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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s about 배미향의 저녁스케치:How many episodes does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have?The podcast currently has 6,891 episodes available.
March 29, 20212021/03/25 <장롱을 떠나보내면서>친정엄마는 46년 된 자개장롱을 처분하면서 섭섭한 표정을 했습니다. 장롱을 버린다는 게 배신행위처럼 느껴지셨는지, 아니면 그 동안의 살아온 길이 험난해서가 아닐까요. 아빠의 사업부도로 집이 넘어갔을 때도 엄마는 이 장롱은 기어코 가져왔습니다. 이 장롱은 부자도 아닌 외할머니가 큰맘 먹고 혼수품으로 장만해주신 거였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장롱을 가져갈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은 붙박이장이 설치돼 있는데다 집이 넓지 않아서 옮겨둘 공간이 없어서였지요. 엄마는 이삿짐을 다 싸놓고 한동안 장롱을 어루만졌습니다. 46년 전, 결혼하면서 이 장롱을 보며 얼마나 좋아했을까요? 외할머니는 40대에 외할아버지를 하늘나라 보내드리고 혼자 자녀 넷을 키우셨지요. 노점상을 하면서도 자녀를 고등교육까지 받게 하셨으니 그 고생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겠죠. 첫 딸을 결혼시키면서 기죽게 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었을 겁니다. 아빠와 엄마는 성실하게 사셨는데 다니던 회사 사정이 좋지 않자, 아빠는 전자제품 대리점을 열었지요.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가전제품을 열심히 팔았습니다. 엄마는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두어 명 직원들의 점심밥을 손수 해서 가게로 날랐습니다. 열심히 일한 덕분에 가게의 매출은 좋았지만, 한 순간 사기를 당해서 모든 게 허물어졌습니다. 집안 곳곳에 차압딱지가 붙었지만 엄마는 장롱만은 넘겨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건진 장롱, 외할머니가 장만해주신 혼수품 1호, 가족의 모든 일을 지켜본 장롱이었으니 엄마에겐 가족과 같은 존재였을 겁니다. “엄마! 엄마가 장만해주신 자개장롱을 어쩔 수 없이 버렸어요. 엄마 섭섭하죠?” 새집에 놀러 오신 90의 외할머니에게 엄마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괜찮다. 그만하면 오래 사용했지.” 외할머니가 엄마 등을 다독였습니다. 새 집의 붙박이장에 이불과 옷을 넣을 때마다 엄마는 자개장롱을 생각하시겠죠....more5minPlay
March 24, 20212021/03/24 <봄밥을 먹고 있는>이 봄밤식탁 위 잘 볶아진 볶음밥이다봄밥이다어둠이 밝아지기 위해별을 켜 놓은 저 하늘처럼두런두런 마주앉은 밤이 환하다무슨 걱정이 필요하다는 말인가숟가락 젓가락으로 꽃을 떼어내며저녁을 먹고 있는 밤무슨 언어가 필요하다는 말인가푸름과 붉음은은한 출렁임배시시 웃는 꽃 좀 보라살갗에 돋아나는 저 꽃 좀 보라이승엽 시인의 <봄밥을 먹고 있는>새순들이 많아 이것저것 담구요,차례대로 피어난 꽃들도 하나씩 넣었더니어머, 마음그릇이 너무 작은 거 있죠.에라 모르겠다. 훨씬 큰 마음그릇에담고 싶은 봄을 다 담아봅니다.하나 둘 피어나는 벚꽃에 한참을 망설이다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 같아 내려놓고는슥슥 버무리려는데 진달래가 보이네요.올해도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푸짐한 봄밥에마음다이어트는 다음으로 미뤄야할 것 같아요....more3minPlay
March 24, 20212021/03/24 <내 삶의 길목에서>엄마가 전화로 퇴근 후에 다녀가라 하십니다. 이런저런 반찬을 했는데 많이 했다고..우리 애들이 워낙 잘 먹기도 해서 알겠다고 하고 퇴근 후 엄마 집에 갔습니다. 저녁을 먹고 집으로 오려는데 엄마가 옛날 시골 할머니 집에서 봤던 엄청 큰 냄비를 보이십니다. 그걸 부엌으로 옮겨달라고..그 안에는 돼지 뼈 묵은 지 탕이 한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그걸 정말 3분의 2 이상을 커다란 김치 통 두개에 싸주시는데 양이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가져가라면서 주신 까만 봉지..거기엔 나물이 종류별로 한가득 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정확히 5일 동안 엄마가 싸주신 묵은 지 탕과 나물을 먹었습니다. 6일째 되던 날, 남편이 "저..여보..혹시 묵은지 탕 아직 남았어?" "어..남았어..한통 그대로 남았어..왜?" "진짜 미안한데..나 그거 그만 먹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그 말이 왜 그리 반갑던지..‘나도 그랬는데.’ 했습니다. 그래서 안 먹은 한통은 남편 회사로 보내서 점심시간에 직원들 드시라고 했습니다. 며칠 뒤..엄마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아가..양이 적어 진작 다 먹었지?? 엄마가 더해줄까? 돼지 등뼈가 싸서 사왔는데.." 저는 아차 싶어서.. "아니.엄마..괜찮아.." "아니..왜...맛이 없었어?" "아니..엄청 맛있었는데..그냥 다음에...실컷 먹었잖아.." 그리고 엊그제 엄마 집에 뭘 좀 드릴게 있어서 갔습니다. 부엌에 가니 그 커다란 냄비가 보였습니다. 순간 저 냄비를 없애면 엄마가 더 이상 많은 음식을 안 하실 것 같아 냄비를 엄마 몰래 밖으로 내놨습니다. 그리고 엄마에게 "엄마는 음식손이 너무 큰 거 아시지?" "그거야..음식 손 작아서 실컷 못 먹는 것 보다 낫지" ‘엄마 그래서 내가 그 큰 냄비 버렸어.." 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니..왜 멀쩡한 걸 버려...이상한 애네.. 내일 시장가서 사와야겠다.’ 정말 음식손이 커도 너무 큰 울 엄마..저 그냥 조용히 밖에 내놨던 냄비 제자리에 갖다 두었습니다....more4minPlay
March 23, 20212021/03/23 <어부바>어떤 슬픔이 있어이만치 널 힘들게 하는지연거푸 비워대는술잔이 아니더라도네겐 너무 어색한침묵만으로네 슬픔의 질량을읽어낼 수 있었지.너를 지켜보는안쓰런 맘 어쩌지 못해비틀린 세상에선하루쯤의 비틀거리는 인생도어울릴 거라맘에도 없이 위로했지만좁은 어깨 달싹이며슬픔을 게워내는너의 착한 눈물은어느새 내 마음 구석에까지너보다 많은 슬픔전염시키고 있었지.눈물에 묻혀버린가엾은 너,하지만 너를 업고네 집 앞 골목길을 서성거릴 때그렇게 눈물로써 다짐했었네.네 몫의 절망은 언제나내 것이라고...언제라도 세상 무엇이너를 지치게 할 땐나에게 오렴.네 눈물의 이유만큼손수건 마련해 두고너의 꿈이 자라난그때 그 자리로오늘처럼너를 업고 달려갈 테니.백승우 시인의 <어부바>엄마의 등과 심장이 맞닿아 자란 우리는어부바란 말만 들어도 가슴의 응어리가 풀어지곤 하죠.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날,흐르는 눈물을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날이면등으로 전해져오던 그 온기가 그리워져자꾸만 누군가의 등에 기대고 싶어지나 봅니다....more3minPlay
March 23, 20212021/03/23 <오랜만의 통화 >아직도 011, 017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던데..나 같은 사람이 있어서 일까요? 별 다른 이유 보다는 딸아이에게 주려고 가지고 있는데 그 옛날 2G폰. 그렇게 90년대 후반부터 사용하던 그 번호로 가끔 전화를 하는 찬구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과의 관계가 소홀해 지더라구요. 휴대전화 통화목록을 보면..연락하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가족이나 직장관련 전화가 대부분이죠. 가까웠던 학창시절 친구들조차도.. 바쁘다는 이유로, 멀다는 이유로 서로 연락하고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요즘.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주고 안부를 물어준다는 것이 그 얼마나 행복 한 일인지.. 뻔한 이야기를 물어봐주는 통화이지만 오랜만의 통화에 마음이 녹아내립니다. 그 친구와의 인연은 지금으로 부터 20여 년 전입니다. 1996년 철원에서 군 생활을 하며 만났죠. 직업군인이신 아버지의 멋진 모습에 저도 직업군인의 길을 택해 첫 부임지가 철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질부족인지..노력부족인지..뭐하나 잘하는 것이 없는 돌이켜보면..좌충우돌의 시간이었지요. 소대장으로서 나 자신의 앞가림도 잘못하고..소대원의 안전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었음에도 누구하나 잘 챙기지도 못한 것 같은 느낌들..그렇게 철원의 소대장 1년을 뒤로하고 도망치듯 후방으로 근무지를 옮겼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전역을 하고 군에 대한 기억이 사라질 즈음..간혹 연락을 해오는 그 친구..아직도 나를 소대장이라 칭하고..경상도 구수한 사투리로 아이들이야기, 직장이야기..등등 이야기를 나누는데..철원시절의 마음에 빚이 있어서 대화 말미에는 항상 전화 줘서 고맙고, 너무 미안하다는 말을 합니다. 얼마 전 안동에 큰불이 났다는 뉴스에 메시지를 보내니 친구에게서 바로 전화가 왔습니다. 산불에 피해는 없었는지..근황은 어떤지..말미에는 그 친구가 꼭 안동에 한번 들르라는 이야기를 했고, 나는 기회가 되면 꼭 들르겠다는 말과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로 통화를 마무리 했습니다. 코로나로 만나기도 힘든 요즘 나도 궁금해지는 누군가를 떠올려보고, 뻔한 이야기지만 전화 한 통화 해야겠습니다....more4minPlay
March 22, 20212021/03/22 <꽃샘바람>잊지 않고 찾아드는고즈넉한 저녁처럼흐른 세월만큼익어서 찾아오는 기억이 있다.멀어져간 아쉬움 사이로얼핏 스치는 그리움 하나봄이 오고 꽃은 피는데마음엔 바람이 인다.선뜻 입술을 대지 못하는커피 한 잔이지독한 그리움이라는 걸나직이 불러오는 이름 하나가되돌릴 수 없는 슬픔이라는 걸저기 넘치는 햇살 아래꽃처럼 피고 싶은데농익은 기억하나통째로 봄을 흔든다.임은숙 시인의 <꽃샘바람>꽃이 필 무렵엔기분 좋은 생각만 하게 될 줄 알았는데,기억이란 못된 녀석이시도 때도 없이 마음을 툭 치고 지나갑니다.따뜻한 햇살 아래 미소 짓고 있다가도스치는 시린 바람에 코끝이 찡해져 오는 걸 보니,아직도 지워야할 기억이 많은가봅니다....more3minPlay
March 22, 20212021/03/22 <케이크와 아버지>남동생이 마흔이 넘어서 늦게 장가를 가 아버지가 며느리 대하는 태도가 보물 대하듯 하십니다. 얼마 전 며느리 생일이었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나가시더니 생전 한 번도 사온 적이 없는 생일케이크를 사오셨습니다. 아버지가 케익을 사오는걸 평생 처음 봤다는 어머니와 저희들도 놀라서 정말 대단한 사건이다 했습니다. 아버지는 뭘 사오고, 들고 오고 그런 걸 싫어하시는 분입니다. 그리고 돈 아깝다며 생일날 한사코 케이크도 안 드셨던 분이죠. 생일 날 잡채와 갈비까지 차린 엄마와 케이크까지 사온 아빠도 대단하지만 갑자기 핸드폰으로 생일축하 노래까지 불러줍니다. 그리고 쇼핑백에 무엇인가를 주십니다. 며느리가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하시면서 아버지가 생전 처음 백화점에 가서 선물을 사오셨답니다. 다들 ‘우와.. 진짜 대박이다. 아빠가 백화점에 가서 선물을 사오시다니..’ 놀라고 있는데 선물을 보니 가죽장갑과 머플러였습니다. ‘아빠 겨울 다 지났는데 장갑이 뭐에요?’ ‘올 겨울도 있잖니. 손이 따뜻해야한다.‘ 하시면서 아버지는 웃으시고 올케는 무척 마음에 드는 표정으로 ’저 가죽장갑 처음 껴 봐요. 무척 따뜻하네요. 머플러도 목에 두르며 행복한 표정으로 ’아버님 감사합니다.‘ 하니 다들 박수를 쳤습니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남동생이 결혼을 못 할 줄 알았는데 늦게 장가를 가니 저희 집은 동생이 결혼한 것 뿐 아니라 올케가 말도 예쁘게 하고 항상 웃는 얼굴이여서 더 예쁩니다. ’아버지 다음 달 내 생일에도 케이크 사 주실거죠.‘ 했더니 ’그래그래 이제 생일날 케이크 먹자.‘ 하시네요. 사람은 안 변한다는데 우리 아버지 이렇게 변하시는 건 좋은 거겠죠. 우리 집 보물인 올케와 앞으로도 행복가득 했으면 좋겠습니다....more4minPlay
March 22, 20212021/03/21 <저녁을 거닐다>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ART19 개인정보 정책 및 캘리포니아주의 개인정보 통지는 https://art19.com/privacy & https://art19.com/privacy#do-not-sell-my-info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more4minPlay
March 22, 20212021/03/21 <봄이 와서>일하는 중간에 잠시 짬을 내서 산책을 하는 길이 있습니다. 봄이 오니 가벼운 티 하나로 터벅터벅 걷습니다. 근처에 학교가 있어서 하교하는 애들과 대형병원이 있어서 환자들의 모습이 대비를 이룹니다. 손을 꼬옥 잡고 아주 천천히 걷는 노부부의 모습도 보입니다. 저는 또 얼른 일하러 들어가야 합니다. 그 짧은 시간에 전화를 계속 하고 카톡을 계속 날립니다. 애들 수업은 잘 들었는지 간식은 잘 챙겨먹고 학원에 가는지...게임 좀 그만하고 간식 꼭 먹고 학원에 가라고 계속 잔소리를 합니다. 그러면서순간 웃음이 나옵니다. 참 어렵게도 산다.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닌데 왜 이리 내손아귀에 다 넣고 통제하려고 하는지? 내가 지금 누리는 이 자유를 애들한테도 남편에게도 느끼게 해줘야 하는데...이게 좋아..이게 더 낫대...강요 아닌 강요를 하게 됩니다. 봄이 오니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싶습니다. 마음껏 다니지 못하는 애들한테도 봄소식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게임하느라 정신없고 학교에 학원 다니느라 하늘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하는 애들과 봄을 같이 느끼고 싶습니다. 자전거 페달 밟으면서 곳곳에 핀 꽃망울 이야기도 나누고 싶고 산책 나온 사람들 모습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힘들었던 지난겨울 잘 이겨 내줘서 고맙고 참고 집에 있어줘서 고마운 애들한테 봄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싶습니다. 해주고 싶은 게 너무나도 많은데 애들은 힘드니까 ‘쉬게 놔둬’ 합니다. 식탁에서 밥을 먹는 아들 얼굴 빤히 쳐다보니 ‘엄마, 왜 그래? 그만 쳐다봐.’ ‘야, 엄마가 우리아들 보고 있는데 뭐가 무안해. 세상에 얼굴도 제대로 볼 시간이 없다..넌 엄마보다 게임이 더 좋지? 엄마는 우리아들 얼굴 보는 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고 좋은데..’ 양가 어머님들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지금 힘들겠지만 자식 키울 때가 제일 행복하고 즐겁단다. 사람 사는 낙이지..'...more4minPlay
March 22, 20212021/03/20 <봄비>창가에 서서내리는 봄비를 바라봅니다차박차박 조용히 다가와살며시 가슴에 걸어듭니다봄비에 소름 돋습니다지나온 날들 때문입니다봄비에 떨고 있습니다다가올 날들 때문입니다봄비는 아무 말 하지 않았습니다단지, 스며올 뿐이었습니다봄비는 어떤 눈짓도 하지 않았습니다다만, 적셔줄 뿐이었습니다촉촉이 내 가슴을김태인 시인의 <봄비>봄을 그리는 마음이모이고 모여 먹구름이 되었나 봐요.겨우내 쌓인 그리움이 비가 되어 내리면,비로소 봄은 활짝 기지개를 폅니다.그렇게 봄은 꽃보다 먼저비가 되어 내 마음에 살며시 내려앉습니다....more3min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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