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언론인 대담 - Voice of 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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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언론인 대담 - Voice of America episodes

  • [여성 언론인 대담] "백신 허위 정보와 싸울 때" USA투데이 건강 전문기자, 캐런 와인스트럽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저는 오종수입니다. 
    최근 ‘델타(Delta)’를 비롯한 변이가 세계 곳곳에서 퍼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다시 확진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백신 접종률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아, 보건 당국이 우려하고 있는데요. 백신에 관한 허위 정보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게 접종률 정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문제를 집중 보도해온, 캐런 와인스트럽 USA투데이 건강 전문기자를 초대했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실까요? 
    와인스트럽) 네. 제 이름은 캐런 와인스트럽입니다. 미국 유일 전국 신문인 USA투데이에서 건강 전문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자) 건강 전문기자로서, 최근 쓰신 기사 중에 중요한 걸 하나 꼽아주시죠. 
    와인스트럽) 지난 18개월 동안은 코비드(COVID-19ㆍ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관한 기사를 주로 썼습니다. 그것보다 중요한 이야기가 (건강 관련 분야에서) 요즘엔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게 독자들이 진정으로 관심을 두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쓰는 기사마다 반응이 적극적으로 들어옵니다. 요즘 기자 생활이 참 즐거워요. 하하하. ‘부스터 샷(booster shot- 백신 접종 완료자 대상 추가 접종)’ 추진 계획을 빠르게 보도한 게 기억에 남네요. 그리고 온라인상에 돌아다니는 백신에 관한 정보가 사실인지 검증한 기사도 크게 관심을 모았습니다.  
    기자) 기자 생활하신 지는 얼마나 됐나요? 
    와인스트럽) 어디 보자…, 한 30년 됐나? 벌써 30년이 넘었네요. 1990년대 초반에 지역 언론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요. 얼마 전까지 동부 유력신문인 ‘보스턴 글로브’의 보건-과학 담당 에디터로 오래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초부터 USA투데이에서 건강 전문기자를 맡고 있는데요. 코비드(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막 터졌을 때, 관련 보도 비중이 늘어나면서 이쪽으로 온 겁니다. 대학에 출강도 하고 있는데요. 하버드대학교 평생교육원(Havard Extension School)에서 언론학을 가르치고 있어요. 또, 보스턴대학교에서 과학 보도(science journalism) 석사 과정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기자) 30여 년 전에 언론에 입문하신 계기는 뭔가요? 
    와인스트럽) 매일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는 직업이라 흥미를 느꼈습니다. 최근 상황만 봐도 그래요. 지금은 제가 언론계에서 코비드(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문가로 꼽히지만, 18개월 전에는 안 그랬죠. 코비드는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새롭게 접하는 사안이었으니까요. 말하자면, ‘끊임없는 배움’의 기회가 언론계에 있어요. 제가 먼저 배우고 익혀야, 독자들에게 잘 설명해드릴 수 있으니까요. 그 매력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있습니다. 하루하루 일하는 게 재미있어요.  
    기자) 미국 대다수 언론이 코로나 사태에 관해 와인스트럽 기자의 보도를 참고하거나 인용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데, 요즘 누구보다 바쁘실 것 같습니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돌아가나요?  
    와인스트럽) 그때그때 달라요. 그런데, 예측 불가능한 일정이라는 점은 매일 같습니다. 하하하. 지난주에는 아침에 일어나 씻기도 전에, 잠옷을 입은 채로 기사를 쓰기 시작한 적이 있어요. 그만큼 긴급한 사안이었는데요. 예전에는 신문에 마감 시간이 있어서 여유가 좀 있었지만, 지금은 안 그래요. 온라인에도 기사를 띄우기 때문에, 일분일초라도 빨리 쓰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속보가 있는 날이 아니라면, 보통은 오전 7시 30분쯤 뉴스를 파악하는 작업을 시작해요. 그리고는 퇴근 시간 없이 일합니다. 저녁 먹고 밤까지 업무가 이어집니다.  
    기자) 왜 그렇게 늦게까지 일해야 하나요? 
    와인스트럽) 취재원들에게 전화나 이메일을 보내놓으면, 답변을 듣는 시간이 대중없으니까요. 그래서 기사 하나를 마무리하는 시각이 보통 밤 9시나 10시 정도 돼요. 이젠 저도 나이가 있어서, 어떨 땐 육체적ㆍ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저희(기자)들이 노력하는 만큼 독자들과 미국 사회의 대중이 좋은 정보를 받아보시기 때문에, 그걸 보람으로 여기고 일하고 있습니다.  
    기자) 30여 년간 써오신 기사 중에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하나 꼽아주실 수 있나요? 
    와인스트럽) 사실 하나만 꼽기가 좀 어렵네요. 쓰면서 즐겁고, 반응도 흡족했던 기사가 많거든요. 저는 인터뷰 기사를 좋아하는데요. 과학ㆍ보건 계의 지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통찰력을 배울 기회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 그런 인터뷰 기사들은 신문에 실은 뒤에 딱딱한 활자 느낌이 덜 해요. 사람을 만나는 거라서, 독자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최근에 ‘부스터 샷’ 추진 기사를 쓸 때, 스탠퍼드대학교 소속 그레이스 리 박사(한인 여성 소아 감염병 전문의)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요. “추가 접종을 하면 도움이 된다는 자료가 많다”고 확인해줬습니다. 제가 확인한 자료와 증거들도 마찬가지였거든요. 그래서 자신 있게 관련 사항들을 보도했습니다.  
    기자) 그동안 건강 문제와 보건ㆍ 과학 분야에서 수많은 주제를 다뤄오셨는데, 만일 태어나기 전,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하나 취재할 수 있다면 어떤 걸 하고 싶은가요? 
    와인스트럽) 음…, 아마도 ‘빅뱅(Big Bangㆍ우주 기원에 관한 대폭발 이론)’이 아닐까 싶어요. 빅뱅 이후에 우리 모두가 존재하고 있는 거니까요. 과학 보도 분야에서 그것보다 더 큰 주제는 없을 겁니다. 제가 빅뱅을 실제로 볼 수는 기회가 생긴다면, 원리와 과정, 영향 등을 심층 분석해서 독자들에게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기자) 이렇게 언론계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기까지, 여성이라서 감당해야 했던 어려움은 없었나요? 
    와인스트럽) 언론계는 저뿐 아니라 모든 여성이 어려움을 겪는 곳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근무 시간이 대중없기 때문에 특히 그래요. 젊은 엄마들의 경우 엄마 역할을 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지금은 아이들이 장성해서 제 곁을 떠났지만, 젊었을 땐 육아와 기자 업무를 병행하기가 버거웠어요.  
    기자) 그래도 젊은 여성들에게 언론계 입문을 권유하시겠습니까? 
    와인스트럽) 네.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라’고 젊은 여성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현실적인 어려움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극복할 의지가 생기고 방법도 뒤따라옵니다. 언론계 입문 후 자식을 키울 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일에서는 한 번도 권태를 느낀 적이 없어요. 그만큼 흥미롭고 도전적인 분야입니다. 그래서 젊은 여성들이 언론계에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출산 휴가나 육아 휴직 등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으니까, 현실적인 조건도 나아졌어요.  
    기자) 이제 ‘언론 자유’ 이야기를 해보죠. 미국 사회의 언론 자유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와인스트럽) 음…, 한 7점 정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는 그것보다 높은 점수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좀 낮아졌다고 봐요. 언론인들을 향한 적대 행위가 눈에 띄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정치인들이 언론에 불만이 있더라도, 대놓고 표현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공개된 장소에서 공개된 발언으로 특정 매체나 언론인들을 공격하는 경우를 우리 모두가 봤잖아요.  
    기자) 언론을 향해 비판 발언을 하는 것도 정치인의 자유 아닐까요? 
    와인스트럽) 물론, 그런 행위가 물리적인 언론 탄압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정부가 기자들을 잡아 가두고, 언론 활동을 옥죄는 곳들도 있으니까요. 그것과는 분명 다르죠. 하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이 특정 매체나 언론인을 공격하면 그 자체가 문제입니다. 권력자의 발언에는 그만큼의 무게가 실리니까요. 그런 발언은 해당 매체의 보도 활동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칩니다. 그럼 이미 자유가 침해된 거예요. 따라서 언론은 소신껏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보호해주고, 잘못된 기사나 보도가 있다면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맞습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권력자들이 언론을 직접 공격하는 선을 넘었어요. 허위 정보로 언론에 맞서고 있습니다.  
    기자) 권력자들이 허위 정보를 내세워 언론에 맞서는 것, 어떤 예를 들 수 있습니까? 
    와인스트럽) 누구라고 특정하진 않겠습니다만, 유력 의원 가운데 ‘반(코로나) 백신’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백신의 효능이 없다거나, 정부가 대중을 조종하고 있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합니다. 주요 매체가 백신에 효용성에 관해 보도한 내용을 인터넷 사회연결망에 띄운 뒤 ‘가짜 뉴스’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백신의 부작용 사례를 부풀려서 강조합니다. 물론 백신에 부작용이 있지요. 부작용 없는 의약품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부작용보다 대중의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당국이 긴급 사용 승인을 한 겁니다. 그런데도 대중의 이익에 반하는 발언을 이어가는 정치인이 있어요. 보수 진영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거로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런 발언과 정치 행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기자로서 백신에 관한 진실을 알리는 기사를 쓸 때, 해당 정치인의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이 쏟아집니다. 그러면 ‘기자 생활 참 힘들다’ 싶어요. 그렇게 힘들더라도, 저를 비롯한 언론인들이 이런 상황과 싸워야 할 시점입니다.  
    기자)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와인스트럽) ‘양성평등’에 관해서는, 세계 모든 곳에서 정도는 다르지만, 아직 발전시켜나갈 여지가 많습니다. 그리고 ‘언론 자유’를 말씀드리면, 저는 미국에서 언론 활동을 하는 게 참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제한 없는 환경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걸 상상할 수 없는 곳도 지구상에 있으니까요. ‘언론 자유’ 없는 민주주의는 있을 수 없습니다. 아까 권력자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권력을 잠시 위임하는 체계입니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니까요. 그런데 위임받은 권력을 잘못 사용할 경우, 그걸 비판하고 바로 잡는 역할을 언론이 합니다. 따라서, 언론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사회는 민주주의 실현 정도도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캐런 와인스트럽 USA투데이 건강 전문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13 min
  • [여성 언론인 대담] "여성 분장 시간 줄일 수 없을까요?" 정치평론가 제스 매킨토시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저는 오종수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선진국에는 정치와 언론계를 오가며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한때 기자였다가 유능한 정치인이 되거나, 반대로 정계를 떠난 뒤 언론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여성 중에서 그 대표적인 인물을 오늘 초대했습니다. 
    민주당 수석 전략가로서 2016년 대통령 선거를 총괄 지휘했다가, 이후 5년째 정치 평론가와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 중인 제스 매킨토시 기자입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실까요?
    매킨토시) 물론이죠! 제 이름은 제스 매킨토시입니다. 원래는 정치 분석가였는데요. 지금은 언론인으로 활동 중입니다. 앞서 현실 정치에 몸담은 게 한 15년은 넘은 것 같습니다. 민주당 소속으로, 크고 작은 선거를 책임지고 지휘했는데요. 작게는 뉴욕시의 맨해튼 구청장 선거 대책위원장을 맡았었고요. 크게는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수석 공보국장으로 일했습니다. 
    기자)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패했죠?
    매킨토시) 네. 아주 중요한 선거였는데, 허무하게 졌습니다. 이길 줄 알았던 선거를 지고 나서, 생각이 깊어졌어요. 정치권 안에서 한계를 느끼고,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과정(storytelling)에 집중해야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당시 선거가 비방전으로 흐르면서, 준비했던 정책과 국가 운영 비전 등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게 패인 가운데 하나라는 결론을 내렸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언론에 입문한 겁니다. 지난 5년간 언론인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벌였는데요. 공영 방송인 C-SPAN과 뉴스 전문 채널 CNN 등에 정치 평론가로 출연하는 중입니다. 오랫동안 정치계에서 쌓아온 인맥을 통해, 직접 취재한 현장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기자) 진행을 맡고 계신 정치ㆍ시사 프로그램도 있잖아요. ‘시그널 부스트(Signal Boost) 쇼’라고, 위성 라디오와 팟캐스트(인터넷 방송) 분야에서 청취율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죠?
    매킨토시) 네. ‘시리우스XM(위성 라디오)’에서 그 쇼를 진행한 지 3년째인데요, 반응이 좋아서 감사합니다. 아침 출근 시간대에 차 안에서 방송을 듣는 분들에게, 전날 하루 동안 일어난 정치, 시사, 사회 각 분야의 이야기들을 풀어드리는 시간인데요. 청취율 순위표 위쪽에 자리하는 것은 순전히 청취자분들의 성원 덕택입니다. 특히 위성 라디오는 미국 전역에 닿기 때문에 청취율 상위권에 있는 의미가 더 큽니다. 
    기자) 그 프로그램을 못 들어보신 분들을 위해, 최근 다룬 내용 중에 중요한  걸 하나 꼽아주시죠.
    매킨토시) 음, 최근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인프라 스트럭쳐(infrastructureㆍ사회 기반시설) 투자 계획이 왜 쉽사리 성사가 안 되는지, 의회 내 분위기를 청취자들께 전해드렸고요. 바이든 대통령이 도쿄 올림픽에 불참하는 결정이 나온 과정도 설명했습니다. 부인 질 박사가 대신 일본을 방문하죠. 저희 프로그램은 ‘정치’와 ‘문화’가 만나는 교차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문화’라고 하면 특정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포괄하는 개념이에요. 그러니까 정치를 기반으로, 더 큰 세상을 보는 거죠. 그러니까 방송 소재가 매우 다양합니다. 특히 저희 쇼가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주제는 ‘페미니즘(feminismㆍ여성 권리 신장 운동)’입니다. 
    기자) ‘페미니즘’은 아침 프로그램 주제로 좀 무거운 것 같은데, 그런 이야기를 듣기 원하는 청취자들이 그렇게 많습니까?
    매킨토시) 네, 많아요. ’페미니즘’ 하나만 놓고 아침 프로그램을 할 수 있냐고 물으시면, ‘그렇지 않다’고 답변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좀 전에 말씀드린 대로, 정치와 문화 등 대중적인 소재에 더해, 페미니즘을 다루는 거예요. 페미니즘이 그만큼 미국 사회에서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와 공동 진행을 맡고 있는 절리나 맥스웰(Zerlina Maxwell) 씨는 유명한 정치 전문 기자입니다. 이렇게 여성 두 사람이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을 맡고 있는 것도 흔치 않습니다. 
    기자) 정치에 몸담았다가 언론인으로 변신한 계기에 관해,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과정(storytelling)에 집중해야겠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앞서 말씀하셨잖아요. 그 한 가지 만으로, 15년 머물렀던 정계를 쉽게 떠날 수 있었나요? 주요 정당에서 수석 전략가를 맡은 게 여성으로서 드문 일이었잖아요?
    매킨토시) 하아…, 솔직히 말씀드리면, (2016년 대선 패배 이후) 빡빡한 정계 활동이 좀 버겁게 느껴진 측면도 있어요. 좋게 말하면, 정치권에 있는 동안 ‘한 번도 지루한 적이 없었다’고나 할까요? 하하하. 미국 정치 안에 들어가 보면, 하루하루가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놀이기구인)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아요. 진짜로, 하루라도 그런 느낌을 받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정치라는 게 사실, 상대방보다 더 주목받아야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잖아요. 그러려면 더 참신한 전략과 메시지를 매일 매일 개발해내야 하는데, 그런 생활에 조금 지쳤습니다. 반면에, 언론으로 옮긴 뒤에는 다양한 사회 현안을 다루면서도, 눈에 더 띄어야 한다거나, 상대 정당과 진영을 압도해야 한다는, 그런 압박감이 좀 덜한 상태예요. 그래서 차분하게 이야기들을 다룰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합니다. 
    기자) 언론인이 되신 뒤 다룬 현안 가운데,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건 뭡니까?
    매킨토시)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음…, ‘네이럴(NARAL)’의 활동을 심층 취재해서 저희 아침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네이럴은 임신 중절 권리 신장을 주장하는, 여성을 위한 진보 단체인데요. 이 단체 관계자들을 인터뷰하고, 시위 현장 생중계 등을 진행했습니다. 보수 진영에서는 ‘태아의 생명권’을 주장하면서 중절을 금지하자고 하는데, 거기에 맞서, 여성의 권리도 중요하다고 진보 진영에서는 믿거든요. 저희 쇼(시그널 부스터) 6회 차에 관련 사안을 처음 다뤘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기자) 정치권 15년과 언론계 5년, 도합 20년 동안 전문가로 활동하시면서, 여성이라서 감당해야 했던 어려움은 없었나요?
    매킨토시) 아유, 물론 어려웠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많지만 하나만 예를 들어볼게요. 텔레비전에 평론가로 출연하러 가면, 스튜디오로 향하기에 앞서 최소 40분을 분장실에 앉아있어야 합니다. 제가 고정 출연하고 있는 C-SPAN과 CNN, 그리고 (진보 매체인) MSNBC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부정기적으로 나가고 있는 (보수 매체) 폭스뉴스도 같아요. 머리를 예쁘게 단장해야 하고, 눈썹을 다듬습니다. 두꺼운 화장은 기본이고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카메라 앞에 서기 전에 해야 할 작업이 추가되는 겁니다. 
    기자) 남성 출연자도 기본적인 분장을 하는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매킨토시) 맞아요. 남성 출연자들도 분장을 합니다. 그런데, 여성들보다 훨씬 간단해요. 신속히 얼굴 윤곽을 정리해주고, 차림새를 점검한 뒤 스튜디오로 직행합니다. 불과 한 5분에서 10분 정도 걸려요. 여성 출연자보다 30분 이상 시간을 버는 겁니다. 
    기자) 분장 시간의 성별 차이가 그렇게 의미 있는 사안인가요?
    매킨토시) 물론이죠.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요, 프로그램 준비 과정에서 여성 출연자가 배제되는 겁니다. 제가 분장을 마치고 스튜디오에 가보면, 남성 출연자들끼리 이미 방송에 앞서, 주제에 관한 의견 교환을 마무리하고 있어요. 여성인 저는 그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러면 여성 출연자는 깊이 있는 발언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나름대로 취재를 많이 하고 프로그램에 임하더라도, 그날 맥락에 맞지 않는 말을 하면, 방송은 실패로 돌아가니까요.
    기자) 결론은 여성 출연자들의 분장 시간을 좀 줄이자, 이렇게 정리해도 될까요?
    매킨토시) 네. 여성 출연자가 분장실에 앉아있는 40분이 결국, 프로그램 참가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된다면 그게 무슨 이로움이 있을까요? 누구도 그걸 바라지 않을 겁니다. 시청자들께서 보도 프로그램을 보실 때, 기자와 평론가가 ‘얼마나 예쁜지’를 평가하시나요? 아니잖아요. ‘얼마나 깊이 있는 보도를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통찰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지’ 이런 걸 보시는 겁니다. 남녀 출연자의 분장 시간 차이가 언뜻 작은 일 같지만, 언론계 ‘양성평등’ 구현에 중요한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여성 출연자 분장 시간을 줄여서, 남성과 동등하게 프로그램을 준비하게 해줄 수 없을까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방송국들의 결단에 달린 문제예요. 
    기자) 방송사 내부의 문제점을 지적해주셨는데, 취재 현장에서는 양성 간에 그런 차이가 없습니까?
    매킨토시) 있죠. 비슷한 사례가 많습니다. 법원을 취재할 때 겪은 일인데요. 한 판사가 저를 만날 때마다 외모 평가를 했어요. 심지어 그날 입은 옷이 제 몸매에 잘 맞는지까지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판사라서 법을 잘 아는 분이라, 성희롱 관련 법규에 걸리지 않을 수준으로만 발언했어요. 제 입장에선 아주 정교한 여성 차별로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자) 그동안 정치와 언론계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좋았던 일과 나빴던 일을 하나씩 꼽으면 뭡니까?
    매킨토시) 가장 나빴던 일부터 말씀드릴게요. 두말할 필요 없이, 민주당 당직자 시절 맞았던 2016년 대선 패배입니다. 개표 윤곽이 드러날 시점에 저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함께 있었는데, 그 눈빛을 아직도 있을 수가 없어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깊은 실망감이 담겨있었죠. 그런 심정은 후보와 저를 비롯한 보좌진 모두가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장 좋았던 일은 언론에 몸담은 뒤에 일어났습니다. 최근 여성들이 정 관계 고위직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현상이에요. 제가 라디오와 다양한 매체를 통해 ‘페미니즘’을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있는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 더 좋아질 거예요. 
    기자) 이제 ‘언론 자유’ 이야기를 해보죠. 미국 사회의 언론 자유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매킨토시) 음, 우리(미국)의 언론 자유는 ‘아주 좋은(pretty good)’ 상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great)’ 수준까지는 못 미치더라도요. 최소한, 권력이 두려워서 할 말을 못 하는 ‘자기검열(self interrogation)’은 우리에게 없습니다. 언론인이 보도 내용 때문에 감옥에 가거나, 처벌을 받는 일을 미국인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잖아요. 세계 곳곳에서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도요. 이렇게 여러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봤을 때, 미국의 언론 자유는 월등합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건국 당시부터, ‘언론 자유’가 민주주의의 기초라는 점을 인식하고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언론 자유 보장을 헌법(수정헌법 1조)에 명시했고, 지금도 지켜나가고 있는 겁니다. 오히려 자유가 지나친 면도 보여요. 일방적인 진영 논리를 설파하는 매체들까지 활동하고 있으니까요.
    기자) 일방적인 진영 논리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매킨토시) 최근의 예를 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에 관한 음모론을 여과 없이 방송한 매체가 있습니다. 보수 진영 평론가를 출연 시켜, 백신의 효능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그대로 내보냈는데요. 그 평론가는 정치 전문가일지는 몰라도, 보건이나 의학 분야에 지식은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특정 정파에 관한 우호 여론 또는 비판 여론을 한쪽으로 몰아가려는 방송이었는데요. 근거가 있는 비판이었다면 ‘언론 자유’ 범주 안에서 보호해줘야 하지만, 밑도 끝도 없고 무책임한 보도에 관해서는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나친 자유가 건강한 여론 형성에 해를 끼칠 수 있으니까요. 
    기자) 여성으로서 정계와 언론계에서 모두 성공적인 경력을 일궈오셨는데, 앞으로 계획은 뭡니까?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 거라고 기대하세요?
    매킨토시) 아이고, 저희 어머니께서 자주 물으시는 질문을 하시네요. 하하하. 몇 년이 흘러도 지금과 변함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언론 활동을 통해 미국 사회의 진보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특히 양성평등 문제에 초점을 맞춘 보도와 비평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기자)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매킨토시) ‘언론 자유’란, 우리(언론인들)가 보고 있는 것들에 솔직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어난 현상 그대로, 보태거나 빼는 일 없이, 비틀거나 한쪽으로 기울이는 노력 없이 대중에게 전달하는 겁니다. 언론인들에게 이런 ‘솔직함’을 보호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권력을 가진) 지도자들이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양성평등’이라고 하면, 흔히들 여성 문제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닙니다. 남성들도 문제의 영향을 받거든요. 남성 중심 사회에서는 남성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이 쏠리고, 부당한 책임을 추궁합니다. 예컨대, 남성은 감정 표현을 절제해야 한다든가, 남성은 실패하면 안 된다는가, 이런 관념이 형성돼 있습니다. 그건 옳지 않습니다. 여성과 남성은 동일한 인격체이고, 동일한 자유를 누리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제스 매킨토시 정치 평론가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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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언론인 대담] "여성 방송인 연령 차별 없애야" TV 앵커 비비안 리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저는 오종수입니다. 뉴욕의 대표적인 방송사가 여성 언론인들을 차별 대우했다는 논란에 관한 소송이 지난해 미국 언론계 전체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40대에서 60대까지 여성 앵커들을 카메라 앞에 서지 못하게 한다는 이야기였는데요. 소송 당사자들은 방송사 측과 합의한 뒤 이제 새로운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중의 한 명이 한인 이민 2세 유명 방송인, 비비안 리 앵커인데요. 직접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실까요?
    리) 네. 제 이름은 비비안 리(Vivian Lee)입니다. 뉴욕 시민이고요. 여기 산 지 20년 정도 됐네요. 뉴욕에 오게 된 계기는 지역 방송사인 WNBC 기자가 되면서였습니다. 얼마 있다가 ‘뉴욕원(NY1)’ 방송으로 옮겼고요. 거기서 주말 뉴스 앵커로 오래 활동했습니다. 현재는 다양한 매체에 출연하고 기고하면서, 독립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텔레비전 방송에 몸담은 기간은 전체적으로 25년이 넘습니다.  
    기자) 작년에 큰 소송을 겪으셨잖아요. 성차별과 연령 차별에 관한 사건이었습니다. 해당 방송국 측에 연락해 입장을 들어본 결과, 회사 이름은 저희가 거론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당사자들에게 정말 많은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어떠셨어요?
    리) 음…, 소송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텔레비전 뉴스 업계의 연령차별(ageism)에 대해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런 차별이 여성을 표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성이 방송 화면에 어떻게 비쳐야 하는지에 대한 통념들이 있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젊음, 미모, 이런 것들입니다. 그런 것들에만 여성 언론인의 가치가 맞춰져 있어요. 남성들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기준입니다.
    기자) 여성을 능력이 아니라, 젊음과 미모의 잣대로 판단하는 일이 미국 텔레비전 뉴스 업계에 만연해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리) 제가 스무 살 이래 근무한 모든 방송국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제가 캐나다 태생인데요. 캐나다에서 일하던 방송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이 든 남성은 계속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나이를 (경륜으로써)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거예요. 하지만 여성은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seasonal) 방송에 투입되거나, 신선한(fresh) 이미지를 보여주도록 언제나 요구받습니다. 
    기자) 시청자 입장에서, 그런 사실을 어떻게 판별할 수 있나요?
    리) 전형적인 텔레비전 뉴스 화면을 생각해보세요. 남성 앵커는 흰머리를 자신 있게 드러냅니다. 그런데 그 옆에는 앉은 여성 앵커는 언제나 젊은 사람이에요. 게다가 두껍게 화장을 하고 미모를 과시합니다. 대다수 방송 뉴스 화면에서 이런 장면을 크게 벗어나지 않잖아요. 그런 그림을 강요받는 겁니다. 그리고 남성 앵커는 몇 년이 지나도 그 자리를 지키면서 시청자들과 만납니다. 하지만, 옆에 앉은 여성 앵커는 주기적으로 바뀌어요. 
    기자) 화면에 남성과 여성을 배치하는 기준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리) 그렇습니다. 저는 (1970년대 생으로) 1980년대에 성장기를 거쳤는데요. 성별과 나이, 인종에 관한 차별을 금지한 미국의 민권운동 관련 교육을 철저하게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 성별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차별받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이미 인종 간 평등과 양성평등에 관한 싸움은 끝났다고 믿었습니다. 실제로 방송 활동을 시작한 뒤에도 ‘와아, 뉴스룸에 여성이 참 많구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언론계가 평등하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나이 들어 ‘더 이상 젊은 여성이 아닌’ 입장이 되고 보니, 사정이 달라졌어요.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연령 차별이 와 닿았습니다. 그런데 이건 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당장 구글링(인터넷 검색)을 해보세요. 언론계 전반에서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연령 차별 소송 사례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방송이든 인쇄 매체든, 혹은 정치ㆍ경제든 스포츠든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아요. 
    기자)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도 있습니다.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가 143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편집국장을 발탁했잖아요. AP통신에서 일하던 샐리 버즈비 신임 국장이 취임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리) 훌륭한 발전입니다. 하지만 더 많은 여성 편집ㆍ보도 책임자들이 나와야 해요. ABC 방송도 얼마 전, 여성(킴벌리 갓윈)을 보도 부문 사장에 임명했잖아요. 미국 언론계 양성평등에 커다란 걸음을 내디딘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슬픈 현실이기도 해요. 지금이 2021년 아닙니까? 20세기가 아닌 21세기란 말입니다. 2021년 오늘날, 단지 여성 몇 명이 고위직에 올랐다고 주목받는 일은 역설적으로 아직 양성평등이 멀었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기자) 리 앵커 본인의 이야기로 돌아가죠. 25년 전에, 언론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뭔가요?
    리) 음…, 25년 경력보다 훨씬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초등학교 때였는데요. 어떤 정보를 연구하고 조사해서 지식을 확립한 뒤, 그걸 발표하는 수업이 있었어요. 그게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딱 기자들이 하는 일이 그거잖아요. 정보를 실체화해서,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일이요. 그래서 언론인이 된 뒤에도 주변 사람들한테 이렇게 말하곤 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받으니, 난 정말 행운아야’라고요. 
    기자) 그렇게 좋아하는 기자 일을 하면서 ‘최고의 순간’은 뭐였나요?
    리) 탐사 보도 한 건이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그 보도 때문에 뉴욕 시청의 주거 정책을 크게 바꾸게 됐는데요. SRO(Single Room Occupancy: 공동주택 입주자가 방은 각각 따로 쓰면서, 주방과 욕실 등을 공유하는 형태)라는 뉴욕의 독특한 주거 방식이 있습니다. 뉴욕은 워낙 땅값도 비싸고 인구 집중도가 높아서, 그런 게 많은데요. 그런데, 그곳에 사시는 분들은 형편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임대인으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는 일이 잦았습니다. 많은 정치인이 그런 현실을 알고 있었지만, 정책을 개선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제가 그런 문제들을 집중 취재해서 보도한 뒤, 관련 피해가 크게 줄었습니다. 
    기자) 아까 잠깐 이야기 나왔습니다만, 캐나다에서 태어나셨죠? 그런데 한인 가정 출신이십니다. 그리고 뉴욕에서 일하는 동안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신 걸로 압니다. 말하자면 ‘한국-캐나다계 미국인’이시잖아요. 이렇게 세 나라에 걸쳐있는 정체성을 본인은 어떻게 규정하십니까?
    리) 하하하! 그게 참 재밌는 게요, 만일 그런 질문을 한 30년 전에 받았다면, 그러니까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였다면, 답하기 참 어려웠을 거예요. 그때는 제 정체성 때문에 혼란스러웠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확실해요. 저는 한가지 구성 요소(ingredient)로 만들어진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케이크를 한번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케이크를 입에 베어 물고, 구성 요소를 일일이 따집니까? ‘아, 이 케이크에는 밀가루 몇 숟갈, 크림 몇 그램, 설탕 얼만큼이 들어있겠다’ 이렇게 생각하나요? 아니잖아요. 케이크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전체적인 맛을 음미하는 겁니다. 저라는 인간도 마찬가지예요. 구성 요소가 여러 개일지라도, 온전한 인격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겁니다. 
    기자) 미국인이다, 한국인이다, 혹은 캐나다인이다, 이런 것으로 규정할 게 아니라, 사람 자체를 봐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하겠습니다. 그런데, 미국으로 건너와서 시민권까지 취득하신 계기는 뭔가요?
    리) 캐나다는 경제, 사회, 문화, 군사를 비롯한 여러 가지 면에서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언론 보도에도 미국 뉴스가 항상 비중 있게 나와요. 그래서 캐나다 사람 누구나 미국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저는 언론인이었기 때문에 자연히 더 미국 사회가 궁금했습니다. 젊은 시절 제가 보기에 미국은 캐나다보다 ‘더 크고, 더 꽉 찬’ 사회였어요. 그리고 세계적인 위상도 캐나다보다 미국이 훨씬 높았죠. 국제 사회 주요 의제를 선도하는 나라니까요. 그래서, 언론인으로서 미국에 직접 들어와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계속 살 생각이 없었어요. 몇 년만 머물 생각이었는데, 뉴욕에 정이 들고, 시청자들께서 저를 사랑해주시면서 떠나지 못했어요. 하하하. 무엇보다 뉴욕에 살면서 저와 아이들을 비롯한 가족 모두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인이 된 거예요. 
    기자) 한인 사회를 위한 활동도 열심히 하고 계시잖아요? 뉴욕 일대 한인 단체 행사에도 관여하시고, 젊은 세대를 위한 강연도 하시고요. 
    리) 네. 제가 한국계라는 점에 감사합니다. 저희 부모님께서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주하는 큰 결단을 실천하신 것처럼, 저는 그 핏줄을 이어받고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거예요. 부모님께서 삶에 큰 변화를 겪는 과정을 성장 기간 내내 지켜봐 왔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익숙한 환경을 떠나, 다른 곳에 정착하면 어떤 긍정적 변화가 있는지, 또는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과 같은 언어(한국어)를 쓰고, 같은 문화적 배경을 가진 미국 내 한인들에게 제 경험을 공유하고, 도와드릴 수 있는 점이 있으면 도와드리고 있는 거예요. 
    기자) 그렇게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게 언론인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장점입니까, 단점입니까?
    리) 아, 분명히 도움이 되죠. 특히 뉴욕은 미국 최대 도시이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들이 어울려 사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정말 복잡하고 난해한 뉴스를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취재하고 보도하는 데 제 출신 배경이 큰 장점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 못 보는 것을 저 같은 사람이 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민 가정 구성원들은 주류 언론이 인터뷰를 시도하면 꺼리는 경향이 있어요. 언어 장벽 때문인데요. 영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알더라도,  발음이 어색하거나 하면 자신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지 의심하는 심정이 있거든요. 
    기자) 그런 경우가 많습니까?
    리) 네. (이민자 출신) 시민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죄송합니다. 제 영어가 짧아서요.’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그럼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아녜요,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제가 잘 이해합니다. 보도에 정확히 반영할 테니 걱정 마시고 말씀해주세요’라고요. ‘악센트(외국어 억양)는 염려하지 마세요’라고 안심 시켜 드립니다. 그러면 한결 표정이 밝아지면서 편하게 말씀해주십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언론인으로서, 그럴 때 참 보람이 커요. 
    기자) 이제 ‘언론 자유’ 이야기를 해보죠. 미국 사회의 언론 자유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리) 음…, 제가 ‘언론 자유’에 전반적으로 점수를 매길 만한 위치에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 경험 안에서만 말씀드리면요. 뉴욕처럼 복잡한 지역 사회에서는 매체들이 내세우는 ‘언론 자유’와 ‘공공의 이익’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어떤 경우냐 하면요. 예를 들어, 어떤 인물에 관한 큰 뉴스가 터졌어요. 방송과 신문에서 수많은 기자가 그 사람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기자들이 공유지인 보행로 위에 서서, 사유지인 주택을 촬영한다고 칩시다. 그럼, 기자들은 공유지에서 ‘언론 자유’에 따른 권리를 수행하지만, 촬영 대상 인물은 사유지인 집에서 사생활을 침해받는 겁니다. 언론이 자유를 내세워 시민의 자유를 침범하는 거예요. 그 정도로 자유가 만개해있습니다. 시청자들께서 쉽게 인식 못 하는 사항이지만, 한번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기자) 얼마 전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 탄핵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언론이 관저 앞에 몰려가서 망원렌즈로 촬영했던 걸 기억합니다. 
    리) 네, 아무튼 미국의 언론 자유는 공적인 영역에서는 제한이 없는 수준입니다. 제가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이나 (북한의) 평양, (이라크의) 바그다드에서 취재 활동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언론 자유도가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비교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현장에서 활동한 경험에 비춰 볼 때, 미국의 언론 자유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한계 없이 강력(robust)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기자) 비비안 리 앵커처럼 되고 싶은 젊은 여성 언론인 지망생들에게 딱 한 가지 조언을 하신다면, 뭐가 될까요?
    리) 아, 그거 좋은 질문이네요. ‘미래에 시선을 맞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절대로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당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일에 만족하면 발전이 없습니다. 길게 봐야 해요. 누구나 나이가 들기 때문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나이가 드는 데 뒤따르는 부담은 여성 쪽이 훨씬 큰 게 현실이에요. 하나 덧붙이자면, 이런 현실을 바꿀 필요성에도 눈을 떠야 합니다. ‘여자니까 이 정도면 됐지’하고 거기서 멈추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양성평등을 향한 변화는 저절로 찾아오지 않습니다. 여성 각자가 경각심을 갖고 실력을 키우면서, 목소리를 내야 발전하는 겁니다. 
    기자)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리) 우선, ‘여성미디어센터(Women’s Media Center-WMC)’라는 국제적 단체가 있습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나라마다 다른 ‘언론 자유’ 현황을 증진하는 작업이에요. 여성의 시각에서 활동합니다. 이런 단체들이 더 많은 곳에 들어가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두 나라에서만 살아봤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요. 그런데,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모든 자유와 평등이 그냥 찾아온 것은 아닙니다. 부자유를 발견하고 불평등을 찾아낸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인 결과가 사회의 진보로 이어진 겁니다. 시위를 하고 행진을 하면서, 문제점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런 것들이 공동체의 공감을 얻으면 되면 변화가 생겼던 것이고요. 그러니까, 세계 어디서나 먼저 해야 할 일은 ‘목소리를 높이는 일’입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비비안 리 앵커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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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언론인 대담] "대통령과 말다툼, 언론 자유 증거" 의회 전문기자 올리비아 비버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저는 오종수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출범 초기 주요 의제들이 이제 의회의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 사업인 ‘미국일자리계획(American Jobs Plan)’, 복지 투자 사업인 ‘미국가족계획(American Family Plan)’, 그리고 선거 개혁법안인 ‘국민을 위한 법안(For the People  Act)’을 의회가 다루고 있는데요. 민주-공화 양당의 협상을 통해 언제 어떻게 실현될지, 아니면 좌절될지 관심이 높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의회 전문 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소속 올리비아 비버스 기자를 초대했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시겠어요?
    비버스) 물론이죠! 제 이름은 올리비아 비버스입니다. ‘폴리티코(Politico)’에서 의회를 출입하고 있고요. 상ㆍ하원에서 나오는 뉴스들을 전반적으로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폴리티코에 온 지는 얼마 안 돼요. 올해 1월에 합류했고요. 그 전에는 의회 전문 매체 ‘더힐(The Hill)’에서 일했습니다. 그보다 전에는 뉴스 전문 방송 CNN에서 근무했습니다. 
    기자) 그렇게 여러 매체를 거치면서 의회 전문기자로 유명한데, 저희 청취자분들을 위해 최근 보도 중에 중요한 것을 하나 꼽아주시죠.
    비버스) 두 개를 꼽으면 안 될까요? 하하하. 제가 볼 때 중요한 게 많아서요. 하나는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까지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 사태입니다. 우크라이나와의 밀착(에 관한 의혹)을 다루는 사안이었죠. 탄핵안을 의회에서 논의한 게 1990년대 말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처음이었으니까, 실로 오랜만이었고, 중대한 사안이었습니다. 그래서 언론사들이 모여 특별취재단을 구성했어요. 그때 제가 언론사 간 합의를 통해, 단장(lead impeachment reporter)을 맡았습니다. 특별취재단이 작성한 기사가 주요 매체를 통해 미국과 세계에 전달됐으니, 제 경력에서 큰 성취 가운데 하나였어요.
    기자) 두 가지 중에, 다른 한 가지 중요한 기사는 뭔가요?
    비버스) 두 번째는 지난 1월 6일 의사당 내부에서 벌어진 일을 취재한 겁니다. 의사당 습격 사건이요. 미국 헌정 역사상 초유의 일이었습니다.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해 폭력 행위를 하고, 대선 인증 절차를 멈추게 했어요. 당시 많은 매체는 안전을 우려해, 현장 취재를 자제했습니다. 기자들이 외부에서 상황을 관찰하면서 보도하는 쪽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의사당 안에서 의원들과 함께 머물면서 생생한 보도를 했습니다. 그 공격이 어떻게 시작됐고, 어떻게 의원들이 대피했으며, 어떻게 질서를 회복했는지 상세한 과정을 다음 날(1월 7일) 보도했는데, 여러 매체에서 받아 썼습니다. 
    기자) 당시 사건 발생 소식을 듣고 본회의장 내부에 있던 하원의원 몇 명과 통화를 했는데, 매우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의원들을 죽이라’고 외치는 소리도 들었다고 해요. 현장에서 그런 일을 직접 겪으면서 무섭진 않았습니까?
    비버스) 무섭지 않았냐고요? 물론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고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회의장 안쪽까지 총성이 울리고 있었어요. 저는 그 안에서 손발이 덜덜 떨렸습니다. 기자로서 ‘이 자리를 지키고, 일어나는 사실들을 독자들에게 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는 있는데, 몸이 말을 듣질 않았어요. 제 몸은 자꾸만 현장을 벗어나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머리와 몸이 따로 놀았던 거죠. 그러다 보니, 기사 작성은 뒷전이고 ‘내가 지금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있나’ 계산하기에 바쁜 저 자신을 발견했어요. 
    기자) 결국 현장에 남아 기사를 쓰셨으니까, 개인의 안전보다 기자로서의 사명을 지키기로 한 거군요?
    비버스) 네. ‘내가 여기서 크게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어요. 정말 두려웠습니다. 그동안 기자 경력에서 그런 적이 없거든요. 제가 무슨 종군 기자도 아닌데, 미국에서 취재 활동 중에 그런 상황을 맞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 못 했어요. 그것도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사당이 폭력에 위협받게 되다니…, 엄청난 충격이었죠. 하지만 현장에 남아 제대로 된 기사를 쓰면, 언론계 전체에도 의미 있는 일이고, 미국 역사에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스스로 다그쳤습니다. 당시 현장에 취재진이 많이 없던 상황이라, 더욱 그런 책임이 컸어요. 지금 돌아보면, 그날 의사당에 남아 끝까지 취재하기로 결정한 그 판단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기자) 그렇게 특별한 날이 아닌 경우, 의회 출입 기자의 일과는 어떻게 돌아갑니까?
    비버스) 의회 일정이 매일매일 다르기 때문에, 제 일과도 거기에 맞춰 돌아갑니다. 의회 출입 기자가 커버(담당)할 분야가 꽤 넓어요. 상ㆍ하원에서 그때그때 열리는 법안 표결, 청문회, 또 관련 브리핑 같은 것들을 다 챙겨야 하고요. 주요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도 점검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 일과는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어요. 
    기자) 출퇴근 시간도 일정하지 않고, 밤낮없이 일하시겠네요?
    비버스) 네. 그래도 하루의 시작과 끝은 같습니다. 제가 ‘폴리티코’ 독자들에게 발송하는 뉴스레터(소식지) 담당 에디터거든요. 그래서 의회 일정을 마무리한 저녁 시간에는 그날 일들을 정리한 뉴스레터를 써요. 오후 한 6시쯤 됩니다. 거기에 들어갈 말들을 정리하기 위해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시간도 저녁때예요. 그리고 잠자리에 든 뒤, 다음 날 오전 5시 반에 일어납니다. 밤 새 별일이 없었다면, 전날 써둔 뉴스레터를 마무리해 ‘전송’ 버튼을 클릭해요. 그러고 나면 오전 7시 반 정도 되고요. 아침 식사를 하고 제 출입처인 의사당으로 향하는 시각이 오전 9시께입니다. 
    기자) 그렇게 의회로 출근한 뒤에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비버스) 회의 일정이 잡혀있으면 우선 참석하고요.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은 주요 의원들을 만납니다. 만나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물어요. 특정 사안이나 법안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확답을 요구합니다. 그러면, 그 사안이 실현될지 안 될지 큰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런 내용의 기사를 쓰는 게 의회 출입 기자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예요. 그런 기사를 보고, 백악관과 행정부에서 대응책을 모색하게 되니까요. 물론 백악관 정무 계통에서 직접 의회와 교섭하지만, 저희 보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정 법안에 관해 ‘통과가 어려울 듯’이라고 저희가 기사를 쓰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백악관 측이 타협안을 제시하기도 하고요. ‘누가 특정 사안에 반대한다더라’고 저희가 기사를 쓰면, 백악관에서 해당 의원 설득 작업에 나서기도 합니다.
    기자) 최근 의회에서 최고 쟁점 사항 가운데 하나가 아무래도 지출안이 아닐까 합니다. 인프라와 복지, 두 사안에 총 4조 달러 넘는 돈을 들이려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잖아요? 정부는 시한을 제시하고 의회를 압박하는 중인데 조만간 성사될 것 같습니까? 근거 입법을 마련해줘야 하는 의회 내 분위기가 어떤가요?
    비버스) 아시다시피, 바이든(대통령)이 그 사안들에 초당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쓰려는 액수(price tag)가 공화당이 보기에는 너무 크거든요. 몇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한꺼번에 지출하는 계획은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화당은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공화당이 원하는 수준까지 규모를 줄이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합의 처리가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기자) 극적인 타협 가능성은 없습니까?
    비버스) 현재로선 거의 없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입장이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요. 양쪽 모두 양보를 잘 안 하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액수도 문제이지만, 다른 쟁점들이 또 있어요. 인프라 투자 사업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첨부한 ‘사회 복지 항목들(social package)’들이 걸림돌입니다. 저소득층 주거 개선, 노약자 지원 시설 확충 같은 것들인데, 정부와 민주당에선 이것도 ‘넓은 의미의 인프라’라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공화당은 그런 것들이 ‘정부의 개입만 확대하는 진보 좌파 의제’라고 봐요. 그래서, 시급하게 성사시키려면 정부와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독자 처리뿐입니다. 하원에서는 (민주당이 다수당이니까) 될 거고, 상원에서도 필리버스터(filibusterㆍ장시간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뚫을 방법은 있습니다. 예산 수정 결의안에 ‘조정권(reconciliation process)’을 행사하면 단순 과반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데요. 그걸 매번 쓰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기자) 비버스 기자 본인의 이야기로 돌아가죠. 언론인이 되자고 마음먹은 계기는 뭔가요?
    비버스) 잘못된 언론 보도 하나 때문입니다. 저와 주변 사람들이 큰 영향을 받은 경험이 있거든요. 제가 버지니아대학교에서 정치학과 외교학을 전공했는데요. 졸업반이었던 당시, 교내 친교 모임에서 집단 성폭행이 일어났다는 기사가 종합 문화 매체 ‘롤링스톤(Rolling Stone)’에 실렸습니다. 미국 전역에 큰 파장을 일으킨 보도였어요. 우리 학교에 관심과 비난이 집중되면서, 저뿐만 아니라, 재학생과 졸업생, 교직원을 포함한 학교 구성원 모두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보도 몇 주 만에 대형 오보로 판명 났어요. 기사에서 피해자로 등장한 ‘재키(Jackie)’라는 여성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었고, 여러 가지 사실관계가 다른 것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이미 우리 학교 구성원들의 명예는 크게 실추된 뒤였습니다. 
    기자) 2015년에 나온 그 기사는 미국 언론 역사에서 손에 꼽힐 만한 잘못된 보도로 평가받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롤링스톤’ 측이 명예훼손 재판 끝에 해당 모임에 거액을 배상했죠?
    비버스) 네. 하지만 그 친교 모임은 물론, 학교와 지역 사회가 받은 상처는 재판으로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특종 경쟁에만 몰입해서 무리한 기사를 내보내면, 사회에 큰 후폭풍을 남기는 전형적인 사례였어요. 저는 분노 섞인 마음에 ‘내가 기자를 하면 저것보다 잘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언론에 관심이 깊어졌어요. 그래서 학교를 마친 뒤 곧바로 CNN 워싱턴 총국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자) 정치를 전문 분야로 택한 이유는 뭔가요?
    비버스) 원래 정치를 좋아했어요. 어릴 때부터 아주 매혹됐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겁니다. 정치는 뭐랄까, 제가 볼 때 ‘종합예술’이에요. 시대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주민들을 대표하겠다고 나서고, 선거를 통해 선택을 받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협상과 투쟁을 벌여, 다양한 목표를 이뤄내든가 또는 좌절합니다. 그 결과로 국민의 삶이 나아지기도 하고, 오히려 퇴행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들이 너무 재미있어요. 정치 외에 다른 분야를 취재하는 걸 상상해본 적이 없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나라의 정치와 다른 나라의 정치가 교류하는 관점에서, 국제뉴스를 다뤄보고 싶습니다.
    기자) 그동안 미국 의회를 취재하면서, 여성이라서 감당해야 했던 어려움은 없었나요?
    비버스) 음…, 여자라서 특별히 힘들었다거나, 아니면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지금 의회뿐 아니라, 미국 언론의 각 전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들이 많잖아요. 여성들이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겁니다. 언론계는 매우 경쟁이 심한 곳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성별로 단정 짓는 시대가 아니라, 실력과 경력, 그밖에 다양한 요소들로 평가합니다. 이렇게 남성을 상대로, 실력을 통해 겨룰 수 있는 시점에 기자가 됐다는데 감사합니다. 특히 저를 이끌어주신 멘토(상담자)들 중에, 성공한 여성 언론인들이 많아요. 그분들 세대는 여성이 사회 활에 불리했는데, 그렇게 앞서 자리 잡아 변화를 일으켜 주셔서 감사하고, 저희 같은 젊은 세대들을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 이제 ‘언론 자유’ 이야기를 해보죠. 미국 사회의 언론 자유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비버스) 음, 제가 그 문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면 (미국의 언론 자유는) 최고 수준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매일 의원들을 제한 없이 만나서, 불편하게 여길 만한 질문을 거리낌 없이 던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미국 밖의 기자들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옳은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위협을 당하는 일이 허다하게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미국에서 기자 생활을 하는 게 참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행정부에 큰 타격을 입힐만한 기사를 쓴다고 해서 목숨을 위협받거나 하는 일은 미국에선 상상할 수 없잖아요. 대통령과 기자가 티격태격 말다툼도 합니다. 자유가 없는 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이게 언론 자유의 증거예요. 
    기자)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는 뭡니까?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 거라고 기대하세요?
    비버스) 제 목표는 언제나 같아요. ‘진실을 독자들에게 전하자’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쉽진 않아요. 기자가 실력이 없으면, 진실을 보여줘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할 겁니다. 음… 5년이나 10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진 않았는데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위대한 기자’, ‘훌륭한 기자’로 평가받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비버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의회를 비롯한 미국의 다양한 취재 현장에서 여성과 남성들이 동등한 기회를 갖고, 열심히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 경쟁의 결과물은 양질의 기사가 돼서, 독자들과 대중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고요. 결국 ‘좋은 언론’이 미국을 ‘좋은 나라’로 지탱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많은 나라가 이렇게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올리비아 비버스 미 의회 담당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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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언론인 대담] "경찰 최면 수사 관행에 제동" 탐사 전문기자, 로렌 맥가히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저는 오종수입니다.  미국에서는 신문이나 방송 보도 하나가 중대한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내는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언론이 특정 문제점을 지적하면, 여론 수렴 과정을 통해 정부 당국과 정치권에서 개선을 모색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정책상의 문제점들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언론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텍사스주 유력 신문 ‘댈러스 모닝 뉴스’ 소속 로렌 맥가히 (Lauren McGaughy) 탐사 보도 전문기자를 초대했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실까요? 
    맥가히) 네, 제 이름은 로렌 맥가히입니다. 탐사 보도 전문기자이고요. ‘댈러스 모닝 뉴스(The Dallas Morning News)’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885년에 창간해, 15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신문인데요. ‘휴스턴 크로니클(Houston Chronicle)’과 함께 텍사스주 양대 일간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제가 요즘에 주로 탐사하는 분야는 총기 문제와 경찰 개혁, 인종 갈등에 관한 정책들입니다. 그래서 주 정부 산하기관들과 주 의회를 출입합니다.  
    기자) 탐사 전문기자로 전국적인 영향력을 갖고 계시잖아요. 최근에 쓴 기사 중에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소개해주시죠. 
    맥가히) 우선 칭찬 감사합니다, 하하하. ‘가장 중요한 기사’라…, 잘 모르겠어요. 기자들은 원래, 자기가 쓴 모든 기사를 소중하게 여기잖아요. 모두 제 자식들 같습니다.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각 지역의 경찰이 범죄 수사를 할 때 최면 기법을 활용하는 사안에 대해 대형 특집 보도를 진행한 게 기억에 남아요.  
    기자) ‘최면 수사’는 최근 한국에서도 높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한강 변에서 의대생이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함께 있던 친구한테 최면 기법을 사용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고 해요. 미국에선 뭐가 문제였길래 특집 보도를 한 겁니까? 
    맥가히) 최면을 걸어서 얻은 진술은 증거로 채택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 때문입니다. 오래된 이야기인데요. 텍사스 주법에 명쾌하게 규정된 사항이 없습니다. 법적 근거가 부족한 채로 진행된 수사 관행이었던 거죠. 제가 조사해보니, 과거 40여 년 동안 1천800 차례 이상 최면 요법이 수사에 반영됐어요. 거기서 나온 진술 증거를 바탕으로 감옥에 간 사람이 50명이 넘었습니다.  
    기자) 그런데 그 진술이 법적 근거 없이 채택됐던 거라면, 감옥에 간 사람들은 억울할 수 있겠네요? 
    맥가히) 그렇습니다. 그 기사가 전국 매체에 잇따라 소개됐습니다. 텍사스처럼 최면 수사를 관행적으로 해온 주들이 또 있기 때문이에요. 보도 이후 미국 곳곳의 주요 경찰국에서 최면 수사를 중단했습니다. 텍사스주 경찰도 그중에 하나예요. 제가 쓴 기사가 제동을 건 셈이죠. 그 뒤로 이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텍사스주 의회는 주요 사안으로 다뤘어요. 근거 없는 최면 수사 관행을 멈추도록 하는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그레그 애벗 주지사도 이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겠다고 했어요. 극심한 논란 끝에 채택된 임신 중절 금지 법안과 함께, 텍사스주 정치권의 양대 현안이 됐습니다. 
    기자) 기자 생활하신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맥가히) 11년인가 12년인가, 아무튼 10여 년 됐네요. 2009년에 일본 ‘아사히 신문’의 워싱턴 D.C. 주재 기자로 본격적으로 언론계에 몸담았어요.  바락 오바마 정권 출범 직후였는데, 당시 미국과 북한 당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투 트랙 접촉(track II meeting)’을 하는 현장을 직접 가서 취재했습니다. 그전에는 워싱턴에 있는 조지타운대학교에서 ‘중국학’을 공부했고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교(UCLA)에서 ‘동아시아 지역학’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기자)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현장에서 취재하셨군요? 
    맥가히) 네. 북한에 관심이 많아요. 지금도 북한과 한반도 문제, 그리고 관련 국제 정책 등을 연구하는 미국 내 여러 모임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한국말도 할 줄 알아요. 
    기자) 그러다가 텍사스로 가서 지역 매체에 몸담게 된 계기는 뭔가요? 텍사스에 연고가 있었습니까? 
    맥가히) 지역 매체의 보도가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워싱턴에서 국제 관계를 보도하더라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지역 신문은 독자층이 집중돼있어요. 또, 다루는 현안이 실생활과 가까운 내용이라, 한 번 기사가 나가면 반응이 바로바로 옵니다. 앞서 말씀드린 최면 수사 관행처럼, 문제점을 지적하면 정책에 반영되는 일도 빠르게 나타나고요. 그래서 언론인으로서의 보람이 커요. 신이 나서 더 열심히 취재하고 기사를 쓰게 됩니다. 그 결과, 텍사스로 옮긴 뒤 제 기자 생활은 한 단계 도약했어요. 그 전의 익숙한 환경에 안주했다면 저는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을 거예요. 이전까지 텍사스에 연고는 전혀 없었습니다.  
    기자) 그렇게 활동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됐는데, 처음 기자가 되자고 마음먹은 계기는 뭔가요? 
    맥가히) 음…, ‘하루도 지루할 날이 없다’는 점이 학창 시절에 바라본 언론계의 매력이었어요. 기자들의 생활이 정말 역동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렇게 살게 되기를 바랐습니다. 사건 현장, 그리고 중요한 일이 벌어지는 곳, 또 뉴스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하루 24시간을 가리지않고 기자들이 달려가니까요. 그런데, 막상 언론계에 들어와서 직접 겪어보니 기대 이상이에요. 그냥 역동적인 정도가 아니라, 정말 매일매일 야단법석(turmoil)입니다. 하하하. 그런데 싫지 않아요. 이런 생활에 만족합니다. 
    기자) 역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서 언론계 생활이 좋다는 말씀인가요? 
    맥가히) 네. 저희 기자들이 이렇게 정신없이 생활하는 대가로, 독자들은 한결 여유롭게, 세상 돌아가는 소식들을 접하고 계시잖아요. 좋은 일이 분명하죠. 그리고 기자직이 좋은 이유가 또 하나 있어요. 개인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됩니다. 시시때때로 예고 없이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을 다루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해당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기사를 쓴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요. 그래서 기자의 삶은 매일 매일이 ‘학생’ 같아요. 취재 현장이라는 ‘학교’에 가서 무언가를 배워옵니다. 이렇게 평생 학생으로 살 수 있어서 행운이에요. 
    기자) ‘학생’으로 살면서 배운 것을 대중에게 전달한다, 참 멋있는 생각이네요. 그렇게 쓴 기사 중에 가장 자랑스러운 것 하나만 꼽으면 뭔가요? 
    맥가히) 소외된 사람,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사연이 많습니다. 그런 사연들을 세상에 알리는 일이 기자의 중요 임무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해요. 딱 그 임무에 부합하는 기사를 한 5년 전에 썼습니다. 성전환 남성이 자신을 차별하는 법규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였어요. 오랫동안 외로운 싸움을 해왔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가 기사에서 사연을 다룬 뒤로, 관련 법규에 대한 재검토가 즉각 이뤄졌습니다. 보람이 가장 컸던 보도 활동이었어요. 
    기자) 그렇게 영향력 있는 언론사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취재 현장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하면서 여성이라서 감당해야 했던 어려움은 없었나요? 
    맥가히) 음, 언론사 내부에서 성별 때문에 불이익을 받은 경험은 없어요. 여성이라는 이유로 합당한 취재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승진에서 제외되는 일은 겪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취재 현장에서는 좀 달라요. 특히 신참 기자 때 좀 어려웠습니다. 취재원들이 나이 어린 여성을 진지하게 대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제가 엄연히 기자인데도, 마치 아이 대하듯 하는 일까지 있었거든요. 연배 높은 남자 기자와는 다른 대우를 받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 저한테는 도전이자 기회였어요. 이를 악물고 더 실력을 키우게 하는 동기가 됐던 거죠. 그런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고요, 앞으로 더 성장시킬 자산이 됐습니다.  
    기자) 최근 텍사스발 뉴스 몇 가지가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우선, 2020년 인구조사 결과를 근거로, 연방 하원에서 텍사스의 의석수가 늘어나게 된 이야기인데요. 텍사스는 흔히 공화당의 텃밭이라고 하니까, 앞으로 보수 진영이 유리하게 된 건가요? 
    맥가히)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아요. 텍사스가 ‘공화당의 텃밭이다’, ‘보수의 안방이다’, 이런 건 다 옛날이야기입니다. 주 전체의 정치 지형이 최근 몇 년 사이 굉장히 다극화됐어요. 텍사스에서 인구가 늘어난 건 맞지만, 증가분의 대다수가 젊은 층입니다.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옮겨 온 사람들이 많아요. 젊은 층은 나이 든 세대보다 진보 성향이라는 건 우리 모두가 잘 알죠. 또 서부 출신 미국인들은 진보적인 편이고요. 그래서, 의석이 늘어난 게 반드시 보수 쪽에 유리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당장 내년 중간 선거에서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테니, 조금 기다려 보죠. 
    기자) 멕시코와 접한 국경 지대에 이주자가 몰려드는 사안도 텍사스발 주요 뉴스입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초기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는데, 현지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봅니까? 
    맥가히) 여론이 한쪽으로 쏠리지는 않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특별히 이 문제를 잘못 다루고 있다거나, 아니면 반대로, 잘하고 있다는 쪽으로 크게 기울지 않아요. 외부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게, 텍사스가 굉장히 크다는 점입니다. 전체 인구가 3천만 명 가까이 돼요. 웬만한 국가보다 사람이 많고, 땅도 넓습니다. 그래서 지역별로 계층별로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합니다. 이주자 문제를 놓고 보면, 국경에 가까운 지역과 내륙의 대도시 여론이 확연하게 다릅니다. 그래서 ‘텍사스 전체의 여론은 이렇다’고 단정하기는 좀 어렵다는 점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 이제 ‘언론 자유’ 이야기를 해보죠. 미국 사회의 언론 자유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맥가히) 제가 언론 비평 전문가는 아니어서, 점수를 매기기는 어려운데요. 명확하게, 미국은 다른 여러 나라에 비해 큰 언론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기자 생활을 하고 있다는 건 분명한 행운입니다. 있는 사실 그대로, 거리낌 없이 기사를 쓸 수 있는 자유가 있으니까요. 감춰진 진실을 밝혀낼 자유를 보장받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는 정직하게 언론의 사명을 수행하는 것만으로 투옥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어요. 국가에서 통제하는 매체 외에는, 이렇다 할 언론 기관이 없는 나라도 있고요. 그런 국제적 현실에 비춰볼 때, 미국의 언론 자유는 월등하다고 봅니다.  
    기자) 탐사 보도는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깊이 연구하고 넓게 조사해서 진실을 규명하고 대안을 끌어내는 거잖아요? 탐사 전문기자로서,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하나 취재할 수 있다면 어떤 걸 하고 싶은가요? 
    맥가히) 하하하.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네요. 정말 다루고 싶은 일들이 많아서요. 음…, 16세기와 17세기에 (유럽에서) 횡행했던 ‘마녀사냥(witch hunt)’ 사건들을 보도해보고 싶습니다. 무고한 여성들을 ‘마녀’로 몰아 재판하고 처형하는 일들이 문명사회에서 버젓이 벌어졌잖아요. 정치적인 이유로, 또 종교적인 이유로 이런 일들이 계속됐는데요. 순종적이지 않고 자기주장이 강하거나, 독립심이 강한 여성들이 희생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그런 관습의 영향이 근대 미국에까지 이어졌어요. 이런 일이 벌어진 근본적인 원인이 뭔지 밝혀내고 싶습니다. 그 당시에 제대로 된 언론 활동이 있었다면, 그렇게 잘못된 관행을 없앨 수 있었을 거예요. 그랬다면, 현대의 양성평등은 훨씬 진전된 상황에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물론 그 시점으로 가서 취재하는 건 좀 위험할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저 자신이 바로 (마녀사냥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여성이니까요. 하하하. 그래도 가치 있는 보도 활동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맥가히) 더 다양한 목소리가 언론에 보도될수록, 더 완전한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이건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모두에 적용되는 원리예요. 같은 사안을 놓고 매체마다 사람마다, 각자 처한 조건에서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릅니다. 그걸 획일적으로 보도록 강요하는 사회는 민주주의가 아니에요. 그래서 다양한 목소리를 허용하는 ‘언론 자유’,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반응을 각기 받아들이는 ‘양성평등’이 필요한 겁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로렌 맥가히 탐사 보도 전문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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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와 ‘양성 평등’, 민주사회가 추구해야할 중요한 가치들입니다. 이 두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싸우는 사람들, 바로 여성 언론인들입니다. 이들의 생생한 경험을 여러분과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