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espresso)
통상 고온, 고압으로 빠르게 추출한 커피를 일컬어 에스프레소 커피라고 한다. 보다 정확하게 정의하면, 약 7~8g의 곱게 갈은 원두를 9기압의 압력과 92℃의 물로 약 20~30초 동안 추출한 20~30cc의 커피를 말한다. 작고 귀여운 잔, 데미타세 라고 부르는 잔에 서빙된다.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신선하고 질 좋은 원두로 내린 에스프레소 커피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나른한 오후, 이 강렬하고 자극적인 커피 한 잔은 무딘 신경을 각성시키고 활력을 솟구치게 한다. 한 번 에스프레소에 맛을 들이면 벗어나기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스프레소는 커피가 진하여 가장 많은 카페인이 들어있을 거라는 잘못된 믿음이 있다. 그러나 사실은 다른 추출방법(핸드드립, 프렌치프레스, 모카포트 등)에 비해 추출시간이 짧기 때문에 같은 양의 원두를 기준으로 했을 때 카페인의 함량이 가장 낮다. 다만 그 맛이 진하게 느껴질 뿐이다. 에스프레소를 그냥 마시기에 쓰고 부담스럽다면, 설탕을 한 두 스푼 넣어서 마시면 된다. 커피를 다 마시고 잔 바닥에 남은 설탕을 ‘커피캔디’라고 부르는데, 이것을 먹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모카포트
모카는 크게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초콜릿시럽’,’커피’,’예멘이나 에피오피아산 커피’가 그것이다. 모카포트란 커피를 끓이는 주전자 라고 보면 된다. 유럽, 특히 이탈리아 가정에는 모카포트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비알레띠사에서 만든 모카포트가 유명해 그냥 비알레띠 라고도 부른다. 모카포트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도구로, 물을 끓여 그 증기가 커피 층을 통과하게 해 모인 커피를 즐기는 것이다. 증기압이 낮아 비록 크레마를 즐길 수는 없으나, 그 맛은 에스프레소 머신에 떨어지지 않는다. 추출한 커피에 따뜻한 우유를 섞으면 카페라떼가 된다.
프렌치프레스
가장 손쉽게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도구로, 프랑스 사람들이 까페오레(까페라떼)를 즐길 때 사용하는 것이다. 굵게 간 커피를 사람 수에 맞게 적당량 넣고 뜨거운 물(약 90℃)을 천천히 붓는다. 부풀어 오른 커피를 스푼으로 저어준다. 약 2분 후 손잡이를 서서히 누른다. 커피를 전부 따라낸다. 그리고 커피를 잔에 따라 마시면된다. 대개 실수하면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물을 부은 후 바로 손잡이를 눌러 추출하는 것. 둘째, 추출한 커피를 전부 따라내지 않고 그 상태에서 조금씩 잔에 따라서 마시는 것이다. 특히, 두 번째 실수는 커피가 계속 추출되어 불쾌한 쓴 맛이 나므로 주의해야 한다.
진공식 커피포트(사이폰, siphon)
일명 ‘사이폰’으로 알려진 이것은 외관적으로 가장 멋스러운 추출도구가 아닐까 한다. 증기압과 진공으로 커피가 추출되는 광경은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그 만큼의 맛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 것 같다. 두 개의 유리 플라스크를 연결하는 유리관으로 아래의 가열된 물이 두 플라스크의 압력 차에 의해 위로 올라가 커피와 만난다. 절반이상의 물이 올라오면 나무 막대로 저어주기 시작한다. 물이 위로 다 올라오고 약 1분이 지난 후 아래 열원(알코올 램프, 가스렌지)을 제거한다. 아래 플라스크가 냉각되면서 진공상태가 되어 커피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도구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어 세척 시 깨질 염려가 있고,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이 단점이다.
핸드드립(손흘림)
커피를 가장 맛있게 추출하는 방법은 핸드드립이다. 사람의 손만큼 정교한 추출방법이 없고, 거기에 정성까지 더하니 맛이 좋을 수 밖에 없다. 다만 맛의 보장은 숙련된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잘못하면 기계로 한 것보다 못하니 이 또한 핸드드립의 양면성이 아닌가 한다. 핸드드립은 방법에 따라 나선형드립, 점드립, 동전드립 등이 있다. 또한 드립퍼에 따라 융드립, 고노드립, 칼리타드립, 멜리타드립 등으로 나뉜다. 어떤 드립 방법이 가장 맛있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하는데, 방법보다는 얼마나 숙련된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질 수 있다. 결국 본인이 선호하는 방법을 택해 꾸준히 연습하는 것만이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체즈베(터키쉬커피)
커피의 종주국은 두말할 나위 없이 에티오피아이지만, 커피를 유럽 등에 전파한 나라는 오스만투르크, 지금의 터키다. 체즈베는 중동 대부분의 나라, 심지어 그리스까지 사용하는 커피도구이지만, 이렇게 끓인 커피를 터키쉬커피라고 부른다. 에스프레소보다 자극적이며, 강렬한 이 커피는 때때로 입안 가득 커피가루가 씹이기도 한다. 에스프레소보다 더 곱게 분쇄한 커피가루를 사용한다. 체즈베에 커피를 넣고 물을 부은 후 중간 세기의 불로 끓인다. 거품이 부풀어 오르면 체즈베를 불에서 내려놓고 잘 저어준다. 다시 불에 놓고 거품이 부풀어 오르면 잘 저어준다. 이 때 생기는 거품은 걷어내 마실 잔에 담아 놓는다. 커피가 다 끓으면 잔에 따라 마신다. 이때 설탕은 필수다. 때때로 커피가 끓을 때 설탕을 넣기도 한다. 커피찌꺼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린 후 마시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