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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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episodes

  • 2017/4/25 걸크러쉬?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며칠 전,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친구) "나 내일 소개팅 해. 근데 왜 이렇게 떨리냐?
    이 나이에 소개팅 나가면서 떨리는 거 이상한 거니?
    나 연애세포 다 죽었나봐. 니가 코치 좀 해주라."
    둘째 이유식 만들고 있던 나에게 소개팅 코치를 부탁하다니..
    진짜 떨리긴 떨리나보다 싶어 웃음이 났다.
    (나) "너 그동안 너무 청순가련이었어.
    이번 컨셉은 요즘 유행하는 ´걸크러쉬´ 어때?
    당당하고 자기주장 강한 현대여성! 좋다
    이런 스타일이 의외로 남자들한테 인기 있다 너"
    친구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연애를 못해 본 게
    늘 타이밍이 어긋났기 때문이란다.
    짝사랑에 빠져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때,
    나중에 알고 보니 가장 가까이에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거나,
    무슨 머피의 법칙처럼
    자기가 고백을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그 다음날, 상대방이 커플이 돼 있곤 했다나?
    아마 그 친구에게 이런 말 한 번 안 들어본 친구가 없을 거다.
    (친구) "동시에 서로 좋아해서 결혼까지 하는 너네는..
    정말 천생연분이다. 이건 진짜 기적이야!"
    결과 보고했다며 전화를 끊고는 며칠 뒤,
    주말이 지나고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나) "잘됐어? 애프터 받았고?"
    (친구) "희진아.. 나 망했어"
    얘기를 들어보니까 세게 보이려고
    남자가 제안하는 건 무조건 일단, ´노!´
    남자가 무슨 말만 하면, ´그것보다 제 생각은요´
    이렇게 자기 할 말만 해버렸다는 거다.
    (나) "야! 너 걸크러쉬가 뭔지 몰라?
    당당하고 멋진 거랑, 그냥 멋대로 하는 건 다른 거야"
    (친구) "나도 알지! 근데 내가 언제 걸크러쉬로 살아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그 남자 괜찮았는데.. 그냥 청순가련으로 할 걸.. 힝"
    순간, 괜히 코치한답시고 나선 게 미안했다.
    착한 친구는 내 탓이 아니라
    자기가 너무 긴장했던 탓이라며 웃었다.
    있는 그대로의 내 친구를 사랑해줄 사람이
    얼른 나타나야 할 텐데..
    일단, 이번 소개팅의 반은 내 책임이기도 하니까
    남편 회사에 괜찮은 후배 한 번 찾아보라고 해야겠다.
    그런데 왜? 친구 소개팅에 내가 떨리고 난린 거야?
    봄이라 그런가?
    3 min
  • 2017/4/24 요즘엔 시험공부도 스마트하게
    중간고사 기간인 고3 딸아이가
    쭈뼛쭈뼛 다가오더니 말을 꺼냈다.
    (고3) "엄마! 미안한데.. 나 한자 부수 좀 찾아주면 안 될까?
    한자시험에 부수문제가 나오는데 찾아야 될 게 좀 많아서..
    공부해야 될 것도 많은데..
    엄마가 부수 찾아서 동그라미만 좀 해주면 좋겠는데.."
    제 딴엔 해보다가 시간이 안 되니
    어렵게 말을 꺼낸 모양이었다.
    책을 보니 정말 공부해야 할 한자 양이 엄청 많았다.
    뭐라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흔쾌히 알았다 하고는,
    언제 꺼내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한자사전을 꺼내 들고
    식탁에 앉았다.
    그런데 사전에서 글자 하나씩 찾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노안까지 온 탓에 아무리 빨리 해도
    족히 몇 시간은 걸릴 거 같았다.
    반의, 반의, 반도 찾지 못했는데 벌써 피곤해지기 시작해서,
    하나 찾고는 어깨 두드리고
    또 하나 찾고는 목운동 하기를 몇 번.
    그런데 딸아이가 방에서 나와
    내가 한자 찾는 걸 보더니 갑자기 웃음이 빵 터지는 거다.
    (고3) "이게 뭐야? 엄마 지금 뭐해?"
    (엄마) "뭐하긴.. 한자 부수 찾아달라며? 왜?"
    (고3) "아~ 내가 못 살아. 엄마! 그걸 언제 사전에서 일일이 다 찾아
    인터넷에서 한자사전에 글자 검색하면 바로 나와.
    모르는 글자는 그려서 찾을 수도 있어. 봐봐.
    옆에 부수까지 바로바로 나오지? 아 울 엄마 옛날 사람!"
    세상에! 한자를 그려서 찾을 수도 있다니!
    나 정말 옛날 사람 된 기분이라며
    딸아이와 한바탕 웃었다.
    그런데 그렇게 웃고 나서도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이렇게 세상이 빨라지고 발전을 하는데도
    우리 아이들 입시 위주의 공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거다.
    중, 고등학생들이 벚꽃의 꽃말을 ´중간고사´라고 부른다는 말에
    웃은 적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참 안쓰럽고 안타깝다.
    공부하는 딸아이의 등을 다독이며
    "조금만 참고 힘내자!" 라는
    어쩔 수 없는 뻔한 응원을 해주고 나왔다.
    벚꽃도 제대로 구경 못 한 우리 집 고3!
    시험 끝나고 나면, 시험지 정답 말고
    쇼핑갈까, 맛있는 거 뭐 먹을까, 우리 뭐할까..
    고르라고 해봐야겠다.
    3 min
  • 2017/4/22 그녀 앞에서 속마음은 넣어두세요
    후배 아기 돌잔치가 있어서
    오랜만에 아내와 외출을 하게 됐다.
    돌잔치는 저녁 여섯 신데,
    아내는 아침부터 샤워를 하고 머리에 헤어롤을 말고
    혼자 바빠서 난리였다.
    어느 새 나가야될 시간이 다 돼서 가자고 했더니,
    10분만 기다리란다.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낼 때쯤 아내가 나왔는데
    아침에 봤을 때랑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거다.
    (남편) “뭐야~ 도대체 지금까지 뭐했어 당신? 자고 일어났을 때랑 똑같은데?
    아침부터 왜 혼자 바쁘게 난리친 거야? 허허 참”
    순간 아내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아내) “그래! 화장품이 바닥을 보여서
    그거 박박 긁어 쓰느라 시간 걸렸다.
    그거뿐이게?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하도 오래 돼서
    뻑뻑한 거 겨우겨우 문질러 쓰느라 늦었다. 왜?
    내가 나한테 투자 안하고 아끼면서 사니까 별로지?
    그럼 이제부터 투자 제대로 한 번 해볼까? 얼마나 달라지나?”
    아내들이 갑자기 속사포처럼 쏘아붙이면
    남자들은 정말정말 할 말이 없어진다.
    아내의 눈치만 살피면서 차에 탔는데
    갈 때까지 아내는 단단히 삐쳐 있는 눈치였다.
    돌잔치에 도착해서 인사를 나누는데도
    억지로 웃기는 하지만 아내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그런 아내의 마음을 한순간에 녹인 게 있었으니..
    바로 후배가 아내에게 건넨 인사 한 마디였다.
    (후배) “와 형수님은 언제 봐도 변함이 없으세요.
    사람들이 애엄마라고 하면 안 믿죠?
    선배.. 긴장 좀 하셔야겠는데요?”
    그 말에 아내가 어찌나 활짝 웃던지..
    좀 전까지 기분 상해 있던 사람이 맞나 싶었다.
    나보다 두 살 연상인 아내는
    언제부턴가 자주 이 말을 묻곤 했다.
    (아내) “여보! 나 요즘 나이 들어 보이지?
    여보! 나 몇 살처럼 보여?”
    그럴 때마다 ‘나이만큼 보인다, 나이 드니까 들어 보이는 게 당연하지.’
    그렇게만 대답을 했었는데,
    아내가 듣고 싶었던 대답은 따로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 것 같다.
    아내 기분도 풀어줄 겸,
    바닥 박박 긁어 쓰고 있다는 화장품 사러 가자고 해봐야겠다.
    마스카라랑 또 뭐가 없다 그랬더라?
    이번 기회에 연애할 때처럼
    “내가 쏜다. 맘껏 골라봐!” 큰소리 한 번 쳐볼까?
    3 min
  • 2017/4/21 그들앞에 난, 이미 송중기의 애인
    내가 맡고 있는 2학년 3반, 우리 교실에선
    가끔 재미있는 사건들이 생기곤 한다.
    지난 주 미술시간, 우리 반 귀염둥이 원준이가
    후다닥 그림을 그리더니 다 그렸다며 내미는 거다.
    (선생님) "원준아! 이거 뭐하는 그림이야? 어? 친구들이랑 축구하는 그림?
    그렇구나 그런데.. 축구하는 친구들이 몸은 있는데
    다리가 없네? 우리 조금만 더 그릴까?
    축구공도 그리고, 색칠도 하면 훨씬 멋있겠다."
    내 말에 원준이는, 더 그리기 귀찮다는 듯
    몸을 배배 꼬면서 말했다.
    (원준이) "아이잉 엄마아 아니 아니 선생니임 그만 그리면 안 돼요?"
    그때, 우리 반 똑순이 유나가
    원준이의 실수를 콕 집어냈다.
    (유나) "야! 선생님이 엄마냐? 니네 엄마 우리 선생님 닮았어?"
    그러자 원준이가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던진 한 마디..
    (원준이) "야! 너 왜 우리 엄마 욕하냐? 우리 엄마 얼마나 예쁜데!"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쉬는 시간에 현민이가 교탁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책상 위에 있던 내 휴대폰을 보고는 버튼을 꾹 눌렀는데,
    휴대폰 배경화면에 저장해 놓은
    배우 송중기씨의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이러는 거다.
    (현민이) "선생님! 이 남자랑 사귀어요? 나 이 사람 아는데?"
    (선생님) "아니, 사귀는 건 아니고 그냥 선생님이 좋아하는.."
    ´연예인이야~´ 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내 말을 다 듣기도 전에 현민이가 이렇게 외쳤다.
    (현민이) "야~ 선생님 남자 사귀어. 나도 텔레비전에서 봤어."
    그 말을 듣고 가만있을 우리 반 아이들이 아니다.
    "나도 선생님 애인이랑 가는 거 봤어!"
    근거 없는 얘기부터,
    "나도 볼래 나도 사진 보여주세요"
    거기다, "선생님! 저 소문 다 낼 거예요 흐흐흐"
    귀여운 협박까지!
    솔로라 외로운 선생님 마음도 몰라주고. 흑흑
    그날 이후부터 학부모님들의 축하와 함께
    언제 결혼하냐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
    3월이면 꽃피는 봄을 기다리는 것처럼,
    나는 꽃 같은 아이들을 기다리고 만난다.
    지금까지 어느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아이들이 없었던 걸 보면
    나는 꽤 행복한 선생님이란 생각이 든다.
    매일매일 선생님을 들었다 놨다 해도 좋으니까,
    귀엽고 사랑스런 우리 아이들
    학교 오는 게 늘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는 나에게도
    송중기 같은 애인이 꼭 생겼으면 좋겠다.
    4 min
  • 2017/4/20 남편의 우유부단, 혹시 결정장애??
    저녁쯤, 동네 산책을 나섰다가
    집근처 아울렛에 남편 운동화를 사러 갔다.
    우유부단한 성격에 운동화 하나 사는 것도
    미루고 미루다가,
    딸아이와 내가 있을 때 골라야 한다며
    예정에도 없던 쇼핑을 나선 거다.
    매장을 돌며 천천히 구경을 하다가
    몇 가지 남편이 마음에 드는 걸 골랐다.
    그런데 이걸 신으면 아까 본 그게 눈에 밟힌다 하고,
    다시 가서 그걸 신어보면
    이게 아닌가? 하며 자꾸 애매한 표정만 짓는 거다.
    (아내) “왜? 안 들어? 난 아까 그거 보다 이게 더 나은 거 같은데?”
    (남편) “글쎄.. 이것도 괜찮긴 한데..
    아까 그것도 나쁘진 않았던 거 같고..”
    그 와중에 딸아이의 한 마디!
    (딸) “아빠! 근데 지난번에 아빠 구두 사야 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게 해서 결국,
    운동화는 결정도 못하고 구두매장까지 가게 됐다.
    (남편) “여보! 나 구두 살까, 운동화 살까?”
    (딸) “아빠! 뭘 고민해 필요하면 두 개 다 사!”
    (아내) “얘가 얘가 돈 무서운 줄을 몰라요
    오늘은 운동화 사러 왔으니까 그냥 운동화 사!
    구두는 다음에 사고.
    당신 아직 운동화도 못 골랐잖아”
    그래서 다시 운동화를 보러 갔는데..
    그렇게 한참 신발 보러 돌아다녀놓고 결국 산 건,
    남편과 나의 커플 등산모자, 딸아이의 청바지였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딸아이가 말했다.
    (딸) “아빠! 나 아빠처럼 물건 못 고르는 사람 처음 봤어.
    아빠 그렇게 하면 회사에서 혼 안 나?
    점심시간 끝나기 전에 메뉴는 고르는 거지?”
    (남편) “아빠는 결정을 못하는 게 아니라, 꼼꼼한 거지.
    그렇게 심사숙고해서 잘 고른 게 얼마나 많은데”
    (딸) “잘 고른 거? 대표적인 거 뭐 있는데?”
    (남편) “뭐 있긴, 바로 여기 있잖아. 니네 엄마!”
    (딸) “꺄악 뭐야 왜 이래 닭살이야!”
    사실 따지고 보면 나나 딸아이도
    만날 장바구니에만 담아 놓고는
    미루고 미루다가 품절된 적이 많았고,
    놀러갈까, 어디 갈까.. 하다가 해 지는 날도 많았다.
    그래, 우리는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까지
    꼭 닮아있는 가족이다.
    서로 놀리며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 새 집에 도착!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에
    남편이 새로 산 모자를 쓰고 거울에 이리저리 비춰보더니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
    딸아이와 나를 순간 멘붕에 빠트린 그 한마디는 바로
    (남편) “근데.. 아까 첫 번째로 봤던 운동화, 괜찮지 않았어?”
    4 min
  • 2017/4/19 이번 생은 글렀어, 여친의 애교는..
    친구들 만나는 거 좋아하고 얘기하는 거 좋아하는 나와는 달리,
    여자친구는 말수도 적고 조용하고 영화도 혼자 잘 보러 다니는 편이다.
    여자들은 좋아하는 남자 앞에선
    애교도 떨고 말도 많이 한다고 하던데..
    아무리 말수 적고 차분한 모습에 내가 반했다고는 하지만
    언젠가부터 부쩍 서운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를 잘 아는 한 친구는 이런 말을 한 적도 있다.
    “야! 너만 좋아하는 거 아냐?”
    벼르고 벼르다가 며칠 전에 만났을 때 여자친구에게 불만을 얘기했다.
    “내 친구들은 연인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배터리가 다 될 정도로 전화 통화하고,
    수시로 문자도 주고받는데.. 우린 왜 이래?
    친구들이 나만 너 좋아하는 거 같대.“
    내가 툴툴 거리며 불만을 얘기했더니,
    여자친구는 뭐 그런 게 불만이냐는 표정으로
    웃으며 노력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 밤..
    놀랍게도 여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 뭐해?”
    바로 달라진 여자친구의 모습에 고무된 나는
    그 한마디만으로도 너무나 기뻐서
    “응~ 이제 잘 거야 고마워. 사랑해”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여자친구가 자기 전, 비슷한 시간에 전화를 해서 한 말은
    “오빠 뭐해?” 그게 다였다.
    알람도 아니고.. 며칠 지나니까 이게 뭔가 싶어서
    그냥 포기하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평생 여자친구 앞에서
    재롱부리고 애교 떨 팔잔가 보다.‘ 하고 말이다.
    여자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매일 전화 안 해도 되니까
    사랑한다는 표현만 자주 해줘도 충분하다고.
    그리고 그날 밤.. 그녀가 보낸 문자엔,
    마치 장미꽃밭처럼.. 하트만 화면 가득 찍혀 있었다.
    3 min
  • 2017/4/18 막상막회, 박빙! 아들만의 사자성어
    얼마 전에 아들 어린이집에서 공개수업을 했다.
    공개수업의 주제는 ´사자성어´
    아들은 꼭 발표를 할 거라면서
    집에서도 열심히 사자성어 책을 봤고,
    덩달아 남편과 나도 번갈아가며 아들과 사자성어 공부를 했다.
    드디어 공개수업 하는 날!
    수업이 시작되고
    선생님은 두 명의 아이가 달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문제를 내셨다.
    (선생님) "여러분~! 여기 그림 보이죠?
    그림 속, 이 두 친구의 달리기 실력이 비슷비슷해서
    누가 이길지 잘 모르겠네 이걸 사자성어로 뭐라고 할까요?"
    순간, ‘아! 어제 공부한 거다!’ 싶어 아들을 쳐다보니
    벌써 손을 번쩍 들고 있었다.
    지목을 받은 아들은 자신 있게 일어나 외쳤다.
    (아들) "정답은, ‘막상막회’ 입니다."
    아~ 한 글자가 틀렸다.
    선생님이 웃으며 다시 기회를 주셨다.
    (선생님) “와~ 우리 친구 아주 씩씩하게 발표 잘 했죠?
    정답은 ‘막상막하’, 네 글자 중에 딱 한 글자 실수를 했지만
    참 잘했어요! 자 그렇다면 이번엔,
    방금 말한 ‘막상막하’랑 뜻이 비슷한 두 글자 단어!
    뭐가 있을까요?"
    그러자 이번에도 우리 아들이 손을 번쩍 들더니
    선생님이 시키지 않았는데도
    아주 큰 소리로 이렇게 대답을 하는 거다.
    (아들) "선생님! 그건 ‘박봉’ 이에요."
    아들의 대답에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모두 빵 터졌고,
    아들은 뿌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어제 사자성어 공부하다가
    아들이 귀엽다며 남편이 자꾸 단어로 장난을 치더니,
    ‘박빙’을 ‘박봉’이라고 한 걸 아이가 그대로 외워버린 거였다.
    아우 이 남자 정말!
    그래도 난 우리 아들이 참 멋있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씩씩하고 당당하게 발표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이다.
    집에 오는 길에 아들이 물었다.
    (아들) "엄마! 나 오늘 완전 잘했지? 나 목소리 엄청 크게 말했어!"
    (엄마) "그럼 그럼 우리 아들 정말 멋있었어.
    어쩜 그렇게 발표를 잘해? 엄마도 좀 배워야겠다."
    (아들) "알았어. 오늘 집에 가서 내가 발표하는 거 가르쳐 줄게"
    그래.. 지금 당장 문제 하나 맞고 틀리는 게
    뭐 그리 중요할까?
    이렇게 씩씩하게 잘 웃고 잘 놀고 하면서
    아이는 더 많은 걸 배워갈 텐데 말이다.
    안 그래도 요즘 회사일에 집안일에 힘 쭉 빠져 있었는데,
    아들 덕분에 기운이 쑥 올라오는 느낌이다.
    어떻게 하면 너처럼 씩씩해질 수 있는지,
    또 큰소리로 말할 수 있는지..
    우리 아들한테 가르쳐달라고 해봐야겠다.
    4 min
  • 2017/4/17 양말 벗기 전에 생각좀 하고 삽시다
    남편이 퇴근해서 들어오더니
    버럭 화를 내며 나를 부른다.
    (남편) "당신 이것 좀 봐. 이게.. 하 이게 뭐야?"
    현관 앞에 뚱하게 서 있는 남편의 발을 보고 웃음이 터졌다.
    (나) "푸하 웬일이야 세상에
    당신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나간 거야? 신으면서 그걸 몰랐어?"
    남편은 바빠서 급하게 신고 나가느라 몰랐다며
    양말짝을 맞춰 놓지 않은 나를 원망했다.
    그러게.. 누가 양말 벗을 때마다 홀라당 뒤집어서
    여기 하나, 저기 하나 던져 놓으랬나?
    빨래를 개다보면
    우리 집 세 남자.. 짝 잃은 양말이 수두룩하다.
    벗어서 제발 빨래통에 넣기만 하라고 했는데도
    도무지 말을 안 듣는다.
    (나) "나 앞으로, 양말은 내놓은 것만 빨고
    티셔츠도 뒤집어 벗어 놓은 모양 고대~로 빨아서 개 놓을 거야.
    경고했으니까 알아서들 해!"
    그게 얼마나 됐다고 바로 이렇게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나가는 어이없는 일이 생겼다.
    알고 보니 그날, 남편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한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회사 사람들이랑 식당에 들어가서 신발을 벗다가
    양말이 짝짝이란 걸 알게 됐단다.
    들어갈 땐 아무도 모르게 들어갔지만
    나올 때 타이밍이 애매해져 버려서
    사람들이 다 나갈 때까지 기다리다가 나왔는데,
    사람들 눈빛이 꼭
    계산하기 싫어서 늦장 피운 걸로 보는 느낌이었다나?
    (남편) "내가 사면 샀지, 얻어먹는 사람은 아니잖아? 당신도 알지?
    그런데 오늘 사람들 눈빛이.. 하 정말!
    사람들이 진짜 내가 일부러 계산 안하려고 그런 줄 알면 어쩌지?"
    (나) "어쩌긴 뭘 어째.. 덕분에 돈 굳었네. 잘됐지 뭐
    근데 당신! 회사에서 만날 당신이 사고 다녀?"
    체면과 자존심을 목숨처럼 생각하는 우리 남편!
    다른 사람들 시선은 신경 쓰이면서
    레이저 쏘기 직전 와이프 표정은 안 보이나 보다.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가 좀 신경을 쓸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럴 때 넘어가면 안 돼!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내가 조금만 마음이 약해지면
    우리 집 네 남자를 감당할 수가 없으니까.
    "여보! 그리고 아들들아!
    양말 두 짝 벗어서 빨래 통에 넣는 게 그렇게 어렵니?
    농구 한다고 생각하고 빨래 통에 슛, 골인 하면 안 될까?
    나 정말, 숨어 있는 양말 짝 찾아다니는 거 싫어 싫다고"
    4 min
  • 2017/4/14 또 하나의 아들! 집밥 먹고 힘내자
    며칠 전 아들이 시험을 보러
    광주에 갈 일이 있었다.
    차로 2시간 거리긴 하지만,
    시험이 오전이고 지리도 잘 몰라서
    하루 전에 가기로 했다.
    버스를 태워 보내면서
    하룻밤 묵을만한 곳을 찾고 보라고 했는데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학 때 친구가 자기 집에 와서 자고 가라고 했다는 거다.
    (엄마) "친구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어른들 다 계실 텐데..
    괜히 폐 끼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들) "저도 그래서 걱정했는데, 친구 아버지께서 저녁도 사주신대요."
    (엄마) "아이고 죄송하고 감사하네
    엄마가 인사 전하더라고 꼭 말씀드리고,
    올 때 친구 집 주소 알아와. 알았지?"
    다음날, 시험을 보고 저녁에 집에 온 아들은
    아침에 친구 어머니가 따뜻한 아침밥도 차려주시고,
    친구가 운전해서 시험장에 데려다주고는
    시험 끝날 때까지 기다려 버스터미널에도 태워줬단다.
    생각해보니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다.
    예전에 서울로 이사 간 아들 친구 현우가
    볼일이 있어서 여수에 내려왔다가
    우리 집에서 하룻밤 잔 적이 있었다.
    밥을 해주면,
    (아들친구) "역쉬! 우리 어머니 손맛 짱!
    아 이 맛이 너무 그리웠어요 어머니"
    이러면서 밥을 두 그릇이나 먹는 게 참 예뻤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서울로 올라간다며 인사를 하는 현우에게
    차비하라며 얼마를 쥐어주는데,
    아들을 멀리 보내는 서운한 마음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란
    이렇게 돌고 도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꼭 내가 베풀어 준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살다보면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의지할 일이 생기곤 하니까.
    그저 좋은 마음으로 누군가를 대하다보면
    그 마음이 돌고 돌아
    결국 나한테 돌아오게 되는 게 아닐까?
    아들이 받아온 친구의 주소로
    여수의 특산품인 멸치 한 박스와 간장게장을 보냈더니,
    친구 엄마가 고맙다며 전화를 주셨다.
    살다보면 주는 게 받을 때보다 행복하다는 걸
    실감할 때가 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 창밖을 보고 있으니
    내 마음도 따뜻한 봄이었다.
    3 min
  • 2017/4/13 엄마, 시루떡도 같이 먹고 꽃구경도 가요
    일찍 일어나 청소기를 밀고
    후다닥 빨래까지 널어놓고는 현관을 나섰다.
    오늘은 엄마를 만나러 가는 날!
    시장에 가서 방금 쪄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팥 시루떡을 샀다.
    워낙 좋아하시니까
    엄마를 보러 갈 때마다
    꼭 시장에 들러 사가곤 한다.
    엄마가 요양원에 계신지도
    어느 덧 5년을 훌쩍 넘었다.
    평생 농사를 지으신 엄마는
    어느 날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지셨고
    수술과 긴 치료 끝에
    요양원에 오시게 됐다.
    환자들을 위한 식단에 맞추다보니까 저염식 위주라
    엄마는 적응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다.
    끼니때 마다 손수 해 드셨던 집밥이 그립다고,
    정 나누고 살던 동네 사람들이 그립다며
    한동안은 눈물도 많이 흘리셨다.
    그런 엄마에게 그나마 위로가 된 게 바로
    팥 시루떡이었다.
    이번에도 시루떡을 보자마자 엄마는,
    "아이고 오늘도 사왔네.
    비쌀 텐데 이걸 올 때마다 사오냐.
    담부턴 사오지 마"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어느 새 시루떡 한 조각이
    엄마 입 속에 들어가 있다.
    떨어진 팥고물도 아깝다며
    알뜰하게 손으로 쓸어서 입속에 털어 넣으시며 말이다.
    볼 때마다 잘 웃고, 잘 드시고, 씩씩해 보이셔서
    별 걱정 안하고 있었는데,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엄마가 옆자리 할머니와 나누시는 대화를 들었다.
    (할머니) "딸 와서 좋겠네 봄인데 딸이랑 꽃구경 한 번 가"
    (엄마) "그러게 날씨 참 좋네. 근데 몸뚱아리 어느 한군데
    안 아픈 데가 없어 괜히 나섰다가 애한테 짐만 되지.."
    찡한 코끝을 애써 누르며
    모른 척, 들어와 엄마 손을 잡았다.
    깡마른 손등이
    거북이 등짝마냥 갈라져 거칠었다.
    (나) "엄마! 날씨 완전 좋지? 우리 꽃구경 한 번 갈까?"
    (엄마) "좋지 근데 너 시간 괜찮냐? 일부러 무리하진 말고"
    팥고물 가득한 시루떡 하나를 입에 문 엄마가
    환하게 웃고 있다.
    금방 쪄낸 팥 시루떡 사서 꽃구경 가야지!
    어디가 좋을까..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3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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