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야 할 때가 있다. 그
럴 때 우리는 부탁을 한다. 그래서 "먼 친척 보다는 가까운 이웃이
더 낫다", "이웃 사촌"이라는 말들이 생겼을 것이다.
누구든지 부탁을 한 번도 해 본 일이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
말일 것이다. 부모나 자녀, 친척이나 친구, 선후배, 또는 윗사람이
나 아랫사람에게 우리는 부탁을 하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그러나 부탁은 하기도 어렵고 거절하기도 어렵다. 무리한 부탁을
하면 남을 곤란하게 하고 거절을 잘 못하면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
이다. 어쨌든 마음 놓고 부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
한 일이다.나는 어제 가깝게 지내는 한국 친구를 만낫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번 설날에 부모님께 세배를 하러 가도 좋으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오래 전 부터 한국을 떠나기 전에 이곳의 설날 풍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 그러나 새해 첫날 남의집을 방문하는 것은 실례가
될 것 같아서 쉽게 부탁할 수가 없었다. 역시 그 친구는 두말않
고 내 말을 들어주었다. 나는 한국 사람과 똑같이 설 기분을 내고 싶어서
절하는 방법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친구는 윷놀이까지 가르쳐 주었다.
나는 요즈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라는 말을 잘못해서 "새해 복
많이 잡수십시오"라고 하지 않도록 열심히 인사말을 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