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7.-타이완ㆍ한반도ㆍ양안관계 및 시사평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벌써 1년 5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속전속결로 금방, 그것도 쉽게 끝날 것이라고 상상했던 것과는 아주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 전쟁이 특히 중공군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이며 어떠한 변화를 초래하였는지 현재 상황을 살펴보았다.
7월14일(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중공군에게 주는 시사점과 조정’을 주제로 한 포럼이 타이베이에서 거행되었다. 2개의 세션에 각각 3명의 발제자와 1명의 토론인 등 총 10명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진지하게 그들의 논문을 발표하며 토론하였는데 이날 질문과 답변 시간에서 필자는 타이완해협 ‘유사시’ 한반도에서도 ‘유사’할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지난 1년여 이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쌍방이 전장에서 보여준 상황은 전 세계의 관심사였고, 그래서 이 전쟁을 계기로 여러 국가에서는 전술을 재검토하는 등 국방 군사 방면의 변화는 물론 국제 정치 무대에서의 움직임은 마치 냉전시대를 방불케 하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중공군에게 어떠한 시사점을 주었고, 또 그러한 과정 속에서 중공군은 군사적으로 어떠한 것을 조절하게 되었으며 러-우 전쟁이 그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져다 주었을까? 중국인민해방군 뿐만 아니라 우리 국군도 예의주시하면서 비대칭 전쟁이 폭발할 때의 대응책에 대해 참고하며 배워가는 과정이 되기도 했다.
러시아 군은 ‘특별군사작전’, ‘특별군사행동’이라는 명목으로 우크라이나 땅을 밟았다. 두 나라는 육지로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아마도 중공군이 타이완섬으로 군사행동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수월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군사 행동 시작 단계에서 보여준 미사일 타격 등 전투는 우크라이나 방어망을 완전히 뚫는 데 충족하지 못했고 그 후속 전투 역시 ‘이게 세계 3위의 군사 강국?’이라는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부실한 것 같았다.
세계 최대 군사 강국은 단연코 미국이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 4월 하순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유럽 국가 군비는 30년 이래 최대폭의 증가를 보였고, 유럽의 총체적 군비 성장은 13%, 우크라이나는 무려 7배의 군비 지출이 폭증했다. 2022년 기준 세계 1위 미국은 8770억 달러로 전 세계 국방비 지출의 39%를 차지할 정도이고, 2위 중국은 연속 28년째 군비 지출이 증가하면서 작년에는 미화 2920억 불 규모로 늘었으며, 세계 군비의 13%를 차지한다. 또 3위 러시아는 세계 군비의 3.9%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9.2%가 증가한 약 864억불 규모이며, 우크라이나는 국내총생산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미화 440억 규모로 증가해 세계 11위 군비 지출 국가로 부상했다. 2022년에 전 세계가 모두 국방 비용을 늘리는 데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고, 이 외에도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동아시아의 긴장 정세 국면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타이완의 작년 군비 예산은 미화 125억불로 세계 21위였다. 군비 지출 상위권으로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사우디 아라비아 5개국이며,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전세계 군비 지출의 절반을 웃돌은 52%에 달했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국방 강국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우크라 전쟁에서는 지휘에서부터 군인들의 정신적 전투력 모두 초라해 보였다. 우리가 평소 접하는 외신이 대부분 미국과 유럽의 이른바 서방세계의 것이고 평론 역시 그들의 관점을 주로 하는데, 1년여 동안의 전투 장면을 보았을 때 우크라 군대가 훨씬 더 용감해 보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쟁 과정에서 우리에게 준 시사점 중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바로 우크라이나는 정보통신의 활약의 덕을 많이 보았고, 선전 효과의 몫도 크게 작용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만약 중공군이 타이완에 대해 무력 침공을 시도할 경우, 그들은 원거리 화력 타격에 있어 그게 포화 공격이 아닐 경우, 그러한 타격은 별 쓸모가 없다는 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터득했다고 본다. 즉 중공군은 전술핵을 사용하기 전에는 만약 포화 공격이 아니라면 그 전투의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타이완의 국군은 어떠할까? 우리가 선제 공격을 하는 트리거가 되지 않을 것이지만 공격을 받았을 때 만약 타이완섬 주변이 포위되거나 국제적 지원이 중단 또는 줄어들 경우를 대비해 일단은 필요한 탄약 등의 비축이 현 단계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중공이 타이완을 공격한다면 군사적 최종 행동은 타이완섬 상륙일 것이다. 그러나 국방대학교 중공군사연구 교수(마전쿤)는 학계에서 중공군이 대규모적인 상륙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동안 중공군은 현대화 상륙작전을 위한 군부대 증편이나 상륙작전 훈련은 없었다며 일축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걱정하는 2027년 중공군 침략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는 평론으로 이해되었다.
그러한 평론을 하게 된 주요 근거라고 하면 중공의 입장에서 볼 때 ‘타이완 문제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라고 누차 강조했듯이 베이징당국의 생각은 미국을 향한 ‘반개입’을 부각시키며 국제 사회의 타이완문제 개입을 억제하는 역량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고 보면 미국이 최근 수년 ‘중국은 미국을 위협하는 적성국’으로 규정하면서 타이완과는 1979년 단교 이래 가장 가까운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는데, 베이징에서는 워싱턴당국이 타이완 독립을 부추기는 언행을 하지 말 것을 계속 당부하며 타이완문제는 레드라인임을 강조해왔다.
양안간에 전쟁이 폭발한다면 우리 국군은 중공군과 절대로 비대칭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아무리 군비 방면에서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해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쟁을 준비해 놓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주로 우크라이나 국토에서 벌어지고 있고 게다가 도시전투를 자주 보게 된다. 도시전투는 건축물, 지형 등의 현지 상황에 따라 은폐물이 많은 게 특징이다. 만약 타이완에서도 도시전투가 벌어진다면 우리가 대면하게 될 파괴력은 타이완의 높은 인구 밀도 때문에 넒은 토지를 가진 우크라이나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가 고전을 겪고 있는 원인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이중 특히 러시아가 싸우는 대상은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전체적인 서방세계 국가들이라서 큰나라가 그보다 작은 나라와 1대 1로 싸우는 게 아니라 러시아는 전체 서방세계 국가들과 전쟁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전쟁에서 ‘핵’ 사용 가능성에 대한 추측이 많았는데 핵무기 소유국들이 ‘핵’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사실 마음에 걸리고, 혹시라도 핵전쟁에 치닫지 않을까 당사국들의 수뇌들 속마음은 꺼림칙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지금 그 누구도 러시아가 핵무기를 동원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은 것이다.
전술핵 카드를 꺼내지 않는 러시아는 이 전쟁을 더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전문가의 견해로는 비록 우크라이나도 당장 전쟁을 끝낼 생각은 없다는 입장이어서 당장 정전 협상을 이끌어 내지 못하지만 러시아 측에서도 당장 전쟁을 끝내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가 수세에 있으면서도 이 전쟁을 지속하려는 데에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는데, 그건 바로 서방세계의 리더 미국의 대선 때문이다. 2024년 미국 대선까지 시간을 끌다보면 미국 내부에서 어떠한 변화가 생길 것이란 기대를 러시아가 하고 있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타이완해협 유사시 한반도에서도 전쟁의 위험이 있지 않을까 하는 필자 질문에 국제 및 전략사무 연구소 교수(린잉요우)는 그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국제사회는 남중국해에 더 집중할 것이며 국제 전쟁이 발생한다면 역시 남중국해에서의 전쟁이 먼저 터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타이완해협 유사시 한반도에서도 전쟁 가능성은 있으며 북한군은 아마도 주한미군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중화민국 국방장관 양니엔주(楊念祖)는 ‘전투 전술의 시각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중공군에 주는 시사점 분석과 평론’이라는 주제의 포럼 세션 1에서 사회를 맡았고, 전 중화민국 국방부 부부장 린중빈(林中斌)은 ‘새로운 영역군 작전 역량이 러ㆍ우 전쟁에 운용되는 것과 그 시사점’을 주제로한 세션 2의 사회를 담당했다.
이날 세션 1의 발제자는 양타이위안(楊太源, 타이완전략연구아카데미 연구원)은 ‘러ㆍ우 전쟁 연합화력타격이 중공군에 주는 시사점과 조정 운용’을, 징위안저우(荊元宙, 국방대학교 정치작전대학 중공군사사무연구소 소장)는 ‘러ㆍ우 전쟁 도시전투가 중공군에 주는 시사점과 조정 운용’이라는 제목으로, 졔중(揭仲, 국가정책연구기금회 부연구원)은 ‘러ㆍ우 전쟁 쌍방 병참 보장 행위가 중공군에 주는 시사점과 조정’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각각 발표하였고, 세션 2에서는 정이숴(曾怡碩, 국방안전연구원 사이버안전 및 정책결정 시뮬레이션 연구소 부연구원)가 ‘러ㆍ우 전쟁 쌍방 인지작전이 중공군에 주는 시사점과 조정’을, 린잉요우(林穎佑, 단쟝대학교 국제사무 및 전략연구소 조교수)는 ‘러ㆍ우 전쟁 중의 ‘스타링크’ 시스템 운용이 중공군에 주는 시사점과 조정’이라는 제목으로, 수샤오황(舒孝煌, 국방안전연구원 중공정치군사 및 작전 개념 연구소 부연구원)은 ‘러ㆍ우 전쟁 쌍방 무인기 운용이 중공군에 주는 시사점과 조정’을 제목으로 각각 논문을 발표했다.
포럼의 토론인으로는 마전쿤(馬振坤, 국방대학교 정치작전대학 중공군사사무연구소 교수)과 웡밍셴(翁明賢, 단쟝대학교 국제사무 및 전략연구소 소장)이 담당했다. 기타 유사한 주제의 포럼 가운데 가장 전문성을 띄며 객관적인 토론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白兆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