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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s about 배미향의 저녁스케치:How many episodes does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have?The podcast currently has 6,891 episodes available.
June 16, 20202020/06/15 추억을 따다.퇴근 무렵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저는 잠시 망설이다 이 정도쯤 맞아도 되겠다 싶어 자전거를 타고 갔습니다. 근데 대로변을 지나 천변으로 들어서자 빗방울이 점점 굵어집니다. 이런 날을 대비해 가지고 다니던 비옷을 꺼내 입고 다시 자전거를 탔습니다. 산책 나온 사람들도, 저처럼 퇴근 하는 사람도, 우산 없이 비를 맞는 사람도 여럿 보입니다. 어차피 젖은 거 집 까지 가기로 합니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평소보다 더 빠르게 페달을 밟았습니다. 비옷은 입었지만, 마스크를 낀 얼굴과 바지는 이미 젖었습니다. 한참을 더 달려서 비 가림이 설취된 벤치가 눈에 띕니다. 늘 지나다니던 길인데 이런 곳이 있었나 싶습니다. 자전거를 세우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데, 곁에 있는 나무에 검붉은 열매들이 다닥다닥 열려있습니다. 나무 밑으로 들어가니 무성한 잎들이 비를 가려 후두둑 빗소리가 운치 있습니다. 우산 속과는 사뭇 다른 아늑한 느낌, 나무 밑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비를 피해 본 기억이 얼마만인지 어른이 되곤 처음이지 싶습니다. 검붉은 열매들을 올려다봅니다. 낮은 곳은 이미 익은 열매가 드물고, 높은 가지에 달려 있습니다. 까치발을 딛고 오디열매를 하나 땄습니다. 먹어도 될까 망설이다가 입에 넣었습니다. 별 기대 없이 깨물었는데 입안에 단물이 툭 터집니다. 어릴 적 그 맛 그대로 인 게 신기했습니다. 도심 속 찌든 매연에 먹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는데.. 손에 닿는 늘어진 가지를 잡아당기니 금세 한줌이 됩니다. 가방 속 마스크 포장지를 뜯어 오디를 담았습니다. 손바닥 만 한 봉지가 가득차고도 넘칩니다. 빗방울도 잦아들고, 집으로 돌아와 오디를 내밀자 한마디씩 쏘아부칩니다. 먹지도 못할 걸 왜 따왔냐구..헛헛한 맘을 달래려 사진 몇 장 찍어 친정식구들 단 톡 방에 올리니 그제 서야 "나도 따보고 싶다." "와! 맛있겠다." "어디서 그렇게 많이 딴 거야?" 역시나 추억놀이는 공유한 사람들끼리만 맞장구를 칠 수 있나 봅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비를 피해 만난 오디 나무 열매는 반가운 친구를 만난 것처럼 기분이 좋았습니다....more4minPlay
June 15, 20202020/06/14 저녁을 거닐다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ART19 개인정보 정책 및 캘리포니아주의 개인정보 통지는 https://art19.com/privacy & https://art19.com/privacy#do-not-sell-my-info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more4minPlay
June 15, 20202020/06/14 자상하신 이모님80을 넘긴 연세에 이모님이 마늘 농사를 짓고 계십니다. 요즘 마늘 수확 철이라고 크고 토실토실한 것으로 골라 큰 상자에 택배를 보내 주셨습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 늘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인데 때가 되면 조카를 생각해서 늘 이렇게 보내주십니다. ‘증손자들이 건강하게 자라야 먼저 하늘나라에 간 동생 만나면 내 할 일 잘하고 왔다는 말을 듣지. 하십니다. "아휴, 이모도 그런 말씀 마세요. 어머니보다 더 잘해 주시는데 어머니도 기뻐하실 거예요." 이모부가 교직을 퇴직하고 마늘농사를 하시는데 요양원에 기부도 하고, 일가친척들에게도 보내 주고.. 천사 같은 분이십니다. 몇 년 전 제가 암으로 병원에 입원을 한 적이 있는데 만사 제쳐놓고 간병을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5년이 지난 지금 완쾌 판정을 받고 이모한테 달려가 맘껏 울었습니다. 이모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다시는 감기도 걸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암이 발생하고 나서 마늘을 달고 사는데 그 많은 양을 이모께서 공급해 주고 계시는 겁니다. 얼마 전에는 이모가 심한 감기를 앓으셨습니다. 강철 같은 이모도 나이는 피해가지 못하시나봅니다. 그즈음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가 겹쳐서 별별 생각이 다 났는데 털고 일어나시긴 했지만 이모님을 모시고 한의원에 갔습니다. 기운이 조금 빠진 것 외에는 건강에는 별 이상이 없다고 하지만 보약 좀 지어 달라고 했습니다. "이모, 제가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하는 분인데 아프면 아니 되옵니다.“ "그래, 고맙다, 약 잘 먹고 기운 내고 감기 걸리지 않으마." 감기를 이겨내신 이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모,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more4minPlay
June 15, 20202020/06/13 길에게 길을 묻다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ART19 개인정보 정책 및 캘리포니아주의 개인정보 통지는 https://art19.com/privacy & https://art19.com/privacy#do-not-sell-my-info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more3minPlay
June 15, 20202020/06/13 안경 두 개언제부턴가 안경 두 개가 저와 동행합니다. 근시 안경과 돋보기. 근시 안경은 본래부터 끼어왔죠. 그런데 작년부터는 너무 멀리 있는 것도, 너무 가까운 데 있는 것도 볼 수 없더라고요. 그때 돋보기가 새로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두 안경을 번갈아 가며 책도 읽고, 가르치는 학생들도 봅니다. 때로는 너무 불편해서 렌즈를 낄까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민 끝에 결국 안경 두 개를 다 갖고 다니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약해진 나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입니다. 그 동안 두루두루 꼼꼼하게 보고 살았으니 이제는 좀 덜 보고 살라고 삶이 제게 말하는 것이겠죠. 그래서 저도 이제는 많은 것을 보기보다 보이는 것, 많은 사람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자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젊은 시절의 평범한 일상이 큰 축복임을 깨닫습니다. 밤새워 새벽까지 책을 읽는 일도, 책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 아무렇지 않게 창밖을 보는 일도 어렵습니다. 주변을 보던 일이 이제는 안경 두 개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 되었네요. 예전처럼 빠른 속도로 책을 읽지 못합니다. 눈이 너무 피곤하니까...대신 천천히 읽습니다. 그처럼 어렵게 읽어서인지, 책 내용을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어 좋습니다. 제 두 눈에게 감사합니다. 그동안 쉬지 못하고 많은 책의 페이지들과 컴퓨터 화면을 보느라 수고해 주었으니 고맙기만 합니다. 가끔씩 제가 고개를 들어 먼 산이라도 보았으면 좋았으련만. 그런 간단한 처방도 따르지 않은 고집 센 친구 때문에 이른 나이에 노안이 된 가련한 네 두 눈에게 감사합니다. 제 두 눈은 평생을 저와 함께하며, 중요한 모든 장면을 함께 보고 웃고 울었습니다. 행복했던 아내와의 결혼, 세 아이들의 출생도 함께 했습니다. 아버지의 장례식에서도 저와 함께 울어주었습니다. 이런 오랜 벗들이기에 노안이 된 두 눈이 더 소중합니다. 이 친구들과 앞으로도 남은 시간 동안 좋은 책도 많이 읽고, 아름답고 좋은 기억만 많이 마음에 담아가려합니다. 고맙다 나의 두 눈아! 그리고 안경 두개야!...more4minPlay
June 15, 20202020/06/12 1/10우리가 스스로를 사랑하는십 분의 일만큼만 타인을 사랑한다면우리가 스스로에게 감사하는십 분의 일만큼만 타인에게 고마워한다면우리가 스스로에게 사과하는십 분의 일만큼만 타인에게 부끄러워한다면우리가 스스로를 용서하는십 분의 일만큼만 타인을 너그러이 대한다면그대여, 우리가 사는 세상이어찌 십 분의 일만큼만 따뜻해지랴그대여, 우리 영혼의 샛별이어찌 십 분의 일만큼만 더 밝게 빛나랴양광모 시인의 <1/10>내 마음 한 조각이면누군가의 온 마음을 데워줄 수도 있는데...단 10분의 1을 나누지 못해 누군가를 다치게 합니다.온기 있는 말 한 마디, 작은 친절이면세상이 몇 배는 더 따뜻해질 텐데 말이죠....more3minPlay
June 15, 20202020/06/12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연어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우리 친정 마을에도 도회지로 떠났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최 교수가 퇴직하고 귀촌했는데,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진돗개를 앞세우고 동네를 활보합니다. 농사에 익숙지 않아서 그런지 일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남들이 가꾸어 놓은 농작물을 카메라에 담는 일에만 열중합니다. 뙤약볕에서 일하던 동네 사람들 심기가 불편합니다. 그런데 얼마 후, 최 교수가 노인회장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주민들은 영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반대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노인회장으로 선출되었고 근사한 계획표도 내 놓았습니다. 최 교수의 역사 강의가 있다고 하니, 마을 회관에 주민들이 모였습니다. 출석 체크를 하는데 어렸을 때처럼 이름을 부릅니다. 교수 출신 노인회장의 열강이 시작되었지만, 금세 노인들이 졸고 있습니다. 그러다가도 농사일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귀를 쫑긋 세웁니다. 정유회사를 경영하던 이 사장이 생가를 헐어내고 저택을 지었습니다. 연예인을 불러놓고 종종 가든파티를 즐깁니다. 마을 사람들도 초대하지만, 그 자리가 불편한지 대부분 일터로 피하기 일쑤입니다. 최 교수가 이 사장에게 말합니다. “이 사장, 주민들을 가든파티에 부르지 말고 마을 회관에서 과일하고 시원한 음료 파티 하는 게 워떡컷어?” “그려, 내가 생각이 짧았네.” 이 사장이 마을회관에 안마의자도 사들이고 수시로 기부금도 내놓습니다. 모교 발전기금과 면민체육대회 날에도 몇 천만 원이나 내놓기도 합니다. 초반에는 빈부의 차이와 삶의 질이 달라서 기름과 물 같았는데 지금은 눈높이를 맞추고 자연과 더불어 어우렁더우렁 살아갑니다. 연어는 강을 거슬러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하죠. 어른이 된 우리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반추하는 것이 연어의 습성과도 흡사한 것 같다 싶습니다....more4minPlay
June 12, 20202020/06/11 길에게 길을 묻다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ART19 개인정보 정책 및 캘리포니아주의 개인정보 통지는 https://art19.com/privacy & https://art19.com/privacy#do-not-sell-my-info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more3minPlay
June 12, 20202020/06/11 내 삶의 길목에서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ART19 개인정보 정책 및 캘리포니아주의 개인정보 통지는 https://art19.com/privacy & https://art19.com/privacy#do-not-sell-my-info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more4minPlay
June 11, 20202020/06/10 그냥 좋은 것그냥 좋은 것이가장 좋은 것입니다.어디가 좋고무엇이 마음에 들면,언제나 같을 수는 없는 사람어느 순간 식상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그냥 좋은 것이가장 좋은 것입니다.특별히 끌리는 부분도없을 수는 없겠지만그 때문에 그가 좋은 것이 아니라그가 좋아 그 부분이 좋은 것입니다.그냥 좋은 것이가장 좋은 것입니다.원태연 시인의 <그냥 좋은 것>처음엔 어디가 좋고무엇이 마음에 들었다가나중에는 바라만 봐도 좋아지는 게 사랑이죠.어떤 논리도, 계산 없이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게 되는그냥 좋아지는 순간, 그때가 가장 좋은 순간이지요....more3min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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