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배달 왔습니다”
복싱장 배달 테러 사건
아버지로부터 체육관을 물려받은 지도 어느덧 3년째, 지은 씨는 그날도 보통과 다를 게 없는 하루였다고 말했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운동이 없는 특별한 날이었던 점을 빌려 아이들과 과자 파티를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다고. 그런데! 갑자기 복싱장에 누가 찾아왔단다. 낯선 이의 정체는 바로, 치킨 배달 기사였는데. 아이의 학부모님께서 파티 음식을 보내주셨나 라는 생각에 설렘도 잠시, 음식값을 결제해야 한다는 말에 배달이 잘못 온 거 같다며 돌려보냈다고. 하지만, 3분 뒤 또 다른 배달 기사가 복싱장에 찾아오며 당혹스럽기 시작했다는데...
“급격하게 아이들이 무서워하고 (분위기가) 안 좋았거든요.
배달 기사님 돌려보내니까 바로 또 연이어서 배달이 온 거예요.”
- 지은 씨 인터뷰 中
단 몇십 분 사이에 53만 원어치의 음식이 쏟아졌다. 시키지도 않은 배달에 놀란 건 지은 씨뿐만이 아니었다. 음식이 한두 푼이 아닌 값이었기에 가게 사장님들 또한 피해가 막심했는데. 지은 씨와 사장님들을 난감하게 만든 범인의 단서를 추적하던 제작진은, 대전에서 200km 떨어진 곳에 사는 한 사람과 연락이 닿았다. 수화기 너머의 인물은 다름 아닌, 17세 고등학생이었는데. 그는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 복싱장에 대량의 배달 주문을 넣은 것이라고 실토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은 대체 왜 지은 씨의 복싱장에 배달 테러를 한 걸까?
“악의적으로 이제 하신 것 같긴 하더라고요.
유튜버 하시거나 인터넷 방송하는 사람들한테 약간 관심 끌려고 그러는 거잖아요.”
- 라멘집 사장님 인터뷰 中
지은 씨 또한 SNS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인플루언서였다. 정말, 신원미상의 인물은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배달 테러를 했던 것일까. 그런데! 지은 씨는 제작진에게 조금 걸리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 복싱장 오픈 시간이 늦춰졌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알고 배달을 보냈는지 의문이라는 것. 그날의 테러는, 복싱장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가 벌인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였을까? 혹은 누군가의 단순한 장난이었을까? 그 진실을 이번 주 금요일 밤 8시 50분 궁금한 이야기 Y에서 추적해 본다.
산간 마을 물 쟁탈전
그녀는 왜 물탱크를 잠갔는가?
강원도 정선군의 한 산골 마을로 3년 전 귀촌한 재만(가명) 씨에게 최근 상상도 못 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9월 18일 밤 11시경, 집에서 무차별 폭행을 당해 얼굴과 꼬리뼈 곳곳이 부러지는 전치 10주의 부상을 입은 것! 그런데 재만 씨를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폭행한 사람은 1년 전 귀촌해 친하게 지내던 이웃 이 씨(가명)였다? 제작진은 그를 직접 만나 사건의 진상을 듣던 중 뜻밖의 사실을 들을 수 있었는데….
“싸우기를 했나 뭘 했나? 아무것도 문제가 없었어요.
좋았는데 어느 날 <물> 때문에 이렇게 된 거예요”
- 폭행 가해자 이 씨 인터뷰 中
사건의 원흉은 다름 아닌 마을의 ‘물’이었다. 이 씨는 물을 못 쓰고 있는 재만 씨를 돕고 싶어 말을 꺼냈다가 다툼이 벌어졌단다. 동네 물을 쓰려면 한 여자에게 돈을 내야 한다는데…. 과거 탄광 지역이었던 마을은 석탄 가루가 섞여 있는 지하수 대신 뒷산의 맑은 계곡물을 직접 길어서 사용했고, 3년 전 드디어 지자체에서 예산을 들여 물탱크를 놓았다. 그때 자신의 사유지를 물탱크 설치 장소로 선뜻 내어준 마을의 터줏대감 박연화(가명) 씨. 그런데 몇 달 지나지 않아 그녀는 돌연 밸브를 잠가버렸다는데!
“(주민들한테) 130만 원을 받아서 (관리 비용으로) 사용한다 이거예요.
아홉 집이면 아홉 집이 130만 원을 내야 하는 거잖아요.”
- 피해 주민 인터뷰 中
연화 씨는 마을 발전 기금을 명목으로 오래전부터 살던 3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들에 130만 원을 요구했단다. 이를 부당하다고 여겨 돈을 내지 않은 재만 씨는 지금도 석탄 가루가 섞인 물을 쓰고 있으며, 또 다른 주민 현철(가명) 씨 역시 몇 년째 회사에서 빨래, 목욕,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그런데 취재 도중 제작진에게 밝혀야 할 진실이 많다며 연화 씨가 다가왔는데…. 그녀는 대체 왜 물탱크를 잠갔을까? 이번 주 SBS <궁금한 이야기 Y>는 24일 오후 8시 5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