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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s about 배미향의 저녁스케치:How many episodes does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have?The podcast currently has 6,891 episodes available.
March 23, 20202020/03/21 일기장을 꺼내어보니엄마가 권하셔서 베란다에다 깨를 뿌렸습니다. 절대로 7일 넘기지 말고 얼른 뜯어내서 김치를 담그거라 하셔서 김치를 담갔습니다. 엄마는 어렸을 적부터 깻잎 콩잎으로 장아찌나 김치 담그는 걸 좋아하셨습니다. 아버지가 좋아하시기 때문이지요. 어른이 드시는 것들 따라 먹다보니 어느새 우리도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런 장아찌 류 입니다. 밥을 물에 말아서 깻잎 얹어 한 숟갈씩 먹다보면 금세 없어지고 말았지요. 깻잎을 잘게 썰고 얼려둔 부추를 꺼내 부침개를 해주었더니 바싹한 깻잎 전에 아이들도 초간장에 찍어먹으며 좋아라합니다. ‘다음에는 뭘 해주실 거예요?’ 하는 아이들에게 쫓기듯 요리책을 살피고 급기야는 일기를 꺼내 읽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남들처럼 척척 검색을 하는 능력도 없고 해서 메모해둔 수첩 같은 것을 뒤져 찾아내는 것이 익숙합니다. 그래서 일기를 꺼내 읽다가 갑자기 아버지가 생각나서 울컥했습니다. 아버지는 유달리 저를 예뻐해 주셨는데 그날 아버지가 어머니 심부름으로 간장게장을 들고 우리 집에 오셨다가 남편과 다투는 모습을 보고선 속상해서 게장을 그냥 놓고 가셨던 날 이였나 봅니다. 저만치 걸어가는 아버지 뒷모습을 베란다를 통해 보다가 ‘아부지 얼른 돌아오세요. 저희가 잘못했어요.’ 외치면서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 바로 남편과 화해를 했고 두 번 다시 다투지 않겠노라 다짐도 했건만 속이 넓질 못해서 또 다투고 다시 다투고 하던 날들의 반복이었습니다. 그리운 내 아버지!! 깻잎 잘 드시던 우리 아버지 생각에 마음이 울컥해지는 저녁이었습니다....more4minPlay
March 23, 20202020/03/20 초승달, 봄봄볕에 마른 노랑을 한 번 더 말린다복수초가 밀어올린 귀때기 시린 노랑생강나무 가지에서 눈 부비는 새끼 노랑개나리 울타리에서 여기저기 떼창하는 노랑노랑 원복 입은 아이들이 병아리 떼를 데리고 와종알종알 노랗게 나들이 간다봄 햇살을 빨아대는 어린 노랑들을 뒤집으니민들레, 씀바귀, 애기똥풀 꽃이 노랑 노랑 풀밭에 쏟아진다바람이 들판에다 노랑 바리케이드를 둘러친다젊은 연인들이 두고 간 새뜻한 노랑 속에언 발을 옹송거렸던 노랑턱멧새 한 마리팽팽히 하늘 한 자락을 들어 올린다누가 저 출렁이는 노랑들을 한 다발 묶어별무늬 꽃병에다 꽂아 두었나초승달 샛노랗게돋아난, 삼월의 어느 저녁박수현 시인의 <초승달, 봄>제주에 유채꽃이 피었다는 소식,청계천에 산수유가 피었다는 소식이이렇게 아쉽게 들렸던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노랑이 지천이지만아직 마음에 어둠이 가시지 못한 봄입니다....more3minPlay
March 23, 20202020/03/20 내가 해 줄게요택시운전을 시작하였지만 시국 탓인지 뒤숭숭합니다. 아내가 ‘나가지 마요. 이럴 때는 밀폐된 공간에서 일 한다는 게 너무 마음에 걸려요. 당신 기관지도 안 좋고 혈압도 높은데 아무리 마스크를 쓴다 한들...괜찮을까?’ 말끝을 흐리는 아내를 보며 면목이 안섭니다. 언제부턴가 아내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태껏 나만 알고 살아왔던 이기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시장가자 해도 귀찮아했습니다. 어디 바람 쐬러가자 해도 친구들과 놀러가는 게 훨씬 더 좋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육십을 넘기고 보니 이게 아니구나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운전을 하며 참으로 피곤해도 아내에게 쥐어줄 돈을 생각하며 마음이 훨훨 날았습니다. 집에 가는 길, 배가 고파도 돌솥에 보글거리게 익혀내는 밥 내음이 구수해서 그만...얼른 집으로 갑니다. ‘아빠 이거 엄마가 아빠 드리자고 남겨놓은 거예요.’ 딸아이가 냉장고 에서 갈비를 꺼내놓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겁니다. ‘우리 먹으려는데 엄마가 제일 먼저 떼어놓은 거예요.’ 하는데 너무 행복했습니다. 요즘 때가 때인지라 아내의 걱정에잠시 택시 일을 쉬고 있습니다. 아내는 ‘당신 카드 결제일 언제예요? 이리저리 카드 쓴 일 많은 것 같은데 내가 장사를 좀 더 늘리고 결제 일에 돈 입금해줄게요.’ 하는데 눈물이 나려합니다. 내가 뭐라고..나 같은 남자를 믿고 이 날까지 따라왔는지...‘여보 미안타. 물레방아 인생처럼 다시 좋은날 돌아오겠지?? 다시 운전할 날 오겠지. 사랑한데이.’...more4minPlay
March 23, 20202020/03/19 동행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운 아픔일 때그 위로 찬바람 불어 거리를 쓸고 갈 때혼자 버리기엔 통증의 칼날이 너무 깊을 때그 위로 저녁이 오고 어두워질 때혼자 견디기엔 슬픔의 여진이 너무 클 때그 세월 너무 길어 가늠하기 어려울 때큰 눈물이작은 눈물을 잠시 안아준다면별 하나가 다른 별 하나 불러상처의 주위를 따스하게 비춘다면먼 길 가다 만난 나무처럼지친 몸 기대게 해 줄 푸른 그늘 있다면도종환 시인의 <동행>우리가 이렇게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는 것도고통을 공감하고, 이기기 위해 애쓰는많은 사람들 덕분일 것입니다.험하고 고된 길이지만혼자가 아니라 든든한 우리입니다....more3minPlay
March 23, 20202020/03/19 남동생의 두 번째 자취남동생이 지방 발령 받아서 두 번째로 자취하게 되었습니다. 동생의 첫 자취는 대학 때문이었습니다. 대학 입학하자마자 휙 집을 나가서 따로 살게 되니 연락도 뜸해지고 사실 남처럼 지내게 되더라구요. 졸업 후 다시 집으로 들어와 엄마, 저, 동생 이렇게 세 식구 살게 되었는데... 반가움도 잠시 그동안 몰랐던 불편함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물 내릴 때는 변기 뚜껑 닫아야지!. 문 꼭 닫고 들어와. 저번에 문 제대로 안 닫혀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두 사람이 살던 집에 예전처럼 세 사람이 살게 되었는데, 뭐가 그렇게 번잡스러운지... 엄마와 저만 불편하고 짜증스러운 줄 알았는데, 사실은 동생이 제일 힘들었나 봅니다. ‘왜 자꾸 나한테만 그러는데! 나라고 뭐, 집에 들어와서 좋은 줄 알아?!’ 동생이 처음으로 큰소리 내며 화를 내었을 때, 처음엔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니 지가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그런데 생각해보니 동생이 제일 힘들고 불편했겠구나 싶더라구요. 사 년 동안 혼자 자취하면서 세상 편하게 생활하다가, 다시 셋이서 살게 되었으니 자기 딴에는 얼마나 힘들고, 지 나름대로 얼마나 눈치 보며 지냈겠나 싶었습니다. 동생이 그렇게 불만을 내비치고는 우리 세 사람은 조금 어색해졌는데 그러던 차에 동생이 다시 다른 지방으로 발령 받아 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소원대로 다시 집 나가니까 좋냐?’ 장난스럽게 물으니 동생은 씩 웃고는 대답 안하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괜히 아쉽고...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그렇더라구요. 동생은 그렇게 두 번째 자취를 시작했고, 다시 저희 집은 조용해졌습니다. 그래도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요즘은 동생에게 먼저 전화합니다. ‘밥 먹었냐? 언제 집에 좀 와. 밥이나 같이 먹게. 엄마도 기다려.’ 밥을 같이 먹어서 식구라는 이야기도 있지요? 같이 살든, 따로 살든 더 늦기 전에 진짜 '식구'로 지내고 싶어졌습니다. 불편해도, 때로는 싸우게 되어도 그래도 우리 세 식구, 가족인 걸요. 이 세상에 하나 뿐인 내 동생에게, 늘 미안하고... 그래도 사랑합니다....more4minPlay
March 19, 20202020/03/18 신발은 밖을 보고 있다신발이 거꾸로 있다난 신발을 돌려 출입문을 향해 놓는다마음이 놓인다음식점의 신발도초상집의 신발도밖을 향해 있다신발정리를 하는 사람은 신발의 눈동자를안쪽을 향해 놓지 않고바깥쪽을 향해 놓는다신발은 늘 바깥세상을 보고 싶어한다신발이 거꾸로 있으면마음이 안으로 향하는 것 같고신발이 바깥쪽을 보고 있으면마음이 열려있는 것 같다세상 풍경 속의 눈이마음속의 눈보다더 빛이 나는 것 같다박성우 시인의 <신발은 밖을 보고 있다>신발들이바깥구경을 하는 날보다현관을 지키는 시간이 많아졌네요.세상의 풍경을맘 놓고 밟을 수 있는 날이어서 빨리 오기를...단단한 희망을 품고신발의 눈동자를 바깥쪽으로 돌려봅니다....more3minPlay
March 19, 20202020/03/18 내 삶의 길목에서회사 업무를 마치고 차를 타는 순간.. ‘드디어 살 것 같다..’ 는 기분이 듭니다. 출근하고부터 밥 먹을 때 잠깐을 제외하고는 온 종일 마스크를 하고 있으니 숨통이 조이는 듯했습니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하고 있으면 답답한 것 뿐 아닙니다. 마스크 끈 조절이 안 되어 귀에 눌려 아프고 마스크에 스치면서 얼굴도 얼마나 간지러운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손을 대고 함부로 긁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죠. 또 손은 얼마나 자주 씻어야 하는지.. 내 평생 이렇게까지 손을 씻어보기는 처음입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은 아내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전 같으면 출근할 때까지 꿈나라에 가 있을 아내가 새벽부터 일어나 초등학생에게 타이르듯 말합니다. “무조건 손 자주 씻어야 해. 그냥 씻으면 소용없으니깐 꼭 비누로 씻어야해. 그리고 대충 헹구지 말고 꼭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씻어야 하는 거 알지? 또..밥 먹을 때는 절대 다른 사람과 말을 하면 안 돼...알았지? 분명히 말했어! 우리는 종일 집에 있잖아. 바깥출입을 하는 당신이 잘 지켜줘야 우리 모두 건강하다는 거 명심...또 명심” 귀찮기는 했지만 그 말이 틀린 말도 아니어서 돌아서면 ‘아 내가 손을 씻었든가...’ 그러다가 귀찮아서 안 씻으면 또 찝찝해서 씻게 되고...그렇다보니 손이 논바닥처럼 갈라져서 얼마나 거칠어졌는지 모릅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내의 잔소리는 또 시작 됩니다. “여보 손부터 먼저 씻어야지” “알았어. 알았다고! 그런데 워낙 손을 씻어 대니깐 손이 수세미가 다되었다고!” 나의 불평에 아내는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데 이튿날 출근 하려는데 주머니에 뭔가 두툼한 게 메모지와 있습니다. ‘아빠! 손 씻고 꼭 핸드크림 발라야 해 알았지?..’ 아빠를 생각해주는 딸의 마음에 일하는 내내 마스크의 답답함마저 잊어버립니다....more4minPlay
March 18, 20202020/03/17 월급쟁이월급쟁이를 그만두었다구조조정 때문이었다억지로 대가리 들이밀고 살기보다다 때려치우고 낙향해서 사는 것이 좋다고 하여월급쟁이를 그만두었다―누런 봉투 속에서 짤랑거렸던 소리가 들려온다―아내의 잔소리가 들려온다―밀린 요금 납부 통지서가 우체통에서 고함친다―무일푼으로 살다가는 제 명에도 못살 것 같다국민연금 수령하는 날다시 월급쟁이가 되겠지만박성규 시인의 <월급쟁이>시골에서의 삶도 녹록치가 않지요.도시보다야 생활비가 적게 든다고 해도매달 나가는 돈은 정해져 있으니까요.다시 일자리를 알아봐야하나,그렇다면 어떤 일자리를 찾아야하나,한숨은 깊어지는데......more3minPlay
March 18, 20202020/03/17 오늘은 내 인생의 남은 날 중에서 가장 젊은 날..코로나19가 사람들 모두를 움츠려 들게 합니다. 건설 현장. 일정에 맞춰 바삐 움직여야 하는 이곳에서 직원들의 밥을 책임지던 한바 집이 건강이 우선이라며 문을 닫으려고 합니다. 보름 정도는 더 일 해야 하는데... 직원들 대표로 제가 사장님과 면담을 했습니다. "우리 직원들 개인위생 철저히 하며 관리를 잘 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간곡히 부탁을 하니 한참을 망설이던 사장님이 "그럼 현장 일 마칠 때까지 직원들 밥은 책임지겠습니다. 대신 개인위생 철저히 해주세요." 지금 저희가 일 하고 있는 곳은 경주의 호텔공사입니다. 무시무시한 코로나19로 환자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질 않고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한 대구에는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 의료진들이 모여들어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경주에서의 일이 끝나면 코로나19가 종식이 될 때까지 일을 더 할 수 있을까? 무거운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릅니다. 희귀질환으로 투병 중인 아내는 "아무런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일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올라오세요. 당신 옆에는 내가 있잖아." 아내라고 앞으로의 일이 걱정 안 되는 건 아닐 텐데 겉으로 내색을 하질 않습니다. 예전 같으면 '어떻게 해? 뭘 먹고 살지?' 노심초사 하던 아내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당신이 건강하다면 그걸로 된 거야. 더 이상 뭘 바래." 남편인 나부터 안심을 시킵니다. 그리고는 집에서 할 수 있는 부업을 시작했습니다. 밤새 일을 하고 다음 날, 나의 아침 식사를 위해 가스 불을 켜는 아내의 뒷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관절이 안 좋은 아내가 허리를 펴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모습에서도 밝게 웃어줍니다. 경주 일이 끝나면 언제 다시 일을 할 수 있을지... 새벽 인력시장은 또 얼마나 드나들어야 할지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구요. 내 나이 쉰다섯. 오늘은 내 인생의 남은 날 중에서 가장 젊은 날이기에....more4minPlay
March 18, 20202020/03/16 마음가슴에늘 파도치는 사람이고 싶다작은 말로 사랑한다 해도처얼썩 밀려오는웅장한 파도 소리처럼 느끼면 좋겠다작은 손으로 살짝 잡아도심벌즈가 쨍하고 울리듯뜨겁게 그 손을 잡으면 좋겠다먼 길을 함께 걷지 않아도수평선에 올라선 범선의 돛대처럼고향 같은 마음이면 좋겠다나는 가슴이늘 그렇게감동하는 사람이면 좋겠다이동진 시인의 <마음>‘오늘을 어떤 좋은 일이 일어날까’하루를 기대로 시작하는 사람은더 많은 감동 속에서 산다고 하죠.우리가 마음을 열어둘수록찰나에 숨어있는 감동의 순간들을만나게 될 거예요....more3min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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