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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송한 표현 해결사 -2023.06.10.
深思熟慮
심사숙려-센스서우뤼
뜻: 신중하게 생각하다, 깊이 잘 생각하다는 뜻임.’삼사’는 깊이 잘 생각하다, ‘숙려’는 곰곰이 잘 생각하다라는 뜻이며 ‘심사숙려’는 자세하게 깊이있게 고려하다라는 의미로 ‘심사숙고’와 같음.
‘深思(심사)’출처: 전국시대ㆍ굴원(屈原, 생몰: 기원전 약 323년-기원전 약 278년) 시<어부〈漁父〉>
「世皆濁,何不淈其泥而揚其波?眾人皆醉,何不餔其糟而歠其醨?何故深思高舉,自令放為?」
‘熟慮(숙려)’출처: 서한ㆍ사마천(司馬遷, 생몰: 기원전 145년-기원전 약 87년) <사기ㆍ양후열전《史記.穰侯列傳》>
「秦兵可全,而君制之,何索而不得,何為而不成!願君熟慮之而無行危。」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深:ㄕㄣ/ shēn / 센(1)
思:ㄙ/ sī / 스(1)
熟:ㄕㄡˊ/ shóu/ 서우(2)
慮:ㄌㄩˋ/ lǜ/ 뤼(4)
輕舉妄動
경거망동-칭쥐왕똥
뜻: 경솔하고 조심성 없이 행동한다는 뜻임.
출처: 전국시대, 진나라 한비자(생몰: 기원전 약 281년-기원전 약 233년 ) <한비자ㆍ해노《韓非子.解老》>
<한비자ㆍ해노>는 <노자>를 인용하여 법가 사상으로 해석한 구절은 아래와 같다.
「禍兮福之所倚,福兮禍之所伏,孰知其極」
‘화혜복지소의,복혜화지소복,숙지기극’
‘화’에는 ‘복이 깃들어 있고, ‘복’에는 ‘화’가 잠복해 있다. 그 누가 그 끝을 알 수 있겠는가?’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輕:ㄑ一ㄥ/ qīng/ 칭(1)
舉:ㄐㄩˇ / jǔ/ 쥐(3)
妄:ㄨㄤˋ/ wàng/ 왕(4)
動:ㄉㄨㄥˋ/ dòng/ 똥(4)
오늘의 한 마디(괄호 안은 한국어 발음):
做任何事情都要深思熟慮,不可輕舉妄動。
(쭤 렌허쓰칭 또오야오 센스서우뤼, 뿌커 칭쥐왕똥.)
뜻: 무슨 일을 하든 심사숙고해야 하지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
(做쭤 任何事情렌허쓰칭 都要또오야오 深思熟慮센스서우뤼,不可뿌커 輕舉妄動칭쥐왕똥。)
진행: 뤼쟈잉, 노혁이, 백조미
해설: jennifer pai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이번주는 좀 특별한 콘텐츠를 준비했는데요. 지난 5월 31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주타이베이한국대표부가 공동 주최한 ‘한국문학의 날’ 이벤트가 국립타이완대학교에서 열렸습니다. 풀꽃, 선물, 행복 등 시로 큰 사랑을 받는 한국 국민 시인 나태주 선생님은 ‘나의 시에게 하는 나의 부탁’이라는 특별강연을 가졌습니다. 간결한 문체와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한국에서는 물론 타이완에서도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BTS, 소녀시대 태연, 배우 이종석 등 연예인의 추천으로 언어의 장벽을 넘어 많은 타이완 독자의 마음에 와 닿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은 이날 치사에서 나태주 시인에게 ‘아기 할배’라는 별명을 지었는데요. 어린아이만의 순수한 호기심, 그리고 인생을 제대로 맛본 어르신만의 지혜. 이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담은 것은 바로 나태주 시인의 작품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라고 위원정은 말했습니다.
대부분 한국 청취자님께서 아마도 나태주 시인에 대해 잘 알고 계시지만, 처음에 접하는 분을 위해 여전히 간단하게 시인의 프로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6살 때부터 시에서 위로받아 시인이 되는 꿈을 품었던 나태주 선생님은 10년 후인 1971년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대숲 아래서'로 등단했습니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50여 권의 시집을 출판했고 거의 1년에 한 권씩 출판하는 다산 작가에 속하죠. 또한 2007년에 43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공주문화원 원장과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공주풀꽃문학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1년에 200회 정도의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타이완에서 출판된 작품은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금처럼 그렇게》, 《사랑만이 남는다》등이 있으며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가 현재 번역 중이고 곧 타이완 독자와 만날 수 있다고 나태주 시인은 직접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태풍이 오는 날에 타이완에 도착했지만 지난번 가랑비가 내린 지우펀(九份)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오르고 지우펀에 관한 시를 작성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강연 첫머리에 나태주 시인은 현대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 ‘물질적 풍요 속에서 느끼는 정신적 공허함’을 꺼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은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했다며 그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시 ‘풀꽃’으로 설명했습니다.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보잘것없는 풀꽃과 같은 미미한 존재들도 관점에 따라 새로운 의미와 가치가 부여될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려는 이 시는 거꾸로 해석되었습니다. 자존감이 높으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봐도 사랑스러운 거죠.
다음에 나태주 시인은 시의 3대 원칙, 즉 쇼트, 심플, 그리고 임펙트를 소개했습니다. 입에 잘 붙는 단어로 짧고 단순하게 쓰는 것은 포인트입니다. 임펙트가 있어야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풀꽃'의 마지막 문장 ‘너도 그렇다’가 없으면 이 시는 지금만큼 주목 받지는 못했을 겁니다. 또한 Q&A시간에서 한 독자가 3대 원칙의 실천 방식을 질문한 데 대해, 시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거짓말 한 마디를 하면 열 마디를 더 말해야 덮을 수 있기 때문이죠.
다른 문학 장르에 비해 타이완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시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데,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이러한 선입견을 철저히 깨뜨렸습니다. 지금 ‘시’라는 작품을 읽어드리겠습니다.
시
그냥 줍는 것이다.
어려운 어휘를 쓰지 않아도 여전히 삶의 미세한 감정을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은 바로 나태주 시인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어 시인은 스스로의 작품은 지친한 삶을 치유하고 위로해주는 약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태주 시인이 강연을 마무리했을 때 낭송한 ‘선물’을 띄어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선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나태주 시인의 시는 이 세상에서 선물과 같은 소중한 존재죠. 문학이 있어서 '이 세상이 참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아리송한 표현 해결사 -2023.06.03.
火樹銀花
화수은화-훠쑤인화
뜻: 휘황찬란한 등불을 가리킴.
‘화수은화’의 ‘화수火樹’는 불처럼 찬란한 나무를 뜻함.
출처: 진(晉)ㆍ부현(傅玄, 생몰: 217년-278년) 시<정요〈庭燎〉>
「元正始朝亨,萬國執珪璋。枝燈若火樹,庭燎繼天光。」*’원정시조형, 만국집규장. 지등약화수, 정요계천광.’
‘화수은화’의 ‘은화銀花’는 은색의 꽃인데 나중에는 등불을 가리키는 말로 쓰임.
출처: 남조ㆍ양(南朝 梁)ㆍ간문제 소강(簡文帝 蕭綱, 생몰: 503년-551년) <미타불상명〈彌陀佛像銘〉>
「玉蓮水開,銀花樹落。」*’옥련수개, 은화수락.’
*나중에 ‘화수’와 ‘은화’를 묶어서 ‘화수은화’라는 4자 성어가 되었고, 휘황찬란한 등불을 가리키는 말로 쓰임.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火:ㄏㄨㄛˇ/ huǒ/ 훠(3)
樹:ㄕㄨˋ/ shù/ 쑤(4)
銀:ㄧㄣˊ/ yín/ 인(2)
花:ㄏㄨㄚ/ huā/ 화(1)
赴湯蹈火
부탕도화-푸탕따오훠
뜻: 끓는 물이나 뜨거운 불도 가리지 않고 밟고 간다는 뜻으로 개인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용감하게 앞으로 돌진해 간다 또는 헌신적으로 분투를 한다는 의미로 쓰임.
출처: <한서ㆍ조착《漢書.鼂錯》>
조착(생몰: 기원전 200년~ 기원전 154년), 한나로 초기의 정론가.
「ㆍㆍㆍ赴湯火,視死如生。」*‘… 끓는 물도 밟고 가며, 죽는 것도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서ㆍ조착>은 한나라 반고(생몰: 서기 32년~92년)와 반초(생몰: 서기 약 49년~120년)가 지은 <한서(전한서)>에 수록되어 있음.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赴:ㄈㄨˋ/ fù/ 푸(4)
湯:ㄊㄤ /tāng/ 탕(1)
蹈:ㄉㄠˋ/dào/ 따오(4)
火:ㄏㄨㄛˇ/huǒ/ 훠(3)
오늘의 한 마디(괄호 안은 한국어 발음):
每年元宵節火樹銀花,喜氣洋洋。
(메이니엔 위안샤오지에 훠쑤인화, 시치양양)
뜻: 해마다 원소절(정월대보름)에는 휘황찬란한 등불로 기쁨이 넘치고 즐거움으로 충만하다.)
(每年메이니엔 元宵節위안샤오지에 火樹銀花훠쑤인화,喜氣洋洋시치양양。)
진행: 뤼쟈잉, 노혁이, 백조미
해설: jennifer pai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연일 30도를 넘어 여름의 맛을 점차 느끼게 하는 5월 말입니다. 여름하면 바다, 수박, 백사장, 그리고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납량특집이 생각나죠. 타이완 영화의 애청자시면 청춘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릴 수도 있는데요. 여름은 들뜬 상태에 처하는 청춘의 가장 좋은 대명사입니다. <남색대문(藍色大門)>, <영원한 여름(盛夏光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那些年,我們一起追的女孩)> 등 대표적인 타이완 청춘 영화 모두 한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꽃다운 소년소녀의 정서를 기록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타이완 작가 중민루이(鍾旻瑞)는 22살 때 〈수영장(泳池)〉이라는 작품으로 2015년 린룽싼(林榮三)문학상 단편소설 대상을 수상해 최연소 수상 기록을 세웠습니다. 2019년 17살 때부터 작성한 글들을 수록한 단편소설집《별똥별을 보는 올바른 방식(觀看流星的正確方式)》을 통해 정식으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해당 작품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의 단편소설집 《닉 애덤스 이야기(The Nick Adams Stories)》에 경의를 표한다는 취지에서 편성되어 각 편 주인공의 나이에 따라 10살 소년부터 36살 남자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남성의 성장 이야기를 위주로 작성했으나 중민루이는 일인칭 관점을 많이 사용하므로 독자가 읽을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쉽게 몰입할 수 있는데요. 각 편의 이야기가 독립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어 마치 장편소설을 읽는 것 같다는 재미가 있습니다. 책 마지막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중민루이는 ‘성장 과정에서 삶의 유동성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소설을 통해 성별, 성적 취향과 무관한 사람 간의 상태를 기록하고 싶다’며 일인칭 관점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성애자 외에 남성 동성애자, 여성 동성애자 등 다른 성적 취향을 가진 청춘들의 모습 모두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중민루이는 서술자의 신분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기보다 물건, 공간, 사건에 대한 묘사로 등장인물의 내면을 다루는 데 애썼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그를 라이징 스타로 만든 작품 〈수영장〉입니다. 18살의 수영 과외선생, 36살의 아버지와 9살의 아들을 둘러싸는〈수영장〉은 남동성애자의 3가지 인생 단계를 담아냅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 마지막 여름방학, 18살의 주인공은 수영장에서 라이프가드로서 알바하다 한 부자를 만났는데요. 물을 두려워하는 아들이 수영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도록 아버지가 주인공을 고용했습니다. 첫 수업시간에 아들은 아버지의 엄한 주시 아래 수영장에 들어갔습니다. 울음을 삼키고 있었던 아이를 보고 주인공은 어린 시절 때 처음으로 물에 들어갔던 무서운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에게 “내가 지켜줄게”라고 했습니다. 그는 누구에게도 이런 말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 순간에 과거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이와 약속을 했습니다.
어느 날 아이의 아버지는 주인공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주인공은 아이의 방에서 ‘네스호의 괴물’ 네시(Nessie)의 포스트를 봤는데 아이는 “자라서 더 이상 물이 무섭지 않으면 그 공룡을 찾으러 네스호에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인공은 웃으면서 아이에게 “널 한입에 잡아먹는 게 두렵지 않냐’고 물었고 아이는 ‘그래도 괜찮다. 그는 이 세상에 살아남은 마지막 공룡”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대화를 통해 주인공은 아이가 강요받지 않고 오히려 꿈을 이루기 위해 수영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 아이는 “나는 절반의 너, 너는 절반의 아빠”라며 세 사람의 인연을 그려냈습니다.
그러나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주인공은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 주인공은 라이프가드를 그만두고 미지의 감정에서 탈출하려고 했지만 아이와의 약속으로 인해 결국 아이를 포기하지 못 했습니다. 정체성을 탐구하고 있는 주인공은 애매모호한 관계 속에 선을 넘었습니다. 다만 이번에 먼저 선을 그은 사람은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여름방학이 끝나자 수영과외도 끝났습니다. 18살 소년의 사랑도 여름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이야기 마지막에 중민루이는 ’소년은 수영장에서 다른 아이들이 점점 자라는 것을 보고, 호수 속에 공룡이 나타나 아이를 삼키는 것을 본다’고 작성했습니다.
린룽싼문학상의 심사위원 메이쟈링(梅家玲)은 “수영장의 비유는 성 정체성을 탐구하는 데 개인의 위치가 지속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생생하게 묘사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남동성애자에 국한되지 않고 사람마다 자라는 과정에서 사랑, 욕망, 성적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습니다. 중민루이는 수영장과 네스호를 계속 움직이는 인간과 사회의 상태, 네스호의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것을 사회화와 성장의 과정을 비유했습니다.
또 하나의 좋은 예시는 책 제목이 된 작품 〈별똥별을 보는 올바른 방식〉입니다. 해당 작품은 한 연인이 바닷가에서 별똥별을 보았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성적인 연인은 감성적인 주인공에게 “별똥별을 보는 올바른 방식은 미처 소원을 빌지 못해서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별똥별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철저하게 깨뜨리는 동시에 두 사람의 결말을 암시했습니다. 중민루이는 ‘이룰 수 없는 소망은 꿈이 남긴 흔적’이라고 작성해 시적의 글귀로 청춘을 정의했습니다. 별똥별을 올바르게 보는 방식은 소원을 미리 외워서 제시간에 비는 것이 아니라, 놓치는 겁니다. 청춘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세게 잡으려고 해도 절대 잡을 수 없는 거죠. 네스호의 괴물에게 잡아먹혀 물결을 일으키는 것은 청춘이 남긴 흔적입니다. 우리 모두 이러한 과정을 겪어 점차 어른이 되는 거죠.
중민루이의 작품을 읽는 과정 내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모험 이야기를 많이 그려내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작품들, 그리고 각종 사랑의 모습을 다루는 타이완 만화 《밤이 이슥할 때까지(直到夜色溫柔時)》가 떠오릅니다. 후자는 올해 초 타이완에서 출판해 큰 주목을 받고 이성애자, 동성애자, 장애인,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사람이 가진 성적 욕망을 묘사했습니다. 마치《별똥별을 보는 올바른 방식》에 수록된 각양각색의 이야기와 대조할 수 있습니다.
중민루이는 인터뷰에서 “별똥별을 볼 때 어느 한 점에 시선을 집중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며 시야를 넓히고 온 하늘을 눈에 담아야 반짝거리는 별똥별을 포착할 수 있다”며 자신만의 올바른 방식을 토로했습니다. 청춘은 별똥별처럼 인생이라는 하늘에서 반짝이는 소중한 존재죠. 사람마다 스스로의 청춘을 경험했고 스스로의 별밤을 구축했습니다. 우리 모두 자신의 마음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아리송한 표현 해결사 -2023.05.27.
魚與熊掌不可兼得
어여웅장불가겸득-위위숑쟝뿌커젠더
뜻: 갖고 싶은 걸 다 가길 수 없다는 말로 한국에서 쓰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와 유사한 뜻임.
출처: <맹자ㆍ고자상《孟子.告子上》>
「魚,我所欲也;熊掌,亦我所欲也,二者不可得兼,舍魚而取熊掌者也。生,亦我所欲也;義,亦我所欲也,二者不可得兼,舍生而取義者也。」
*맹자ㆍ고자 상편 ‘어, 아소욕야; 웅장, 역아소욕야, 이자불가득겸, 사어이취웅장자야. 생, 역아소욕야; 의, 역아소욕야, 이자불가득겸, 사생이취의자야.’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魚:ㄩˊ/ yú/ 위(2)
與:ㄩˇ/ yǔ / 위(3)
熊:ㄒㄩㄥˊ/ xióng/ 숑(2)
掌:ㄓㄤˇ/ zhǎng/ 쟝(3)
不:ㄅㄨˋ/ bù/ 뿌(4)
可:ㄎㄜˇ/ kě/ 커(3)
兼:ㄐㄧㄢ/ jiān/ 젠(1)
得:ㄉㄜˊ/ dé/ 도(2)
話不投機半句多
화불투기반구다-화뿌터우찌빤쮜둬
뜻: 말을 섞기 싫은 사람과는 반 마디도 많다라는 뜻으로 상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가리킴.
출처: 송, 구양수(歐陽修, 생몰: 1007년-1072년) <춘일서호기사법조운《春日西湖寄謝法曹韻》>
「酒逢知己千杯少,話不投機半句多。」
*주봉지기천배소, 화불투기반구다.
*막역한 친구와 마주하며 마시는 술은 천 잔도 부족하고, 말을 섞기 싫은 사람과 나누는 말은 반 마디도 많다.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話:ㄏㄨㄚˋ/ huà/ 화(4)
不:ㄅㄨˋ/ bù/ 뿌(4)
投:ㄊㄡˊ/ tóu/ 터우(2)
機:ㄐㄧ/ jī/ 찌(1)
半:ㄅㄢˋ/ bàn/ 빤(4)
句:ㄐㄩˋ/ jù/ 쮜(4)
多:ㄉㄨㄛ/ duō/ 둬(1).
오늘의 한 마디(괄호 안은 한국어 발음):
我與他理念不同,話不投機半句多。
(워위타 리니엔 뿌통, 화뿌터우찌빤쮜둬)
뜻: 나의 그의 이념이 다르니 말 반 마디 하는 것도 많다. (나의 그의 인생 철학이 다르니 말 섞기도 싫다.)
(我與他워위타 理念리니엔 不同뿌통,話不投機半句多화뿌터우찌빤쮜둬。)
진행: 뤼쟈잉, 노혁이, 백조미
해설: jennifer pai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2022년 중화민국 내정부가 발표한 인구통계에 따르면 타이완의 신이민 및 신이민 자녀 인원수가 100만 명이 넘었습니다. 같은 해 신이민 문예 작품 공모전에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400년 후 신이민은 타이완인의 선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이민이 타이완의 중요한 일부가 되고 있는 가운데, 신이민 자녀의 정체성 문제도 주목되고 있습니다. 내정부에 따르면 2018년 40%의 타이완 신이민 자녀는 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모국어를 할 줄 모릅니다. 신남향(新南向) 정책의 추진과 함께 동남아가 핫한 시장으로 부상되고 있지만 신이민 자녀가 겪고 있는 곤란은 여전히 시급한 이슈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타이완 작가 팡훼이전(房慧真)이 바로 신이민 자녀입니다. 글을 다루는 그는 어렸을 때부터 중국어를 혐오하는 아버지를 무서워하고 즐겁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1960년대 타이완 화교 우대 정책에 따라 타이베이에 위치한 국립사범대학교에 입학했고 졸업 후 타이완 여자와 결혼해 타이완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인도네시아 화교 유학생들이 출국한 것은 인도네시아 국적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반드시 타이완에서 버티고 중화민국 국적을 취득해야 했습니다. 중국어에 서투른 화교 학생들에게 영어학과는 최선의 선택인데, 이러한 배경 하에 팡웨어전의 아버지는 그의 중국어 교재나 작문 대회 상장을 볼 때마다 눈에 항상 쌍심지를 켜고 화냈습니다.
아버지와의 긴장관계로 인해 팡훼이전은 학창시절 때 늘 서점, 영화관, 음반가게에서 시간을 보냈고 일찍부터 다양한 문예작품을 접하게 되어 글쓰기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팡훼이전은 2022년 출판된 최신 에세이집 《딸기와 잿더미(草莓與灰燼)》에서 16살 때 노골적인 장면으로 큰 논란을 야기해 상영 금지를 당했던 일본 영화 <감각의 세계>를 본 적이 있고 2020년 4K 버전이 재개봉했을 때 영화관에서 다시 관람했지만 당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청소년 시절의 모험들을 ‘돌잡이’로 묘사했습니다.
타이완 대표적인 잡지 ‘이주간(壹週刊)’과 비영리 독립언론 ‘보도자(The Reporter)’에서 일해 온 팡훼이전은 날카로운 관찰력과 세련되는 필치를 통해 높이 평가받는 기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2017년 인물 보도를 수록한 에세이집 《나 같은 기자(像我這樣的一個記者)》를 출판해 이름이 더욱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2011년 잡지사에 입사하기 전에 팡훼이전은 기자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타이완 최대 온라인 서점 보커라이(博客來)와의 인터뷰에서 “타이완에서 에세이의 대종은 가정, 청춘, 좌절 등 성장 이야기에 관한 작품인데 이는 작가에게 매우 소모되는 것이고 3, 4권을 출판하면 인생을 거의 다 썼다”며 “기자가 된 것은 경험을 쌓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막상 해보니 자신이 너무나 순진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고 기자는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고 언급했습니다.
기자 직전에 팡훼이전은 에세이 작가입니다. 2007년부터 《일방통행길(單向街)》, 《작은 먼지(小塵埃)》, 《하천(河流)》등을 잇달아 출판해 삶에 대한 통찰을 빛나는 글로 승화했습니다. 2016년 에세이 <딸기와 잿더미>를 통해 연도 에세이 대상을 수상했고 2022년 동명 에세이집을 출판했습니다. 《딸기와 잿더미》는 챕터 5개로 구성되며 각각은 일상을 기록하는 ‘뜬세상(浮世)’, 취약계층을 묘사하는 ‘괴짜(畸人)’, 외국에서 보고 들은 경험을 담는 ‘흔들림(顛簸)’, 자신의 성장 과정, 직장과 가정 이야기를 수록하는 ‘뒤돌아보기(回眸)’, 홀로코스트를 비롯한 인종학살 비극을 다루는 ‘끝(盡頭)’입니다. 다음에 책에 수록된 몇 가지 이야기를 뽑아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선은 ‘뜬세상’에 수록된 <요재(聊齋)>입니다. 요재는 청나라 초기 포송령(蒲松齡)이 지은 괴기소설집 《요재지이(聊齋志異)》에서 유래했는데, 팡훼이전은 괴기소설의 기법을 통해 회사를 괴상한 호텔, 직장인을 호텔에 묵는 유령으로 묘사했습니다. 그는 ‘휴지가 없거나 세면대에 물때가 있는 등 작은 일을 가지고 욕하지 못할 정도로 청소원들이 항상 일찍부터 사물실을 깨끗이 청소하는데, 일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단지 자리에 가족이나 여행 사진을 붙여 인질로 삼을 수 밖에 없으며, 평생이 걸리고 그들의 몸값을 준비한다'고 작성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거죠.
이어서 ‘괴짜’에 등장한 <거지(乞者)>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팡훼이전은 사회 어두운 곳에 존재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평생 불안감을 품고 있는 아버지에서 비롯했다고 했습니다. 중국 영화 <피의 매미(血蟬)>에서 주인공 부부가 다리를 다친 아이를 구입해 매일매일 아이를 데리고 기차역에서 구걸하는데요. 예성과 달리 부부는 아이를 학대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를 잘 돌보고 약도 발라 줍니다. 팡훼이전은 ‘아이를 산 부부는 아이를 착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회 밑바닥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는 것은 그들의 살길’이라고 작성했습니다. 해당 문구를 보고 저는 일본 영화 <어느 가족>을 떠올렸습니다. 이 영화는 혈연관계가 없는 사회 취약계층들이 한 집에 사는 이야기를 다루며 가족 관계, 빈곤 문제, 사회 계급 등 이슈를 탐구했습니다. 가족이 아닌 가족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상부상조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인간성을 보여줬습니다.
마지막은 책 제목의 동명 에세이 <딸기와 잿더미>입니다. 홀로코스트 기간 동안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의 소장인 루돌프 회스(Rudolf Franz Ferdinand Höß)가 하루에 평균 7000명의 유태인을 살해했던 것으로 게슈타포 장관의 신임을 얻었습니다. 루돌프 회스의 손자가 12살이 되기 전에 할아버지의 행위에 대해 전혀 몰랐고 풍족한 나날을 지냈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가 정원에서 딸기를 따면서 그에게 “반드시 딸기를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당부했는데 그는 가족의 역사를 알고 나서야 비로소 할머니의 말 뒤에 숨겼던 진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딸리 위에 있는 잿더미는 유태인의 시신을 태웠던 화장로에서 나왔습니다. 루비처럼 빛나는 딸기와 유태인의 잿더미. 극도의 대조를 통해 잔혹한 역사 진상은 눈 앞에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팡훼이전은 ‘이 “진보적인” 세상로 돌아와야 인류의 막대한 악의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훈련에 기초해 냉정한 눈으로 사회의 빛과 어둠을 관찰하고 문명이 만든 폐허를 향해 나아갑니다. 그의 글자들은 선악이 공존하는 꽃송이가 되어 길가에서 묵묵히 세상을 바라봅니다. 앞으로 팡훼이전의 작품들은 한국에서 출판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아리송한 표현 해결사 -2023.05.20.
巧言令色
교언영색-차오옌링써
뜻: 남에게 잘 보이려고 그럴듯하게 꾸며 대는 말과 알랑거리는 태도를 뜻하며 교묘하게 아첨하는 말과 얼굴빛을 꾸미는 사람을 가리킬 때 씀.
출처: <서경. 고요모《書經.皋陶謨》>
*교(巧)와 영(令)은 각각 좋은 뜻이기는 하지만 말씀과 얼굴빛을 가리킬 때에는 부정적인 의미를 띔.
*巧: 아름다울/교 (말을 참 예쁘게 잘함)
*令: 좋을/영 (표정이 선함)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巧:ㄑㄧㄠˇ/ qiǎo/ 차오(3)
言:ㄧㄢˊ/ yán / 옌(2)
令:ㄌㄧㄥˋ/ lìng/ 링(4)
色:ㄙㄜˋ/ sè/ 써(4)
陽奉陰違
양봉음위비-양펑인웨이
뜻: 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 마음속으로는 배반한다는 말로 정직하지 않은 사람을 가리킬 수도 있으나 어떨 땐 강압적인 사람 앞에서 부득이 행하는 경우로도 쓰임.
출처: 명, 범경문(范景文, 생몰: 1587-1644) <혁대호행소모소〈革大戶行召募疏〉>
*정부는 배부른데 백성은 가난하고, 관원은 안일한데 백성을 노고가 심하다는 문제를 들며 조정에 혁신을 해야한다고 강력히 건의한 범경문의 상소에서 유래됨.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陽:ㄧㄤˊ/ yáng/ 양(2)
奉:ㄈㄥˋ/ fèng/ 펑(4)
陰:ㄧㄣ/ yīn/ 인(1)
違:ㄨㄟˊ/ wéi/ 웨이(2)
오늘의 한 마디(괄호 안은 한국어 발음):
她常用兩面手法,陽奉陰違。
(타 챵용 량몐 서우파, 양펑인웨이)
뜻: 그(여성)는 종종 양문수법을 쓰며 ‘양봉음위’한다.
(她타 常用챵용 兩面량몐 手法서우파,陽奉陰違양펑인웨이。)
진행: 뤼쟈잉, 노혁이, 백조미
해설: jennifer pai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어제는 5월의 둘째 주 일요일, 국제 어머니날이었습니다. 이 날에는 타이완에서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어머님께 선물을 드리는 것은 예사입니다. 어머니하면 많은 타이완인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어머니가 직접 만든 요리, 즉 어머니의 손맛이겠죠. 아픈 아이를 위해 정성을 다해 만든 닭곰탕, 과정은 간단하지만 맛은 전혀 간단하지 않은 토마토달걀볶음, 가장 대표적인 타이완 집밥요리이자 최고의 밥도둑 러우짜오(肉燥, 간 돼지고기 조림 요리)와 루러우(滷肉)... 어머니의 솜씨는 집이란 무엇인지를 정의해 줍니다.
제20회 타이베이 문학상 에시이부문 대상을 수상한 타이완 작가 홍아이주(필명 洪愛珠, 본명 홍위쥔洪于珺)가 2021년 음식 에세이집 《올드걸의 쇼핑 코스(老派少女購物路線)》를 출판해 불황의 늪에 빠졌던 타이완 출판계에서 생기를 가져왔는데요.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요리 솜씨를 물려받은 홍아이주는 고향 신베이시 루저우(蘆洲)의 현지 음식부터, 밥, 죽, 면 등 타이완의 주식을 거쳐 명절 음식, 홍콩 음식, 동남아 음식까지 타이완의 다양한 음식 문화를 그려냈습니다. 타이베이 문학상 심사이자 타이완 매우 대표적인 에세이 작가 졘전(簡媜)은 ‘병세가 위독한 어머니를 위해 기억의 장막을 열어 외할머니의 청춘시대부터 조손삼대가 함께 걸어왔던 쇼핑 코스를 기록하고, 책 마지막에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문득 손을 놓고 백 년의 큰길에 사방을 둘러보니 나만 홀로 남았다”고 작성해 시간의 흐름과 쓸쓸한 마음으로 마침표를 찍었다’며 수상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본업이 그래픽 디자이너인 홍아이주는 암에 걸렸던 어머니로 인해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패션잡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직접 어머니를 병구완했던 홍아이주는 자신의 상태를 안정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예술 형식을 시도했으나, 유독 글쓰기를 통해 힐링이 되어 어머니를 모시는 것처럼 글자들은 스스로의 동반자가 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평생 각양각색의 미식을 맛보았던 어머니는 위독한 순간에 오히려 어릴 적에 자주 먹었던 담백한 음식만 땡겼다고 했습니다. 외할머니의 솜씨를 복각하도록 홍아이주는 조손삼대가 자주 다녔던 타이베이 다다오청(大稻埕), 디화(迪化)가, 그리고 용러시장(永樂市場)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그 때부터 요리는 단순한 취미에서 사명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홍아이주는 인생의 맛은 곧 어머니의 손맛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홍아이주의 외할머니는 전통적인 식재료를 많이 파는 다다오청(大稻埕) 출신이므로 명절 요리, 전통 음식, 고급 식품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공장을 운영했던 남편의 손님이나 직원을 접대하기 위해 10인분 이상의 요리를 준비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었습니다. 넓은 안목과 깊은 식견을 갖춘 부모 아래 자란 홍아이주의 어머니는 외할머니의 요리 실력을 이어받아 유일무이한 가족의 맛을 살렸습니다. 직장인에도 불구하고 항상 새벽 4시에 일어나 홍아이주와 동생들이 일어나자마자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아침을 준비하고 8시에 출근했는데, 심지어 한 달 동안 중복되지 않은 아침을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요리에 대한 열정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까지 못했을 거죠. 홍아이주의 반친구들이 점심시간마다 홍아이주의 도시락에 어떤 요리가 나올지 항상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외할머니와 어머니로 인해 홍아이주는 어렸을 때부터 여성은 무궁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전통적인 타이완 대가족에서 자라 20살에 되어야 처음으로 어머니의 칭찬을 받았습니다. 엄격한 교육 속에서 어머니에 반항하기 위해 홧김에 “앞으로 향을 들지 않고 기독교로 개종하겠다”고 말했지만, 지금 홍아이주는 누구보다도 더 자주 절에 갑니다. 또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해마다 제사상에 올릴 음식을 정성 들여 직접 준비하는 홍아이주는 타이완 최대 온라인 서점 보커라이(博客來)와의 인터뷰에서 ‘음식을 예쁘게 올리는 것은 필수이며 밥은 제사 당일 이른 아침에 짓고 어머니가 좋아하는 꽃도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이러한 전통 의식은 자신을 지탱해주는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가족을 잃은 상처를 겪으면서 홍아이주는 전통과 구식의 힘을 깨닫게 되어 책 제목에 ‘올드걸’이라고 붙였습니다.
출판 당시 몇 달 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한 《올드걸의 쇼핑 코스》는 타이완 ‘음식 문학’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는데요.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홍아이주가 직접 디자인한 책표지를 본 적이 있었을 겁니다. 타이완에서 기쁜 일을 연상시키는 따뜻한 붉은색 배경에 장수를 기원하는 복숭아 모양의 생일 축하용 빵인 서우타오(壽桃)를 배치하고 할머니와 외할머니의 손맛, 그리고 전통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련되는 폰트, 붉은색과 하양색이 구성한 색의 조화를 통해 각 시대에 분투하는 여성의 아름다운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타이완 음식문학 대가 수궈즈(舒國治)는 추천서문에 ‘홍아이주는 먹는 것에 대해서만 잘 쓰는 게 아니라, 그냥 다 잘 쓴다’며 높은 평가를 했습니다. 또한 ‘책을 읽은 후 ’허우샤오셴(侯孝賢) 감독에게 선물하고 싶은데, 온가족이 동그란 식탁에 앉아서 식사하는 장면을 좋아하는 허 감독은 잔잔한 시선으로 홍아이주가 묘사한 타이완의 음식 문화를 바라볼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홍아이주는 겉으로 보면 음식 문화를 썼지만 사실은 가족과 인생을 썼습니다. 왜냐하면 요리의 맛과 인생의 맛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죠. 이에 수궈즈는 ‘대부분 타이완 식당은 밥을 중시하지 않은데 홍아이주는 오히려 적지 않은 편폭을 할애해 쌀, 밥, 밥솥 등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하며 미쉐린(Michelin)의 타이틀을 남용하지 않고 단지 집밥요리를 생생하게 그려냈다’며, ‘이처럼 겸허하고 넓은 마음은 “조급해서는 안 된다”는 대기만성의 철학을 보여주며, 책 제목은 쇼핑 코스지만 사실은 소녀들의 성장 코스이고 모든 여성에게 “자신만만하게 살아가면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작성했습니다.
올드한 라이프 스타일을 선호하는 홍아이주는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적부터 어른신과 잘 어울리는 편이고 80세가 넘은 이모와 함께 있을 때 항상 소녀처럼 타이완어로 수다를 떨면서 밥을 준비한다’며, ‘코로나 팬데믹 때 넷플릭스 대신 영화 DVD나 책을 많이 보고 신경을 써서 한끼 한끼를 잘 먹었는데 인터넷 시대의 초조감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가 점점 서구화되고 많은 전통 문화가 포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주목 받지 못했던 것을 발굴하고 싶다'고 언급했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우세한 문화 때문에 점차 사라지고 있는 타이완의 전통 음식 문화는 수시로 실전될 수 있고 홍아이주는 타이완의 전통 음식 뿐만 아니라, 타이완인의 정서, 가치관, 가족관계까지 담아냈습니다. 사람 모두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현시점에서 좀 구식인 것, 좀 올드한 것도 나쁘지 않은 거죠.
작년 출판하자 타이완에서 화제가 되었던 에세이집《H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 MART)》가 《올드걸의 쇼핑 코스》와 일맥상통인데요.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저자 미셸 자우너(Michell Zauner)는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란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한국음식을 통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묘사했습니다. 앞으로 《올드걸의 쇼핑 코스》는 한국에서 출판되면 《H마트에서 울다》와 함께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엔딩곡으로 타이완 가장 대표적인 서민 음식 루러우판을 주제로 한 노래 ‘타이완 루러우판(台灣滷肉飯)’을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가수는 천레이(陳雷)입니다. 해당 노래는 반복되는 가사를 통해 루러우판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습니다. 후렴에 나온 가사를 읽어드리겠습니다. ‘타이완인은 루러우판과 깊은 정을 가지고 있다. 루러우판을 먹으면 일하는 사람들은 힘이 생기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돈을 벌 수 있다. 루러우판은 타이완 역사의 일부이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에 타이완에 오시면 타이완의 가장 대표적인 맛, 루러우판을 맛보세요!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아리송한 표현 해결사 -2023.05.13.
言不由衷
언불유충-옌뿌요우종
뜻: 말이 진심에서 우러나오지 않다는 뜻으로 특히 속에 없는 소리를 할 때 쓰임.
출처: <춘추좌씨전. 은공3년《左傳.隱公三年》> “신불유중, 질무익야. 명서이행, 요지이례, 수무유질, 수능문지?”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言:ㄧㄢˊ/ yán / 옌(2)
不:ㄅㄨˋ/ bù / 뿌(4)
由:ㄧㄡˊ/ yóu / 요우(2)
衷:ㄓㄨㄥ/ zhōng/ 종(1)
口是心非
구시심비-커우쓰신페이
뜻: 말로는 옳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그러다고 여긴다는 말과 마음이 다르다 또는 겉과 속이 다라다라고 할 때 쓰이며, 한국어에서의 ‘표리부동하다’와 같은 뜻이기도 함.
출처: <포박자. 내편. 황백《抱朴子.內篇.黃白》>
*포박자: 신선 방약과 불로장수의 비법을 서술한 도교 서적(晉나라 갈홍의 저서)
*황백술: 값싼 납, 주석 등으로 귀금속 황금과 백은을 만드는 이른바 ‘야금술’, ‘연금술’에 대해 쓴 내용으로, 금은으로 만든 식기를 사용하면 오래오래 살 수 있다는 설이 있음.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口:ㄎㄡˇ/ kǒu/ 커우(3)
是:ㄕˋ/ shì / 쓰(4)
心:ㄒㄧㄣ/ xīn/ 신(1)
非:ㄈㄟ/ fēi/ 페이(1)
오늘의 한 마디(괄호 안은 한국어 발음):
她為人表裡不一,說話總是言不由衷。
(타 웨이런 뱌오리뿌이, 숴화 종쓰 옌뿌요우종)
뜻: 그(여성)는 표리부동하여 늘 속에 없는 소리를 한다.
(她타 為人웨이런 表裡不一뱌오리뿌이,說話숴화 總是종쓰 言不由衷옌뿌요우종。)
진행: 뤼쟈잉, 노혁이, 백조미
해설: jennifer pai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지난 2주 동안 타이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방영하자마자 바로 국내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한 타이완 드라마 <인선지인: 웨이브 메이커스(人選之人-造浪者)>입니다. 2024년 총통 대선을 8개월 앞두고 현임 중화민국 부총통이자 집권 민주진보당 당수인 라이칭더(賴清德) 외 아직 확정한 후보자가 부재하는 현시점에서, 해당 드라마는 정치인 뒤에 묵묵히 서포트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정치 장르지만 사실은 직장과 인생에서 부딪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인터넷 사회에서 선거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거죠.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정치인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더 큰 예산을 투입해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더욱 친근한 이미지를 확립할 수 있도록 힘썼습니다. 인터넷이 선거의 새로운 전쟁터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인선지인>의 등장 인물들은 SNS에서 벌어진 싸움과 적의 움직임을 밤낮없이 모니터링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타이완 작가 후칭팡(胡晴舫)은 소설 《군도(群島)》에서 ‘페이스북은 개인을 전시하는 장소’라고 묘사할 만큼 이제 SNS는 자아를 표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OOSGA에 따르면, 2022년 타이완인이 자주 사용하는 SNS는 라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트위터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출판된《군도》는 국내 유저자 수가 가장 많은 페이스북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주로 SNS의 특성을 잘 파악해 개인매력을 선보이는 20대 여성 린리롄(林莉蓮)와 페이스북 초보자로서 SNS의 영향력을 체득한 50대 남성 리셴훙(李憲宏)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SNS 등장 후 나타나게 된 세대차이, 마녀사냥을 비롯한 신상털기와 인터넷 폭력, 모호해지는 공적 및 사적의 영역 구분 등 사회문제를 담아냈습니다.
소설, 에세이, 평론 등 다양한 문학장르를 구사하는 후칭팡(胡晴舫)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타이완콘텐츠진흥원(Taiwan Creative Content Agency,TAICCA) 원장을 맡았으며, 2020년 《군도》를 통해 지난 방송에서 소개해 드렸던 작가 리웨이징(李維菁), 그리고 앞으로 소개 예정인 작가 천수야오(陳淑瑤)와 함께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소설부문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후칭팡은 《군도》의 후기에서 책 이름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책 이름은 원래 “군도”가 아닌 “단애(斷崖)”였다. 인터넷 시대에 사람마다 자신만의 산꼭대기에 서있고 다른 산꼭대기에 있는 사람을 볼 수 있으나 절벽과 골짜기 때문에 서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이는 인터넷으로 인한 현상’이라며, ‘그 후 영국 시인 존 던(John Donne)의 작품 《인간은 섬이 아니다(No man is an island)》에서 영감을 받아 “군도”라는 이름이 생각났다. 인터넷은 바다라면 사람은 섬이다. 바다 위에 멀리 떨어져 보이는 섬들은 사실 깊은 바다 밑바닥에 서로 연결되어 있고 같은 지구에 뿌리를 내린다. 그렇다면 바다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것일까. 이는 이 소설의 취지다.’ 인터넷과 SNS는 수많은 편의를 가져왔지만 사람들은 과연 더 가까워진 건가요? 아니면 오히려 더 멀어진 건가요?
《군도》의 캐릭터 설정부터 후칭팡이 탐구하고 싶은 첫 번째 이슈를 알 수 있습니다. 20대 여성과 50대 남성의 연애,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와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s)의 충돌. 이것은 인터넷이 초래한 세대차이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여주인공 린리롄은 언제, 어디든지 반드시 페이스북 포스팅을 올리는 MZ세대입니다. 반대로 자수성가하고 사업에 성공한 남주인공 리셴훙은 SNS를 전혀 하지 않았고 린리롄의 작은 옥탑방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중년 남자입니다. 그러나 이 옥탑방은 리셴홍에게 숨 막히는 현실을 잊게 해주는 마법의 옷장이지만, 린리례에게는 추악한 현실을 거듭 일깨워주는 관입니다. 린리롄은 옥탑방 밖에 있는 번화를 탐하고 리셴홍은 옥탑방 안에 있는 안정을 추구합니다. 따라서 두 사람은 처음부터 좋은 결말이 있을 수가 없는 거죠.
한 모임에서 진보적인 중견 사업가로 여겨진 리셴홍은 ‘나때는 말이야’로 시작한 견해를 말한 후 SNS에서 화제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젊었을 때 유엔에서 탈퇴한 타이완은 급격하게 악화된 국제 정세를 직면하게 되고 독재정권에 맞서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했는데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타이완의 앞길을 위해 여전히 열심히 노력해왔고, 반대로 태평성대에 자란 지금 젊은 세대들은 소확행만 추구하고 성품이 게으르며 참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린리롄의 친구가 리셴홍과의 대화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하루아침에 젊은이 사이에서 항상 존경받았던 리셴홍을 천고의 죄인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어서 두 번째 이슈가 나왔습니다. 바로 마녀사냥과 인터넷 폭력입니다. 젊은 세대의 눈엣가시가 된 리셴홍은 폭로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페이스북 계정을 등록했고 3일 내내 계속 모르는 네티즌과 싸웠습니다. 다만 그는 해명할수록 진화는커녕 논란이 오히려 커지고 그의 얼굴도 뉴스, 토크쇼 프로그램, 온라인 기사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그와 사귀고 있는 젊은 여성 린리롄까지 보도되었습니다. 후칭팡은 ‘리셴홍 자체는 유행이 아니고, 리셴홍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이야말로 유행이다. 마치 30년 전 리셴홍을 존경하는 것은 유행이 되었던 것처럼 어젯밤부터 리셴홍을 싫어하는 것은 유행하기 시작했다. 리셴홍이 누구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사람들은 단지 리셴홍이 중심화제가 된 15분 안에 유행을 타서 자신의 사회적 소속감을 확인하려고 한다.’고 작성했습니다.
미국 예술가 앤디 워홀(Andy Warhol)은 “미래에는 누구나 15분 동안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것”이라고 말한 바가 있습니다. 인터넷 시대에 이 말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15분에 리셴홍은 산꼭대기에서 산골짜기로 떨어졌으나 두 번째 15 분에는 SNS에 힘입어 산꼭대기로 다시 올라갔습니다. 2014년 타이완 해바라기 학생 운동이 일어나자 그는 시위현장인 중화민국 입법원에 가서 학생과 함께 시위하며 현장 상황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SNS의 성격과 대중의 취향을 파악한 리셴홍은 젊은 세대의 멘터로 다시 부상했습니다.
미국 작가 조너선 프랜즌(Jonathan Franzen)이 2002년 출판한 에세이집 《혼자가 되는 법(How to Be Alone)》에 수록된〈제국의 침실(Imperial Bedroom)에서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었던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는 어느 날 아침을 먹으면서 신문을 펴 본의 아니게 미국 대통령의 스캔들 기사를 봤습니다. 이 순간에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 갑자기 침실에 틈입하고 아름다운 아침을 파괴했으며 대통령의 사생활 뿐만 아니라, 독자의 프라이버시도 침해당했습니다. 갈수록 모호해지는 공적 및 사적 영역의 경계선은 《군도》의 세 번째 주제입니다. 후칭팡은 ‘과학기술이라는 이름으로 공적 영역은 대대적으로 사적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사람 모두 주위의 감시를 받고 있으며 남에게 투명하게 살 것을 요구한다. 이 세상은 비밀을 용납하지 않는다. 과거 한 집에 한 전화기만 있던 시절에 들리지 않고 찾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은 세상이 자신을 보고 들어주는 것을 갈망한다. 이제 인터넷에는 중얼거림만 남는다.’고 작성했습니다. 원래 인터넷은 우리를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었는데, 결국 우리는 현실세계보다 더 무서운 공간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제 사람은 도망갈 곳이 없는 거죠.
후칭팡은 《군도》를 통해 인터넷 사회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SNS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인터넷 문화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엔딩곡으로 타이완 인기 밴드 수다뤼(蘇打綠)의 ‘그는 오른손을 들어 출석을 불렀다(他舉起右手點名)’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시적인 가사로 구성된 이 노래는 홀로코스트(Holocaust)를 통해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평가할 권리가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한 마디 한 마디의 무게가 무겁습니다. 인터넷의 편의성과 익명성을 남용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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