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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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episodes

  • 2017/4/12 얘들아, 조금 뒤쳐져도 괜찮아
    (아이) "선생님 이거 드세요!"
    아이가 나를 향해 손바닥을 활짝 펴 보였다.
    초콜릿이었다.
    "응 고마워" 하며 초콜릿을 입에 넣고
    아이를 향해 활짝 웃어보였다.
    아이가 가고 나서 창밖을 보니
    개나리와 유채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또 다른 봄 풍경이다.
    집 근처 작은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지 2주째..
    나 역시 봄 풍경만큼이나 하루하루가 새롭다.
    내 손이 많이 가지 않을 만큼 자식들을 키워놓고 나니까
    뭔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예전에 아이들을 가르쳤던 경험을 살려서
    학원 문을 두드리게 된 거다.
    그런데 다시 일을 시작하니까
    내가 예전과 참 많이 달라졌다는 게 느껴진다.
    우리 집 애들을 키울 때도 그랬고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나는 모든 아이들을 잘하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그래서 옛날엔 앞에서 세게 끌어주며 따라오게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 믿었다면,
    지금은 뒤에서 천천히 밀어주며
    아이들을 하나하나 챙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어쩌면, 예전에 아이들을 여유 있게 봐주지 못했던 아쉬움과
    더 다독여주지 못한 애틋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학원에서는 가끔 지적을 받곤 한다.
    뒤처지는 아이들까지 일일이 챙기다보면
    그날 나가야 할 진도와 일정 등이 늦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도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모든 아이들을 뒤에서 묵묵히 밀어주고 싶다.
    장난꾸러기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어느 새 나도 같이 웃게 되고,
    진심으로 그 아이들 하나하나가
    예쁘고 사랑스럽다.
    이 예쁜 아이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따뜻한 사랑을
    듬뿍 쏟아주고 싶다.
    봄날, 단단한 흙을 뚫고 새싹이 올라오듯
    아이들도 쑥쑥 자랄 수 있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설레며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3 min
  • 2017/4/11 자린고비 아빠! 이젠 외식 좀 가요
    돌아오는 목요일이 아빠 생신이다.
    평일엔 식구들이 모이기가 힘들어서
    지난 주말에 미리 당겨 다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주인공이신 우리 아빠!
    검소하시다 못해 어쩔 땐 구두쇠처럼 보이는 우리 아빠는
    밖에서 외식하는 걸, 너무 너무 싫어하신다.
    뭐 맛있는 거 먹으러 나가자 그러면,
    (아빠) "집에 쌀 있고 김치 있는데
    뭐 하러 쓸데없이 나가서 돈 주고 밥을 사 먹어?" 하시며
    불같이 화를 내신다.
    그래서 나는 어렸을 때 제대로 외식을 해본 기억이 없다.
    무조건 재료 사와서 만들어 먹어야 되고,
    삼겹살도 먹고 싶으면
    사와서 집에서 구워 먹어야 했다.
    엄마와 우린 음식 만들고 치우느라 고생이었는데,
    아빤 그 수고를 모르시니
    집에서 편하게 먹는 게 좋으실 수밖에.
    그래도 우리가 다 크고 나서는
    가끔 억지로 모시고 외식하러 나가곤 한다.
    그것도 딸 셋 말은 절대 안 들으시고,
    사위나 손자 손녀들이 나가자고 사정사정을 해야
    겨우 나서는 정도랄까?
    이번 생신 때도
    며칠 전부터 아빠가 좋아하시는
    샤브샤브 가게에 예약을 했는데,
    당신은 안 갈 테니 너희들끼리 가서 먹고 오라며
    역정을 내시는 거다.
    맘 같아선,
    "됐어요. 그럼 아빤 가지 마세요. 우리끼리 먹고 올게요."
    하고 싶었지만!
    날이 날이니만큼 꾸욱 눌러 참고
    겨우 사정사정해서 모시고 갔다.
    그래도 14명 대식구가 오랜만에 다 모이니
    막상 나가서는 또 기분이 좋아 보이셨다.
    자식들 돈 쓸까봐, 마음 쓸까봐
    걱정하신다는 건 알지만,
    우리 아빠.. 이젠 자식들 말도 좀 들으셨으면 좋겠다.
    "아빠가 평생을 검소하게 사셔서
    우리가 이렇게 힘들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거
    잘 알고 있어요.
    부모님 맛있는 거 드시고 좋은 거 많이 보셨으면 하는
    자식들 마음도
    이제는 이해하고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빠 사랑합니다."
    3 min
  • 2017/4/10 애들은 다치면서 크는 거야
    초등학생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세상에.. 손등에 길게 긁힌 상처가 나 있는 거다.
    친구랑 놀다가 다친 거라고,
    아이가 자기가 실수해서 그런 거라고 하니까
    속이 상하긴 했지만
    앞으로는 조심하라며 상처를 소독하고 연고를 발라줬다.
    그런데 그날 저녁,
    아들이 같이 놀았다는 친구의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같이 놀다가 다쳤다는 얘길 들었다며
    아무래도 마음이 쓰여 전화를 했다는 거다.
    아이들이 놀다보면 그럴 수 있다고,
    많이 안 다쳤으니 걱정 안하셔도 된다고 했더니
    끊을 때까지도 죄송하다고, 아이한테 주의를 주겠단다.
    마음을 써주는 친구 엄마가 고마웠다.
    전화를 끊고 나서
    갑자기 옛날 생각 하나가 떠올라 웃음이 났다.
    내가 지금 우리 아이와 같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가 새로 생긴 롤러스케이트장에 구경가보자 해서 같이 갔는데,
    그 친구가 넘어져서 발목뼈에 금이 간 거다.
    겁이 난 친구는 혼이 날까봐
    내가 가자고 해서 갔다고 말했고,
    친구 엄마는 깁스를 한 친구를 데리고 우리 집까지 찾아와
    나 때문에 아이가 다쳤다며 병원비를 받아 가셨다.
    같이 롤러스케이트장에 갔던 그 친구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해서는
    오늘 겪은 일을 얘기하면서 그때 얘길 꺼냈다.
    (나) "옛날에 너 롤러장 가서 너 다쳤을 때..
    그때 우리 엄마도 너네 엄마도 서로 화나서
    같이 놀지 말라고 했던 거 기억나지?"
    (친구) "야! 우리 엄마는 우리가 아직도 친하게 지내는 거 알고
    그때 일 너랑 너네 엄마한테 미안해하시더라.
    어쩌겠냐.. 엄마들은 자식 다치면 눈에 뵈는 게 없는 걸!"
    (나) "너 은근슬쩍 왜 너네 엄마 탓하냐? 니가 거짓말 해놓고.
    롤러장 니가 가자고 했잖아."
    (친구) "아 몰라 몰라 기억 안나. 근데 너 그거 따지려고
    오랜만에 전화했냐?"
    살다보면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럴 때 서로 조금 더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마음이 아닐까?
    아이에겐 너그러운 사람이 되라고,
    솔직하게 잘못을 고백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하면서
    정작 나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반성해봐야겠다.
    3 min
  • 2017/4/8 운명이었을까? 생일이 같았던 엄마와 아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오늘,
    군대에서 상병휴가를 나왔다.
    그 날이 어머니 생신이라
    어머니와 같이 식사를 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엔 후배가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해서
    잔뜩 기대하고 있던 날이기도 했다.
    후배랑 먼저 약속장소인 카페에 도착해서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한 그녀의 손엔
    꽃다발과 함께 쇼핑백 몇 개가 들려 있었다.
    ‘처음 만나는 나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을 리는 없고
    혹시.. 사귀는 사람 있는 거 아냐?’
    짧은 순간이지만 그런 생각이 문득 들려는 찰나,
    그녀가 쑥스러운 듯 고백을 했다.
    (여자) “제가 짐이 좀 많죠? 사실은.. 오늘 제 생일이라서요.”
    알고 보니 그녀는, 친구들이 준비한 생일파티도 취소하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왔단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이었는데,
    더 신기한 건 어머니와 생일이 같다는 거!
    우리 어머니는 57년 개띠, 그녀는 70년 개띠였던 거다.
    문득, 이런 게 바로 인연이라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특별하게 보인 건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우린 결혼을 해서 매년 음력 3월 12일이면
    어머니는 아내를, 아내는 어머니를 위한 선물을 준비해서
    함께 식사를 하곤 했다.
    나는 그 모습이 참 좋았다.
    그러다 10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그 뒤로는 아내의 생일만 챙겨주게 됐는데,
    언젠가 한 번 아내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남편) “당신도 생일은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을 텐데
    늘 어머니랑 같이 보내서 좀 서운했지?
    지나고 보니까 당신한테 그게 참 미안하네..”
    내 말에 아내가 빙긋 웃었다.
    (아내) “좋기도 했고, 서운할 때도 있었고 그랬지 뭐
    그래도 이젠 어머님이랑 같이 축하 못하니까
    좋았던 것만 생각나네.”
    오늘이 바로 아내의 생일이다.
    특별한 인연으로 다가와서
    평생 내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사람!
    “윤정란씨! 생일 축하합니다.
    이 좋은 날 태어나준 당신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평생 오래오래 당신 생일 축하해줄게요.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하겠습니다”
    처음, 나를 만나기 위해 취소했던 생일날 약속의 몫까지
    오늘 내가 많이많이 축하해줘야겠다.
    3 min
  • 2017/4/7 위기탈출 넘버원! 다급했던 그 순간
    그제 평생 잊지 못할 일을 경험했어요.
    상계동에서 일하고 있는데
    아이를 안고 비명을 지르며 내려오는 여자 분을 보았어요
    왜 그러냐고 물으니
    아이 목에 사탕이 걸렸다는 거에요
    아이는 사색이 되어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고
    순간 저도 모르게 아이를 제 품에 데려와
    티브이에서 본대로
    배를 압박하고 등을 두드리길 3분정도 되었으려나
    아이가 토하더니 잠시 후엔 사탕이 툭하고 튀어 나오더군요
    얼마나 안도가 되던지 ...
    아이엄마께 아이가 놀랬을테니 물한잔 먹이라고 말하곤
    전 일 때문에 그 자리를 떠났죠
    그런데 차안에서 이상하게 눈물이 약간 나는 거에요
    저도 무척 놀랐었나 봐요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하더군요
    애기가 무사해서 너무 감사하고...
    그리고 그제일로 저희 두 아들을 바라보는 감정이
    좀 더 애틋해졌어요
    건강하게 아빠 옆에 오래 있어달라고...
    지후 휘서야 사랑해
    3 min
  • 2017/4/6 사위와 남편 역할, 미역국으로 한방에!
    (아내) "저녁은 다 차려놨는데 갑자기 웬 장을 봐왔대?
    왜? 야식 만들어 먹게?"
    남편은 무슨 꿍꿍인지 싱글벙글 웃더니
    얼른 옷을 갈아입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남편이 사온 것들을 보니 미역국 재료들이었다.
    (남편) "내일이 장모님 생신이잖아.
    사위가 끓인 미역국을 드시는 생신도 괜찮지 않아?
    내일 아침에 출근하면서 드리고 갈려고.
    장모님이 좋아하실까?"
    아 이런 기특한 남편을 봤나!
    (아내) "당연히 좋아하시지.. 나도 이렇게 좋은데
    어쩜 당신은 그런 생각을 다 했대?
    오구오구 우리 남푠 참 잘해쪄요"
    다음날 아침,
    남편은 새벽같이 일어나
    전날 끓인 미역국을 소중하게 챙겨들고는
    우렁각시 하러 친정으로 갔다.
    잘 전해드리고 늦지 않게 출근했나 싶어서
    메시지를 보냈더니,
    남편이 놀라운 답장을 보내왔다.
    (남편) ´가니까 아버님이 미역국 끓이고 계시던데?´
    그건 정말, 남편이 미역국을 끓인 것보다
    딱 천 배는 더 놀라운 일이었다.
    왜냐면 아빠는 지금까지 한 번도
    미역국을 끓여본 적이 없으셨기 때문이다.
    그날 엄마는 남편과 사위의 미역국을
    나란히 앞에 놓고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엄마) "아이고 나 오늘 남자들한테 인기 폭발이네?"
    안 봐도 엄마가 얼마나 행복해하셨을지 눈에 선했다.
    우리 엄마.. 아마 하루 종일 미역국만 드셨을 거다.
    내가 사남매 중에 맏이라
    우리 집 큰사위인 남편은
    자기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친정 부모님한테 참 잘한다.
    나 역시 시부모님께 늘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남편이 그렇게 하니까
    더 잘하려고 신경을 쓰게 된다.
    남편을 보면서,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 따지기 전에
    내가 먼저 잘하면 된다는 걸 배웠다.
    늘 많은 걸 느끼게 해주는 우리 남편!
    당신한테는 평~생 내가 제일 먼저 잘해줄 거야
    3 min
  • 2017/4/5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중3인 작은 아들이
    어느 날 침대 위에 누워서는
    흥얼흥얼 노래를 읊조리고 있는 걸 들었다.
    (아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얼마 전에 학교에서 가곡을 배웠다더니
    자연스럽게 노래가 흘러나온 모양이다.
    (아빠)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듣다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뒷부분을 같이 부르게 됐다.
    노랫소리를 듣고 아들이 벌떡 일어나더니
    거실로 나왔다.
    (아들) "아빠도 이 노래 알아요?"
    (아빠) "당연하지 아빠도 아마 중학교 3학년 땐가..
    음악시간에 배웠지."
    아들은 30년 전에 배운 걸 아직도 기억하냐며,
    아빠가 자기랑 같은 노래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엄청 신기해했다.
    우리 어렸을 땐 누구나 그랬겠지만,
    나는 아버지가 참 많이 어렵고 무서웠다.
    내가 아버지의 입장이 돼서야
    그 또한 사랑이고
    제대로 표현 못하신 거라 이해가 됐지만,
    그땐 아버지랑 친하게 지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내 아들이
    노래 한 곡 같이 부른 것만으로도
    이렇게 좋아하고 신기해하는 걸 보니,
    그동안 우리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게
    많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쉽기도 하고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나는 언제나 아들과 공감하고
    많은 것들을 함께 경험하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
    아이의 말에 귀기울여주고
    내가 경험했던 일들을 얘기해주다 보면
    앞으로 훨씬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추억들이 아이를 자라게 하고
    우리에게 오래 행복한 기억을 갖게 해주는
    좋은 영양분이 될 거라 믿는다.
    말 나온 김에 오늘은 아들에게
    요즘 좋아하는 노래 뭐 있냐고
    넌지시 말 한 번 걸어봐야겠다.
    3 min
  • 2017/4/4 더이상 탈모인을 무시하지 마라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초밥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눈 코 뜰 새 없이 매일 매일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데
    며칠 전에 정말 황당한 일이 생겼다.
    한창 일을 하고 있는 중에
    한 여자 손님이 나를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는 거다.
    신경이 쓰였지만
    애써 외면하고는 일을 하고 있는데,
    한참 뒤, 그 손님이 나가면서 조심스럽게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여자손님) "저기요.. 저.. 여쭤볼 게 있는데요,
    실례지만 머리가 원래 머리에요? 혹시.. 가발이에요?"
    순간, 너무 당황해서 나는 얼음처럼 굳어졌다.
    겨우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 네.. 가발 맞습니다. 그런데 왜..?"
    하고 물었더니,
    손님도 당황한 듯, 황급히 한 마디를 던지고는
    서둘러 가게를 나가버리는 거다.
    (여자손님) "저.. 그쪽 가발이 삐뚤어졌어요."
    세상에~ 얼마나 창피하던지..
    하던 일을 멈추고 얼른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가발을 고쳐 썼다.
    내 머리처럼 감쪽같기를 바란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들키고 나니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군대에 있으면서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는데
    이렇게까지 많이 빠질 줄은 몰랐다.
    제대하고는 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고
    좋다는 샴푸에 약도 다 써봤지만,
    결국 가발을 쓰게 됐다.
    아주 가까이서 보지 않는 이상은 모르겠지.. 했는데,
    이렇게 손님한테 딱 걸릴 줄이야
    제대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건
    탈모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컸다.
    혼자 있다 보면 자꾸 머리에 신경을 쓰게 되니까,
    그래도 바쁘게 일을 하다보면 잊어버릴 수 있겠지 싶어서.
    덕분에 요즘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바쁘게 살고 있다.
    지금은 일단, 탈모에 대한 고민은 잊고 열심히 일해서
    동생 등록금도 보태주고,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내년 복학할 학비도 마련해 놓을 계획이다.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나에게
    파이팅!! 힘차게 외쳐주고 싶다. 더불어,
    "전국의 천만 탈모인 여러분!
    우리 열정만큼은 그 누구보다 풍성한 사람들이니까
    힘냅시다! 좋은 날 꼭 올 겁니다!"
    3 min
  • 2017/4/3 아내의 마음은 알파고도 몰라!
    얼마 전에 대학 선후배들을 만났다.
    나와 선배 한 명은 기혼이고
    다른 두 명은 30대 중후반의 미혼이다.
    오랜만이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여러 대화를 나누던 중에,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 이야기가 나왔다.
    그 얘기가 발전해서
    컴퓨터 인공지능 자동 번역에 대한 얘기까지 넘어가자,
    컴퓨터를 전공한 한 후배가 말했다.
    (후배1) "요즘 인공지능 컴퓨터 번역기술이 상당해요.
    앞으로는 말하는 사람의 감정까지 반영해서
    거의 정확하게 번역해 낼 거라고 하네요.
    이제 뭐.. 몇 년 안에
    인공지능 컴퓨터가 동시통역까지 다 해낼지도 모르죠."
    그 말에 다른 후배 하나가 고개를 갸우뚱 했다.
    (후배2) "글쎄..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사람이 말하는 것만큼 정확하게 전달이 될까?
    사투리 쓰는 사람도 있을 거고,
    같은 말을 해도 미묘하게 뉘앙스가 다른데
    그걸 다 어떻게 구별하겠어?"
    인공지능 컴퓨터가 동시통역까지 대체할 수 있다, 없다를 두고
    몇 번의 반박과 주장이 오고 가는 사이,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선배가
    조용히 말을 시작했다.
    (선배) "아무리 인공지능 번역이 발전하고
    알파고의 할아버지가 나온다고 해도 이건 절대 모를 걸?
    내가 결혼 15년찬데 말이지,
    내가 아기 옹알이 소리도 알아듣던 사람인데
    아직도 여자 마음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겠다.
    아내가 화가 난 거 같아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거든?
    그럼 왜 미안하냐고 물어. 가만히 있으면,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이유를 몰라?´ 이런단 말이지.
    야! 그 답을 너넨 알겠냐? 알파고가 알겠냐고?"
    선배의 말에 우리 둘은 배를 잡고 웃었고,
    아직 미혼인데다 연애 경험도 적은 후배들은
    ´뭘 그렇게까지..´ 하는 표정들이었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선배가 한 얘길 했더니
    명언이라며 한참을 웃었다.
    나도 어느 새 결혼 10년차..
    이제야 아내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거 같기도 한데..
    사실은 아직까지 아리송할 때가 더 많긴 하다.
    사람의 마음을 아는 건
    결국, 꾸준한 관심과 대화가 아닐까?
    아내의 마음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통역 없이도 아내의 마음을 잘 알아챌 수 있게 말이다.
    3 min
  • 2017/4/1 봄바람이 이끄는 북한산 꽃길
    딸아이를 따라 올해 두 번째로 서울둘레길 걷기를 했다.
    첫 번째 갔을 땐, 구일역에서 시작해서
    안양천 3코스와 가양대교, 그리고 증산동 체육공원까지..
    총 4시간을 걷고 나니, 나중엔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날 저녁에 쥐가 나서
    마사지를 하네, 뜨거운 찜질을 하네.. 요란을 떨고 있으니까
    남편이 보면서 피식 웃는다.
    (남편) "아이고 한 번 갔다 와서 이 난리면 두 번은 못 가겠네?"
    그래서 보란 듯이
    지난 주말 두 번째 도전을 했다.
    이번엔 앵봉산에서 출발!
    (나) "역시.. 사람은 흙을 밟고 살아야 돼. 아 정말 기분 좋다"
    기분이 좋으니까 그냥 막 힘이 나는 거 같았다.
    봄바람은 솔솔 불지, 조용한데 예쁜 새소리만 들려오지,
    거기다 나무냄새, 흙냄새는 또 어찌나 좋은지..
    주말에 늦잠 자고 일어나면 반나절이 후딱 가고
    오후에 청소라도 하고 나면 하루가 금방이었는데,
    일찍 일어나 맑은 공기 마시면서
    딸이랑 오붓하게 걸으니
    이게 행복이지 뭐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시간, 앵봉산을 걸어
    구파발역에서 도장을 꾸욱 찍고,
    다음 코스인 선림사에서 또 한 번 도장 꾸욱!
    이 도장 찍는 맛에 둘레길 걷는다는 딸의 말이
    십분 이해가 됐다.
    오후 2시쯤.. 북한산 자락에 앉아 간단히 점심을 먹고
    다시 불광역까지 걷기 시작!
    잠시 쉬었다 일어나려니 다리가 천근만근이었지만,
    끙~ 힘 한 번 주고 일어나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는
    다시 열심히 걸었다.
    드디어 코스 3개 도장을 다 찍고 집에 가는 길..
    졸음과 피곤함이 밀려왔지만
    참 기분 좋고 뿌듯한 하루였다.
    무엇보다 딸과 함께 걸어서 더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살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렇게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좋은 거 보고, 소중한 거 나누고,
    서로의 보폭에 발을 맞추면서..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한 오래오래
    딸아이 곁에서 이렇게 함께 걸었으면 좋겠다.
    놀리면서도 아픈 다리 꾹꾹 주물러 주는 남편한테도
    다음에 꼭 같이 걷자고 해야겠다.
    3 min

About 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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