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가장 중요한 워홀 목표는 영어, 그리고 독립성입니다. 평생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었고, 일해보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초라하지만 나중에는 꼭 못해도 외국계직장이라도 들어가고 싶습니다. 전 정말 포기해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이대로 그냥 토익공부나 해서 이력서를 쓰고 취준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기엔 그동안 버려왔던 제 젊음이 너무 불쌍해요.. 이젠 나약하게 살기 싫습니다. 겁이 많은 것도, 도전하지 못하는 것도 지겹고 화가 납니다. 부모님에게 죄송하면서도 동시에 주변에 잘 사는 친구들이 아무 걱정없이 교환학생을 가고, 해외여행을 가고, 어학연수를 가는 것을 보면서 억울하다고, 서럽다고, 느끼는 것도 지겹습니다. 이젠 정말 스스로 혼자 설 때인데, 매번 이렇게 한계점만 찾으려는 제 자신도 너무 싫습니다.
밴쿠버를 가기로 했던 것도 나약한 마음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날씨에 대한 걱정, 일자리에 대한 걱정들로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가니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해버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글을 읽다보니까 이래선 정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밴쿠버를 가게 되면, 실패한 유학생들의 전형을 그대로 밟아올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하겠다고 해놓고 두세달쯤 지나면 향수병이 몰려오고, 내가 이렇게 힘든 이유를 찾으려고 애쓰겠죠. 결국 영어도 늘지 못하고 몸만 고생하다가 돌아와서 후회하고 싶진 않습니다. 정말 고생하더라도, 한국인이 한 명이라도 없는 곳이라도 좋으니 오롯이 영어에 매진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 다른 것은 둘째로 제껴놓고, 영어만 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카페 일자리를 잡아도 코워커들이 현지인인 곳이요. 백인 비율이 높고, 영어 공부하기 최상인 도시를 알려 주실 수 있으신가요? 무료 영어 수업이 있는 곳이면 좋겠지만 두어달 정도는 어학원 생활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예산이 빠듯하기 때문에 그 점도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젠 알 것 같습니다. 워홀 후에 여행이든 필름스쿨이든, 결국 영어가 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요.
지금 선생님의 조언이 너무 간절합니다. 7월 밴쿠버로 출국하지만, 만약 조언해주신다면 당장이라도 취소하고 지역을 바꾸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