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바로 위층에 살고 있는 집에는
피아노를 치는 예술가 학생이 살고 있답니다.
아침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틀리는 부분만 수백번씩 다시 치고 다시 치는 덕분에
그 음을 외울 정도죠.
항상 소음에 시달리다보니 잠을 설치는 것은 예삿일이지요.
아침에 일어나면 거울에 비친 다크서클을 보면서도
견뎌야된다는 속엣말을 외치며 살고 있답니다.
하지만, 소음 때문에 민원을 낸다거나 화를 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제는 피아노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이 학생이 어디 아픈가? 왜 연습을 안하지? 무슨 일이 있나?’
하며 걱정을 할 정도로 적막한 침묵이 오히려 낯설 정도가 되었답니다.
그렇다고 제가 마냥 덕이 넘치고 인내심이 엄청난 건
결단코 아닙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소음에 민감하지 않고 관용적이었던 것은
절대 아니었답니다.
한 달 전, 그러니까 이 집에 이사 온 첫날 밤,
혼자 용달 하나를 불러 이사를 하는 바람에
대충 끝내지도 못한 채 시킨 퉁퉁 뿌른 짜장면을
젓가락으로 뒤적거리며 한 입 넣으려던 순간,
그러니까 정확히 시계가 밤 11시를 가리킬 때
벽을 타고 내려오는 진동과 함께 피아노소리가 땡똥거리더군요.
옆집은 아닌 것 같고 바로 윗집에서 치는 피아노소리가 분명했습니다.
평소 제 성질 같아서는 바로 경비실에 인터폰을 해서,
지금 시간이 몇신데 피아노를 띵똥대냐며
당장 피아노 치는 것 그만두라고 소리를 질러댔겠지만,
그날은 이사 온 첫날이고 해서
심호흡을 길게 두 번하고,
엄마가 이웃에 돌리라며 싸주셨던 시루떡 한 접시를
야무지게 접시에 담아 위층 집으로 올라갔습니다.
“띵똥”
벨을 누르니 피아노 소리가 멈추고
안에서 누가 쪼르륵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며
현관문이 삐죽이 열리더군요.
그리고는 얼굴이 하얗고 키가 큰 아직은 미소년 티를 못 벗은
이십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꽃미남이
수줍게 저를 멀뚱멀뚱 쳐다보더군요.
남학생이 얼마나 잘생겼던지
그 순간 제 앞에 송중기가 서있는 줄 알았답니다.
순간, 아까까지 밀려들며 참지 못하던 화는 온데 간데 사라지고,
“아, 아 저는 오늘 아래층에 이사 온 사람인데요. 이거 좀 드셔보시라고요.”
하며 요조숙녀처럼 얌전히 눈을 내리깔며
떡을 다소곳이 앞으로 내밀었답니다.
그랬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저를 이상한 사람처럼 쳐다보더니
고개만 끄덕이고 냉큼 접시만 받고는 개미소리처럼 작게
“네.” 하고 현관문을 쾅 닫고 쪼르륵 도로 들어가버리더군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안하고 현관문을 닫아버리는 소리가
기분이 나쁠 만도 했지만 그 남학생의 얼굴이 너무도 잘생겨
그런 행동들은 모두 다 씻은 듯 용서가 되었답니다.
그날 후부터 그 남학생의 하얀 미소가 제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둥둥 떠다니고 있답니다.
그 후로 아직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지만
어떻게 하면 마주칠 수 있을까, 말을 건낼 수 있을까, 여자친구는 있을까,
고민만 하며 하루하루 전전긍긍하며 지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