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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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episodes

  • 2017/4/28 내 인생 최고로 맛났던 빵
    (남학생) "쌤! 점심 드셨어요?"
    말 걸면 대답도 제대로 안하던 녀석이,
    웬일로 먼저 점심을 먹었냐고 물어봐서 깜짝 놀랐다.
    (나) "아직 안 먹었는데? 넌 먹었어? 오늘 메뉴가 뭐야?"
    내 말엔 대답도 없이
    말이 끝나자마자 쇼핑백 하나를 툭 내밀었다.
    (남학생) "이거 제가 만든 건데요, 그냥.. 드셔보시라고.."
    그 안엔 먹기엔 너무 아까울 만큼 예쁜 빵이 들어 있었다.
    아! 한동안 고민 많이 하더니
    드디어 제과제빵을 배우기 시작했구나!
    자신은 잘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서
    사는 게 재미가 없고
    학교생활도 힘들다던 아이였다.
    언제나 무기력해 보이는 모습에
    늘 마음이 쓰였는데,
    얼마 전부터 빵 만드는 일에 관심을 보이는 거다.
    그 모습이 반갑고 좋아서
    너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응원을 했더니,
    어느 새 시작을 한 모양이었다.
    (남학생) "보기엔 예쁜데 맛은 아직 이예요.
    그냥 쌤한테 먼저 드리고 싶어서요."
    (쌤) "와~ 니가 만든 빵을 내가 1등으로 먹어보는 거야?
    선생님 인생에서 최고의 영광인데? 정말 장하고 기특하다. 고마워"
    칭찬은 아이한테 했는데
    내 마음이 어찌나 울컥, 뜨거워지던지!
    언젠가는 아이가
    무기력이라는 그늘에서 해방될 거라는 믿음으로
    묵묵히 지켜보며 기다린 시간이었다.
    그 긴 터널을 스스로 걸어 나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한 아이 덕분에
    내가 오히려 더 힘을 얻고 감동을 받았다.
    쑥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아이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면 말했다.
    (쌤) "어때? 용기 내보니까 할 만 하지?"
    그제야 고개를 들어 눈을 보고 웃는 녀석!
    묻지 않고,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길 참 잘했다고
    나 스스로에게도 칭찬을 보낸다.
    이렇게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나도 또 한 뼘 성숙해진다.
    찬란한 봄 햇살보다
    앞으로 더 찬란하게 펼쳐진 아이의 시간들을 응원한다.
    3 min
  • 2017/4/27 6500원으로도 행복을 살 수 있습니다
    벌써 몇 달째..
    자고 일어나면 오른쪽 팔이 너무 아픈 게
    팔을 드는 것조차 힘들었다.
    좀 지나면 괜찮겠지.. 버티기만 했는데
    옷도 입기 힘들 정도가 돼버리니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생각해도 요즘 좀 무리를 하긴 했다.
    화장실 가는 시간이며 밥 먹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거의 쉬지도 않고 일을 했으니 말이다.
    집에 들어오면 너무 피곤해서
    씻지도 못한 채 그대로 잠자리에 들기도 여러 번..
    덕분에 직장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내 몸은 천근만근,
    결국 이렇게 몸이 통증으로 항의를 하기 시작한 거다.
    끙끙거리고 있는 나를 보고
    두 딸들이 번갈아가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딸1) “엄마! 참을 걸 참아야지.. 그렇게 아픈데 참으면 나아?
    병원 좀 가. 제발 쫌!”
    (딸2) “그러게 말이야 우리 엄마 완전 미련 곰탱이 같아.
    엄마 아픈 거 아무도 대신 못해줘.
    그러니까 엄마도 엄마 몸 스스로 좀 챙겨. 응?”
    평소 나한테 잔소리 들은 걸 복수라도 하듯이
    볼 때마다 둘이 아주 잔소리가 늘어졌다.
    걱정해서 그런다는 건 당연히 알지만,
    아프면 병원 가고 약국 가는 게
    왜 이렇게 내키지 않나 모르겠다.
    왠지 조금만 참으면 괜찮아질 거 같은 느낌이랄까?
    딸아이들 말처럼 내가 봐도 나 참 미련스럽게 산다 싶었다.
    그래서 우체국에 볼일이 있어 나간 김에
    큰 맘 먹고 한의원에 갔다.
    따뜻하게 찜질하고, 물리치료도 받고,
    침 맞고 나서 부항까지 뜨는데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간호사) “오늘 진료비.. 6500원입니다. 내일 한 번 더 오세요”
    나만을 위한 6500원과 한 시간!
    그거면 되는 거였는데, 왜 진즉에 안 오고 참았는지!
    한결 가뿐해진 몸으로 집에 돌아오는 길..
    두 딸아이의 잔소리가 자꾸 생각났다.
    (딸) “엄마! 이렇게 이쁜 딸들 오래오래 보려면
    엄마 건강해야 되는 거 알지?”
    그래.. 엄마로, 아내로 늘 가족들을 먼저 챙겨왔지만,
    이제는 무엇보다 가족들을 위해
    특히 건강에 있어서는 더!
    내가 나를 잘 챙기면서 살아야겠다고..
    호되게 아프고 나서 다짐해 본다.
    3 min
  • 2017/4/26 아빠의 나쁜 손, 딸아 미안하다
    (딸) "엄마랑 아빠랑 커피 한 잔 해. 오늘 설거지 내가 할게."
    저녁 식사가 끝나고 딸아이가
    기꺼이 설거지를 하겠다며 나섰다.
    요즘 까칠하기가 사포 저리 가라인 우리 딸,
    아내랑 나는 ´웬일이래?´ 하는 표정으로 마주보며
    소리 없이 웃었다.
    딸아이 말대로 커피 한 잔 놓고는
    아내와 식탁에 마주 앉아 있는데,
    노래 흥얼거리며 설거지 하는 딸아이를 보고 있으니
    기특하고 귀여웠다.
    (아빠) "오구오구 우리 딸! 언제 이렇게 컸쪄요?"
    어렸을 때부터 엉덩이 톡톡 두드려주면서 칭찬하는 걸 좋아해서
    오랜만에 했는데,
    딸아이가 아주 질색을 하면서 내 손을 치는 거다.
    (딸) "아빠! 이런 거 좀 하지 마! 아 진짜! 내가 애기야? 징그러"
    아차.. 우리 딸, 이제 중학생이지?
    정신이 퍼뜩 들다가
    뒤이어 서운한 마음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아니, 지 엄마하고는 끌어안고 부비고 뽀뽀도 잘하더니만
    나한테만 왜 그래?
    초등학교 때는 뭘 하든 아빠랑 하겠다고 난리를 치더니
    이제 다 컸다 이거지? 나도 흥이다!´
    말없이 입만 삐죽거리며
    커피를 들고는 거실 소파로 갔다.
    혼자 뉴스를 보고 있는데
    설거지 끝났는지 딸아이가 옆에 오더니 털썩 앉았다.
    (딸) "뉴스 재밌어?"
    (아빠) "그냥 그래."
    (딸) "아까 설거지할 때 내가 부른 노래 알아?"
    (아빠) "몰라."
    (딸) "내가 불러줄까? 요새 완전 좋아하는 노랜데."
    (아빠) "싫어. 뉴스 볼 거야."
    (딸) "에이 한 번만 들어봐. 이거 춤도 대박 멋있어"
    그러더니 딸아이가 벌떡 일어나서는
    텔레비전을 가려버리는 거다.
    삐져서 뉴스 보겠다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나와
    나 뉴스 못 보게 하려고 춤추는 딸..
    결국 둘 다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다.
    제 딴에도 나한테 너무 까칠하게 대했나 싶어서
    기분 풀어주려고 했던 모양이다.
    아빠 눈엔 아직 어린애 같기만 한데,
    우리 딸.. 언제 이렇게 컸을까?
    잘 자라고 있는 게 기특하면서도
    문득문득 서운해지는 아빠 마음..
    우리 딸은 아마 모르겠지?
    아~ 내 평생의 짝사랑.. 아빠는 외롭다 외로워~!
    3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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