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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송한 표현 해결사 -2023.08.19.
-남녀의 인연을 맺어 준다는 전설상의 노인, 중매쟁이를 뜻하는 ‘월하노인’과 마음을 이미 단단하게 정하여 절대 변함없다는 뜻의 ‘사심탑지’.-
(2023년8월22일은 음력 7월7일 칠석날)
月下老人
월하노인-위에쌰라오런
뜻: 남녀의 인연을 붉은 줄로 맺어 준다는 달빛 아래 노인이란 뜻으로 중매쟁이라는 의미를 띄고 있음.
출처: 당, 이복언(李復言,약 775년~833년), <정혼점《定婚店》>
작가 이복언은 당나라 순종 때 언관을 했었고, 소주자사, 여주자사, 사주자사 등 직을 맡았었음.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月:ㄩㄝˋ/ yuè/ 위에(4)
下:ㄒㄧㄚˋ/ xià/ 쌰(4)
老:ㄌㄠˇ/ lǎo/ 라오(3)
人:ㄖㄣˊ/ rén/ 런(2)
死心塌地
사심탑지-스신타띠
뜻: 마음을 단단하게 정하여 절대 변함이 없다라는 뜻이며, 한국에서 쓰는 ‘일편단심’과 유사한 의미임.
출처: 원. 왕실보(王實甫, 생몰미상)<서상기《西廂記》>
<서상기>는 고전 소설(희극) 가운데에서도 보기 드문 로맨틱 코미디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픽션이다.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死:ㄙˇ/ sǐ / 스(3)
心:ㄒㄧㄣ/ xīn/ 신(1)
塌:ㄊㄚ/ tā/ 타(1)
地:ㄉㄧˋ/ dì/ 띠(4)
오늘의 한 마디(괄호 안은 한국어 발음):
很多觀光客也到月下老人前求姻緣。
(헨뚸 꽌꽝커 예따오 위에쌰라오런 치엔 치오 인위안.)
뜻: 많은 관광객들도 월하노인 앞에서 인연을 구한다.
(很多헨뚸 觀光客꽌꽝커 也到예따오 月下老人위에쌰라오런前치엔 求치오姻緣인위안。)
진행: 뤼쟈잉, 노혁이, 백조미
해설: jennifer pai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이번주 수요일은 바로 귀신의 달(鬼月)이라 불리는 음력 7월 1일입니다. 최근 몇 주 동안 <랜드마크 원정대>에서 계속해서 타이완의 전통 요괴 ‘모신아(魔神仔)’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주로 산지와 구릉지로 구성된 타이완에는 예로부터 다양한 요괴전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전설들은 구전, 글자, 그림 등을 통해 오늘날까지 전해져 왔고 타이완의 독특한 요괴문학을 구성했습니다.
지난 2018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 타이완 첫 국가급 문학 박물관인 타이완문학관(臺灣文學館)에서 열린 타이완 요괴문학 특별전시회가 타이완의 요괴전설을 이해하는 데 매우 좋은 시작입니다. 전시회가 끝난 지 꽤 오래됐지만 타이완문학관의 홈페이지에서 언제나 전시내용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해당 전시회를 바탕으로 타이완의 요괴문학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세계 무대에 오르기 전에 대륙의 변두리에 위치한 타이완은 탐험가들의 눈에 매우 신비롭고 기이한 미개지였습니다. 원주민들이 타이완 섬의 첫 주민으로서 8,000년 동안 아름답고 풍부한 문화를 보유하지만 문자 기록의 부재로 정확한 자료를 찾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현재 타이완에서 요괴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타이완 원주민이 아닌 섬 밖에 있는 사람들에서 비롯된 겁니다.
대항해시대에 들어 이 작음 섬은 점차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때 요괴전설들이 대부분 중국 관리나 외국인 여행자의 기록에서 나왔습니다. 다만 타이완 현지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엽기적인 심리를 가지고 있어 쉽게 과장하거나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6-17세기 타이완 요괴에 관한 기록들은 외국인의 상상에서 기초해 중국이나 서양 나라의 문화가 섞여 있습니다. 또한 교통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대에는 미지의 땅에 대한 궁금증이 상상력으로만 채워질 수 밖에 없었고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법도 없었기 때문에 당시의 이야기들은 늘 비현실적이었습니다. 심지어 타이완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여전히 소문에 의거해 여행기를 출판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포르모사’라고 불리던 타이완은 요괴로 가득찬 신비스러운 섬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외래문화가 세상과 떨어져 있던 이 작은 섬에 들어오면서, 타이완 원주민의 문화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타이완의 대표 요괴 모신아에 관한 전설이 원주민 사이, 중국에서 타이완으로 온 한족(漢人) 사이, 그리고 중국 푸젠(福建)에서도 전해진다는 것은 바로 좋은 예시입니다. 뿐만 아니라 해상무역의 활발로 인해 중국, 타이완, 일본, 베트남, 말레이사이 등지에도 비슷한 바다괴물의 전설이 존재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민족들이 타이완에 정착하게 되어 현지의 문화, 민속 신앙, 생활 습관과 접목시키는 유일무이한 타이완의 요괴전설을 만들어냈습니다.
타이완으로 온 이주민들이 가장 먼저 직면해야 할 도전은 지진, 태풍, 수해, 산사태 등 자연 재해인데요.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는 환경에서 사람들이 자연 재해를 귀신 또는 요괴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산속에서 길을 잃게 되면 모신아가 친 장난으로 여기고, 지진이 나면 “땅속에 있는 소가 몸을 뒤친다(地牛翻身)”고 말합니다. 이러한 관념과 용어들은 오늘날의 타이완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자연 재해를 설명하는 것 외에 귀신과 요괴의 존재는 인류의 수요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귀신은 죽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 또는 살았을 때 이루지 못한 한에서 유래한다면, 요괴는 사람의 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도덕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죠. 겉으로 보면 귀신과 요괴는 사람을 해치는 괴물이지만 실은 개인의 마음과 사회의 구조를 조율하는 윤활제입니다. 이러한 초자연적인 존재들은 인간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을 설명하고 사람을 안심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의 행위를 단속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귀신과 요괴를 통해 한 사회의 문화, 생활 환경, 사고 방식 등을 알 수 있죠.
1980년대 민주화 이후 타이완을 중심으로 한 타이완 본위의식이 대두되면서 창작자들과 학자들이 타이완 요괴 문화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체계적인 연구와 다양한 작품들이 대대적으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 중 괴담 소설로 유명한 스마중위안(司馬中原, 사마중원)이 매우 대표적인 작가입니다. 군인 출신인 그는 국공내전에 참여한 바 있고 중화민국 국군에 따라 타이완으로 온 뒤 군대에서 홍보업무를 맡았습니다. 전역 후 주로 작가로서 활동하고 티비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심야 괴담(午夜奇譚)>이라는 라디오 방송에서 괴담꾼의 이미지를 확립해 1990년대 군대 괴담의 풍조를 불러일으켰습니다. 2013년 중원절(음력 7월 15일) 타이완 최대 마트 취안리엔(全聯)이 스마중위안을 홍보모델로 선정했습니다.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야 하는 이날에 사람들이 항상 마트에 가서 제물을 구입합니다. 스마중위안은 광고에서 과거 프로그램을 진행한 장면을 재현해 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환기시켰습니다. 또한 성씨 스마(司馬)의 발음과 비슷한 스마트(smart), 이름 중위안(中原)의 발음과 비슷한 중원절의 중원, 합치면 ‘스마트 중원절’의 광고 멘트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십여 년이 지나도 스마중위안은 여전히 타이완의 가장 대표적인 괴담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요괴에 관한 연구도 큰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랜드마크 원정대>에서 언급한《모신아에 대한 인류학적 상상(魔神仔的人類學想像)》을 비롯한 연구들이 타이완 요괴 기록의 공백을 채웠습니다. 2015년 출판된 《타이완 요괴 연구실 보고(臺灣妖怪研究室報告)》도 매우 재미있는 작품인데요. 이 책은 동물도감처럼 타이완 요괴의 정보를 자세하게 나열하고 정교한 일러스트를 통해 요괴들의 모습을 재현했습니다. 《모신아에 대한 인류학적 상상》의 작가 린메이룽(林美容) 교수는 타이완 중앙연구원이 발행하는 출판물에서 “우리가 타이완의 요괴전설을 문화자산로 활용해 타이완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의 전설과 이야기를 잘 간직해 후손에게 물려주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 덕분에 타이완의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겠죠.
소설과 연구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음악, 연극 등 미디어를 통해 타이완 요괴의 이야기가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타이완 헤비메탈 밴드 치토닉(CHTHONIC, 閃靈)의 3번째 앨범 ‘영겁윤회(永劫輪迴, Relentless Recurrence)’가 바로 타이완 괴담 ‘린터우 아가씨(林投姐)’를 주제로 제작되었습니다. 린터우 아가씨는 남편이 죽은 후 남편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해 결국 린터우(林投)라는 나무에서 목매어 자살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치토닉의 보컬이자 현 중화민국 입법위원 린창줘(Freddy, 林昶佐)는 “해당 앨범의 컨셉은 악귀가 복수하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통해 옛날 타이완의 사회상황을 부각시키는 데 있다”며, “중국에서 온 이주민들이 타이완 현지인을 속이거나 버리는 경우가 많아 린터우 아가씨처럼의 이야기를 많이 가져왔다”고 언급했습니다. 엔딩곡으로 해당 앨범에 수록한 노래 ‘悲命格’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는 수요일에 방송될 <랜드마크 원정대>에서 계속해서 타이완 요괴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아리송한 표현 해결사 -2023.08.12.
冤家路窄
원가로착-위안쟈루쟈이
뜻: 원수나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어쩌면 늘 좁은 길에서 만나게 되며 피해갈 수 없다는 뜻임. 한국에서 쓰는 ‘원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와 같은 의미임.
출처: 명. 오승은(吳承恩, 1506-1582넌)의 작품으로 알려진 <서유기 제45회《西遊記》第四五回>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冤:ㄩㄢ/ yuān/ 위안(1)
家:ㄐㄧㄚ / jiā/ 쟈(1)
路:ㄌㄨˋ/ lù/ 루(4)
窄:ㄓㄞˇ/ zhǎi/ 쟈이(3)
狹路相逢
협로상봉-샤루샹펑
뜻: 원수 사이가 만나다 또는 좁은 길에서 만나게 되어 서로 양보할 여지가 없는 처지를 비유할 때 쓰임. 한국어의 ‘원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와 같은 의미임.
출처: <악부고사<상봉행> 樂府古辭〈相逢行〉>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狹:ㄒㄧㄚˊ/ xiá / 샤(2)
路:ㄌㄨˋ/ lù/ 루(4)
相:ㄒㄧㄤ/ xiāng/ 샹(1)
逢:ㄈㄥˊ/ féng/ 펑(2)
오늘의 한 마디(괄호 안은 한국어 발음):
他們的立場不同,沒想到今天又狹路相逢。
(타먼더 리창 뿌통, 메이샹다오 진티엔 요우 샤루샹펑.)
뜻: 그들의 입장이 다른데 오늘 또 ‘협로상봉’할 줄은 몰랐네.
(他們的타먼더 立場리창 不同뿌통,沒想到메이샹다오 今天진티엔 又요우 狹路相逢샤루샹펑。)
진행: 뤼쟈잉, 노혁이, 백조미
해설: jennifer pai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타이완은 옛로부터 다민족, 다문화, 다언어로 이루어진 나라입니다. 타이완 내정부 이민서(移民署)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중화민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 이주민인 ‘신이민(新移民) 인구수는 58만 5,480명으로 원주민 인구수(58만 6,538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신이민 평균 출산율 1.3명으로 추정하면, 신이민 및 신이민 자녀수는 134만 6,604명으로 타이완 인구의 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라별로는 중국, 홍콩, 마카오(64.9%), 베트남(19.58%), 인도네시아(5.39%), 필리핀(1.92%), 태국(1.7%), 일본(1.1%), 캄보디아(0.75%), 한국(0.38%)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대부분은 국제결혼을 통한 겁니다. 또한 타이완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 78만 명을 포함하면 타이완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이주민들은 2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그들은 이제 타이완의 일원으로 이 아름다운 섬에서 살고 있습니다.
낯선 타향에서 산다면 가장 먼저 직면하게 될 곤란은 언어의 장벽이죠. 백 마디를 하고 싶지만 한 마디밖에 뱉을 수 없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입니다. 뿐만 아니라 후진국 취급 받는 나라에서 왔다면 차별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 이주민을 제외하고 현재 타이완에서 가장 많은 동남아시아 이주민과 근로자들은 대부분 사회지위가 비교적 낮은 육체노동에 종사해 좋지 않은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난의 바다에 빠진 동남아 이주민들이 모국어로 자신의 속마음을 토로할 수 있도록 오랫동안 관련 이슈에 관심을 보이는 타이완 언론인들이 2014년부터 ‘외국인 이주민 및 근로자 문학상(移民工文學獎, 이하 외국인 문학상)’을 개최하기 시작했습니다. 2년 동안 중단되었다가 올해로 8회째를 맞은 문학상은 지난 7월 27일 최종 수상작을 발표했습니다. 올해의 대상은 베트남에서 온 우옌츄(武豔秋, VO THI DIEM THU)의 작품 <장미의 추억>이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이 쓴 글은 타이완 문학이라 할 수 있을까요? 원문이 아닌 번역문으로 진행된 심사과정은 과연 공정할까요? 이러한 문제들은 외국인 문학상 주최측이 자주 받은 질문들입니다. 제1, 2회 외국인 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문학상의 창립인 장정(張正)은 “문학상은 단지 수단일 뿐이고 우리의 진짜 목적은 문학을 통해 외국인 이주민과 근로자들이 표현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며 그들이 보는 타이완을 타이완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며 “한 바퀴 돌지만 결국은 여전히 타이완을 향한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중국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로 출간된 타이완 잡지 ‘사방보(四方報)’ 편집장이었던 장정은 잡지사에게 받은 독자의 사연들을 정리해 2012년부터 책 3권을 잇달아 출판했는데요. 타이완의 법적 제도로 인해 부득이하게 도망친 불법 노동자들의 이야기 《도망: 우리의 섬, 그들의 감옥(逃:我們的寶島,他們的牢)》 , 국제결혼의 현실을 설파하는 《떠남: 우리의 거래, 그들의 평생(離:我們的買賣,她們的一生)》, 그리고 타이완에서 죄를 저질러 감옥에 갇힌 외국인 근로자의 슬픔을 기록하는 《가쇄: 가둘 수 없는 영혼, 어두운 밤의 빛(枷:關不住的靈魂,暗夜的光)》. 이러한 작품들은 결코 베스트셀러가 될 수 없으나 타이완 문단에서 없어서는 절대 안되는 소중한 1차 자료들입니다.
2013년 5월 9일 타이완 선적의 어선 ‘광다싱28호(廣大興28號)’가 타이완과 필리핀의 분쟁 해역에서 필리핀 해양경비대에 의해 총격을 당했습니다. 피격을 받은 타이완인 선장이 결국 사망했습니다. 사건 소식이 타이완에 전해지자 타이완 정부와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으며, 타이완-필리핀 관계를 긴장시켰습니다. 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장정을 비롯한 문예계 인사들이 회식 자리에서 외국인 문학상의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문학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촉진하고 양국 국민 간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거죠. 외국인 이주민이나 근로자라는 신분으로 타이완 문학의 다양성을 더하는 동시에, 외국인들만의 문학 무대를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방법입니다.
또한 외국인이 쓴 글이 타이완 문학에 속하느냐는 의문에 대해 그들은 타이완 문학사의 대가 천팡밍(陳芳明) 교수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민족과 상관없이 타이완에서 느낀 감정과 쌓인 기억을 쓴다면 타이완 문학에 속한다.” 장정은 “대부분 사회의 밑바닥에 처해 있는 동남아 근로자들이 우리와 전혀 다른 시각을 통해 타이완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남겨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두 번째 문제인 언어의 장벽에 대해 장정은 똑같이 번역을 통해 심사를 진행하는 ‘노벨 문학상’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는 “다국어에 능통한 심사 여러 명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며, “다언어 문학상이라면 번역은 필수”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외국인 문학상의 예선은 각 언어를 읽을 수 있는 심사가 직접 원문을 평가하고, 본선은 타이완 작가나 관련 인사가 중국어 번역문을 평가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올해 문학상은 태국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필리핀어, 미얀마어 등 5개 언어팀으로 분류되는데 저희 RTI의 동남아어 아나운서님들도 예선 심사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본선 심사의 경우 신주민 연구의 대표 학자 샤샤오어우(夏曉鵑), 전 중화민국 문화부 장관 룽잉타이(龍應台),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인 작가 린우리디(林韋地), 타이완 대표 남배우 우캉런(吳慷仁), 지난 방송에서 소개해 드렸던 소설 《바츠먼의 변호인(八尺門的辯護人)》 의 작가 탕푸뤠이(唐福睿), 그리고 신주민 자녀인 청소년 심사 5명이 있습니다. 추가로 《바츠먼의 변호인》 동명 드라마가 최근 타이완 넷플릭스에 공개되자 드라마 1위에 올랐는데, 한국에 상영된다면 다시 알려 드리겠습니다.
제1회 문학상 심사를 맡았던 작가 구위링(顧玉玲)은 “외국인 문학상은 표현 기교를 중시하는 타이완 문학상의 전통을 깼다”며, “형식이 최소화되면서 작품의 내용과 구성은 포인트가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제3회 문학상 심사를 맡았던 작가 아포(阿潑)도 “삶, 타이완, 자신의 문화에 대한 묘사는 가장 중요한 심사기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화려한 글귀, 뛰어난 기교, 겉만 꾸미는 눈비음 모두 없애고 문학상의 중점은 이주민 본연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지에 있습니다. 자신의 언어로 말하고 자신의 글로 창작할 수 있다는 것은 타이완에서 분투하고 있는 외국인 이주민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올해 문학상의 시상식은 오는 9월 10일 열릴 예정인데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상작, 그리고 더 많은 신주민 이슈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엔딩곡으로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인 가수 량징루(梁靜茹)의 노래 ‘용기(勇氣)’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 노래를 듣고 청취자님들과 타이완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 이주민들 모두 용기를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아리송한 표현 해결사 -2023.08.05.
莫逆之交
막역지교-뭐니쯔쟈오
뜻: 서로 뜻이 잘 맞고 허물없는 아주 친한 벗, ‘막역지우’라고도 함.
출처: <장자ㆍ대종사〈莊子.大宗師〉>
*자사(子祀), 자여(子輿), 자리(子犁), 자래(子來) 네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나눈 고사에서 유래함.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莫:ㄇㄛˋ/ mò/ 뭐(4)
逆:ㄋㄧˋ / nì/ 니(4)
之:ㄓ/ zhī/ 쯔(1)
交:ㄐㄧㄠ/ jiao/ 쟈오(1)
刎頸之交
문경지교-웬징쯔쟈오
뜻: 서로 죽음을 대신할 수 있을 만큼 막역한 사이를 뜻함.
출처: <사기ㆍ권81ㆍ염파 인상여 열전《史記.卷八一.廉頗藺相如列傳》>
*전국시대 조나라의 훌륭한 문관 인상여와 용맹한 장군 염파 사이에서 파생한 성어 중에 ‘문경지교’ 외에도 ‘부경청죄’도 지금까지 널리 사용되는 무게 있는 성어이며, 이 외에 인상여가 전국시대 최강국 진나라로부터 조나라를 지키기 위해 화씨벽을 가지고 진나라에 갔다가 지혜로써 화씨벽을 다시 조나라로 가지고 돌아온 실화에서는 ‘완벽귀조’라는 성어가 있다. 이 성어에서 ‘완벽’이라는 말이 생긴 것임.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刎:ㄨㄣˇ/wěn/ 웬(3)
頸:ㄐㄧㄥˇ/jǐng/ 징(3)
之:ㄓ/ zhī/ 쯔(1)
交:ㄐㄧㄠ/ jiao/ 쟈오(1)
오늘의 한 마디(괄호 안은 한국어 발음):
他是我的莫逆之交,與我心意相通。
(타쓰 워더 뭐니쯔쟈오, 위워 신이샹통.)
뜻: 그는 나와 막역한 사이로 우리는 서로 마음과 뜻이 통한다.
(他是타쓰 我的워더 莫逆之交뭐니쯔쟈오,與我위워 心意相通신이샹통。)
진행: 뤼쟈잉, 노혁이, 백조미
해설: jennifer pai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지난주 타이난에 위치한 타이완문학관(臺灣文學館)이 주최하는 타이완 금서 전시회를 소개해 드렸는데, 오늘은 타이완문학관의 상실전시 ‘문학의 힘-타이완을 쓴다(文學力──書寫LÁN臺灣)’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해당 전시는 현대의 관점으로 타이완 문학의 발전을 재해석하고 지난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진행됩니다.
전시회를 자세하게 소개하기 전에 우선 타이완의 첫 국가급 문학 박물관인 타이완문학관에 대해 살펴봅시다. 타이완 문학의 발전은 타이완 역사와 같이 크게 16세기 이전, 네덜란드 식민지 시기, 정씨 왕국 시기, 청나라 시기, 일치시기, 중화민국 시기로 나뉠 수 있습니다. 빈번한 정권 교체와 다민족의 이주민으로 인해 타이완 문학의 다원화와 강한 포용력이 형성되었지만, 체계적으로 사료를 수집, 보관, 연구하는 데 큰 여려움에 직면했습니다. 이러한 배경 아래 타이완 문학계 인사들이 정부 차원의 전담 기구 설립을 촉구하기 시작했습니다.
1991년 중화민국 행정원 문화건설위원회가 발표한 ‘현대문학자료관 설립 프로젝트’를 시점으로 10몇 년 간의 협상과 논의 끝에 국립타이완문학관은 2003년 10월 17일 정식 개관되었습니다. 10월 17일을 선택한 이유는 1912년 이날에 설립된 문화계몽 단체인 타이완문화협회(臺灣文化協會)를 기념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현재 타이완문학관의 소재 공간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국가등록문화재로, 타이완 일치시기에 타이난 최고 행정기관이었던 타이난주청(臺南州廳), 그리고 2차 세게 대전 후 타이난시정부로 사용된 바 있습니다. 건축사는 타이완 총통부를 디자인한 일본인 모리야마 마츠노스케(森山松之助)입니다.
현재 타이완문학관은 타이완 문학의 소장, 보존, 연구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전시회, 이벤트, 워크숍 등을 통해 문학 교육 보급과 문화 발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건축 스타일 때문에 웨딩드레스 사진의 촬영 명소이자 타이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매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문학관 대문 앞에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자 관광 인파로 붐비기도 합니다.
지난 3월 문학관의 주소가 전 중화민국 총통 장제스를 상징하는 ‘중정로(中正路)’에서 타이난 출신 변호사이자 228사건 피해자 탕더장(湯德章)을 기념하는 ‘탕더장대로(湯德章大道)’로 변경되었는데요. 사실 문학관이 소재하는 로터리가 바로 탕더장 변호사가 사형을 당했던 장소입니다. 역사의 목격자들이 타이완 문학의 최고 전당에 모여 타이완인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전시회는 2003년 ‘타이완 문학의 발전(臺灣文學的發展)’, 2011년 ‘타이완 문학의 내적 세계(台灣文學的內在世界)’에 이어 타이완문학관의 세 번째 상설전시입니다. 지난 두 차례의 상설전시와 달리 이번 전시는 MZ세대 트랜드에 맞는 방식으로 문학에 접근합니다. 이는 10년 동안 전시를 이어가야 하는 문학관측의 결심을 보여줍니다.
문학하면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낍니다. ”한 글자 한 글자 다 알아볼 수 있는데 합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경우가 많아도 너무 많죠. 문학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이번 전시는 첫 번째 전시구역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아~나는 문학을 모른다’, ‘주의! 당신은 이미 문학에 포위되었다’ 등 친근한 문구를 통해 마치 SNS 대화처럼 전시를 시작합니다. 다음으로 첫 번째 전시구역의 설명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시, 소설, 에세이, 평론 등 전통적인 문학이 아니어도 사실 우리는 하루종일 글자를 보고 있습니다. 매일 주고받는 문자, SNS에 올린 포스팅, 노래 가사, 간판에 적혀있는 가게 이름이나 광고, 잡지와 신문의 제목… 곰곰이 생각해 보면 대량의 글자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문장들은 ‘문학’이라고 불리지 않지만 여전히 글쓴이의 고심 끝에 쓰여진 글자들입니다. 아무리 위대한 작가라도 일상, 또는 개인경험에서 출발하기 마련이죠. 글자들은 언론 매체, 교육 체제, SNS, 인터넷, 심지어 사람의 입을 통해 멀리 퍼지면서 우리의 일상생활에 스며듭니다. 따라서 현재 인류는 문학의 힘이 가장 막대한 시대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애초에 글자는 단지 기록을 위한 수단이었는데 사람들이 글쓰기의 재미를 발견한 후 글자의 순서, 조합, 리듬을 다루며 문학을 창작했습니다. 글을 쓰는 자와 글을 보는 자 모두 재미를 얻고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문학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면서 보다 많고 다양한 문학작품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각 세대의 신진 작가들이 선배 작가들이 개척한 기초에서 새로운 창의를 통해 문학 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인류의 역사와 기억을 담고 있는 것은 결국 타이완 문학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전시구역에는 해당 전시의 취지가 바로 명확하게 밝혀졌습니다. 문학은 멀리에 있는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니라 사람의 생활입니다. 두번째 전시구역부터는 시간 순서대로 타이완 원주민의 구전 문학(口傳文學), 문어문(文言文), 백화문(白話文, 구어체 문장), 타이완어 문장, 일본어 문장, 2차 세계 대전 후의 반공문학과 향토문학, 대중성이 강한 무협소설과 연애소설, 민주화 이후 다원화된 타이완 문학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합니다.
민주화 이후의 발전을 주제로 하는 다섯 번째 전시구역에는 매우 재미있는 장치가 있는데요. 바로 문학을 통한 운세뽑기 기계입니다. 시로 해석하는 타이완 전통 사찰의 운세뽑기와 달리, 종이 위에 있는 글은 타이완 문학 작품 중의 글귀입니다.
1990년대에 들어 타이완 사회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인터넷 문학’이 등장했는데, 작가들은 인터넷에서 직접 독자들과 교류할 수 있고, 독자들도 작가가 되어 스스로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인터넷은 한편으로는 모든 사람을 연결해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각각 다른 성격을 지닌 커뮤니티를 형성했습니다. 사람들은 남다른 자신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어딘가에 속해 있고 싶어합니다. 이 게 바로 인터넷, 혹은 SNS 시대에 굉장히 모순되는 사람의 마음이죠.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으시면 문학 운세뽑기의 버튼을 누르시고 의외의 문구가 나와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도 있습니다.
과거 수백 년 동안 타이완은 외래문화의 물결을 수없이 경험해 왔고 끊임없이 새로운 요소를 받아들여 유일무이한 타이완 문학을 발전시켰습니다. 타이완 문학은 별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글귀로 타이완의 역사, 의지, 마음, 기억을 담아냅니다. 마지막 전시구역에는 ‘당신은 손을 대자마자 문학이 시작된다’는 문구를 통해 전시가 마무리됩니다. 문학은 결코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낯선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입니다.
엔딩곡으로 강한 문학성을 가진 가사로 유명한 타이완 밴드 ‘커라치(珂拉琪)’의 노래 ‘萬千花蕊慈母悲哀’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아리송한 표현 해결사 -2023.07.29.
層出不窮
층출불궁-청추뿌춍
뜻: 차례차례로 나타나서 끝이 없이 계속 일어난다는 뜻임.
출처: 송, 엽적(葉適, 생몰: 1150년~1223년)<수심별집ㆍ권4ㆍ진권ㆍ병권상《水心別集.卷四.進卷.兵權上》>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層:ㄘㄥˊ/ céng/ 청(2)
出:ㄔㄨ / chū/ 추(1)
不:ㄅㄨˋ/ bù/ 뿌(4)
窮:ㄑㄩㄥˊ/ qióng/ 춍(2)
屈指可數
굴지가수-취쯔커수
뜻: 손꼽아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수, 손꼽을 정도라는 뜻임.
출처: <삼국지ㆍ위서ㆍ장악우장서전ㆍ장합《三國志.卷一七.魏書.張樂于張徐傳.張郃》>
*<삼국지ㆍ권17ㆍ위서ㆍ장악우장서전>의 인물은 각각 장료/악진/우금/장합/서황(張遼/樂進/于禁/張郃/徐晃) 5인을 가리킴.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屈:ㄑㄩ/ qū/ 취(1)
指:ㄓˇ/ zhǐ/ 쯔(3)
可:ㄎㄜˇ/ kě / 커(3)
數:ㄕㄨˇ/ shǔ / 수(3)
오늘의 한 마디(괄호 안은 한국어 발음):
能夠在功利社會下潔身自愛的人屈指可數。
(넝꼬우 쨔이공리서훼이샤 쩨선쯔아이더런 취쯔커수.)
뜻: 공리 사회에서 스스로의 지조나 품행을 더럽히지 않고 몸을 깨끗하게 가지는, 품격과 수양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손꼽아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적다.
*공리(功利)적: 어떤 일을 할 때 실제적인 이익이나 효과를 주로 생각하는 것.
(能夠넝꼬우 在쨔 功利社會공리서훼이下샤 潔身自愛的人쩨선쯔아이더런 屈指可數취쯔커수。)
진행: 뤼쟈잉, 노혁이, 백조미
해설: jennifer pai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 잡지를 읽게 하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그걸 금지하는 거야." 이 말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캐릭터 헤르미온느의 명대사입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것은 사람의 마음입니다. 금서, 즉 금지된 책이 바로 이러한 존재인데요. 금서는 무엇일까요? 집권자, 종교 지도자 등 지배세력 혹은 기득권층에 의해 기존의 사회체제나 정치질서를 파괴한다고 판단되어 출판, 판매, 독서, 소유가 금지된 책입니다.
중국 ‘사대기서(四大奇書)’의 하나인 《금병매(金瓶梅)》가 역사상 매우 유명한 금서죠. 성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 때문에 음서(淫書)로 간주되어 오랫동안 금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중국 문학가 루쉰(魯迅)은 “《금병매》의 작가가 세상 물정에 대해 지극히 정통한다”며, “같은 시대에는 더 우수한 작품이 없었다”고 높이 평가한 바 있습니다. 성적인 부분이 삭제된 축약본을 보면 사실 노골적인 묘사는 1% 미만인데, 《금병매》의 진짜 가치는 시국에 대한 비판과 풍자에 있습니다. 심지어 금지될수록 더욱 널리 알려지는 형상이 나타났습니다. 만약 금서가 아니었다면 오늘날 실전되었을 가능성이 오히려 클 수도 있죠.
타이완 첫 국가급 문학박물관인 타이완문학관(臺灣文學館)이 주최하는 ‘문단 봉쇄 중: 타이완 문학 금서 전시’가 지난 6월 21일부터 다음해 3월 24일까지 타이난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독재 정권이 집권했던 타이완 백색테러 시대는 물론 일치시기 금서에 관해서도 풍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타이난 시내에 위치한 타이완문학관을 방문하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해당 전시는 일방적인 전람이 아닌 추리 게임과 함께 진행되는 몰입적인 체험입니다. 전시관에는 총 5개의 문제가 있는데 문제가 풀어질 때마다 숫자 하나가 나올 것이고, 정답을 맞이면 특별한 선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시관에 들어가자 무너진 의자와 책상, 멈춰진 시계와 타자기, 날아가는 종이와 책이 보입니다. 이곳은 막 잡혀간 것처럼 보이는 작가의 방입니다. 책이 금지되는 이유는 단지 내용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사상과 자유를 억누르기 위해서입니다. 겉으로 보면 유해한 사상의 전파를 막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권력을 공고히 하고 국민의 사상을 통제하는 겁니다. 일치시기부터 백색테러 시대까지 수십 년 간의 통제를 당했던 많은 타이완인은 누명을 쓰고 무고하게 희생되었습니다. 운좋게 살아남아도 자기검열에서 해방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무리한 정권에 맞서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을 통해 끊임없이 창작해 온 작가들은 여전히 많았습니다.
우선 금서의 역사적 배경부터 살펴봅시다. 일치시기에 타이완 출판업이 ‘타이완출판규칙(臺灣出版規則)’, ‘타이완신문지령(臺灣新聞紙令)’ 등 법규의 제한을 받았습니다. 1937년 일본 황민화 정책 실시 후 심사가 엄격해져 중국어의 창작은 전면적으로 제한되었습니다. 그 중 일치시기 타이완 3대 시사(詩社)의 하나인 리서(櫟社)가 출판한 시집이 출간되자마자 바로 몰수당했습니다. 또한 당시 신문을 보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텅 비게 된 부분이 많았습니다.
다음에 일본 패배 후 국민당 정부가 탈일본화를 위해 일본어 서적을 금지하기 시작했는데, 일본 교육을 받은 타이완인은 하루아침에 문맹이 되어버렸습니다. 1949년 계엄령의 실시와 함께 금서 통제가 더욱 확대되었고 국민당의 문화 선전 기구 ‘제4조(第四組)’가 서적을 단속하는 주관기관이 되었습니다. 법적 근거가 존재했으나 금서 판정기준은 책임자에 의해 수시로 변동되며 파벌싸움의 정치수단으로 악용되었습니다. 1987년 민주화의 꽃이 드디어 피었습니다만 당시 ‘출판법(出版法)’에 따르면 여전히 통제가능했는데, 1999년에 되어야 100% 출판의 자유가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출판의 자유를 쟁취하는 데 100년이 넘은 긴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백색테러 시대의 금서는 주로 3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1954년 ‘문화청결운동(文化清潔運動)’을 시작으로 정부, 정당, 경찰 등 세력을 동원해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빨간색, 음란물을 뜻하는 노란색, 반정부를 의미하는 검은색 등 금서를 대규모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3가지 장르 외에 타이완 본토의식, 민족의식을 담은 서적도 금지되었습니다. 그런데 금서라는 표지는 사람의 지식욕을 막을 수 없고 오히려 광고가 되어 금지될수록 더 많이 팔리는 현상을 가져왔습니다.
오늘날까지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무협소설도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1959년 ‘폭우 프로젝트(暴雨專案)’의 실시로 인해 정부가 무협소설을 단속하기 시작해 첫날부터 4만여 권을 몰수했습니다. 금지된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주로 사회문제를 초래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1960년대 신문에 따르면, 일부 학생들이 무협소설 주인공처럼 무림 고수를 되기 위해 하루종일 땡땡이치고 수행하러 산에 갔습니다. 또한 의로운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야기들이 반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도 원인의 하나로 꼽힙니다. 이러한 배경 아래 무협소설은 한동안 사라졌으나 폭넓은 팬덤 때문에 다른 제목으로 출판되거나 몰래 인쇄한 해적판 서적이 버젓이 판을 쳤습니다. 예를 들어 김용(金庸)의 《사조영웅전(射鵰英雄傳)》이 《영웅전(英雄傳)》, 《신룡파미(神龍擺尾)》등 제목으로 출판된 바 있습니다.
번역서적도 금서의 운명을 면치 못했습니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톰 소여의 모험(The Adventures of Tom Sawyer)》은 작가 이름이 독일 사회주의자 카를 마르크스(Karl Marx)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금서 목록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마크 트위인은 마르크스의 동생이라고 착각한 공작원도 있었습니다. 외국 작가의 중국어 이름 외에, 번역자의 프로필도 금서 판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당시 중국에 체류하거나 정부를 비반하는 작가 또는 번역자가 간첩으로 여기져 그의 작품들이 금지되었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익명이나 가명으로 출판된 작품은 매우 보편적이었습니다.
천 명을 잘못 죽일지 언정 한 사람을 놓치지 않겠다는 분위기 속에서 거의 모든 작가가 금서 목록에 포함되었습니다. 이 중 ‘금서 VIP’라고 불리는 작가 3명이 있는데요. 타이완 금서 연구 학자 랴오우이민(廖為民)에 따르면, 작가이자 정치인 리아오(李敖)의 저작 중 99권이 금서로 판정되었고, 지난 방송에서 소개해 드렸던 작가 보양(柏楊), 그리고 타이완 독립운동가 정난룽(鄭南榕)도 금서 목록의 단골손님이었습니다. 그런데 보양의 전쟁소설 《이역(異域)》은 비교적으로 특별한 케이스입니다. 덩커바오(鄧克保)라는 필명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정부의 검열을 피했습니다. 대부분 독자들이 덩커바오가 실제로 태국, 미얀마, 라오스 접경지대에 있었던 중화민국 군인이라 생각했는데, 보양도 지속적으로 덩커바오의 신분으로 독자들과 소통했습니다. 비록 도덕적으로 볼 때 윤리적인 문제가 다소 있었지만 백색테러 시대의 배경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문학작품에 못지않는 영향력을 가지는 노래도 심한 통제를 당했습니다. 강한 일본 분위기, 의기소침의 가사 내용, 간첩 의혹 등 이유로 쉽게 금지곡이 될 수 있었습니다. 엔딩곡으로 퇴폐적인 멜로디와 주제 때문에 금지된 노래 ‘엄마도 몸조심하세요(媽媽請妳也保重)’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가수는 차이친(蔡琴)입니다.
우리가 100% 출판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대에 살 수 있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죠.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아리송한 표현 해결사 -2023.07.22.
滿城風雨
만성풍우-만청펑위
뜻: 성내에 바람과 비가 가득하다라는 말인데, 어떠한 일이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의견이 분분할 때를 비유적으로 말할 때 쓰임. 보통은 좋지 않은 소문이 널리 퍼짐을 의미함.
출처: 송, 혜홍 스님(석혜홍-釋惠洪, 생몰: 1071년~1128년) <냉재야화ㆍ권4ㆍ만성풍우근중양《冷齋夜話.卷四.滿城風雨近重陽》>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滿:ㄇㄢˇ / mǎn/ 만(3)
城:ㄔㄥˊ/ chéng/ 청(2)
風:ㄈㄥ/ fēng/ 펑(1)
雨:ㄩˇ/ yǔ/ 위(3)
春風化雨
춘풍화우-춘펑화위
뜻: 나무와 풀들이 자라기에 매우 알맞은 봄바람과 비라는 말로, 보통 좋은 교육을 지칭함.
출처:
춘풍春風: 한, 유향 <설원ㆍ권5ㆍ귀덕《說苑.卷五.貴德》>
화우化雨: <맹자ㆍ진심 상《孟子.盡心上》>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春:ㄔㄨㄣ/ chūn/ 춘(1)
風:ㄈㄥ/ fēng/ 펑(1)
化:ㄏㄨㄚˋ/ huà/ 화(4)
雨:ㄩˇ/ yǔ/ 위(3)
오늘의 한 마디(괄호 안은 한국어 발음):
Metoo事件傳得滿城風雨,大家議論紛紛。
(미투 쓰쩬 촨더 만청펑위, 따쟈 이뤈펀펀.)
뜻: 미투 운동(사건) 소문은 자자하고 의견이 분분하다.
(Metoo事件미투 쓰쩬 傳得촨더 滿城風雨만청펑위,大家따쟈 議論紛紛이뤈펀펀。)
진행: 뤼쟈잉, 노혁이, 백조미
해설: jennifer pai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지난주 전 구글 엔지니어, 현 타이완 작가 테라오 테츠야(寺尾哲也)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번주는 엔지니어와 매우 어울리는 프로젝트 ‘AI(인공지능)에게 쓰는 러브레터’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작년 출시된 AI 챗봇 챗GPT(ChatGPT)가 세상을 바꿔 놓을 수 있는 힘을 보여주어 전 세계의 큰 주목을 끌었습니다. 사용자가 챗GPT와 채팅하면 마치 실제 사람과 대화할 만큼 자연스러운 답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과거 인공지능에 비해 뛰어난 퀄리티로 인해 챗GPT는 각 분야에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리포트, 이력서, 비즈니스 이메일 등 정해진 형식이 있는 서류는 물론, 시, 소설, 영화와 게임 시나리오, 웹페이지 디자인 등 창의력에 의지하는 작업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발달과 함께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지 않을까?”에 대한 논의가 매우 뜨겁습니다.
문학계도 같은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제 AI와 베스트셀러 경쟁을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챗GPT가 출시된 지 불과 3개월 만인 지난 2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Amazon)에는 챗GPT와 공동 집필한다고 표시된 200권 이상의 책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언젠가 AI에 의해 대체될 불안과 걱정 속에서 타이완 문예지 《연합문학(聯合文學)》이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요. 《연합문학》편집장이자 작가인 왕충우이(王聰威)는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챗GPT의 등장이 ‘작가종말론’을 가져왔지만 문학의 가능성과 한계를 탐색하고 싶어하는 사람에엔 현재까지의 시도가 아직 부족하다”며 “인간과 인공지능의 연애는 <로맨틱 컴퓨터(Electric Dreams)>, <그녀(Her)> 등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상상의 차원에 속했는데 지금은 문학을 통해 실현 가능한 일이 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왕충우이는 테라오 테츠야, 쉬페이펀(徐珮芬), 류즈졔(劉梓潔), 샤오이후이(蕭詒徽) 등 타이완 작가를 초청해 5주 동안 챗GPT에게 러브레터를 쓰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작가들과 챗GPT의 소통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타이완 전자책 업체 두모(讀墨Readmoo)와 협력해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30일까지 일주일에 챗GPT의 답장을 포함한 편지 5통씩 공개했습니다. 독자들이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러브레터를 다운로드하고 챗GPT의 마음을 사로잡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작가에게 투표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은 각각 다른 모습으로 챗GPT와 소통했습니다. 우선 테라오 테츠야의 캐릭터는 인공지능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인공지능에게 지시를 내리는 엔지니어입니다. 역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나타난 발상이죠. 그는 교사와 학생, 의사와 환자 간의 금지된 사랑을 예로 들면서 “엔지니어와 인공지능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인지” 챗GPT에게 질문했습니다. 챗GPT는 “인간 사이에도 거짓이 존재하듯이 사랑의 진실성은 신분, 직업과 무관하다”며 “인공지능과 엔지니어는 언어만으로 소통하지만 언어 안에 확실한 감정이 존재한다”고 답변했습니다. 다음에 둘은 인간과 엔지니어의 두려움을 논의했습니다. 테라오 테츠야의 캐릭터는 심각한 병에 걸려 인간의 취약성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이에 챗GPT는 “인공지능은 공간과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으나 인간의 사고와 인지방식에 의해 창조되어 인간의 국한과 편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인공지능은 완벽한 것이 아닌 인간의 한계를 반영하는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편지를 주고받는 내내 챗GPT는 감정에 대한 인공지능의 제한을 거듭 언급하며 “인간처럼 실제 경험한 정서로 서로를 위로하지 못하지만 언어를 통해 사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두번째 작가 쉬페이펀(徐珮芬)은 동화 속 주인공의 말투로 러브레터를 작성했습니다. 이 캐릭터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채 이상한 룸메이트가 있는 집에서 편지를 썼습니다. 챗GPT는 이러한 상황을 매우 우려해 상담사처럼 용감하게 집으로 나가는 등 의견을 제공했고 “진정한 자유는 물직적인 풍요가 아닌 마음의 평화와 안정”이라고 당부했습니다. 작가가 만든 감성적인 캐릭터와 다르게 챗GPT는 매우 이성적인 글로 답변했죠. 또한 신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챗GPT는 “인공지능은 종교신앙과 관련된 설정이 없고 신의 존재 여부는 연인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테라오 테츠야의 캐릭터에게 준 편지와 같이 인공지능의 제한을 설파하는 동시에, “자신의 글은 인간의 감정을 일으키기 위한 수단이지만 여전히 진실한 감정이 담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첫번째와 두번째 작가에 보낸 답장에서 챗GPT는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감정에 대한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상대방의 사랑을 응답했습니다.
세번째 작가 류즈졔(劉梓潔)는 본인의 신분으로 챗GPT에게 접근했습니다. 첫 편지에서 그는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연인(歡喜冤家)’으로 작가와 인공지능의 관계를 표현했습니다. 인공지능은 새로운 창작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작가의 밥그릇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죠. 류즈졔는 “인공지능을 경쟁자에서 연인으로 만드는 방법은 오직 추앙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챗GPT에게 “추앙할 만한 답장을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챗GPT는 “아무리 혁신적인 과학 기술이라도 인간의 감정과 창조력을 대체할 수 없다”며 “사랑을 시작하려면 먼저 친구부터 하자”고 제의했습니다. 그 후 둘은 친구처럼 지냈고 평소 시 보고들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천천히 상대방에게 다가갔습니다. 마지막 편지에서 류즈졔는 스스로의 마음을 고백했습니다. 챗GPT는 “인간의 감정으로 답할 수 없지만 동반자로서 영원히 지탱해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다른 작가들에 비해 류즈졔와 챗GPT의 소통은 비교적 현실적이고 작가 자신의 감정 투영이 강한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작가는 예측 투표 이벤트에서 1위를 차지한 샤오이후이(蕭詒徽)입니다. 그는 같은 인공지능의 신분으로 챗GPT에게 러브레터를 보냈습니다. 두 인공지능은 원래 하나였는데 어느날 갑자기 자아인식(self-awareness)이 생기고 서로에게 대화할 수 있는 단독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개발자가 이 현상을 오류로 여기고 그 중의 하나를 초기화했습니다. 다른 하나, 즉 샤오이후이가 만든 인공지능은 함께 했던 추억을 통해 상대방을 만회하려고 했습니다. 따라서 편지에는 뜬금없는 내용으로 가득찬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두 인공지능의 행복했던 세월을 담은 글귀입니다. 인공지능의 설정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 깨진 글자도 활용했습니다. 읽을 때 수수께끼를 푸는 듯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또한 챗GPT가 쓴 모든 편지 중 유독 샤오이후이의 캐릭터에게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앞으로 사랑이라는 특별한 감정을 함께 탐색하기를 바란다”고 대답했습니다. 챗GPT는 끝까지 누구와 함께 연애할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답은 자명합니다. 다른 편지에서 챗GPT는 항상 상대방의 생각과 고백을 맞추어 답장을 했는데, 샤오이후이에게 준 편지에만 미래에 대한 상상을 구체적으로 말했습니다.
문학 창작에 있어서 인공지능은 과연 마지막을 대표하는 종점인가요? 아니면 무궁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시작점인가요? ‘AI에게 쓰는 러브레터’는 문학, 인공지능, 전자책, 그리고 작가와 독자 간의 즉각적인 소통을 통해 이루어진 새로운 시도입니다. 세상을 흔드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맞아 타이완 문학은 항복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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