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네 두 청과물 가게
남자는 왜 경쟁업체 사장을 살해했나
8년째 동네에서 청과물 가게를 운영 중인 정상철 씨(가명, 65세)의 하루는 남들보다 일찍 시작된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선점하기 위해 매일 새벽 3시 무렵 시장으로 향한다는 상철 씨. 그런 그의 부지런함 덕에 가게는 늘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상철 씨에게 비극이 닥친 건 한순간이었다. 지난 3월 7일 새벽 3시 18분경, 아들 영훈(가명) 씨는 시장에서 싱싱한 참외를 사 오겠다는 상철 씨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불과 30분 만에 다시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 하지만 전화기 너머 들려온 것은 낯선 이의 목소리였는데...
“구급대원이 ‘지금 (아버지) 상태가 너무 안 좋으세요.
심폐소생술을 계속하고 있는데 의식, 맥박 심정지 상태고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습니다.’라고 얘기를 하셨어요.”
- 아들 영훈(가명) 씨 INT 中
상철 씨가 자신이 사는 아파트 앞 도로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는 것.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하고 만 상철 씨. 얼굴과 머리 곳곳에 흉기에 찔린 상처가 남아있었다. 대체 누가 이토록 잔인한 범행을 저지른 걸까. 범인의 흔적은 아파트 앞 방범용 CCTV에서 찾을 수 있었다. 흰색 헬멧을 쓴 누군가가 주차된 자신의 차로 향하던 상철 씨를 몰래 쫓아와, 불시에 공격을 한 뒤 도주한 것. 약 3시간 만에 경찰에 검거된 범인의 정체는 충격적이었다. 상철 씨 청과물 가게에서 불과 45m 떨어진 곳에서 똑같이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최 씨였던 것! 그는 대체 왜 상철 씨를 이토록 무참히 살해한 걸까?
“한 동네에서 7~8년 보면서 (두 사람이) 싸우는 건 한 번도 못 봤어요.”
“사이가 안 좋다거나 이런 것도 아니었는데 다들 왜 그랬을까... (의아해하죠)”
- 이웃 상인들 INT 中
면회 온 가족에게, 상철 씨를 향한 원한 때문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고백했다는 최 씨. 하지만 두 사람을 아는 이웃들은 최 씨의 주장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두 사람이 말다툼하기는커녕, 서로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철 씨의 휴대전화에선 최 씨와 연락을 한 흔적은 물론, 전화번호조차 저장되어 있지 않았는데... 경찰은 최 씨가 범행 한 달 전부터 상철 씨를 미행해 출퇴근 경로를 파악하는 등 살인을 계획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최 씨는 대체 왜 말 한마디 나눠본 적 없는 동종업체 사장 상철 씨에게 원한을 품고, 살인까지 결심하게 된 걸까? 이번 주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청과물 가게 사장 사이에 벌어진 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본다.
<흑백사진 주인을 찾습니다>
빛바랜 사진엔 어떤 추억이 담겼나
서울 종로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정 사장은 지금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다고 했다. 우연히 길에서 주운 어떤 물건들 때문이라는데. 지난 3월 11일 오전,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종합병원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정 사장. 그런데! 무심코 바라본 바닥에서 어딘가 묘한 느낌의 물건이 눈길을 끌었다고 했다. 의자와 바닥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종이들. 아무 생각 없이 주워 든 종이의 정체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빛바랜 흑백사진들이었다. 누군가 떨어뜨린 것으로 보이는 14장의 사진 속엔, 1970년대를 배경으로 찍은 한 청년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허무하게 하루아침에 잃어버렸으니까 상실감이 크겠죠.
이분의 추억이 담긴 사진인 것 같아서
꼭 주인을 찾아줘야 되겠다 생각합니다.“
- 정 사장 INT 中
집 앞 골목에서 통기타를 들고 찍은 학창 시절 사진부터 콘트라베이스와 전화기 등 당시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물건들과 함께 찍은 사진까지. 한눈에 봐도 귀해 보이는 사진인 데다, 발견 장소가 병원 앞이라 사연이 있는 물건일 거라 생각했다는 정 사장. 하지만 주인을 꼭 찾아주고 싶어 백방으로 수소문을 해봤지만 소득은 없었다고 했다. 대체 사진 속 주인공은 누구며, 어떤 사연이 담겨 있는 걸까?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제작진. 사진 속엔 꽤 많은 단서들이 있었다. 눈 오는 어느 날, ‘대영공업’이라는 간판이 보이는 담벼락 앞에서 사진을 찍은 청년. 해당 업체를 찾는다면, 남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전국의 ‘대영공업’을 일일이 확인해 봤지만, 사진 속 주인공을 안다는 사람을 찾을 순 없었다. 그런데 사진 속에는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단서들도 있었으니...
“멋쟁이야 젠틀맨. 우리는 어디 가려고 하면 이웃집에서 양복을 빌려 입었어요.”
“그 당시에 저런 악기를 다룰 정도 되면 부유한 측에 끼지.”
- 탐문 중 만난 어르신들 INT 中
제작진이 만난 어르신들은 입을 모아 사진 속 인물이 부유한 집안 출신일 거라 추측했다. 맞춤양복을 차려입고 전화기를 두 대나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그 당시에 접하기 힘든 <콘트라베이스>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1970년도 당시만 해도 재즈 연주를 하거나, 오케스트라 소속의 소수 음악인들만이 다뤘다는 콘트라베이스. 그렇다면 사진 속 남성은, 음악을 전공한 연주가였던 걸까?
한편,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던 제작진은 버스정류장 인근 지구대에서 뜻밖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누군가 흑백사진을 잃어버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는 것. 과연 그 사람이 우리가 찾던 사진의 주인인 걸까? 만일 그렇다면, 사진 속 주인공은 어떤 사연을 품고 있을까? 이번 주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거리에서 발견된 55년 전 흑백사진 속 주인공을 찾아 나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