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 안미영, 형윤정, 송임선, 하민경, 한씨언니, 원이PhD
1부 **년생 한국여자입니다.
0) 모임 소개, 각자 소개
1) 책소감, 출연 소감 먼저 짧게 나눌수도-생략 예정
2) 어릴 때 성적인 차이를 느꼈던 기억(어른들의 말)
출생순위에 따른 기억
2부 결혼과 여성....
: 결혼과 여성 그리고 엄마
1) 여자로서 자부심, 존경하는 여성,
여자여서 속상함, 한계 경험_유리천정
2) 결혼은 필수인가? 결혼의 장단점
3) 결혼한 걸 후회하는가? 엄마가 된 것은?
3부 여자의 꿈, 엄마의 꿈
1) 나 자신의 꿈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계기,
어릴적 꿈, 명절
2) 지금은 어떤 꿈을 꾸는지, 한계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나의 노력
3) 나에게 5줄 편지, 청취자에게 한마디
나는 82년생 김은정
김은정
김지영만큼이나 흔한 이름이 내 이름이다.
한반에 세명인 적도 있었고
늘 김은정은 아니어도 심은정이나, 이은정 같은 다른 은정이들과 늘 같은 반이었다.
또남이나, 후남이같은 아들을 대놓고 기원하는 이름이 아닌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요즘은 중성적이거나, 여성에겐 남성적 이름이, 남성에겐 여성적 이름이 도리어 세련미를 주는 것 같다.
어째 내 존재 같이 있는 듯 없는듯 묻혀지는 이름보다는
도리어 특이한 이름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럭적럭 공부도 잘하고 야무저서
선생님의 심부름도 도맡아하고,
부반장이나 서기 같은 일도 곧잘 했다.
공부도 그럭저럭 반에서 순워권에 들었고,
옛날에 가정학과라고 하는 그런 가정복지학과에 지원했다.
특별히 내가 잘하는 일,
나라서 잘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은 많이 생각해 보지 못했다.
손재주가 좋아서
숙제를 깔끔히 하고, 환경미화를 잘했다.
그러나 그 손재주로 나를 실현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내 남동생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머리지만 비싼 과외를 받아
좀 부족한 손놀림에도 외과의사가 되는 것을 보며
한번도 투자받은 인생이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난 어찌어찌 인테리어 회사에 들어가
험한일 하며 늦게 퇴근 그만하고
시집이나 가라는 말에
대학 커플이었던 남편과 결혼하고,
애기 낳자 눈총을 못견뎌
육아휴직. 휴직하는 동안
큰 빌딩 주변을 거니는 여자들의 네임텍은 자꾸 내 눈낄을 끈다.
그래서 옆동 사는 영희씨 회사로 점심시간에 놀러가
그녀의 네임텍을 빌려 목에 걸고, 점심 메뉴를 찍어 사먹어 보았다.
눈물을 삼키며 다시 출근을 하는날
아이가 비명을 지른다.
무슨 일이 일어난줄 알고 출근하던 아파트 주민들이 뒤돌아 본다.
화장이 번지도록 눈물을 주루륵 흘리는 나,
미친듯이 뛰가는 나를 향해
아이든 더더 크게 울고, 우리 엄마는 차마 쳐다보지 못하신다.
회사를 돌아가니
아무 이전 업무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다 바뀌었다. 규정도, 담당자들도....
나는 신참보다 아는게 없어졌는데
물어볼 데가 없다.
자꾸 유축기를 들고 화장실을 드나들면
젖비린내에 가끔 군데 군데 젖은 블라우스가
한결 더 눈길을 끌게 만드는 것만 같다.
집에 와서는 옷도 못갈아입고, 정리하고 이유식까지 만들면 새벽 한시다.
아침에 깨보니, 화장도 못지우고, 어제 출근한 옷 그대로
쇼파에서 잠들었나보다.
마치 나팔꽃처럼
나는 피곤함에 떡이 되었던 간밤의 화장을 지우고
다시 옷을 골라 입고, 새 화장을 한다.
그래도 다시 일어나
오뚜기처럼
하루를 시작한다.
눈물이 코로 넘어가도
무릅 쓴 반대 때문에 직장생활의 고단함도 당분삼아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발길을 내딛는다.
나의 딸들에게는
잘 하는 것으로 내가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에 살도록 하기 위해
워킹맘 선배의 충실한 하루하루를 몸으로 보여준다.
남다른 전문직이어서가 아니라
엄마가 선택한 길을,
딸들이 이리 살았으면 하는 길을 조금이라도 터주어 보려는
이 엄마의 애틋한 몸부림을
알아줄 날이 올까
아, 몰라주어도 좋다.
엄마는 이렇게 한 사람으로서의 삶을 충실히,
여자면서 한 명으로서의 몫을 다하는 이 순간이 당당하다.
그래서 지친 미소지만
딸들을 향해 한껏 웃어본다.
앞으로 죽 유리 천정을 뚫느라
고생할 아이들의 손과 발을
온 마음과 응원을 담아 어루만져 준다
늦게까지 수고한 나 자신을 두드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