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ign up to save your podcasts
Or


난 왜 현실도피를 할까? 도피는 나쁜 걸까? 도피가 현생에 득이 되게 할 순 없을까? 내 인생에서 가장 긴 “도피”, 워홀을 와서 하는 이야기.
너무 더우니 생각은 나중에 하고 일단 시원한 곳으로! 술도 안 마시지만 펍에 죽치고 있고, 수영도 못하지만 무조건 물가로 간다. 새 취미도 사주팔자에서 찾고 다음에 살 도시도 음양오행으로 고를 기세.
무기력이 찾아와 한 달 반 동안 팟캐스트를 미뤘다. 영국에 폭염이 왔고, 지붕 밑 내 방은 오븐처럼 데워졌다. 때마침 냉장고가 고장나 버터가 녹고, 무릎이 고장나 알바를 강제로 쉬었다. 워홀 남은 기간은 10개월. 다음 삶을 골라야 하는데 아무 생각이 없었다. 몸, 돈, 진로 모두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지만 일단 오늘 내 안의 날씨부터 적어보기로 했다.
일기는 어떤 시간의 한복판을 지나는 중에 남기는 ‘내 마음의 스크린샷’ 같다. 5분밖에 안 되는 순간이더라도 현미경을 들이대듯 일기를 써본다. 흘러가면 사라질 감정과 기억의 파편들을 붙잡아두면, 90세의 나는 심심할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잘 안 풀리는 와중에도 워홀을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뭘까? 스스로도 궁금해서 돌아봤다. 누가 뭐래도 나는 내 삶을 긍정하며 일상을 꾸려나간 지난 1년.
런던 워홀 1년 차, 쏟아지는 불합격 통보 속에 "내 삶은 도대체 언제쯤 시작될까"라는 의문만 커졌다. 스스로가 아직 손님을 맞이하기 전의 불 꺼진 식당 같다는 생각을 품은 채, 2주간 ‘사진작가’로 살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카메라를 들고 떠난 4박 5일간의 파리. 텅 빈 테이블 위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과 길 위에서 마주한 기묘한 장면들. 나는 내 서툰 일상에 어떤 주석을 달아주게 되었을까.
궁금한 직업 체험해보기 실험, 그 첫번째 타자는 통증/재활 전문 필라테스 강사. 몰입을 위해 운동화도 사고, 레깅스 신고 다니고, 매일매일 요가매트를 펼치며 살아본 열흘. 그러나 필라테스 강사 브이로그를 보다가 스킨케어, 괄사 마사지에 빠지며 실험은 점점 직업체험이 아닌 셀프케어로 흘러가게 되는데... 무언가를 직업으로 삼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 주간.
"나는 대체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 적극적으로 자아 탐색하려고 영국 워홀까지 왔지만 생각만 해서는 답이 안 나오더라. 그래서 매주 하나의 직업을 정하고 일주일 동안 그 직업을 가진 사람처럼 살아보는 실험을 하기로 했다. 사진작가, 번역가, 작가, 유튜버… 직접 해보면 적어도 아닌 건 지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나 너한테 감정 있어’가 정확히 무슨 의미지….? 좋아한다는 건가? “다래끼가 곧 터질 것 같아”를 어떻게 안 징그럽게 말하지? 미국인 썸남과의 원활한 대화를 위해 챗지피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어릴 때부터 “넌 크게 될 거야”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 ‘잠재력’이라는 말이 좋았다. 언젠가 크게 될 사람이라는 믿음은 나를 움직이기보다 오히려 멈추게 하기도 했다.
이번 주는 ‘아직 아무것도 아닌 나’라는 생각에서 한발 물러나 지원서를 쓰고, 먼저 연락하고, 영상을 올리고, 알바를 하며 그냥 세상의 한 참가자로 살아보는 실험을 했다.
From the publisher's f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