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늦은 시간에 마트에 장을 보러갔다.
마감시간이 임박해서인지 여기저기서 마감세일에 들어갔고
평소에 해물을 좋아하는 남편,
세 팩에 2만 원이라는 말에 단박에 동태, 새우, 꽃게를 집어 들었다.
(남편) "여보 대박이야. 이거 다 해서 2만 원이래"
(아내) "오 그래? 대박이다. 얼른 카트에 담아!"
장을 다보고 집에 와서 정리를 하는데
그제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아내) "근데 이거.. 어떻게 요리하는 거지?"
(남편) "음.. 뭐 그냥 검색해보면 되지 않을까?"
신혼 1년차, 우린 거의 외식과 배달음식으로 해결하는 맞벌이 부부다.
생전 꽃게를 다듬어 본 적도,
해산물로 요리라는 걸 해본 적도 없었지만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댄가!
남편한테 아무 걱정 말라고 큰소리를 치고는
인터넷에서 해물탕 레시피를 찾아 꽃게다듬기에 들어갔다.
뾰족한 부분들을 가위로 잘라내고 등껍질을 뜯고..
휴우~ 꽃게 다듬는 데만 30분이 걸렸다.
그다음, 무와 호박을 썰고 미나리, 콩나물 다듬고
파랑 청양고추를 써는데 그것만 했는데도 30분.
안 그대로 허둥지둥하느라 두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인데,
남편은 아직 멀었냐며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거다.
(아내) "아 진짜! 신경 쓰이니까 거실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어!"
남편에게 버럭 소리 한 번 지르고는
차례차례 재료를 넣고 팔팔 끓이다가 중간 중간 간을 보는데,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맛에 화들짝 놀랐다.
(아내) ´이거 뭐지? 왜 이런 맛이 나는 거지?´
그래도 들어갈 거 다 들어갔으니 무슨 맛이라도 나겠지 싶어서
2시간 만에 드디어 해물탕을 식탁에 올렸다.
(아내) "나 처음 해보는 거 알지? 맛없어도 잔소리 하지 마!"
그런데 남편의 반응이 신기했다.. 아니, 이상했다.
생각보다 너무나 맛있게 먹는 거다.
(남편) "와 완전 맛있다. 자기 요리 잘하네 내가 재료 잘 골랐지?
우리 앞으로 종종 이렇게 집에서 해먹자, 응?"
뭐지 이거? 왠지.. 앞으로 집에서 요리 좀 하라는
고도의 전략 같은데?
사실 가격으로 치면 외식을 하나 집에서 해먹나 그게 그거다.
재료비에, 산더미 같은 설거지에, 음식쓰레기까지..
둘 다 힘들게 일하니까 차라리 사먹는 게 남는 거다 싶지만,
그래도 남편이 이렇게 잘먹어주니
다른 메뉴에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 그리고 다음번엔 남편에게도
이런 좋은 기회를 꼭 만들어주고 싶다.
"자기야! 나도 다음에 장보러 가면
싸고 좋은 재료들 듬뿍 골라줄 테니까
자기 요리솜씨도 꼭 한 번 뽐내주길 기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