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요와 허유의 해체적 대화 : 천하를 다스림의 쓸데없음
2.1.a. 堯讓天下於許由(요양천하어허유), 曰(왈): “日月出矣(일월출의), 而爝火不息(이작화불식), 其於光也(기어광야), 不亦難乎(불역난호)! 時雨降矣(시우강의), 而猶浸灌(이유침관), 其於澤也(기어택야), 不亦勞乎(불역로호)! 夫子立而天下治(부자립이천하치), 而我猶尸之(이아유시지), 吾自視缺然(오자시결연). 請致天下(청치천하).”
2.1.b. 許由曰(허유왈): “子治天下(자치천하), 天下旣已治也(천하기이치야). 而我猶代子(이아유대자), 吾將爲名乎(오장위명호)? 名者(명자), 實之賓也(실지빈야), 吾將爲賓乎(오장위빈호)? 鷦鷯巢於深林(초료소어심림), 不過一枝(불과일지); 偃鼠飮河(언서음하), 不過滿腹(불과만복). 歸休乎君(귀휴호군), 予無所用天下爲(여무소용천하위)! 庖人雖不治庖(포인수불치포), 尸祝不越樽俎而代之矣(시축불월준조이대지의).”
2.1.a. 요(堯) 임금이 허유(許由)에게 천하를 이양하려 하여, 말하길, “해와 달이 떠올랐는데도, 횃불을 끄지 않고, 그 빛에 비춤은 또한 어렵지 않겠습니까! 때 맞춰 비가 내리는데도, 오히려 그 못에 물을 댐은 또한 힘들지 않겠습니까! 이제 당신께서 들어오시면 천하가 다스려지는데, 제가 오히려 주관하고 있으니, 제 스스로 돌아보아 부족함이 많습니다. 천하를 다스려주기를 바랍니다.”
2.1.b. 허유가 말하길, “당신께서 천하를 다스려, 천하가 이미 다스려지고 있습니다. 제가 오히려 당신을 대신하면, 제가 장차 이름나게 되는 것입니까? 이름이라는 것은 실질의 손님인데, 제가 장차 손님이 되는 것입니까? 뱁새와 굴뚝새가 깊은 숲속에 둥지를 짓는 데에는 나뭇가지 하나에서 지나치지 않습니다. 두더지가 황하 강물을 마시는 데에는 자기 배를 채움에서 지나치지 않습니다. 돌아가 쉬십시오, 임금님. 저는 천하의 일이 쓸데가 없습니다! 주방장이 비록 주방을 다스리지 못한다고 해서, 제사장이 제사상(술단지와 고기접시)을 넘어가서 그를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2.2. 견오와 연숙의 해체적 대화 : 천하로 일삼을 일없음
2.2.a. 肩吾問於連叔曰(견오문어연숙왈): “吾聞言於接輿(오문언어접여), 大而無當(대이무당), 往而不返(왕이불반). 吾驚怖其言(오경포기언), 猶河漢而無極也유하한이무극야). 大有逕庭(대유경정), 不近人情焉(불근인정언).”
2.2.b. 連叔曰(연숙왈): “其言謂何哉(기언위하재)?” 曰(왈), “‘藐姑射之山(막고야지산), 有神人居焉(유신인거언), 肌膚若氷雪(기부약빙설), 淖約若處子(요약약처자). 不食五穀(불식오곡), 吸風飮露(흡풍음로); 乘雲氣(승운기), 御飛龍(어비룡), 而遊乎四海之外(이유호사해지외); 其神凝(기신응), 使物不疵癘而年穀熟(사물부자려이년곡숙)’. 吾以是狂而不信也(오이시광이불신야).”
2.2.c. 連叔曰(연숙왈): “然(연)! 瞽者無以與乎文章之觀(고자무이여호문장지관), 聾者無以與乎鍾鼓之聲(농자무이여호종고지성). 豈唯形骸有聾盲哉(기유형해유롱맹재)? 夫知亦有之(부지역유지). 是其言也(시기언야), 猶時女也(유시여야).
2.2.d. 之人也(지인야), 之德也(지덕야), 將旁礡萬物以爲一(장방박만물이위일), 世蘄乎亂(세기호란), 孰弊弊焉以天下爲事(숙폐폐언이천하위사)! 之人也(지인야), 物莫之傷(물막지상). 大浸稽天而不溺 (대침계천이불닉), 大旱金石流(대한금석류), 土山焦而不熱(토산초이불열). 是其塵垢粃糠(시기진구비강), 將猶陶鑄堯舜者也(장유도주요순자야), 熟肯以物爲事(숙긍이물위사)!”
2.2.a. 견오(肩吾)가 연숙(連叔)에게 물어 말하길, “내가 접여(接輿)에게 말을 들었는데, 커서 마땅치 않으며, 가서 돌아오질 않는다. 나는 그 말이 놀랍고 두려웠는데, 마치 은하수처럼 끝없이 이어졌다. 길과 뜰이 크게 있어, 사람의 정서에 맞지 않았다.”
2.2.b. 연숙이 말하길, “그 말이 무엇이었는가?” “(접여가) 말하길, ‘막고야(藐姑射) 산에 신인(神人)이 살고 있는데, 살갗이 마치 얼음과 눈과 같고, 여리기는 마치 처자와 같다. 오곡(五穀: 다섯 가지 곡식)을 먹지 않으며, 바람을 들이쉬고 이슬을 마신다. 구름 기운을 타고, 나는 용을 부려서, 사해(四海: 네 개의 바다)의 밖에서 노닌다. 그 신령함이 엉기어 만물이 병들지 않게 하며 해마다 곡식이 익게 한다.’ 나는 이것이 미친 말 같아서 믿지 않는다.”
2.2.c. 연숙이 말하길, “그러한가! 눈먼 자는 글월을 보는 데에 함께 할 수 없고, 귀먼 자는 종소리를 듣는 데에 함께 할 수 없다. 어찌 오직 육체의 귀먼 자과 눈먼 자만이 있겠는가? 무릇 앎에도 역시 그런 자가 있다네. 이 말은 너에게 때맞춰 하는 것 같다.
2.2.d. 그 사람이, 그의 덕이 장차 두루 널리 덮어서 만물이 하나로 되게 한다. 세상이 난세에 기대하겠지만, 누가 폐만 되는데 천하로 일삼겠는가! 그 사람은 사물로 상함을 받지 않는다. 큰 홍수로 하늘까지 차올라도 빠지지 않으며, 큰 가뭄으로 쇠와 돌이 녹아 흐르고, 땅과 산이 타들어가도 더워하지 않는다. 이 사람은 먼지와 때, 쭉정이와 겨로도 장차 요 임금과 순 임금을 빚어 만들 수 있는 자와 같으니, 누가 사물로 일삼기를 옳다고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