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 up to save your podcastsEmail addressPasswordRegisterOrContinue with GoogleAlready have an account? Log in here.
FAQs about 배미향의 저녁스케치:How many episodes does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have?The podcast currently has 6,891 episodes available.
June 04, 20202020/05/26 누에고치처럼 환한 우리 엄마비가 후드득 내리는데 창 밖 회양목과 쥐똥나무 이파리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누에가 뽕잎을 사각사각 따먹는 소리 같습니다. 난 누에를 길러본 적은 없지만 옆자리에 함께 근무하는, 엄마뻘 되는 선생님으로부터 누에치기에 대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어릴 적, 집에서 누에를 치셨다는데 누에는 봄과 가을을 이용해 두 번 칠 수가 있고 봄, 가을에 돈 가뭄이 심할 때 딱 학교 등록금을 낼 정도의 목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누에치기는 한 달 정도 걸리는데 봄가을은 농사철이기도 해서 누에를 치는 집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형제들과 누에 밥인 뽕잎을 따거나 뽕나무 밑동을 베었고, 특히 비가 오는 날 뽕잎을 따게 되면 방에 흩어서 뽕잎을 말려야 했다고 합니다. 젖은 뽕잎을 먹으면 누에가 병이 나기 때문이라고요. 누에는 잘도 크는데 그만큼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은 점점 협소해졌고 창고가 따로 없었던 선생님 네 집은 안방이나 사랑방을 누에를 치는 방으로 두고 대청에서 자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아침 등굣길엔 옷에 한두 마리 누에와 함께 학교에 가기도 했다며 웃으십니다. 누에가 명주실의 원료가 되는 누에고치가 되는 과정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고 합니다. 누에가 스스로 실을 토해 온 몸을 감싸고 만드는 집을 보면 누에의 일생이 애처로워 보이기도 한답니다. 고치를 짓고 하루가 지나 그 속에서 누에가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면 그것은 갑옷 같기도 하지만 정작 인간에게 내어줄 땐 최강의 부드러움을 선사한다고요. 난 이 얘기를 듣고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자신을 희생해 오롯이 가장 좋은 것을 주는, 자식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데 1등인 엄마. 내가 잘 되는걸 질투 없이 제일 기뻐하는 존재. 지난 번 찾아뵀던 엄마의 모습이 누에고치처럼 환했습니다. ‘엄마 사랑해요.’...more4minPlay
June 04, 20202020/05/25 이맘때면이맘때라는 말은일 년 언제든지 있는 때지나간 시간을 느닷없이 소환하는 때작년과 재작년을 오늘로 불러놓고어금니쯤에 고이는 신맛으로얼굴을 찌푸리는 때이맘때라는 말은흰 구름 의자에 앉아파랗게 익어가는 나뭇잎에 들뜨고이빨 사이로 굴러다니는빈 씨앗 같은 말들이코끝을 시큰하게 하는 때우리는 이맘때를 앞에 놓고날리는 머리카락 쪽으로 웃고떨어지는 열매 쪽으로 시무룩해진다.비술나무 그늘 밑에서 손뼉을 치며술래의 속눈썹으로 떨렸던 이맘때이맘때라는 말이저 맘과 그 맘 사이에서 편지를 쓴다.느린 우체통 안에마른 겨드랑이에서몇 글자 꺼낸 즐거운 기억을우리 맘대로 소환하여 되씹는 이맘때라는 말이흐르는 구름 속에 가려지고 있다김화연 시인의 <이맘때면>‘그때가 딱 이맘때였지...’시간에 갈피를 꽂아둔 것처럼나를 과거의 한 페이지로 데려가는 풍경이 있습니다.오늘을 작년, 재작년, 20년 전으로 만들어놓는 풍경...때로는 담담하게,때로는 울컥하며 바라보게 되는각자의 이맘때가 있지요....more3minPlay
June 04, 20202020/05/25 코로나로 바뀐 일상오래 만에 세탁기를 돌리고 집안청소를 합니다. 요즘 밖으로 계속 나갔더니 집안일이 끝이 없네요. 열어놓은 창으로 싱그러운 오월의 바람이 가득합니다. 올해로 예순 여섯이 된 남편. 친구들은 퇴직하여 황혼의 여유를 즐기거나, 손주를 돌보기도 하는데 우리 남편은 아직도 현역입니다. 업무를 보러 다닐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날이 많지요. 그런데 코로나가 발생하고부터는 종일 운전을 하고 다니는 남편이 걱정이 되어 운전을 도와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운전을 해주며 가까이에서 남편의 일상을 들여다보니 적지 않은 나이에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든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내색하지 않고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는 남편의 말에 고마운 마음이 마음 깊이 올라옵니다. 사실 저는 운전을 잘 못합니다. 그래서 고속도로는 남편이 하고 국도나 시내운전은 제가 합니다. 남편이 일을 보는 동안에는 신록이 우거진 공원 근처에서 걷기도 하고 혼잡한 도심도 걷습니다. 업무가 끝났다는 문자를 받으면 차로 돌아와 준비해온 간식도 챙겨주면서 친손녀 채민이가 할아버지 늙었다고 한말에 외모에 신경 좀 더 써야겠다는 이야기도하고 딸이 보내온 외손녀 이자벨라의 재롱 피는 영상을 보며 웃음도 짓습니다. 코로나로 5월에 한국에 오는 것이 취소된 딸 때문에 속상한 이야기 그리고 열심히 사는 아들내외 이야기 연로하신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이야기를 하면서 다음 장소로 이동을 합니다. 때로는 운전 중에 다툴 때도 있지만 서로를 측은지심으로 바라봐주기에...아무렴 어때요 이대로 좋습니다. 코로나로 시작된 운전 도우미가 이제는 남편과의 독특한 데이트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의 세계는 앞으로도 행복을 향해 직진중입니다....more4minPlay
June 04, 20202020/05/24 저녁을 거닐다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ART19 개인정보 정책 및 캘리포니아주의 개인정보 통지는 https://art19.com/privacy & https://art19.com/privacy#do-not-sell-my-info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more3minPlay
June 04, 20202020/05/24 늦게야 이해가 되는 것저는 요즘 이가 좋지 않아서 단단한 음식을 못 먹습니다. 가족들이 치킨을 시켜 먹으면 저는 먹는 척만 합니다. 남편에게 이가 안 좋다고 하면 “치과에 가~”라는 말만 합니다. 좀 있으면 가라앉기도 하니까 식구들에겐 표를 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음식을 대충 씹고 삼키니까 소화가 잘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밥을 안 먹을 수는 없으니까 국에 말아먹기도 합니다. 우리 집 철칙은 하루 세 끼를 잘 챙겨먹기입니다. 하루 세 끼 먹는 게 보약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예전에 친정엄마가 밥을 물에 말아 먹는 게 저는 싫었습니다. “나는 니 외할머니가 걸핏하면 밥에 물 말아 드시는 게 못마땅했어. 왜 반찬을 놔두고 심심하게 물에 말아 드시는지 이해가 안 됐다니까” 언젠가 딸에게 말을 했더니 “저도 이해가 안돼요. 밥을 씻어서 먹는 한국 사람을 본 외국인들이 청결하다고 느끼다가 밥을 다 건져먹고 그 물을 다시 마시는 모습에서 의아했다잖아요?‘ 저는 뭐든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식구들 눈치를 보면서 국에 말아 먹거나 딱딱한 반찬은 씹다가 슬며시 버립니다. “밥맛이 없을 때 뜨거운 물에 말아서 배추김치 쭉쭉 찢어서 얹어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 언젠가 친구가 식당에서 이런 말을 하면 맛있게 보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먹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때는 이가 좋았으니까요. 이제는 김치 먹기도 힘들어 가위로 잘게 썰어서 삼키다시피 합니다. “엄마! 밥에 물 말아 드시면 별로 안 좋대요.” 딸이 제게 해준 말을 저는 또 엄마에게 옮겼습니다. 요즘은 이를 다시 해 넣어서 괜찮다고 하십니다. 이 상태가 가라앉길 기다려야겠지만 근본 치료부터 받아야하는데 저는 치과가 왜 그렇게 무서운지요....more3minPlay
June 04, 20202020/05/23 할머니 편지또 해가 바뀌어 너는 다섯 살 언니는 일곱 살봄마다 바뀌는 어린이집 선생님 불안해라낯가림 심한 우리 아기 얼마나 힘들까말도 못 하고 듣지도 못하는 아기 미워하진 않을까이 생각 저 생각에 뒤척이다 담임선생님께잘 돌봐 달라는 간절함 담은 긴 장문의 편지를눈물로 얼룩진 편지를 쓴다개나리꽃 피고 진달래 꽃망울 벙근어린이집 담장 곁에 할미꽃 수십 송이가겸손하게 고개 숙인 세월의 나이테로 피어난 봄날걱정하지 마시라고 할미 맘 위로하는 선생님너는 개나리꽃, 선생님은 진달래꽃, 할미는 할미꽃처럼꽃피는 봄날만 같으라고 축수하고 돌아섰다허정분 시인의 <할머니 편지>집에만 있던 아이들이다시 어린이집, 유치원에 간다고 하니까또 다른 걱정이 몰려옵니다.밥은 잘 먹을지, 친구들과는 잘 지낼지,엄마 찾으며 울지는 않을지, 선생님과는 잘 친해질지,부모는 그저 자식이 품 안에 있어도 걱정, 밖에 나가도 걱정입니다....more3minPlay
June 04, 20202020/05/23 내 삶의 길목에서"오늘은 뭘 해 먹지." 집콕하는 시절이라 돌아서면 근심, 걱정이 한 가득입니다. 지난 달 옆집에 이사 온 엄마랑 차를 타고 멀리 들에 나가 꺾어서 말린 고사리가 있는데 육개장을 만들어 나눠 먹어야겠다 싶었습니다. 향긋한 고사리 향에 흠뻑 취하며 맛있게 먹을 가족들과 이웃집 엄마를 생각하며 맛있게 만들었습니다. 주부 둘이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봄에 고사리 꺾었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웃집 엄마는 40대 초반에 얼굴도 예쁘고 키도 큽니다. 작년 겨울 남편 직장 문제로 인천에서 이사를 왔습니다. 아이가 안 생겨 각종 시술을 받았는데 효과도 없이 우울증이 생겨 이제는 체념하고 부부가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고 합니다. 고사리 꺾으러 며칠 다니다 보니 더 친해졌고 고사리 꺾는 방법과 요령을 알려 주니 피로한 줄도 모르게 일을 하는데 그 모습에 저도 기뻤습니다. 4월부터 5월까지는 우리나라 대표 봄나물인 고사리가 한반도 전역에 나오는 시기입니다. 특히 제주도 고사리는 예로부터 궁궐에 계신 임금에게 진상했다 하여 궐채라고 불렀을 만큼 향긋한 풍미와 쫄깃한 식감이 좋고, 그렇게 공해가 없는 지역이다 보니 대형 음식점에서는 예약을 하고 사가는 일이 많습니다.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릴 만큼 풍부한 영양소를 지녔는데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되고, 인, 마그네슘, 철분 등 무기질이 풍부해 피부와 점막을 보호하며, 빈혈과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으며, 노폐물 배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맛과 영양이 뛰어난 고사리지만 혹시 햇고사리를 채취했다면 반드시 삶아서 독성 물질을 제거한 다음에 먹거나 말려서 보관해야 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모릅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이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more4minPlay
June 04, 20202020/05/22 인연언제인지도 모르게등 뒤에 붙어 들어온도깨비바늘나랑 같이 살면싹도 못 틔운다고잘못 따라온 거라고조용히 타이르며떼어 내는데바늘 안쪽에 숨겨진 까끄라기가나를 꼭 잡고놓지 않는다잠깐 동안이었지만너를 떼어낸 자리가깊다신미균 시인의 <인연>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면옷깃을 파고든 도깨비바늘과는얼마나 깊은 인연이 되는 걸까요.도깨비바늘이 만든 옷감의 보풀이헤어지고 난 후에 생긴 마음의 흉터 같습니다....more3minPlay
June 04, 20202020/05/22 내 삶의 길목에서저희 부장님은 굉장한 원리원칙주의자입니다. 9시 출근, 6시 퇴근을 칼같이 지키기. 일이 많아 야근을 할 때는 무조건 야근 비 딱 맞춰서 청구할 것. 대신 30분이라도 늦으면 무조건 지각 처리. 절대 부하 직원에게 커피 심부름이나 복사 심부름 등 잔심부름시키지 말 것. 반대로 후배의 경우 잘 모르는 게 있다고 무조건 선배에게 일 떠넘기지 말고 부장님께 보고하고 선배를 지정해 주면 그때 선배에게 협업을 요청할 것. 등등... 요즘같이 불경기에는 회사에선 그만큼 더 야근, 더 많은 회의를 요구합니다. 그런 상황에 꿋꿋이 맞서 주시는 분은 그래도 우리 부장님 밖에 없으니 다른 부서 직원들이나 다른 회사 다니는 친구들은 부러워들 합니다. 그렇지만 저희들 내부에서는 너무 빡빡한 부장님 때문에 은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죠. 하루는 점심시간이후 직원들 너 댓 명이 휴게실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몸이 좀 안 좋으셔서 병원에 모시고 가야 되는데 큰일이야. 30분만 일찍 퇴근하면 되는데 매일 반차를 쓸 수도 없구...’ ‘ 나는 지난번에 김 대리님에게 인계 받은 프로젝트가 꼬였는데.. 이걸 부장님께 말씀드려야 되나 모르겠네.’ ‘윤 선배 아이 때문에 요즘 정신없어서 윤선배가 처리할 서류 몇 개 내가 처리해 주고 싶은데 윤선배가 부장님 아심 절대 안 된다구... 저러구 있어... 짠해...’ 근데 그때 갑자기 부장님이 쓱 들어오셨습니다. 부장님이 특히 싫어하시는 게 핑계, 변명, 뒷말 이런 건데..우리는 죽었다 싶었죠. 근데 부장님이 ‘답답한 사람들이구만... 다들 그런 문제가 있으면 나한테 말을 하지. 왜 아무도 나한테는 말 안 하는 거야.’ 하면서 터덜터덜 나가십니다. 근데 그 말투가 평소의 엄한 말투가 아니고 속상하고 투덜거리는 듯한 말투여서 저희 직원들 모두 빵 터졌습니다. 그 뒤로 로보트 같던 부장님이 학교선배 같기도 하면서 확 정이 갑니다....more4minPlay
May 22, 20202020/05/21 친밀감의 이해이제 서로 깔깔거리며 지낼 나이가 지났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주머니의 자갈을 끄집어내어도 자꾸 자갈이 생긴다는 뜻이다오래된 건물들이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사실이다 벽들은 저마다의 표정을 가지고 있다 간혹 건물들이 울면 사람들은 이유 없이 어두워진다명랑함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마음에 들지 않던 보조배터리를 극장에서 분실하고 찾으러 가지 않는 것과 같다 그들이 너를 버린 게 아니다견고했던 것들도 깨어진다는 것을 차츰 알아간다 사람들 사이에 끈이 있는데 당기거나 당겨진다 예전에는 그걸 몰랐었다허준 시인의 <친밀감의 이해>평생 친구라고 여겼던 사람과도순간에 멀어질 수 있다는 알게 됩니다.‘그만 만나자’고 인사 없이도자연스레 연락이 뜸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견고하던 관계가작은 실금으로 깨질 수 있음을우리는 살아가며 알게 됩니다....more3minPlay
FAQs about 배미향의 저녁스케치:How many episodes does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have?The podcast currently has 6,891 episodes avail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