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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s about 배미향의 저녁스케치:How many episodes does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have?The podcast currently has 6,891 episodes available.
October 12, 20202020/10/06 사랑하는 사람아남편과 지지고 볶고 산지 13년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털털한 내 성격에 비해 남편은 큰 키에 안 어울리게 세심하고 배려 깊고 내가 지나가는 말도 기억하고 있다가 불쑥 나를 놀라게 합니다. "집안일을 남편이 할 수도 있고 그래, 남편이 하면 되는 거야. 집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 나도 할 자격이 있고 자기가 바쁠 땐 그냥 나만 믿고 일해." 제가 프리랜서여서 집안에 있는 내 작업실에 한번 들어가면 마감 날이 가까워올수록 신경도 예민해지고 아침에 눈떠서 남편이 퇴근해서 집에 올 때까지도 화장실 가는 외엔 엉덩이를 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결혼해서 지금까지 그런 나에게 짜증 한번 내지 않고 내가 기침을 하면 따뜻한 차를 정성껏 갖다 주기도 합니다. 커피 하나 타는데 무슨 바리스타처럼 행동하는 남편이 귀엽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나에 대한 사랑은 13년차인 현재도 변함이 없는 듯합니다. "자기는 운전면허 따지 마. 위험하니까. 내가 자기 태우고 다닐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았지?" 가끔은 우리가 37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결혼하지 않고 만약 20대에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곤 합니다. 그래서 물어보면 남편은 "자기가 아무리 이쁘고 날 유혹해도 아마 나 안 넘어갔을걸." 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왜’ 하며 쳐다보니 남편은 "젊을 때는 이 사람 저 사람 다 만나보는 거야. 그래야 늦게 만난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거지" 결혼 초에는 사랑한다는 말을 남편이 훨씬 더 많이 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남편을 자꾸만 더 사랑하게 됩니다. 마치 스펀지에 물이 스미듯이...다른 욕심 없이 그저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늦게 만난 만큼 건강하게 아프지 않고 항상 같이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more4minPlay
October 06, 20202020/10/05 천천히 와천천히 와천천히 와와, 뒤에서 한참이나 귀 울림이 가시지 않는천천히 와상기도 어서 오라는 말, 천천히 와호된 역설의 그 말, 천천히 와오고 있는 사람을 위하여기다리는 마음이 건네준 말천천히 와오는 사람의 시간까지, 그가견디고 와야 할 후미진 고갯길과 가쁜 숨결마저도자신이 감당하리라는 아픈 말천천히 와아무에게는 하지 않았을, 너를 위해서만나지막이 들려준 말천천히 와정윤천 시인의 <천천히 와>초조한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말이죠.자상한 미소가 스며있는 말,좀 더 기다려주겠다는 너그러운 마음씨와조심해서 오라는 배려가 숨어있는 말이기도 합니다.“천천히 와” 라는 말을 들으면그 속에 들은 따뜻함이 고마워서늦은 걸음을 더 재촉하게 되지요....more3minPlay
October 06, 20202020/10/05 좋은 만남은 나도 좋은 사람이고 싶게 한다.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온지 햇수로 2년이 되었습니다. 오르막이 있는 동네에 처음 살아봐서 아직도 귀가할 때는 헉헉대지만 내방 창문을 열면 아랫동네 아파트 위, 하늘이 내 눈높이에 있어서 아침의 구름과 붉은 노을이 지는 석양은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임차인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좋은 사람도 만나지만 별난 집주인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집은 하자가 많아 사는 동안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다 만났는데 집주인은 웬만하면 세입자 해결주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는 동안 언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몰라 집이 늘 불안했습니다. 집은 몸과 맘이 편안할 수 있어야 하는데 늘 긴장상태로 사는 게 힘들어 고민 끝에 이사를 결정했지요. 오르막이 부담스러워 오고 싶지 않았는데 본 중에 제일 깨끗했고 무엇보다 주인아저씨의 한마디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살면서 어디 고장 나고 문제 생기면 나한테 전화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결해 줄 거니까." 이사 와서 1년을 넘긴 지금, 벌레가 유난히 많고 이웃집 소음도 잘 들리는 등 불편한 점은 있지만 어느 날 퇴근하고 돌아와 보면 외부창문이 수리되어 있거나 계단에 미끄럼방지 처리가 되어있고, 여름철 폭우로 계단 벽면에 물때가 생기자 페인트칠이 새로 되어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팔순의 집주인아저씨는 우리 집과 아랫집의 계단에 방수 칠을 하셨습니다. 뭘 해준다는 생색을 내지 않고 낮 시간에 부지런히 손 봐 주시고 한동안 집을 비웠을 때도 무슨 일이 있나 안부전화를 하기도 하십니다. 잘 돌아봐주시는 주인아저씨 덕분에 집에 돌아오면 마음이 편하고 나또한 집을 깨끗하게 쓰려고 노력하며 쓸고 닦는 중입니다. 좋은 만남은 나도 좋은 사람이 되도록 한다는 걸 느끼는 오늘입니다....more4minPlay
September 17, 20202020/09/03 노각늙는다는 것은 결코 서러운 것만 아니다젊은 날 사근사근 씹히던 푸른 맛이한 생애 절정이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숱한 강 노 저어 와 겸상 앞에 앉은 저녁짭조름 천하별미 요게 뭐냐 물었더니누렇고 퉁퉁한 오이 장아찌라 말한다된장에 배인 맛이 어쩜 당신 닮아 있다역시나 삶이란 건 오랜 속 달인 끝에은근히 우러난 애증 진국이라 하겠다박영식 시인의 <노각>늙은 오이는누런 호박 같은 게맛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하지만 굵게 채 썰어 무쳐놓으면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별미 반찬이 되죠.늙어가면서 맛있는 음식들이 꽤나 많습니다.노각, 고추장 된장 같은 장류, 젓갈, 김치, 술도 그렇죠.인생도 나이 들었다고슬퍼하거나 서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나이가 들면 나이든 대로의 맛과 향이 생기니까요....more3minPlay
September 17, 20202020/09/03 내 삶의 길목에서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ART19 개인정보 정책 및 캘리포니아주의 개인정보 통지는 https://art19.com/privacy & https://art19.com/privacy#do-not-sell-my-info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more4minPlay
September 17, 20202020/09/02 반곡역치악산 중턱반곡동 오르다 보면뜬금없이 기차역 하나 나섭니다하루에 두 번청량리 방면 상행선과 제천방면 하행선이 서지만타는 사람이 별로 없어 종일 고요한 역입니다역사 마당에는뒤통수가 잘 생긴 흰둥이 한 마리반쯤 눈을 감고 졸다가앞발로 콧잔등을 부비며 파리를 쫓다가우편배달부 오토바이가 지나가면벌떡 일어나 그냥 한 번 짖어봅니다역무원은 컴퓨터 모니터에 얼굴을 박고마우스 클릭에 여념이 없고가끔씩 골바람 내려와 한참씩 들여다 보다 갑니다고요역이 잠이들까늙은 은사시 나무는귀가 밝은 척 철로 쪽을 굽어보다가부-앙무궁화호가 들어온다고나뭇잎 몇 장 떨어뜨립니다박재연 시인의 <반곡역>반곡역은 강원도 원주에 있는 역입니다.소담한 역에 드문드문 찾아오던 승객도요즘은 더욱 뜸해졌을 것 같단 생각이 드는데요.늙은 은사시나무에 가을바람이 드는 모습,기차가 지나갈 때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을이번 가을에 만나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부디 빨리 코로나19가 사라지길 오늘도 빌어봅니다....more3minPlay
September 17, 20202020/09/02 아물지 않는 상처아버님이 입, 퇴원을 반복하다 작년에 돌아가셨는데 아버님 돌아가시고 나서 제가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물론 근처에 사는 시동생이 고생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남편도 저도 아무 욕심 없고 고생한 서방님이 먼저라 생각했습니다. 금전에 관한 일도 서방님이 맡아 하셨는데 아버님이 왜 그러셨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신혼 때 아버님께 금전적으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돈을 남편이 아버님께 직접 드리지 못하고 어머님께 드리고 왔는데 알고 봤더니 어머님이 그 돈을 쓰신 겁니다. 그러니 아버님은 우리가 그 돈을 안 갚은 줄 알고 계셨고, 그래서 아버님께서 우리를 믿지 못하셨던 겁니다. 어머님이 아버지께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셔서 남편은 그냥 입 다물고 있었는데 아버님 돌아가시고 장례 치르고 와서 남편이 "엄마는 왜 아버지 돈 갚은 거 말 못하게 했냐고..하니 어머님이 아버지도 다 아셨다고 하시고 그러자 서방님도 놀라시며 그럼 집 지을 때 엄마가 준 돈이 형이 갚은 돈 이였냐며 놀라고..어머님은 우리가 갚은 돈을 당신 돈인 냥 집 지을 때 보태라고 생색을 내셨던 겁니다. 그러니 아버님은 끝까지 아들이 돈 빌려가서 안 갚은 걸로 알고 돌아가신 겁니다. 이미 지나간 일 미련 없이 털어버리자 했었는데...장례식을 마치고 납골당으로 가는 길. 조의금을 동서가 가지고 있었는데 일보러가면서 그 돈 가방을 어린 딸에게 맡기고 가는데 조카가 그 가방을 길바닥에 놓고 놀고 있어 제가 그 가방을 주워들었는데 어머님께서 깜짝 놀라시며 가방을 달라고 하시더라구요. 아니 동서가 들고 있을 땐 아무 말 없으시던 어머님이 내가 들고 있으니 달라하시니 정말 서럽고 눈물이 나더라구요. 제가 큰며느리로서 아이 셋 키우며 팍팍하게 사느라 잘 해드리지 못한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남들 하는 만큼은 다해 며느리노릇하며 살았는데 서럽고, 속상해 아직까지 마음에 응어리가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못살고 있어서 그러셨을까요? 서방님 동서는 믿고 의지하시면서 우리는 왜 의심을 하셨을까요? 1년이 다되어가도 마음에 상처가 아물지 않네요....more4minPlay
September 17, 20202020/09/01 약손약사님, 감기약 맛있게 지어 주세요처방전 내려놓으며여학생이 건넨 맑은 소리데굴데굴 굴러 들어옵니다귀를 활짝 열더니눈앞을 환하게 합니다기계처럼 움직이던 손 움켜쥐고조제실로 들어가 약을 짓습니다아침에 쟁여둔 햇살 한 줌당의정에 코팅하고숲에서 담아온 공기 한 줌캡슐에 슬쩍 밀어 넣습니다포장기 나와 포지에 담긴약 걸음이 알록달록 경쾌합니다맛있는 약 나왔어요여학생이 약봉지 들고약국을 나간 뒤에도제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습니다어향숙 시인의 <약손>아파서 약국에 온 건데약 짓는 기분이 유쾌할 리는 없죠.그래도 기왕 먹을 약,‘잘 지어서 잘 챙겨먹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아픈 것도 빨리 나을 수 있지 않을지요?마음에 긍정의 주문을 담아봅니다....more3minPlay
September 17, 20202020/09/01 할아버지가 주신 마지막 용돈 8,000원....딱히 할 일도 없어서 집안 대청소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옷장 구석에서 있는 작은 상자를 발견했습니다. 이 상자는 제가 어릴 때 추억이 가득 담긴 사진과 편지, 다이어리, 그리고 삐삐까지 정말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물건들로 가득한 저에겐 보물 상자입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지금까지 16년간 이곳저곳 이사를 많이 했는데 그 때 마다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물건이 바로 이 상자입니다. 정리는 잠시 접어두고 자리를 잡고 않아 보물 상자를 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짝사랑했던 친구와 주고받았던 편지, 그리고 담임선생님께서 예의는 바르나 주위가 산만함이라고 평가해주신 통지표, 그리고 구권 천 원짜리 8장. 제 나이 삼십대 후반인데 정말 어린 아이처럼 눈물이 났습니다. 8,000원은 세상 그 누구보다 날 사랑해준 할아버지가 주신 마지막 용돈이었습니다. 1996년 2월 18일 제가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원장선생님이 오셔서 부모님이 급하게 찾으신다고 바로 할아버지 댁으로 가보라고 하셨습니다. 당시 할아버지는 갑자기 치매가 와 한 달 만에 급격히 건강이 안 좋아지셨고 가족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전 가방도 제대로 못 챙기고 바로 할아버지 집으로 뛰었습니다. 누워계신 할아버지 앞으로 가 무릎을 꿇고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고모는 제게 "할아버지가 너 보고 가려고 숨만 헐떡이시고 가시질 않아" 라며 빨리 할아버지한테 잘 가시라고 인사드리라고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겨우 저와 눈을 잠깐 맞추시고는 바로 떠나셨습니다. 고모는 할아버지가 입고 계셨던 남방 주머니에서 반으로 접힌 8,000원을 보시고는 조용히 꺼내 제 손에 쥐어주셨습니다. "이거 어차피 너 주려고 가지고 계셨던 걸 거야~ 할아버지가 주시는 마지막 용돈 받아" 할아버지는 아침마다 저희 집에 오셔서는 벽에 키를 재주시고 매번 몇 천 원씩 용돈을 주셨고 제가 초등학교 체육시간에 운동을 하고 있다가 정문을 바라보면 할아버지는 멀리서 웃으며 지켜보고 계시곤 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할아버지가 주신 천 원짜리 여덟 장을 15년 정도가 흘러서야 다시 본 그 날.....그 동안 바쁘다고 할아버지가 계신 곳도 가본지가 오래됐는데 조만간 할아버지가 좋아하셨던 소주와 담배 한갑 사들고 인사드리러 다녀와야겠습니다....more5minPlay
September 17, 20202020/08/31 빨래당신과 크게 한판 싸우고 나서집으로 돌아와 빨래를 한다이것저것 분간 없이 한목에 넣고 돌렸다탈수를 한 빨래를 끌어올리니셔츠와 바지와 수건이지들끼리 엉겨 붙어 난리다꼬인 팔과 다리를 다시 풀어내는데잘 되지 않았다생각해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당신의 잘못도 내 잘못도 아니다삶은 본래부터 엉키게 되어 있는 것엉킨 빨래 풀어 널 듯 나를 너는 사람아,나는 여기에 죄를 말리러 왔다당신 앞의 볕이 참 깨끗하였다김수상 시인의 <빨래>서로 다른 빨래들이세탁기 통 안에서 쉬지 않고 돌아가는 게사람 사는 모습 같아요. 부부가 사는 모습 같기도 하구요.가족들 밥 챙기고, 출근하고, 아이 돌보고, 집 치우고,그렇게 각자가 쉬지 않고 움직이는데부딪히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죠.세탁기에서 막 꺼낸 빨래도,우리 삶도 엉키게 돼있습니다.그렇게 설계된 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니,우리는 그저 엉킨 빨래를 잘 풀어볼 뿐이죠....more3min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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