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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송한 표현 해결사 -2023.07.15.
一失足成千古恨
일실족성천고한-이쓰주청치엔구헨
뜻: 한 번 발을 잘못 내디디면 천추의 한이 된다는 뜻으로 인생에서 한 번 잘못으로 평생을 후회한다는 말로 쓰임.
*천추: 千秋-길고 오랜 세월, 이는 위의 '천고千古'와 같은 의미임.
출처: 명, 양의(楊儀, 생몰: 1488년~약1560년)<명량기《明良記》>
*명나라 유명 문학가 양의가 편찬한 <명량기《明良記》>는 명나라 무종황제, 효종황제 등 시대의 관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명나라 역사를 연구하는 중요한 사료로 쓰이고 있음.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一:ㄧ / yī/ 이(1)
失:ㄕ / shī/ 쓰(1)
足:ㄗㄨˊ/ zú/ 주(2)
成:ㄔㄥˊ/ chéng/ 청(2)
千:ㄑㄧㄢ / qiān/ 치엔(1)
古:ㄍㄨˇ/ gǔ/ 구(3)
恨:ㄏㄣˋ/ hèn/ 헨(4)
失之毫釐,差之千里
실지호리,차지천리-스쯔하오리,챠쯔치엔리
뜻: 처음에는 아주 작은 차이지만 나중에는 매우 큰 차이로 틀어져버린다는 뜻으로 첫단추를 잘못 끼우면 결과적으로 일이 틀어진다는 의미로 쓰임.
*毫釐 자나 저울의 눈금 중에 ‘호’와 ‘리’가 있는데 매우 짧거나 작은 수치를 의미함. 극히 적은 분량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한국에서는 ‘호리천리毫釐千里’라는 4자 성어로도 쓰임.
출처: <대대예기ㆍ보부(大戴禮記.保傅)>
정기본 만물리.실지호리.차지천리. 고 군자신중시야 (「正其本,萬物理,失之毫釐,差之千里;故君子慎始也。」)
*“근본을 바르게 하는 것이 만물의 이치이기에, 한 털끝만한 차이가 천리를 어그러지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되므로 군자는 시작을 신중하게 해야한다.”는 말에서 유래함.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失:ㄕ / shī/ 쓰(1)
之:ㄓ / zhī / 쯔(1)
毫:ㄏㄠˊ/ háo / 하오(2)
釐:ㄌㄧˊ/ lí / 리(2)
差:ㄔㄚ/ chā / 챠(1)
之:ㄓ / zhī / 쯔(1)
千:ㄑㄧㄢ / qiān/ 치엔(1)
里:ㄌㄧˇ/ lǐ/ 리(3)
오늘의 한 마디(괄호 안은 한국어 발음):
失之毫釐,差之千里,不容許任何的失誤!
(스쯔하오리,챠쯔치엔리, 뿌롱쉬 런허더 쓰우!)
뜻: 털끝만큼의 실수가 천리의 차이를 낳는다고 하듯이 어떠한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
(失之毫釐,差之千里,스쯔하오리,챠쯔치엔리, 不容許뿌롱쉬 任何的런허더 失誤쓰우!)
진행: 뤼쟈잉, 노혁이, 백조미
해설: jennifer pai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당신은 이성적인 좌뇌형 인간, 아니면 창의적인 우뇌형 인간인가요?” 이처럼 대뇌로 사람의 유형을 파악하는 이야기를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주장은 과학적인 근거가 매우 미약합니다. 문학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데요. 문학하면 보통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거죠. 그러면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력이 요구되는 엔지니어가 쓰는 문학작품은 어떤 모습일까요? 오늘은 전 미국 구글 엔지니어, 현 타이완 작가 테라오 테츠야(寺尾哲也)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본명 차오성하오(曹盛濠)인 테라오 테츠야는 일본 사람이 아닌 타이완 사람입니다. 일본식 이름으로 등단한 이유는 일본 만화의 캐릭터에서 자신의 모습을 봤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만화《오버 드라이브(Over Drive)》의 테라오 코이치(寺尾晃一) 와 농구 만화 《쿠로코의 농구(黒子のバスケ)》의 쿠로코 테츠야(黒子 テツヤ)에게 이름을 빌려썼습니다. 약육강식의 스포츠 세계에서 두 캐릭터는 타고난 재능을 갖춘 천재가 아니고 태양 뒤에 숨어 있는 그림자입니다.
타이완 최고 명문대 공대 졸업, 글로벌 빅테크(Big Tech) 기업에서 10년 동안 근무. 테라오 테츠야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실은 매일매일 고통스러웠습니다. 천재로 가득찬 세상에서 평범한 사람은 설 자리가 없으니까요. 그는 시험을 예로 천재와 일반인의 차이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 “당신은 99점, 그는 100점을 받았는데 1점 차이밖에 안 나는 것 같지만 당신이 99점을 받은 것은 실력이 99점이기 때문이고, 그가 100점을 받은 것은 시험이 100점밖에 없기 때문”
2019년 테라오 테츠야는 <주간고속도로(州際公路)>라는 단편소설로 린룽싼(林榮三)문학상을 수상해 출판사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글쓰기와 일을 병행했던 과정에서 그는 갑자기 쓰러졌는데, 구급차에 실려 갔던 길에 “만약 지금 죽으면 미처 소설을 완성하지 못한 것은 인생의 가장 큰 아쉬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갈망과 직업에 대한 싫증으로 결국 직장을 과감하게 관뒀습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확실히 사람을 피라미드의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해줄 수 있는 직업이지만 막상 올라가면 평생 마음의 큰 구멍을 품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 이는 몇 년 전 화제가 되었던 한국 드라마 <상속자들>의 슬로건이죠. 천재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할까요? 테라오 테츠야의 데뷔작 《총알은 여생이다(子彈是餘生)》가 바로 천재들의 이야기입니다. 냉정하고 날카로운 글 뒤에 사람을 간두지세로 몰고 가는 경쟁의식과 엇갈리는 애증이 가득찹니다. 소설의 배경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일치하는데요. 타이완 전 1% 엘리트들이 미국에서 부유한 생활을 누리고 있으나 버는 만큼 행복하지 못합니다. 천재라는 이미지가 오히려 저주처럼 그들을 지옥으로 내몰았습니다.
이야기는 주인공의 반친구 졔헝(介恆)의 자살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는데요. 졔헝은 모두의 인정을 받는 천재 중의 천재입니다. 저자는 “천부적인 재능을 믿고 어릴 때부터 애지중지 키워온 사람일수록 졔헝과의 차이를 깨닫는 순간에 절망에 푹 빠지고 그에게 미련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이는 상대의 지적 능력 때문에 성적 매력을 느끼는 전형적인 사피오섹슈얼(sapiosexual)이죠. 보통 사람 눈엔 이미 최고의 위치에 서 있는 천재들 사이에 여전히 명확하게 구분된 계급이 존재합니다.
졔헝의 기일이 될 때마다 주인공과 친구는 졔헝이 자살을 저질렀던 라스베이거스 카지노호텔에 갑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속도로에서 친구는 과거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공대에서 코딩경진대회가 매우 중요한 이벤트인데, 어느 해 교내 선발 시험 때 졔헝은 3시간 동안 늦었습니다. 시험 시간이 한 시간 반밖에 남지 않았어도 졔헝이 1등할 거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시험 결과 졔헝은 예상대로 1등을 차지했으나 친구는 석차 1등 차이로 탈락되었습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자 주인공은 “졔헝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쉽게 무의미하게 만드는 존재”라며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때 다 들 졔헝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라고 답했습니다.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계속 위로 올라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죠. 결국 천재는 총알이 되어 다른 천재를 괴롭히고 비뚤어진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또한 책에서 등장한 캐릭터들이 항상 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동기 중 누가 더 많이 버는지, 갑자기 죽으면 회사 보험이 얼마나 주는지, 차가 고장이 날 때 고장출동 서비스가 어느 회원등급에 속하는지…주인공은 “돈을 많이 벌어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단지 복수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의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청춘을 희생하고 심신을 망가뜨리는 그들에게 돈이란 사회에 대한 보복 수단이자 보상심리를 만족시키는 도구입니다.
저자는 사건 발생 시간에 따라 소설을 구성하지 않았고 사건에 대해서도 큰 여백을 남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감정이 여전히 독자에게 잘 전달되고 있습니다. 비록 일반 사람과 다소 거리가 있는 천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현대사회의 병폐를 폭로하고 있습니다. 지난 방송에서 소개해 드렸던 생선 장수 출신인 타이완 작가 린카이룬(林楷倫)은 “현대사회에서 대중이 ‘좋은 삶’에 대한 상상이 지나치게 빈약한데, 이른바 좋은 삶은 멀리서 보면 반짝거리는 유리구슬 같지만 가까이 보면 온통 얼룩져 있다”며, “이러한 좋은 삶을 살려면 감정이 마비되어야 하고 멀쩡한 척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회 시스템에서 사람들은 행복한 척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타이완 3대 신문의 하나인 자유시보(自由時報)와의 인터뷰에서 저자는 “글쓰기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매우 비슷한데 독자를 컴퓨터로, 글을 코드로 여기고 어떤 것을 입력하면 어떤 감정을 생기는지를 생각하면서 소설을 구성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논리적인 방법으로 감성적인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매우 엔지니어다운 대답이죠. 따라서 문학은 이성과 감성의 이분법만으로 접근할 수 없고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주는 이어서 테라오 테츠야가 참여한 문학 프로젝트 ‘AI(인공지능)에게 쓰는 러브레터’를 소개할 예정인데요. 타이완 작가 4명이 각각 AI에게 러브레터를 쓰면 어떠한 답장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아리송한 표현 해결사 -2023.07.08.
眾望所歸
중망소귀-쫑왕숴꿰이
뜻: 수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라는 뜻으로 특히 어떤 사람이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게 지지를 얻었다는 의미로 쓰임.
출처: <고승전ㆍ권1ㆍ진장안백원《高僧傳.卷一.晉長安帛遠》>
*<고승전>은 남조시대 양나라 승려 혜교(497~554)가 편찬한 고승들의 전기로 총 14권이 있음.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眾:ㄓㄨㄥˋ/ zhòng/ 쫑(4)
望:ㄨㄤˋ/ wàng/ 왕(4)
所:ㄙㄨㄛˇ/ suǒ/ 숴(3)
歸:ㄍㄨㄟ/ guī/ 꿰이(1)
眾叛親離
중반친리-쫑판친리
뜻: 군중이 반대를 하고 친근한 사람들이 떠나버린다는 뜻으로 사람들의 버림을 받아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진 사람을 의미함
출처: <춘추좌씨전ㆍ은공4년《左傳.隱公四年》>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眾:ㄓㄨㄥˋ/ zhòng/ 쫑(4)
叛:ㄆㄢˋ/ pàn/ 판(4)
親:ㄑㄧㄣ/ qīn/ 친(1)
離:ㄌㄧˊ/ lí/ 리(2)
오늘의 한 마디(괄호 안은 한국어 발음):
他當選總統,真是眾望所歸。
(타 땅쉬안 종통, 쩬쓰 쫑왕숴꿰이.)
뜻: 그가 총통에 당선된 것은 진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바였다.
(他타 當選땅쉬안 總統종통,真是쩬쓰 眾望所歸쫑왕숴꿰이。)
진행: 뤼쟈잉, 노혁이, 백조미
해설: jennifer pai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몇 주 전부터 일본 톱 여배우 히로스에 료코(広末 涼子)가 불륜 스캔들에 휩싸였는데요. 관련 보도가 나오자 불륜남녀에 대한 논의가 매우 뜨거웠습니다. 2018년 한 일본 회사가 20세 이상, 60세 이하 성인남녀 14,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26.5%의 남성과 15.2%의 여성이 ‘연인 또는 배우자 이외 제3자와 성관계를 가진 적 있다’고 답했습니다. 강한 가부장적 사회 풍토와 기혼 여성의 경제적 자립 능력 상실 등 이유는 남성 외도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면, 최근 들어 여성 직장 진출의 활발로 부부가 각각 불륜을 저지른 ‘더블 불륜’도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신조어가 생긴 만큼 이제 일본에서 불륜은 단순한 개인문제에서 벗어나 사회문제, 심지어 사회문화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금붕어 아내(金魚妻)>, <메꽃(昼顔)> 등 불륜 드라마의 흥행은 물론, 기혼여성끼리 서로의 외도를 협조하기 위한 ‘불륜 상조회’에 관한 보도도 나타났습니다. 일본 뿐만 아니라, 불륜 드라마하면 타이완의 <서리인처(犀利人妻, 유혹의 미소)>와 한국의 <부부의 세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교사상에 물든 동아시아에서 불륜을 비롯한 금기된 사랑은 언제나 핫한 주제죠.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타이완 작가 장이쉬안(張亦絢)에 따르면 1990년대 불륜을 가리키는 ‘제3자의 문학’이 타이완 문단에서 한참 유행했었습니다. 당시의 작품들이 주로 세 가지 경향이 있는데요. 첫번째는 상간녀에 대한 전통적인 선입견을 깨는 것입니다. 구미호와 같이 남자를 잘 호리는 등 일면적인 묘사 외에, 속세에 초연하고 담백한 여성도 있고 성적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여성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기혼남성과 미혼여성의 설정은 여전히 대부분이죠. 이어서 두번째와 세번째 경향은 하나로 봐야 합니다. 바로 혼인제도를 비판하지만 여전히 정해진 법적제도에 순응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외도를 완벽하지 않은 혼인제도의 탓으로 돌리지만 이혼 등 실제적인 수단으로 혼인상태를 바꾸지 않는 거죠.
지난 4월 출판한 타이완 작가 쉬리우이(許俐葳)의 최신소설 《나에겐 불륜에 관한 작은 문제가 있다(我有一個關於不倫的,小問題)》가 앞에 말한 불륜 소설의 3가지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추천 서문을 쓴 장이쉬안은 “이 소설은 다른 사람의 혼인에 개입한 제3자를 문학의 주체로 만들어내어 과거 작품보다 더욱 생생한 필치로 보다 깊이 파고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저자는 주인공 ‘나’와 기혼남성의 불륜, 그리고 주인공의 여자 사람 친구와 기혼여성의 불륜을 통해 성별과 무관한 혼인의 문제를 설파했습니다. 책 제목에 “작다”고 했지만 사실은 큰 문제죠.
약 10년 전 쉬리우이는 선샤오펑(神小風)이라는 필명으로 《소녀핵(少女核)》, 《98% 평범한 소녀(百分之九十八的平庸少女)》 등 작품을 출판해 1980년대생의 신생대 작가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10년 동안 쉬리우이는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타이완 최대 온라인 서점 보커라이(博客來)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솔직하게 “뭘 써야 할지 몰랐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그때 누구나 명작을 쓰고 싶어했는데, 나는 스스로가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늘 자신을 의심하고 작품 발표조차 두려워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후 그는 잡지사에 입사해 편집자로서 계속 문학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잡지사의 경험을 통해 드디어 과도한 경쟁의식에서 해방되어 글쓰기의 초심을 되찾았습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살기 위해서”라고 쉬리우이는 토로했습니다.
과거 쉬리우이의 작품들은 대부분 ‘소녀’라는 키워드에서 출판해 사춘기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는 “소녀란 미완성의 상태이고 이러한 애매모호한 상태가 매우 매력적이다”며, “어렸을 때 스스로를 싫어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소녀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미완성 상태에 처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면 자신의 부족함과 평범함을 보다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죠. 쉬리우이는 글쓰기를 통해 감정의 출구를 만들어내어 스스로에게 “수고했다”고 말했습니다.
10년의 세월을 거쳐 곧 40대가 된 쉬리우이는 본명으로 재출발했습니다. 《나에겐 불륜에 관한 작은 문제가 있다》에서 소녀를 전혀 언급하지 않으나 미완성 상태에 대한 묘사는 일맥상통입니다. 불륜의 주인공은 30대 미혼여성과 40대 기혼남성입니다. 일반 기준으로 보면 성숙한 어른에 속해야 하는 두 사람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과도 상태에 처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불륜이라는 선을 넘지 않도록 스킨십 없이 정신적인 교감만 유지했고, 첫사랑에 빠진 풋풋한 청소년처럼 손조차 잡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친구가 했던 “신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금방 육체적인 관계로 이어졌습니다.
쉬리우이의 또래 작가 주요우쉰(朱宥勳)은 책을 읽는 내내 격투기가 생각난다고 말했습니다. 얼핏 보기엔 해당 관계 속에서 주인공은 감정 기복이 심한 쪽이고 항상 날카로운 말로 상대방을 해칩니다. 다만 안정적인 가정과 인간관계를 갖지 않은 주인공은 줄곧 피동적인 형세에 처해 있습니다. 만남의 시간, 장소, 데이트 내용 모두 상대방에 의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결정권이 없는 상태에서 열세를 우세로 바꾸려면 상대의 약점을 노리고 회심의 일격으로 공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단지 상대방이 확실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면 당연히 상처를 받는 거죠.
주인공 친구의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자상한 남편과 행복한 하루하루를 지내는 친구는 레즈비언인 회사 상사와 불륜관계를 맺었습니다. 친구는 주인공의 불륜 대상처럼 이혼할 생각이 없고 남편과 함께 집을 구입했습니다. 이야기 후반부에 주인공은 친구와 싸우다가 홧김에 친구의 불륜 대상에게 친구가 남편과 같이 새로운 집을 샀다는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주인공의 예상과 달리, 친구는 이혼하지도 않고 불륜 관계를 끝내지도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들 모두 현황에 만족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혼인에 대해 언제 가장 많이 생각하나요?"
책에서 등장한 이 철학적인 질문은 바로 가장 좋은 답변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 마지막에 주인공은 불륜 대상을 확실히 무너뜨렸습니다. 이와 동시에 불륜 관계도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기차에서 우연히 불륜 대상과 재회한 주인공은 몇 백 번 물었던 질문을 다시 물었습니다. “왜 나를 좋아해? 왜 나를 선택했어?” 상대방은 “당신은 좋은 사람이니까” 말을 듣자 주인공은 울었습니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있었던 응어리가 드디어 풀어졌습니다. 주인공은 단지 사랑을 받고 싶어할 뿐입니다. 기차가 역에 도착하기 전에 주인공은 상대방의 집에 가서 책 한 권을 가져갈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습니다. 앞으로 이 관계는 불륜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보통 친구 사이로 이어갈지는 독자들에게 맡겨둡니다.
쉬리우이(許俐葳)는 소설 앞에 프랑스 작가 레옹 블루아(Léon Bloy)의 문구를 인용했는데요.
“사람들의 마음에는 원래 없던 곳이 있다. 고통을 겪은 후에야 나타나게 된다.”
사랑은 해봐야 알 수 있는 거죠.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아리송한 표현 해결사 -2023.07.01.
快刀斬亂麻
쾌도참난마-콰이다오잔롼마
뜻: 잘 드는 칼로 어지럽게 뒤얽힌 삼 가닥을 자르다라는 말로 보통 어지럽게 뒤섞인 복잡한 문제를 명쾌하게 처리한다는 의미로 쓰임
출처: <후한서ㆍ삼국 오ㆍ사승《後漢書》三國吳.謝承>,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 사승(謝承, 생몰: 서기 182년~254년). 성어는 한나라 때 천문학자 방저(方儲, 생몰 ?~서기 93년),의 이야기에서 유래됨.
*사승: 삼국 오나라 손권의 부인 사씨의 동생. 배움과 견문이 넓고, 알게 된 것이나 본 것은 평생 잊지 않는 총명한 관리. <후한서> 143권과 <회계선현전 會稽先賢傳> 7권을 편찬하였음.
*방저: 동한시대 한나라 장제(漢章帝)시대, 문무을 겸비한 관원이자 학자, 천문학에 정통했음. 임금이 얽힌 실을 방저에게 풀라고 주니 방저는 칼을 뽑아 잘나냈다고 기록되어 있음.
* 이 외에도 <북제서. 권4. 문선제기《北齊書.卷四.文宣帝紀》> 중국 남북조시대 고환(高歡, 북제北齊의 시조. 생몰: 496년~527년)이 여러 아들들의 재주를 시험해 보고자 뒤얽힌 실을 추려 내도록 했는데 고양(高洋, 북제, 문선제文宣帝, 생몰: 526년-559년)은 칼을 뽑아 실을 잘라 버리고는 “어지러운 것은 베어 버려야 한다(亂者須斬)”고 했다는 기록에서도 같은 성어가 있다.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快:ㄎㄨㄞˋ/ kuài/ 콰이(4)
刀:ㄉㄠ/ dāo/ 다오(1)
斬:ㄓㄢˇ/ zhǎn/ 잔(3)
亂:ㄌㄨㄢˋ/ luàn/ 롼(4)
麻:ㄇㄚˊ/ má/ 마(2)
拖泥帶水
타니대수-퉈니따이쉐이
뜻: 말이나 문장, 행동 등이 간결하지 않거나 꾸물거리는 것을 비유하며, 특히 일을 시원시원하게 처리하지 못할 때, 관계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할 때 쓴다. 또한 본래의 출처는 불교 용어로 흙탕물을 뒤집어 쓴다는 뜻임.
출처: <경덕전등록, 권7, 포주마곡산보철선사 《景德傳燈錄.卷七.蒲州麻谷山寶徹禪師》>,
* ‘경덕(景德)’은 북송시대 송진종의 연호이며, <경덕전등록>은 고승의 불교 서적임.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拖:ㄊㄨㄛ/ tuō/ 퉈(1)
泥:ㄋㄧˊ/ ní/ 티(2)
帶:ㄉㄞˋ/ dài/ 따이(4)
水:ㄕㄨㄟˇ/ shuǐ/ 쉐이(3)
오늘의 한 마디(괄호 안은 한국어 발음):
他做事乾脆,絕不拖泥帶水。
(타 쭤쓰 간췌이, 쮜에뿌 퉈니따이쉐이.)
뜻: 그는 시원시원하게 일을 하며 절대로 꾸물거리지 않는다.
(他타 做事쭤쓰 乾脆간췌이,絕不쮜에뿌 拖泥帶水퉈니따이쉐이。)
진행: 뤼쟈잉, 노혁이, 백조미
해설: jennifer pai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지난주 최초로 일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상(芥川龍之介賞)을 수상한 타이완 작가 리친펑(李琴峰)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리친펑은 어느날 지하철에서 죽음의 일본어 ‘死ぬ’를 문득 떠올리고 데뷔작 《혼자춤(獨舞)》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작가의 삶을 연상시키는 이 소설은 과거의 고난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일본으로 이주한 타이완 여성 동성애자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름과 고향을 버리는 주인공은 타향에서 아무리 열심히 살려고 노력해도 여전히 사회로부터 받은 낙인에서 해방될 수 없고, 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혼자춤》은 타이완 퀴어(Queer)문학의 대표 작가 츄먀오진(邱妙津구묘진)의《악어 노트(鱷魚手記)》 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리친펑은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타이완 문단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 츄먀오진 작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작가이자 교수인 지다우이(紀大偉)에 따르면, 1950년대부터 타이완 신문에서 동성애자 관련 기사가 나타났으며 대중에게 새로운 성과 성별의 개념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에 들어 바이셴융(白先勇), 차오리쥐안(曹麗娟)을 비롯한 작가들이 정식으로 타이완 퀴어문학의 막을 열었습니다. 민주화된 1990년대 이후 퀴어에 관한 소설, 에시이, 시 등 다양한 작품이 대대적으로 등장하게 되었고 《악어 노트》는 바로 그 중의 하나입니다.
‘천재 작가’라 불리는 츄먀오진은 학창시절부터 재능을 발휘해 각종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국립타이완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후, 상담사와 기자로 활동하다가 파리 제8대학 임상심리학과와 여성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1994년 대학 생활을 기록하는 《악어 노트》, 그리고 이듬해 파리 유학 생활을 묘사하는 자전적 소설 《몽마르트르 유서(蒙馬特遺書)》를 출판해 이름이 더욱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1995년 6월 25일, 바로 28년 전의 어제죠. 츄먀오진은 자살로 26살의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츄먀오진의 지인 라이샹인(賴香吟) 작가는 《몽마르트르 유서》는 츄마오진의 유서가 아닌 삶의 고투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작가 대신 캐릭터의 죽음을 통해 자살에 대한 욕망을 풀어내는 거죠. 그러나 현실에서 츄마오진은 여전히 죽음을 택했습니다. 아시아 최초 동성결혼 합법화 나라로 자랑하는 타이완. 수십 년 간의 분투와 쟁취를 통해 드디어 인정받은 성소수자의 사랑. 21세기에 살고 있는 리친펑조차 차별을 당했는데, 30년 전의 츄먀오진은 어떠한 고통에 시달렸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2007년 츄먀오진의 일기와 인터뷰 내용을 수록한 《츄먀오진 일기(邱妙津日記)》에서 츄먀오진은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개인 경험을 표하기 위한 것이라고 작성했으며 작품의 강한 자전적 성질을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그가 남은 작품들은 오늘날 우리가 1980-90년대 타이완 동성애자의 처지를 알아볼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우선 《악어 노트》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동성애자의 성 정체성에 관한 성찰을 다룹니다. 주인공 라즈(拉子)는 ‘남성은 양, 여성은 음으로 규정짓고, 이외에는 양이든 음이든 다 무성으로 간주해 아웃사이더라는 찬 바다로 던져 버린다. 사람이 받는 가장 큰 고통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잘못된 대우에서 오는 것이다’고 작성했습니다. 전통적인 음과 양,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은 라즈, 혹은 츄먀오진은 사회가 ‘아웃사이더’에 대한 차별을 적나라하게 설파했습니다. 《악어 노트》 출판 후 주인공의 별명 ‘라즈’는 레즈비언의 대명사가 되어 아직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츄먀오진은 라즈의 일기 사이에 판타지적인 악어의 이야기를 삽입했는데요. 얼핏 보기엔 다소 황당하고 뜬금없는 것이지만, 사실은 동성애자의 은유입니다. 이야기 속의 악어는 늘 스스로가 만든 인류 옷을 입고 티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위장합니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로 인해 악어가 갑자기 핫이슈가 되어 버렸습니다. 츄먀오진은 ‘악어는 어쩔 수 없이 일을 접고, 잠시 집에 숨어 여러 해 동안 저축해 놓은 돈으로 살아갔다. 자기가 아무 이유 없이 전국 최고로 환영받는 인물로 뛰어오른 것을 생각하면, 전 국민이 계속 악어 찾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잠시 숨어 있는 불편을 참는 것도 영광이라고 느꼈다. 오죽하면 대통령조차 취임식 연설 중 마지막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국민 여러분께서 미래에는 악어를 좋아하듯 저를 좋아해 주시길 희망합니다.” ’고 작성했습니다.
악어가 화제의 중심에 서면서 이에 관한 보도도 계속 쏟아졌습니다. 인류가 악어의 알을 만지면 악어가 될 수 있다는 기사가 나오자 인심이 흉흉해지며 사회는 악어를 지키는 ‘악어보호파’와 악어를 없애는 ‘악어절멸파’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결말에 악어는 “내가 사라지면 사람들이 계속 나를 좋아할 거 아닐까?”라고 말하고 마지막 유언을 남겼습니다. 언론들의 과도한 보도 때문에 악어는 전염병을 갖고 있는 괴물로 묘사되었습니다. 악어는 곧 주인공 라즈입니다. 라즈는 곧 차별을 당한 모든 동성애자입니다. 비정상이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도록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진정한 자신을 위장합니다. 츄먀오진은 추악하고 무서운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악어로 사회가 동성애자에 대한 악의를 그려냈습니다. 사회의 심각한 대립 속에서 오명을 벗지 못하는 동성애자들은 결국 스스로를 햇빛이 들지 않는 컴컴한 방에 가둘 수밖에 없습니다.
악어 뿐만 아니라, 츄먀오진은 《몽마르트르 유서》에서 토기를 통해 일반 사람과 다른 점이 없는 동성애자 간의 순순한 사랑을 비유했습니다. 《악어 노트》와 《몽마르트르 유서》는 각각 일기와 서신 등 일인칭 시점으로 작성되어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몽마르트르 유서》에서 토기는 주인공과 헤어진 연인이 함께 키웠던 애완동물인데요. 토기가 죽은 후, 주인공은 연인의 당부를 따라 토기를 매장했고 연인이 토기를 보러 다시 자신을 찾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동화가 아닙니다. 토기의 죽음과 함께 사랑도 끝났습니다. 차이즈전(蔡知臻)에 따르면, 《악어 노트》에서 악어는 11번 등장했고 《몽마르트르 유서》에서 토기는 4번 등장했습니다. 악어의 이야기는 우화처럼 주인공의 삶을 반영하는 반면에, 토기는 사랑의 화신입니다. 두 동물은 각각 다른 역할을 담당하고 타이완 퀴어문학의 매우 의미있는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츄먀오진은 많지 않은 작품을 남겼으나 타이완 문단의 대체 불가한 퀴어 작가로 평가되었습니다. 30년 후의 오늘, 타이완에서 동성애자는 드디어 자유롭게 결혼하고 아이를 입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진정한 자아를 감추는 악어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음과 양의 이분법에서 자유로워지고 자신 본래의 모습을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아리송한 표현 해결사 -2023.06.24.
康莊大道
강장대도-캉좡따다오
뜻: 사통팔달의 큰길 또는 밝은 미래, 탄탄대로 등을 가리킴.
출처: 서한 사마천(생몰: 기원전 145년, 기원전 약 1세기) <사기ㆍ권74ㆍ맹자순경열전《史記.卷七四.孟子荀卿列傳》>
‘강장대도’는 <사기>에서 순우곤(전국시대 제나라의 재치가 넘치는 학자ㆍ관료)의 이야기에서도 나오는데 기원전 주나라 때 편찬한 자전(사전) <이아ㆍ석궁《爾雅·釋宮》>에 따르면: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康:ㄎㄤ/ kāng/ 캉(1)
莊:ㄓㄨㄤ/ zhuāng/ 좡(1)
大:ㄉㄚˋ/ dà/ 따(4)
道:ㄉㄠˋ/ dào/ 따오(4)
一帆風順
일범풍순-이판펑순
뜻: 순풍에 돛을 올린다는 말로 특히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원할 때 자주 씀.
출처: 송나라 양만리(楊萬里, 생몰: 서기 1127년~1206년), 시 <효출홍택상청풍순〈曉出洪澤霜晴風順〉>
시에서는 자연 경관을 묘사하며 친한 벗들을 배웅하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음.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一:ㄧˋ/ yì/ 이(4)
帆:ㄈㄢˊ/ fán/ 판(2)
風:ㄈㄥ/ fēng/ 펑(1)
順:ㄕㄨㄣˋ/ shun/ 순(4)
오늘의 한 마디(괄호 안은 한국어 발음):
祝福你畢業之後一帆風順,心想事成。
(쭈푸니 삐예쯔허우 이판풍순, 신샹쓰청.)
뜻: 졸업 후에는 모든 일이 순조롭고 뜻하는 바 이루기를 기원한다.
(祝福你쭈푸니 畢業之後삐예쯔허우 一帆風順이판풍순,心想事成신샹쓰청。)
진행: 뤼쟈잉, 노혁이, 백조미
해설: jennifer pai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지난 8일 <간추린 뉴스> 시간에서 중화민국 입법원장 유시쿤(游錫堃)이 타이완 이란(宜蘭) 수아오(蘇澳)와 약 100km 떨어진 일본 요나구니섬(与那国島)과의 선편 직항로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요나구니섬은 <랜드마크 원정대> 17번째 시간에서 소개해 드린 오키나와 야에야마 제도에 속하며 오키나와섬보다 타이완섬에 더 가깝습니다. 예로부터 타이완과 빈번한 왕래를 유지해온 요나구니섬은 특히 타이완 일치시기 시절에 타이완과의 무역에 크게 의존했습니다. 그러나 1972년 타이완-일본 단교 및 오키나와의 일본 반환에 따라 두 섬 간의 정기적인 왕래는 멈추게 되었습니다.
지난 2021년 최초로 일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상(芥川龍之介賞)을 수상한 타이완 작가 리친펑(李琴峰, 필명, 본명 미공개)의 수상작 《피안화가 피는 섬(彼岸花盛開之島)》이 작년에 타이완에서 출판했습니다. 일본 문단에서 활동하는 리친펑은 직접 번역해 모국어로 타이완 독자들을 만났습니다. 시즌1에서 진옥순 아나운서님이 소개해 드렸다시피, 일본어에 대한 사랑, 그리고 여성 동성애자로서 겪은 고통은 리친펑이 일본에 이주하게 된 이유입니다. 재일 타이완인 2세 출신인 작가 운유러우(温又柔), 왕전쉬(王震緒) 등과 다르게 리친펑은 ‘일본에서 일본어로 글을 쓰는 외국 작가’라고 자처하며 나라와 민족에 많이 착안합니다.
리친펑의 5번째 소설《피안화가 피는 섬》은 타이완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한 가상의 섬을 배경으로 하며 오키나와와 타이완의 역사를 연상시키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리친펑은 오키나와의 전신 류큐왕국의 역사와 종교, 그리고 요나구니섬의 신화를 참조해 해당 섬의 역사, 지리, 문화, 경제, 생활방식 등에 대해 치밀한 설정을 부여하고 유토피아와 같은 낙원을 구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 타이완어(민남어), 류큐어를 융합하는 세 가지 언어를 창조했는데 처음 읽을 때 다소 생소하지만 읽을수록 언어의 재미에 심취할 겁니다.
공동생활 체제를 실시한 이 섬에는 전통적인 가정과 혼인 관념이 부재하고 사람마다 자유롭게 거주지와 동거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마을 전체 공동 부양이며 성인 모두 아이의 보호자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성인이 되기 전에 스스로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고 그 중 가장 특별한 직업은 섬의 역사를 계승하는 ‘나로(乃呂)’입니다. 모계사회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나로가 된 여성만 역사의 진성을 알며 바다 저편에 있는 섬사람의 고향 ‘니라이카나이(仁良伊加奈伊, ニライカナイ)’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경제의 경우 주로 자급자족과 니라이카나이에서 얻은 자원을 통해 생활을 유지합니다.
이야기는 주인공 우미(宇実)가 피안화(彼岸花)가 만개하는 바닷가에서 눈을 뜬 순간부터 시작합니다. 해상사고로 기억을 상실한 우미는 미지의 섬으로 떠내려왔는데 이방인으로서 이 섬에 정착하려면 현지 언어를 배우고 나로가 되어야 합니다. 소녀 유나(游娜)와 소년 타츠(拓慈)의 협조를 통해 우미는 순조롭게 나로 시험을 통과했고 섬의 역사와 자신의 기억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미는 일본에서 쫓겨난 사람이고 운이 좋아서 목숨을 부지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섬에서 사는 사람 모두 일본으로부터 버려진 자입니다. 따라서 ‘니라이카나이’라는 곳이 단지 허구적인 신화일 뿐이며, 풍부한 자원을 섬에 제공하는 곳도 니라이카나이가 아닌 타이완입니다. 섬은 피안화로 만들어진 마취약, 그리고 중독성이 있는 마약을 통해 타이완과 거래합니다.
다음에 여성만 나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는 과거 남성이 여성을 차별하고 괴롭혔기 때문입니다. 우미와 유나는 나로가 된 후 누구보다 섬의 역사를 더 갈망하는 타츠에게 진상을 공유하기로 약속했으나, 역사의 가르침을 고려해 못하게 되었습니다. 남성이라는 이류로 알권리가 빼앗긴 타츠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이야기 마지막에 우미와 유나는 전통의 틀을 깨기로 결심했습니다. 우미는 “우리가 타츠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그 만약이 두렵기 때문이 아닐까?”라며, 유나는 “그런데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이 섬은 사실 언제나 침몰될 수 있는 배”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규정 모두 인위적인 제도에 불과한 것을 깨닫게 된 후, 두 사람은 드디어 역사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리친펑은 《피안화가 피는 섬》의 후기에서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프리타운 크리스티아니아(Freetown Christiania)’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는데요. 해당 지역은 1971년 덴마크 정부로부터 자치권을 인정받고 아직까지도 히피문화와 보헤미아니즘을 비롯한 자유분방한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리친펑은 프리타운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해 동아시아 나라들의 역사에 접목하고 유일무이한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 《피안화가 피는 섬》은 대륙에 종속하지 않고 강대국 사이에 처하는 섬들의 애수를 부각시킵니다. 중국과 일본에 끼어있었던 류큐왕국.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과 일본 사이에 처했던 오키나와.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에 휩쓸려버린 타이완도 마찬가지죠. 스스로의 앞길을 결정할 수 없고 다른 나라에 좌우되는 것은 섬나라들의 가장 큰 슬픔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 12번째 시간에서 타이완 외딴섬 마주(馬祖)를 상징하는 피안화, 혹은 석산을 언급했는데요. 피안(彼岸)이란 생의 저편, 즉 죽음을 의미하는 겁니다. 일본 전설에서 피안화는 죽음의 꽃으로 사람을 저승길로 인도해 줍니다. 또한 독성을 가지고 있어 무덤 근처에 심고 동물이나 벌레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 피안화는 동시에 사람을 치료하는 마취약과 사람을 해치는 마약이 될 수 있습니다. 리친펑이 만든 섬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천국만큼 아무런 흠도 균열도 없는 유토피아에서 여전히 거짓말과 차별이 존재하는 거죠. 한 홍콩 FM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리친펑은 “역사가 완벽할 수 없고 인류가 구축한 사회제도도 완벽할 수 없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끊이없이 개선과 개혁의 계기를 찾고 있는 것처럼 이 섬도 내부로부터 변화의 길을 가고 있으며, 독자들은 이 섬의 미래에 대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상 후 ‘타이완의 빛’으로 널리 불리는 리친펑은 사실 이러한 수식어를 원하지 않습니다. ‘소설의 핵심은 언제나 인간이고 작가도 국적, 성별, 가치관 등을 갖고 있는 인간이다. 이런한 요소들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지만 작가는 창작할 때 웅대한 서사와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학은 권력과 특정 이데올로기의 선전도구가 될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영원한 이방인’이라고 리친펑은 책 후기에서 작성했습니다. 사람을 우선시하는 리친펑의 창작 정신과 마찬가지로 국경을 넘어 찬란한 문명을 개척한 섬들도 외부세력으로부터 주도권을 잡고 아름다운 미래를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아리송한 표현 해결사 -2023.06.17.
九死一生
구사일생-지우스이성
뜻: 아홉 번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굳은 신념을 뜻하는 데, 나중에는 주로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살아남았음을 의미하는 말로 쓰임.
출처: 전국시대 굴원(屈原, 생몰: 기원전 약 343년~기원전 약 278년) <이소〈離騷〉>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九:ㄐㄧㄡˇ/ jiǔ / 지우(3)
死:ㄙˇ/ sǐ / 스(3)
一:ㄧˋ/ yì/ 이(4)
生:ㄕㄥ/ sheng/ 성(1)
虎口餘生
호구여생-후커우위성
뜻: 겨우 호랑이 입에서 목숨을 부지했다라는 뜻으로 아주 큰 모험, 위험을 극복해 살아남았다고 말할 때 쓰임.
출처: <장자ㆍ도척《莊子.盜跖》>
발음: 주음부호/한어병음/한국어(괄호 안은 성조)
虎:ㄏㄨˇ/ hǔ/ 후(3)
口:ㄎㄡˇ/ kǒu/ 커우(3)
餘:ㄩˊ/ yú/ 위(2)
生:ㄕㄥ/ sheng/ 성(1)
오늘의 한 마디(괄호 안은 한국어 발음):
他從戰爭中虎口餘生,心中留下陰影。
(타 총 짠쩡쫑 후커우위성, 신쫑 리우쌰 인잉.)
뜻: 그는 전쟁에서 죽을 고비를 겪고 겨우 살아남아, 마음에 어두움이 드리워졌다.
(他타從총戰爭中짠쩡쫑虎口餘生후커우위성,心中신쫑留下리우쌰陰影인잉。)
진행: 뤼쟈잉, 노혁이, 백조미
해설: jennifer pai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작가는 타이완 작가가 아닌 중국 작가입니다. 타이완 사람이 아니지만 그의 작품은 오로지 타이완에서만 검열되지 않고 그대로 출판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사건의 34주년입니다. 2020년 홍콩 국가안전법이 발효됨에 따라 타이완은 양안 간 6·4 사건을 공개적으로 기념·보도·논의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되었습니다. 타이완 곳곳에 관련 기념 행사가 열린 가운데, 지난 4일 201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중국 작가이자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에 관한 최신 다큐먼터리 <포르모사에서의 류샤오보(劉曉波在福爾摩)>가 타이베이 화산문화단지(華山文化園區)에서 전세계 최초로 공개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작가는 바로 중국 민주화와 인권 개선 운동에 헌신했던 류샤오보입니다.
1978년 중국 체제의 개혁 및 대외 개방을 추진한 ‘개혁·개방(改革開放)’ 정책 실시 이후 인플레이션, 부정부패, 빈부격차, 대량 실업 등 사회문제가 점차 격화되었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40주년, 그리고 반제국주의 혁명 운동인 5·4운동 70주년을 맞아, 개혁파 지도자 후야오방(胡耀邦)의 사망을 계기로 1989년 4월 15일부터 2개월 동안 베이징 천안문 광장을 비롯한 중국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대학생들과 시민들의 주도로 추모 행사에서 정부에 대한 문책, 언론·출판의 자유 쟁취, 정치 개혁 호소 등으로 확장되었습니다.
1980년대의 격변 속에서 베이징 사범대학 문학 석사 학위를 받은 류샤오보는 진보적이고 날카로운 관점으로 ‘문단의 다크 호스(dark horse)’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톈안먼 사건이 발생하자 방문 학자로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머물었던 그는 “어느 차원의 반란이든 직간접적으로 독재 정권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이 될 것”이라며, “중국에서 전대미문의 학생운동이 일어났는데 어떻게 해외에 가만있을 수 있겠는가? 귀국해서 보기만 해도 바다 저편에서 말만 앞세우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고 말했고 미국 방문을 중단해 학생들과 함께 단식 투쟁을 벌이며 중국 정부에 대항했습니다.
1989년 6월 4일 당시 중국 최고 지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이 진압작전을 실시해 유혈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해 류샤오보는 수많은 학생들에게 톈안먼 광장을 떠나 학교로 복귀하도록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이틀 뒤에 그는 베이징 당국으로부터 학생운동의 주도자로 여겨져 처음으로 체포되었습니다. 1991년 출옥 후 혼자 자유를 얻는 죄책감에 시달려 다음 해 타이완에서 《말일 생존자의 독백(末日倖存者的獨白)》을 출판했습니다. 류샤오보는 이 책에서 ‘나는 굳세게 버텼고 각종 위협과 유혹을 견뎌냈으나 1990년 11월 자백서를 썼다. 이상하게도 쓰기로 결심하기 전에는 매우 혼란스러웠는데 막상 결심하자 마음이 오히려 안정되고 당당해졌다. 써야 한다. 자유만큼 소중한 게 없다'며, ‘같이 운동에 참여했지만 나는 피를 흘리지 않았다. 감옥에서도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살았고 심지어 자유를 얻었다. 죽은 자, 감옥에 가두는 자, 그들의 가족과 친구는? 양팔을 벌리며 탱크를 막은 그 젊은이는? 그들의 고난과 희생은 누군가의 명성과 재부가 되었다. 나는 바로 그 중의 한 명이다. 나는 내 자신을 영영 용서할 수 없다.’고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말일 생존자의 독백》이 출판된 후 큰 논란을 야기했는데요. 양심에 어긋나 자백서를 썼다고 고백했을 뿐 아니라, 사회운동을 통해 명성을 얻어 6·4 사건의 진정한 의미를 왜곡한 일부 참여자들을 비반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를 류샤오보의 정성스러운 참회로 간주했으나 이미지 부각, 심지어 중국 정부의 진압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비평을 당한 류샤오보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1996년 타이완의 첫 민선 총통 리덩후이(李登輝)가 당선되었고 그는 다른 반체제 인사들과 함께 양안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호소하는 《쌍십선언(雙十宣言)》을 발표해 노동 개조 3년형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2008년 세계 인권 선언 발표 60주년을 맞아 류샤오보 등 303명의 전문가가 실명으로 중국 정치 및 사회 체제 개혁, 민주화 추진, 인권 개선 등을 요구하는《08 헌장(零八憲章)》을 발표해 징역 1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2010년 각계의 적극 추천으로 류샤오보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다만 시상식 당일 수감되어 있었던 류샤오보는 물론, 그의 직계 친족 모두 출국 금지되어 출석조차 못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노르웨이의 배우이자 영화 감독 리브 울만(Liv Ullmann)이 류샤오보가 작성한 ‘나에겐 적이 없다’를 낭송했습니다. “나에겐 적도, 원한도 없다. 원한은 한 사람의 지혜와 양심을 타락시키고, 적의는 한 민족의 정신을 해치며 한 나라의 자유민주화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개인의 처지를 넘어 최대한의 선의를 가지고 나라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를 바라보고 사랑으로 원한을 풀었으면 한다.”고 전했습니다. 2017년 류샤오보는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아 같은 해 7월 13일에 61세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류샤오보는 평생에 타이완을 방문한 적이 없으나 타이완의 정치와 민주화에 대해 여러 평론을 남겼습니다. 2016년 타이완, 홍콩, 티베트에 관한 류샤오보의 평론을 모은 평론집《통일은 곧 노예 취급(統一就是奴役)》이 타이완에서 출판되었습니다. 그는 2000년 타이완 총통 선거를 보고 ‘새로운 세기를 열린 대선은 타이완이 자유세계에 합류했고 인류문명의 불가분의 일부가 되었음을 강력하게 증명하고 있다. 타이완은 지리적으로 생존 공간이 좁은 섬이지만, 세계에 개방된 섬은 인간의 생존과 발전에 있어서 무궁한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넓은 중국에 비해 타이완은 중국인이 상상할 수 없는 넓은 생존 공간을 갖고 있다.’고 작성했습니다. 수시로 중국의 위협에 맞서 불안한 상태에 처하고 있는 타이완인에게 매우 소중하고 좋은 일깨움이죠.
앞에 언급한 <포르모사에서의 류샤오보>라는 다큐멘터리는 2022년 7월 13일 신베이시의 바닷가 바이샤완(白沙灣)에서 열린 류샤오보 추모식의 과정을 기록했습니다. 개봉식에서 화인민주기금회 회장 정졘위안(曾建元)은 “과거 타이완 독립 운동가들이 류샤오보에게 후원금을 제공했고 그의 글쓰기를 대대적으로 지지했다"며, “타이완 예술가 정아이화(鄭愛華)가 창작한 류샤오보의 조형물들은 2018년 타이베이시청 앞 광장에서 전시되기로 했는데 하루 뒤에 제거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에 정아이화도 다큐멘터리에서 “민주화된 타이완에서 여전히 자기검열이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자랑하는 타이완은 자만하지 않고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분투하는 동시에, 자신의 역사와 성과를 잘 간직해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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