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내가 동창 모임이 있다며
한껏 신이 나서는 룰루랄라 집을 나섰다.
(남편) "딸! 우리 뭐 먹을까? 뭐 먹으면 잘 먹었다고 소문 날라나?"
(딸) "먹고 싶은 거? 음.. 난.. 쿠키! 쿠키 먹고 싶어
저번에 엄마랑 같이 만들어 먹었는데 엄청 맛있었어."
(남편) "쿠.. 키..? 음.. 아빤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는데..
있잖아 그럼 바삭한 쿠키 말고 쫄깃한 쿠키 어때?
쿠키처럼 만들어서 수제비를 해먹는 거야. 좋지?"
밀가루 반죽놀이도 하고 저녁도 해결할 겸,
들깨 칼국수와 들깨 수제비까지 만들어 먹기로 했다.
밀가루를 반죽해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숙성 시킨 뒤,
조금씩 떼 내서 밀대로 얇게 밀어
칼국수 면을 만들었고,
아이는 옆에서 열심히 쿠키 모양틀로 반죽을 찍어냈다.
그걸 멸치 육수에 넣고 끓인 다음
마지막으로 들깨를 넣어 다시 한 번 끓였더니
맛있는 들깨 칼국수와 들깨 수제비 완성!
입이 짧은 딸도 자기가 만든 거라고 뿌듯해하면서
금세 한 그릇 뚝딱 비워냈다.
나름 잘했다는 생각에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집에 돌아와 우리의 하루를 전해들은 아내는
말로는 “잘했네” 하면서도 표정이 뭔가 복잡 미묘해 보였다.
사실 그럴 만도 한 게,
밀가루가 온 집안에 날리고 있었고
여기저기 음식 해 먹은 흔적들이
부엌을 처참하게 어지럽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 "어휴 이게 뭐야 이게 좀 치우면서 하던가,
치우지도 못할 거 일은 왜 이렇게 벌려 놓은 거야?
못 살아 못 살아 정말! 이 밀가루 언제 다 치우냐고"
폭풍 잔소리를 쏟아내는 아내의 눈치를 보다가,
들깨 칼국수와 수제비를 슬쩍 내놓았다.
(남편) "(기죽은 목소리) 이거.. 우리 둘이 만든 거야.
당신 먹으라고 남겨놨어."
(아내) "이거 만드느라고 이 난리를 피운 거야? 참나 (후루룩)
나만 집에 없으면 그냥 (후루룩) 집이 난장판이 되니
내가 마음 놓고 (후루룩) 나갈 수가 없어.
근데 이거.. 더 없어?"
투덜투덜 거리면서도 한 그릇 다 먹는 아내를 보고
나와 딸아이는 마주보며 슬며시 웃었다.
그리고 나는 똑똑히 봤다.
먹으면서 미소 짓는 아내의 얼굴을!
아내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딸아이와 난 벌써 약속을 했다.
다음에도 엄마 없을 때 집에서 이렇게 만들어 먹자고 말이다.
딸아이는 벌써 다음을 손꼽아 기다리는 거 같은데..
올봄엔 아내에게 자유 시간 좀 많이 많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