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퇴근해서 들어오더니
버럭 화를 내며 나를 부른다.
(남편) "당신 이것 좀 봐. 이게.. 하 이게 뭐야?"
현관 앞에 뚱하게 서 있는 남편의 발을 보고 웃음이 터졌다.
(나) "푸하 웬일이야 세상에
당신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나간 거야? 신으면서 그걸 몰랐어?"
남편은 바빠서 급하게 신고 나가느라 몰랐다며
양말짝을 맞춰 놓지 않은 나를 원망했다.
그러게.. 누가 양말 벗을 때마다 홀라당 뒤집어서
여기 하나, 저기 하나 던져 놓으랬나?
빨래를 개다보면
우리 집 세 남자.. 짝 잃은 양말이 수두룩하다.
벗어서 제발 빨래통에 넣기만 하라고 했는데도
도무지 말을 안 듣는다.
(나) "나 앞으로, 양말은 내놓은 것만 빨고
티셔츠도 뒤집어 벗어 놓은 모양 고대~로 빨아서 개 놓을 거야.
경고했으니까 알아서들 해!"
그게 얼마나 됐다고 바로 이렇게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나가는 어이없는 일이 생겼다.
알고 보니 그날, 남편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한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회사 사람들이랑 식당에 들어가서 신발을 벗다가
양말이 짝짝이란 걸 알게 됐단다.
들어갈 땐 아무도 모르게 들어갔지만
나올 때 타이밍이 애매해져 버려서
사람들이 다 나갈 때까지 기다리다가 나왔는데,
사람들 눈빛이 꼭
계산하기 싫어서 늦장 피운 걸로 보는 느낌이었다나?
(남편) "내가 사면 샀지, 얻어먹는 사람은 아니잖아? 당신도 알지?
그런데 오늘 사람들 눈빛이.. 하 정말!
사람들이 진짜 내가 일부러 계산 안하려고 그런 줄 알면 어쩌지?"
(나) "어쩌긴 뭘 어째.. 덕분에 돈 굳었네. 잘됐지 뭐
근데 당신! 회사에서 만날 당신이 사고 다녀?"
체면과 자존심을 목숨처럼 생각하는 우리 남편!
다른 사람들 시선은 신경 쓰이면서
레이저 쏘기 직전 와이프 표정은 안 보이나 보다.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가 좀 신경을 쓸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럴 때 넘어가면 안 돼!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내가 조금만 마음이 약해지면
우리 집 네 남자를 감당할 수가 없으니까.
"여보! 그리고 아들들아!
양말 두 짝 벗어서 빨래 통에 넣는 게 그렇게 어렵니?
농구 한다고 생각하고 빨래 통에 슛, 골인 하면 안 될까?
나 정말, 숨어 있는 양말 짝 찾아다니는 거 싫어 싫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