쇼핑으로 암행감사를 받았다. 은행 중에서는 대구은행이 '미흡' 판정을 받았는데 변액보험 상품설명과 청약철회 제도에서 점수가 나빴다고 한다.
    12개 대형 생명보험사도 변액보험 판매가 엉망이라고 미스터리 쇼핑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앞서 실시한 은행의 변액보험 판매 평가점수보다 훨씬 나쁘게 나타났다. 변액보험 상품을 팔면서 고객에게 상품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 최하위인 ‘저조’ 등급을 받은 생보사는 AIA PCA 동부 동양 메트라이프 미래에셋 삼성 알리안츠 에이스 푸르덴셜 하나 HSBC 한화생명 등 12곳이다. 대형생명보험사 중에서 교보만 양호 판정을 받았다. 은행보다 생보사들이 물건 파는 데만 급급해 정확하고 친절하게 소비자 편에서 설명해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4월에 있었던 강남구청 비리 적발에서는 암행감찰로 법적 시비가 일었다. 구청 근처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업자가 거액을 인출 하는 것을 목격하고 감시 중이던 감찰반이 미행했다. 결국 돈을 건데 받던 구청 간부가 적발돼 검찰에 고발당했는데 적발된 구청 간부는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각각의 법인격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이지 상하 관계로 지휘를 받는 관계가 아니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일반 직무에 대한 감사도 아니고 신변 감시를 서울시가 구청 공무원에게까지 실시하는 것은 불법이자 직권남용이라고 서울시장을 고소했다.
    조선시대에도 임금이 지방에 암행어사를 보내고자 하면 지역은 관찰사 소관인데 관찰사가 알아서 할 일을 임금이 나서서 헤집으면 서로의 신의를 해치게 된다며 군신유의를 내세워 만류했다 한다. 또 지방 아전들은 고관대작과 양반들도 받아먹을 거 받아먹는데 우리라고 못 먹을 게 뭐 있냐며 버티었다고 전해진다. 구청 자치사무 전반에 관한 감사를 서울시가 벌인다면 직권 남용일 수 있으나 불법행위와 개별 사무 감사는 지방자치법과 서울시행정사무규칙을 조금만 확대해석하면 적법한 것일 수 있다.
    이 사건은 국정원 사건에서 국정원 직원이 불법 선거개입 현장을 적발당한 것을 인권유린이라 몰아가던 것과 비슷한 패턴이다. 국가정보기관의 대선 개입이면 헌정질서를 어지럽힌 행위인데 자신들 죄를 덮으려 술수를 쓰며 사회를 다시 어지럽게 만든다. 그걸 조사하고 수사하는 과정도 투명치 않다. 이럴 때 작은 잘못이나 실수로도 밤잠 못 이루고 쩔쩔 매야 하는 일선 공무원들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권위와 권력은 다른 것이다. 권위는 힘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고 신뢰와 지지에 근거를 둔 것이다. 비리를 힘으로 덮는 정권이 어떤 권위를 지닐 수 있겠는가. 부조리에 대한 방임은 부조리를 탐식하게 만든다. 그런 정권의 암행감찰 자체가 부조리하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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