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내 삶에 적용
오늘 본문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자신의 떠남 이후를 준비시키시는 말씀이다.
예수님은 아직 제자들과 함께 계실 때 말씀하셨지만,
곧 제자들은 예수님의 물리적 부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제자들을 홀로 버려두지 않으신다.
아버지께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보내실 보혜사 성령님이 오셔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것을 가르치고 생각나게 하실 것이기 때문이다(26절).
이것이 제자들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지만, 그 말씀의 의미를 아직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 일어나기 전에는
예수님의 말씀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향으로, 같은 의미로 바라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성령님이 오시면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과 사역을
부활의 빛 안에서 바르게 기억하고 이해하게 된다.
성령님은 제자들을 예수님과 같은 페이지 위에 서게 하시는 분이다.
이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우리도 말씀을 많이 듣고 읽지만,
내 생각과 감정과 욕망의 페이지 위에서 말씀을 해석할 때가 많다.
하나님이 하신 말씀보다 내가 원하는 위로를 먼저 찾고,
예수님의 뜻보다 내 상황의 유리함을 먼저 계산한다.
그러면 말씀을 들어도 예수님과 같은 페이지에 서지 못한다.
참된 신앙은 내 생각에 예수님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성령님의 가르치심 안에서 내가 예수님의 말씀에 맞추어지는 것이다.
예수님은 또한 제자들에게 평안을 주신다(27절).
이 평안은 세상이 주는 평안과 다르다. 세상은 문제가 없어야 평안하다고 말한다.
힘으로 질서를 만들고, 상황이 안정되어야 안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예수님이 주시는 평안은 갈등의 부재가 아니라,
환난과 박해 속에서도 마음이 무너지지 않는 평안이다.
이 평안은 보혜사 성령님이 오심으로 경험할 수 있는 평안이다.
그러므로 나는 평안을 상황에서만 찾지 말아야 한다.
일이 잘 풀리고, 사람들이 나를 인정하고,
문제가 사라져야만 평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세상이 주는 평안의 방식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예수님은 그런 평안이 아니라 “나의 평안”을 주신다.
예수님이 주시는 평안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예수님의 말씀과 성령님의 임재 안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붙들어 주는 평안이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아버지께로 가신다는 말을 듣고 기뻐하지 못했다.
그들은 예수님의 떠남을 자신들의 상실과 불안의 관점에서만 보았다.
예수님과 같은 관점에서 그 사건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자신이 아버지께로 가는 것이
제자들에게 유익한 길임을 말씀하신다.
예수님이 떠나셔야 성령님이 오시고,
제자들은 예수님의 새로운 임재를 경험하게 된다.
제자들이 예수님과 같은 페이지에 있었다면,
그 떠남을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보았을 것이다.
우리도 제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내 손해와 불안의 관점에서만 볼 때가 많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하나님의 부재처럼 느끼고,
내가 붙들고 싶은 것이 떠나가면 실패처럼 여긴다.
그러나 오늘 본문은 묻는다.
나는 지금 이 일을 내 페이지에서만 보고 있는가,
아니면 예수님의 페이지에서 보고 있는가?
성령님은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자리에서도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나게 하시고,
하나님의 뜻 안에서 다시 보게 하신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은 자신의 죽음이 세상 임금에게 당하는 패배가 아니라,
아버지를 향한 사랑과 순종을 드러내는 사건임을 말씀하신다(29-31절).
예수님은 쉬운 길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명하신 길을 가신다.
십자가는 세상의 눈에는 수치와 패배처럼 보이지만,
예수님에게는 아버지를 사랑하기 때문에 순종하시는 길이다.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묻는다.
나는 성령님의 가르치심 안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바르게 기억하고 있는가?
나는 세상이 주는 평안이 아니라 예수님이 주시는 평안을 붙들고 있는가?
나는 내 상황을 내 페이지에서만 읽고 있는가,
아니면 예수님과 같은 페이지 위에서 읽고 있는가?
신앙은 예수님을 내 뜻에 맞추는 것이 아니다.
참된 신앙은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예수님의 평안을 붙들며, 예수님처럼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내 불안과 계산의 페이지를 내려놓고,
성령님이 열어 주시는 예수님의 페이지 위에 서야 한다.
그 자리에서만 나는 흔들리는 현실 속에서도 평안을 누리고,
아버지를 사랑하는 순종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예수님과 같은 페이지 위에 어떻게 설 수 있을까?
How?
1) 말씀을 읽기 전, 읽은 후 바로 내 상황에 끼워 맞추지 말고,
“성령님, 예수님의 뜻을 바르게 기억하게 해 주세요”라고 먼저 기도하기
2) 예수님이 주시는 평안 붙잡기
2)-1 마음이 근심하거나 두려워지는 순간
예수님이 내게 평안을 주셨다라고 소리내어 고백하기
3) 쉬운 길이 아닌 하나님이 명하신 길로 걸어가기
3)-1 매일의 걸음을 침대 위에서 하나님과 예수님과 성령님과 같은 페이지인지 복기하기
[참고문헌]
바레트, 찰스 K. 『요한복음 (Ⅱ)』 국제성서주석 (서울: 한국신학연구소, 1985).
비슬리-머리. 『요한복음』 이덕신 역. Word Biblical Commentary 36 (서울: 솔로몬, 2001).
크루즈, 콜린 G. 『요한복음』 배용덕 역. 틴데일 신약주석 시리즈 4 (서울: CLC, 2013).
폽케스, 엔노 에드자르트. "요한복음." In 취리히성경해설 성경전서 개역개정판. 서울: 대한성서공회, 2021.
Michaels, J. Ramsey. The Gospel of John. The New International Commentary on the New Testament. Grand Rapids, MI: Wm. B. Eerdmans Publishing Co., 2010.
Thompson, Marianne Meye. John: A Commentary. The New Testament Library 1 ed. Louisville, KY: Westminster John Knox Press,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