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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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episodes

  • 2017/3/20 다시는 내 번호 부르지마!
    아침부터 교실은 영어 숙제를 안 해 온 아이들로
    시끌벅적 소란스러웠다.
    ´맞다! 나도 숙제 안했지?´
    자리에 앉자마자 친구 숙제를 빌려
    정신없이 베껴 쓰기 시작했다.
    간신히 숙제를 마쳐서
    안도의 한숨을 쉰 것도 잠시,
    (선생님) "오늘 며칠이지? 15일이네? 15번! 일어나서 읽어 봐."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백지가 돼버리고 말았다.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나는 단 한 줄도 읽지 못했고,
    떨림과 창피함으로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교실이 조용한 거다.
    ´이상하다.. 선생님이 왜 아무 말씀도 안 하시지?´
    그러고 한참을 서 있었던 거 같다.
    갑자기 어디선가 익숙한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학교 가야지 빨리 안 일어나?"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꿈이었다.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나자,
    진짜 꿈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중학생 때로 돌아가는 꿈을 꾼 건지..
    지금 나는 세 아이의 엄만데 말이다.
    아무래도 요즘 딸아이 영어 숙제 시키느라
    스트레스 받아서 이런 꿈을 꾼 모양이다.
    왜 알아서 안 할까, 배운 건데도 왜 못 할까..
    딸아이를 혼내기만 바빴는데,
    생각해보니 그 시절엔 나도 그랬다.
    매일 아슬아슬하게 일어나 지각 겨우 면하고,
    아침부터 숙제 베끼고,
    수업시간에 내 번호 불릴까 긴장하면서!
    아이 혼 낼 때마다
    "엄마 땐 안 그랬는데 너는 왜 그러니?"
    말하곤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아이보다 덜하진 않았던 거 같다.
    꿈속이었지만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 보고 나니까
    오늘은 조금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금 더 참을성 있게 아이를 대할 수 있을 거 같다.
    이 결심도 그리 오래 가진 않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지금 나는,
    중학생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세 아이의 엄마라서
    참 좋다.
    3 min
  • 2017/3/18 밀가루 난장판이 지나간 자리엔..
    지난 주말, 아내가 동창 모임이 있다며
    한껏 신이 나서는 룰루랄라 집을 나섰다.
    (남편) "딸! 우리 뭐 먹을까? 뭐 먹으면 잘 먹었다고 소문 날라나?"
    (딸) "먹고 싶은 거? 음.. 난.. 쿠키! 쿠키 먹고 싶어
    저번에 엄마랑 같이 만들어 먹었는데 엄청 맛있었어."
    (남편) "쿠.. 키..? 음.. 아빤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는데..
    있잖아 그럼 바삭한 쿠키 말고 쫄깃한 쿠키 어때?
    쿠키처럼 만들어서 수제비를 해먹는 거야. 좋지?"
    밀가루 반죽놀이도 하고 저녁도 해결할 겸,
    들깨 칼국수와 들깨 수제비까지 만들어 먹기로 했다.
    밀가루를 반죽해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숙성 시킨 뒤,
    조금씩 떼 내서 밀대로 얇게 밀어
    칼국수 면을 만들었고,
    아이는 옆에서 열심히 쿠키 모양틀로 반죽을 찍어냈다.
    그걸 멸치 육수에 넣고 끓인 다음
    마지막으로 들깨를 넣어 다시 한 번 끓였더니
    맛있는 들깨 칼국수와 들깨 수제비 완성!
    입이 짧은 딸도 자기가 만든 거라고 뿌듯해하면서
    금세 한 그릇 뚝딱 비워냈다.
    나름 잘했다는 생각에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집에 돌아와 우리의 하루를 전해들은 아내는
    말로는 “잘했네” 하면서도 표정이 뭔가 복잡 미묘해 보였다.
    사실 그럴 만도 한 게,
    밀가루가 온 집안에 날리고 있었고
    여기저기 음식 해 먹은 흔적들이
    부엌을 처참하게 어지럽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 "어휴 이게 뭐야 이게 좀 치우면서 하던가,
    치우지도 못할 거 일은 왜 이렇게 벌려 놓은 거야?
    못 살아 못 살아 정말! 이 밀가루 언제 다 치우냐고"
    폭풍 잔소리를 쏟아내는 아내의 눈치를 보다가,
    들깨 칼국수와 수제비를 슬쩍 내놓았다.
    (남편) "(기죽은 목소리) 이거.. 우리 둘이 만든 거야.
    당신 먹으라고 남겨놨어."
    (아내) "이거 만드느라고 이 난리를 피운 거야? 참나 (후루룩)
    나만 집에 없으면 그냥 (후루룩) 집이 난장판이 되니
    내가 마음 놓고 (후루룩) 나갈 수가 없어.
    근데 이거.. 더 없어?"
    투덜투덜 거리면서도 한 그릇 다 먹는 아내를 보고
    나와 딸아이는 마주보며 슬며시 웃었다.
    그리고 나는 똑똑히 봤다.
    먹으면서 미소 짓는 아내의 얼굴을!
    아내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딸아이와 난 벌써 약속을 했다.
    다음에도 엄마 없을 때 집에서 이렇게 만들어 먹자고 말이다.
    딸아이는 벌써 다음을 손꼽아 기다리는 거 같은데..
    올봄엔 아내에게 자유 시간 좀 많이 많이 줘야겠다.
    3 min
  • 2017/3/17 엑소는 저리가라, 내 사랑 남정오빠
    (엄마) "엄마는 말이지.. 니 방 도배지가 무슨 색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도대체 저 사진들은 다 뭐야? 정신 사납게..
    만날 그놈의 엑소 아주 내가 노래를 다 외우겠다 외우겠어.
    이제 6학년인데 공부는 언제 할 거야?"
    내가 아무리 버럭버럭 소릴 질러대도,
    노래 들으면서, 붙어 있는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딸아이는 그저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뭐가 좋다고 저 난린가.. 혀를 차면서도
    결국엔 나도 그냥 웃고 만다.
    나도 그랬으니까.
    나의 우상은 박남정오빠였다.
    방 한쪽을 남정오빠의 사진으로 도배하고
    책받침 코팅을 하고
    교과서도 남정오빠의 사진으로 책표지를 쌌다.
    아침마다 방에 붙어 있는 브로마이드에 입을 맞추며
    "오빠~ 나 학교 갔다 올게~ 금방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이따 봐"
    하고는 학교에 가곤 했었지.
    죽기 전에 꼭 한 번만 남정오빠를 만나면
    정말 소원이 없을 것만 같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두 딸의 엄마가 된 어느 날,
    아이들 교육에 관한 공개방송에 초대 돼서
    방송국에 갔는데,
    세상에.. 이럴 수가..
    그날 초대 손님이 다름 아닌 남정오빠와 두 딸들이었던 거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어댔고
    강의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오로지 남정오빠만을 바라보며
    이게 꿈인가 생신가 하고 있는 사이, 강의가 끝이 났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남정오빠에게 다가갔다.
    (나) "(완전 수줍고 떨리는 느낌으로 ㅎㅎ) 저.. 오..빠..
    제가.. 휴 제가 어릴 때부터 오빠 팬이었어요.
    아 어떻게 이런 일이.. 오빠! 정말 팬이에요"
    떨려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보며
    남정오빠도 수줍게 웃으시더니 기꺼이 사진을 찍어주셨다.
    아~ 정말 간절히 바라면
    꿈은 이루어지는 거였다.
    딸아이가 그 간절함을 다른 쪽으로도 쏟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고 보니 남정오빠 좋아하던 나도
    어느 새 엄마가 됐구나.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너무 혼만 내지 말고 아이의 취향도 존중해줘야겠다.
    내가 어렸을 때 남정오빠 좋아했던 얘기도 해주고,
    춤으로는 니네 엑소가 남정오빠한텐 안 된다고 우기기도 하면서.
    아 그립다. 그 시절이
    3 min
  • 2017/3/16 봄날같은 아내를 위한 과감한 결단
    회사에 출근해서
    아침부터 라디오를 틀어놓고
    부담 없이 음악을 즐기고 있다.
    평소와는 다르게 한산하고 편안한 분위기..
    그 이유는 바로
    사장님이 며칠간 출장을 가셨기 때문이다.
    라디오 하나만 틀어놨는데도
    이렇게 회사 분위기가 달라지다니..
    사장님이 출장에서 돌아오시면
    라디오에서 나오는 좋은 노래 들으면서 일하자고
    건의 드려볼까?
    날씨도 점점 풀려가고 있으니
    이제 곧 완연한 봄이 오겠지?
    주위 동료들도 주말 계획을 짜느라
    다들 바쁘면서도 설레는 모습들이다.
    예전 같았으면 어딜 가고 싶어도
    아직 어린 딸아이 때문에 망설였을 텐데,
    이제 제법 걸어 다니기 시작하니까
    나도 덩달아 외출 계획을 짜느라 마음이 바빠지고 있다.
    요즘 들어 부쩍, 회사에 있을 때도 그렇고
    밖에 다닐 때도..
    아내 생각이 참 많이 난다.
    사실 모든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아내도 육아 때문에 1년이 넘는 시간을
    집에 갇혀 있다시피 하면서 아이하고만 있었으니
    많이 지쳤을 거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못 나가고,
    날씨가 너무 추워서 못 나가고..
    그랬던 시간을 지나 봄이 왔으니
    말은 안 해도 아내 마음은 또 얼마나
    두 근 반, 세 근 반.. 하고 있을까?
    그래서 올 봄에는 온전히 아내를 위한
    휴가 계획을 잡아보기로 결심하고
    몰래 제주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항공권 결제하고는 혼자 신이 나서 웃고 있는 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준비하는 일들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었다는 걸
    그동안 참 잊고 살았구나.. 싶다.
    지난 1년, 아니 함께한 5년을
    내 곁에서 힘이 돼준 아내에게
    나도 봄을 선물해주고 싶다.
    대답처럼 돌아올 봄 햇살 같은 미소를 기대하면서!
    3 min
  • 2017/3/15 떠돌이 개도 관심이 필요한 어미라고요
    영업일을 하고 있어서 외근이 잦은 편이라
    밖에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은데,
    어제도 일을 다 보고는
    ´아~ 이제 봄이 오고 있구나..´ 천천히 걷다가
    골목 어귀에서 개 한 마리와 마주쳤다.
    다가오지도 않고 도망을 가지도 않고
    느린 걸음으로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까 배가 불룩한 게
    새끼를 가진 모양이었다.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몸을 돌려 골목 구석으로 가더니
    뭔가를 열심히 핥기 시작했다.
    슬쩍 다가가서 보니까 빈 컵라면 용기였다.
    "아이고 지금 잘 먹어야 새끼를 낳을 텐데.."
    순간,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번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바로 차로 달려가서는
    아침에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꺼냈다.
    아직도 밥이 따뜻했다.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어미 개에게
    최대한 천천히 다가가서는,
    빈 컵라면 용기에 밥과 반찬을 덜어주고 뒤로 물러섰다.
    그때까지도 여전히 경계하며 나를 쳐다보던 어미 개는
    내가 골목 끝까지 빠져나온 걸 확인하자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나도 예쁜 공주님 둘을 모시고 사는 아빠 입장이다 보니,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 개의 앙상한 몸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나야 지금 도시락 하나 안 먹어도
    나가서 얼마든지 사먹을 수 있지만,
    어미 개는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얼마나 오래 돌아다녀야 할지 모르니 말이다.
    내 아이가 귀하면 남의 아이도 귀하듯,
    그 마음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마찬가지여야 하는 게 아닐까?
    세상 모든 생명은 귀하고 소중한 거니까.
    부디 어미 개가 건강하게
    새끼들 잘 낳아서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멀리서 다시 한 번
    어미 개의 모습을 보고 돌아서는데,
    어디선가 우리 두 딸들이
    "아빠" 하고 부르는 소리가
    가슴 찡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다.
    3 min
  • 2017/3/14 사탕 대신 만두를 건네준 남자
    (아내) "오늘 사탕 사올 거야?"
    (남편) "(무뚝뚝하게) 이 썩는다. 만두 먹어 이따 만두 사올게."
    치.. 이는 무슨.. 자기가 만두 먹고 싶으니까 그렇지.
    그래도 사온다는 게 어디냐.. 하고 보니
    이 남자 나름 많이 변했구나 싶다.
    우리 부부는 연애 6개월 만에 후다닥 결혼을 했다.
    (남편) "(무뚝뚝하게) 동생이 조만간 결혼할 사람 집에 소개하고 싶단다.
    집에서 나 먼저 가래. 우리도 결혼해야지.."
    이게 프러포즈였던 거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표현도 못하고,
    예쁘게 보이려고 나름 애교를 떨어도
    눈만 껌뻑껌뻑
    그땐 그게 참 매력적이었다. 어이없게도 말이다.
    결혼날짜를 잡아 놓고 다툰 일이 있었는데,
    웬일로 밤에 우리 집 앞으로 찾아왔다.
    나가지 말까 하다가 나갔더니
    쇼핑백 하나를 툭 건네주고는
    "잘 자~" 하더니 뒤도 안보고 가버리는 거다.
    그 안엔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젤리, 비스킷, 캔 커피 등등..
    언뜻 보기에도 허겁지겁 사온 거 같은 간식들과
    사무실 A4 용지에 쓴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요즘 결혼 준비하느라 많이 힘들지?
    내가 잘 못해줘서 미안하다. 점점 더 좋아지도록 노력할게.
    먹고 양치질 잘해라. 사랑한다.´
    꼭 자기 같이 썼다.. 싶으면서도 나름 감동적이었다.
    편지를 소중하게 지갑에 넣고 다니다가
    그 주 주말에 우리를 소개시켜준 선배 부부를 만났는데,
    식사를 하다가 남편의 무뚝뚝한 성격이 화제가 됐다.
    갑자기 편지가 퍼뜩 생각이 나서
    (아내) "이 사람, 생각보다 다정해요. 저한테 손 편지도 써줬는데요?"
    하며 편지를 꺼내는 순간,
    당황한 이 남자가 그 큰 몸을 날려 편지를 뺏더니
    그걸 자기 입속에 구겨서 넣어버리는 거다.
    선배 부부도 나도 순간 일시정지!
    다시 생각해도 참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내 남편은 이런 남자다.
    그래도 연애 때보다
    결혼하고 나서 조금, 아주 조금 더 다정해진 이 남자..
    기념일마다 미리 알려주고, 나 이거 하고 싶다, 저거 먹고 싶다..
    늘 내가 먼저 말을 해야 하지만,
    그래도 말을 하면 챙겨주려고 노력하는 거라도
    예쁘게 봐줘야겠지?
    오늘 얼마나 맛있는 만두를 사갖고 올지 기대가 된다.
    3 min
  • 2017/3/13 요즘 초딩의 화장법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가
    ‘틴트’라는 걸 바르기 시작했다.
    며칠 전, 딸아이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후다닥 방으로 뛰어 들어가는데,
    뭔가 촉이 오는 거다.
    (엄마) "잠깐잠깐 동작 그만!"
    (딸) "왜애? 뭐어?"
    (엄마) "어? 너 입술이 왜 이래? 뭐 발랐어?
    세상에.. 학생이 이런 거 바르고 다니면 어떡해?"
    그때까지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딸아이가
    갑자기 발딱 고개를 들더니 날 쳐다보며 하는 말이..
    (딸) "아 정말~ 엄마 촌스러 나만 빼고 애들 틴트 다 있어.
    엄만 알지도 못하면서. 칫"
    그 순간, ‘엄마 때는 말이야’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눌러 참았다.
    한창 외모에 관심 갖고 꾸미기 좋아할 나이라는 건 알지만
    엄마 마음은 너무 빠르지 않았으면 싶은데 말이다.
    하소연을 하려고 친구한테 전화를 했는데
    실컷 얘기를 듣더니 친구가 깔깔대고 웃으며 모전여전이란다.
    (친구) "야! 너 앞머리 뽕 만들던 거 기억 안나?
    우리 집에서 파마 약 바르고 두툼한 드라이빗으로 앞머리 말다가
    앞머리 엉켜서 다 잘라냈잖아"
    잊고 있었는데,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앞머리 파마가 너무 하고 싶었는데
    엄마한테 도저히 먹히지가 않자,
    미용실 하는 친구 집에 가서 앞머리 파마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미용실에서 본 대로,
    친구가 엄마 몰래 갖다 준 파마 약을 앞머리에 바르고는
    동그란 드라이빗으로 앞머리를 똘똘 말아놓고 기다렸는데,
    한참 지나 풀려고 하니까 이게 엉켜서 풀리지가 않는 거다.
    어른들한텐 얘기도 못하고
    친구랑 둘이서 울고불고 하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앞머리를 몽땅 잘라내고 말았다.
    (친구) "야! 너나 나나 우리도 어른들 눈 속여 가면서
    멋 부리고 몰래 하고 다 그랬어.
    우리 아들도 요새 학교 가는데 꽃단장만 한 시간이야.
    너무 과하지 않으면 그냥 봐줘"
    하긴.. 나도 그랬었는데 뭐..
    좀 빠르긴 해도 아이를 이해 못할 건 아니다 싶었다.
    친구와 전화를 끊고는, 조금만 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자..
    다짐하며 방에서 나왔는데,
    입술 발그스름한 딸아이가 현관 쪽으로 후다닥 가는 걸 보고는
    나도 모르게 이렇게 소리치고 말았다.
    (엄마) "야! 너 입술 안 지워?"
    3 min
  • 2017/3/11 세상 제일 맞추기 힘든 마누라 장단
    (남편) "에이 당신 거 사! 난 괜찮아"
    (아내) "온종일 밖에서 왔다 갔다 하는 당신이 사야지..
    나야 뭐 나갈 일도 잘 없는데 뭐~"
    얼마 전 짠순이 아내가
    장모님이 주신 구두티켓으로
    내 신발을 사주겠다는 거다.
    안 그래도 신발이 낡아서 바꾸고 싶었는데
    마침, 아내가 신발을 사주겠다니.. 이보다 좋을 순 없었다.
    그렇게 새 신발을 신고 발걸음도 가볍게 집으로 와서
    나는 결심했다.
    베란다에 쌓여 있는 재활용 쓰레기들을
    내가 싹 다 정리하기로!
    구두 사준 아내에게 내 나름의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동시에 아내에게 칭찬까지 받자는 나름의 전략이랄까?
    두 번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데,
    마침 눈에 띄는 통 하나가 있었다.
    뭔가 싶어 들여다보니,
    7살 아들이 좋아할 만한 조립식 장난감에 자동차들이
    종류별로 가득 들어 있는 거다.
    (남편) "아이고 이거 아직 한참은 더 쓸 만한데 왜 버렸을까?
    애들이 다 커서 버렸나?
    암튼 잘 됐다. 갖고 가서 깨끗이 씻으면
    완전 새 거 같겠는데?"
    룰루랄라 휘파람까지 불며
    장난감 통을 들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아내가 힐끗 쳐다본다.
    (아내) "당신.. 들고 있는 거 뭐야?"
    (남편) "어 재활용 쓰레기 내가 다 버렸다
    나가보니까 이거 멀쩡해 보이는데 누가 버렸더라고..
    괜찮지? 우리 찬호 좋아할 거 같아서 딱 챙겨 왔지 내가!"
    칭찬을 기대하며 흐뭇한 표정으로 서 있는데
    아내가 급히 장난감 통의 뚜껑을 열어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나를 째려보는 거다.
    (아내) "이 장난감들.. 당신 아들 거거든?
    아는 형한테 얻은 건데 가지고 놀지도 않아..
    집에 쓸데없는 짐이 너무 많아서 내가 내놓은 건데
    그걸 또 들고 와? 어휴 참나"
    잘하려고 한 일인데..
    난 왜 번번이 아내에게 혼이 나는 걸까?
    이래서 남자들이 겁나서 뭘 하질 못하는 거다.
    하면 한다고 혼나고,
    안하면 안한다고 또 혼나니까.
    "아내 분들! 남편들이 잘 모르면 친절하게 알려주세요
    남편들이 하기 싫어서 안하는 게 아니라,
    또 혼날까봐 겁나서 못하고 있는 걸 수도 있으니까요"
    3 min
  • 2017/3/10 괜히 떠벌렸네! 다이어트의 길
    이번에 학교를 옮겨서
    신입생들만큼이나
    선생님인 나도 모든 게 낯설기만 하다.
    이럴 때 빨리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은
    같이 밥을 먹는 건데..
    사실 봄방학 때 체중이 너무 늘어나는 바람에
    관리해야지! 결심을 했다.
    그래서 한 끼라도 줄이려고
    학교에 점심 급식 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점심 한 끼를 건너뛰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점심시간에 내가 자리에 앉아 있으니까
    오며 가며 선생님들이 자꾸 말을 거시는 거다.
    (선생님1) "선생님 밥 안 먹어요?"
    (나) "전 이따가 먹으려고요."
    (선생님2) "어머 선생님! 왜 자리에 계세요. 밥 먹으러 가요"
    (나) "네 드시고 오세요."
    (선생님3) "김선생 식사했어요? 같이 갑시다"
    (나) "아... 네... 전 이따가.."
    휴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번 괜찮다고 하기도 그래서,
    할 수 없이 고백을 하고 말았다.
    (나) "사실은.. 제가 체중이 너무 늘어서요..
    목표 감량할 때까지만 안 먹으려고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선생님들의 폭풍 같은 반응들..
    (선생님1) "어머! 선생님이 뺄 살이 어디 있다고 그러세요?"
    (선생님2) "지금도 엄청 날씬하신데.. 본인한테 너무 엄격하시다"
    (선생님3) "허허 김선생! 나 봐요 나! 이렇게 배 나와도 그냥 먹습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왜 그런 고생을 해요?"
    아~ 이런 위로 안 되는 말들..
    다행인 건,
    그 이후로는 다들 별말씀이 없으시다는 거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다이어트 효과를 보고 있느냐..
    오랜만에 옛날 유행어로 답해보자면,
    천만에 말씀, 만만의 콩떡!
    점심 굶고 저녁에 밥 두 공기 먹는 게
    요즘 내 생활이다.
    급식 신청은 한 달 단위라
    이제 와서 새로 신청한다 할 수도 없고..
    도대체 그동안 난 뭘 한 거지?
    3월은 어쩔 수 없고, 4월부터는 꼭 급식 신청해서
    점심 제대로 챙겨 먹어야겠다.
    괜히 다이어트 한다고 소문만 내놓고..
    창피하다 정말! 참 못났다 못났어!!
    3 min
  • 2017/3/9 전국의 엄마들, 그래도 힘내봐요
    "야! 너희들 이거 안 치울래?"
    "아까부터 엄마 말하는 거 못 들었어?
    언제 밥 먹고 언제 씻고 언제 잘래?"
    "엄마 피곤해 죽겠다. 제발 말 좀 들어라 이 녀석들아!"
    퇴근하고 돌아오면
    언제나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는 생활..
    누가 그랬던가?
    워킹맘들은 직장에서 퇴근하면서
    집으로 출근을 한다고.
    저녁 차리고 설거지, 청소, 빨래, 아이들 챙기기 등등..
    남편은 언제나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그때야 고된 표정으로 집에 들어오곤 했다.
    남편도 어쩔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아~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다.
    울면서 빨래를 하고
    울음소리를 물소리에 감추며 설거지를 했던 시간들..
    그러다 드디어 결심 했다.
    3월부터 일 년 간 휴직을 하기로!
    결정적인 계기는 둘째의 초등학교 입학이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첫째를 봐주셨던 친정엄마가 일을 다니셔서
    둘째를 봐주실 수 없다는 거고,
    진짜 이유는.. 사실 내가 너무나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첫째 때부터 10년이 넘게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며
    워킹맘으로 숨 가쁘게 살아왔다.
    내 몸이 힘들 땐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났었는데,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있는 이 시간이 그저 좋기만 하다.
    아이의 입학식에 가고
    아이의 등교와 하교까지 지켜봐줄 수 있다는 게 감격스러웠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까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게 됐다는 거다.
    또 모를 일이다.
    일 년 간의 휴직으로 얻은 주부생활이
    금방 싫증이 나서
    복직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게 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일단 지금은,
    나중보다는 이 순간을 즐겨보려 한다.
    오늘 저녁엔 아이들이랑 뭘 해 먹을까?
    아직은 그 고민도 행복하기만 하다.
    "엄마들! 우리 힘냅시다!
    오늘 하루도 아이들과 왁자지껄 잘 지내 봐요!"
    3 min

About 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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