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른한 오후, 오늘도 변함없이 염소를 치는 목동 칼디는 풀숲에 누워 한가로이 풀피리를 불고 있었다. 염소가 무엇을 하는지 관심도 없고, 그저 날이 저물면 염소를 집으로 데려가면 그만이다. 그 때 염소 한 무리가 눈에 들어온다. 평소 같으면 그저 풀이나 뜯으며 졸고 있을 그들인데, 오늘 따라 껑충껑충 뛰며 잘 노는 모양새가 이상했다. 그들이 먹고 있는 열매는 빨간 앵두 같이 생긴 이상한 것, 예전에 한 번 맛을 봤지만 별 맛이 없어 그 뒤로는 손도 대지 않았다. 몇 개를 따서 더 먹어보니 잠시 후 졸음이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 날 이슬람 승려 한 분에게 이 사실을 얘기했다. 승려는 다시 수도원 원장에게 이 열매를 전했다. 원장은 이 열매를 사악한 것이라며 금시기 하였다. 금주법과 마찬가지로 하지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승려들 사이에서 이 열매의 효능이 급속도로 펴졌다. 때로 밤을 새워 기도를 해야 하는 승려에게는 이 보다 더 좋은 소식이 없었다.
이렇게 커피는 세상에 알려졌다. 약 7세기 에티오피아 카파 지방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커피라는 이름은 그것이 발견된 카파 지방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영어로는 coffee, 불어로는 café, 독일어로는 kaffe 라고 하는 것도 결국 Kaffa에서 변형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