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40대스승 20대제자 패널]"치료사는 결코 가난하지 않아요" 영화 '바베트의 만찬'을 보고
패널: 랄랄라, 치킨맨, 원이PhD
1부 젊은 날의 근시안
- 간단 자기소개
- 영화 소개
1) 가장 기억에 남는 식사는? 또는 잊을 수 없는 사건?
2) 다 잃은 것 같은 절망의 순간은 언제
3) 그 때 나를 일으켜 준 것은
2부 우리의 눈이 뜨일때
0) 복권에 당첨된다면 해보고 싶은 일
1) 싫은 사람, 좋아하기 힘든 사람
2) 좋은 사람, 끌리는 사람
3) 인생의 매순간을 함께 하고 있는 사람(실제로 또는 마음으로)
3부 예술가는 결코 가난하지 않아요.
1) 가난하지만 부자인 사람을 본적이 있나?
2) 바베트처럼 한번 이벤트를 한다면 어떻게
또는 정기적으로라도 해보고 싶은 일
3) 14년 후 나에게 쓰는 편지 (A4용지 5줄 분량, 글자 11 정도)-(바베트가 덴마크에 온지 14년째 생긴일이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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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사는 결코 가난하지 않아....
나는 4월이 가장 아쉽다. 일년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계절, 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목련이 우아하게 인사하는 달
라일락 향기가 어디선가 스며들기 시작하는 달,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여러가지 설명할 수 없는 느낌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달이다.
벚꽃 소나기를 실컷맞아볼라 치면 중간고사가 있던지,
아니면 병원에 너무 바쁜 일이 몰려와
아차, 정신을 차리고 보면
봄비가 싸악 쓸어간다, 수많은 핑크빛 벚꽃잎을.
나는 노는 걸 참 좋아한다.
어디서나 잘 논다. 같이 일하는 분들과 점심도시락을 먹거나 매번 풍성한 점심을 차려 먹곤 하고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이랑 해외여행도 여러번 간다.
사람들이 무슨 일이 생기면 나에게 전화를 하곤하는데
듣다보면 남일이 아닌 것 같아 열심히 공감하며 듣는다.
몇번 옮긴 근무지에서, 일로 알게 된 인연들,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야 될 사람들이 참 많다.
하지만 즐거움의 아이콘인 나는 문득 걱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걱정과 불안이란 것에 휩싸일 때는 화악 휩싸여 버린다.
순간 순간 즐거움에 잘 취하는 만큼, 그 두려움이라는 것에도....
앞으로를 생각하면 이따금씩 걱정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언제까지 직장을 다닐까
우리애는 왜이리 예민할까, 잘 키우고 있는 걸까, 분가는 해야할까.....
공부는 어디까지 해야하지.....
돌아보면 무리한 적이 없는 선택들을 해왔고
나쁘지 않았거나, 참 좋았다.
사랑스런 인지치료실 아이들을 만나는 이 직업도
결혼도
캠프도
순간 순간에 잘 젖어드는 나는
행복한 순간이 참 많았던 것이다. 페이지 마다 말린 꽃잎이 꽉꽉 채워진
오래된 책처럼
나는 만난사람도 많고, 웃을 일도 많고, 추억도 많다.
그래, 앞으로도 그렇게 순간순간을 살면 되는 거다.
페이지마다 예쁜 꽃잎들을 따다 채우면서,
함께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표정, 웃음소리, 향기, 분위기들을 꽉꽉.....
만날 아이들에게 차곡차곡 쌓여진 나라는 치료사의 향기를 전하고
사랑으로 품어주련다.
내 아이들도 바베트가 복권을 다 써서 대접하듯 사랑하고,
그날에 주어진 행복을, 그날 그날 다 쓰련다.
가족과, 치료실 아이들과, 친구들과 교회공동체 사람들과
그날 그날 당첨된 쿠폰들을 실컷, 그리고 극진히 쓰면서
밤하늘의 별이 나에게 어떻게 미소짓는지
나의 책 또 한 페이지에 향기로 기록하련다.
페이지 사이사이로 삐져나온 꽃잎들처럼
축억과 나눈 사랑들 감추지 못하고, 오늘도 푸욱 젖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