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 up to save your podcastsEmail addressPasswordRegisterOrContinue with GoogleAlready have an account? Log in here.
FAQs about 배미향의 저녁스케치:How many episodes does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have?The podcast currently has 6,891 episodes available.
March 09, 20202020/03/06 샤브레 아저씨와 구슬 슬리퍼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언니가 고등학생이었는데 항상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지만 집안 형편을 고려해 대학을 포기하고 농협에 입사를 했습니다. 그 때는 일단 임시직원으로 뽑아 놓고 전국단위로 시험을 치러 정식직원으로 채용되었는데 언니는 그 시험에서 전국 1등을 해서 당당히 정식직원이 되었고 농협사내신문에 그 소식이 실리자 전국의 남자 직원들한테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전주농협직원인 조 아저씨가 언니를 만나고 싶다며 여러 차례 전화를 했고 집으로도 찾아왔습니다. 아저씨는 얼굴이 잘생겼고 무엇보다도 우리들한테 몹시 친절했습니다. 그런데 언니는 관심이 없다고 했습니다. 가끔 언니를 만나고 싶어 우리 집에 오는 아저씨를 나와 바로 위의 명실언니가 대신 만나주곤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아저씨가 언니를 만나러 왔는데 언니는 그날 지방에 갔었습니다. 나와 명실언니는 아저씨를 광한루와 다른 몇 곳을 관광시켜 줬고 점심은 그 유명한 복성원이라는 중국집에서 탕수육과 짜장면을 아저씨가 사줬습니다. 그리고 선물을 사주고 싶다고 해서 그때로는 획기적인 구슬슬리퍼를 언니가 골랐고 나는 그냥 평범한 슬리퍼를 골랐습니다. 그런데 집에 오니 아버지가 들고 간 슬리퍼를 보고 큰소리로 야단을 치며 봉투를 빼앗아 내동댕이치셨습니다. 아버지는 예쁘고 공부 잘 하는 둘째언니를 명문가에 시집보내기를 은근히 바라셨던 겁니다. 그 뒤론 그 아저씨를 잊고 살았는데 내가 대학 1학년 때, 학교를 어찌 알았는지 아저씨가 기숙사로 면회를 왔습니다. 그때 둘째언니는 이미 결혼을 했고 제가 아저씨를 만났죠. 아저씨는 내일 모레 결혼을 한다고 하며 커다란 박스의 샤브레 과자를 사주며 기숙사생들과 나눠먹으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언니한테 서로 행복하게 잘 살자고 안부를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요즘도 옛날 기숙사 친구들을 만나면 샤브레 아저씨 잘 있냐고 하고, 우리 자매들과 옛날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아저씨와 구슬슬리퍼 이야기가 나오곤 한답니다....more4minPlay
March 09, 20202020/03/05 30cm거짓말을 할 수 없는 거리 마음을 숨길 수 없는 거리 눈빛이 흔들리면 반드시 들키는 거리 기어이 마음이 동하는 거리 눈시울을 만나는 최초의 거리 심장 소리가 전해지는 최후의 거리 눈망울마저 사라지고 눈빛만 남는 거리 눈에서 가장 빛나는 별까지의 거리 말하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거리 눈감고 있어도 볼 수 있는 거리 숨결이 숨결을 겨우 버티는 거리 키스에서 한 걸음도 남지 않은 거리 이 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누가 30cm 안에 들어온다면 그곳을 고스란히 내어준다면 당신은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박지웅 시인의 <30cm>숨결이 닿는 거리 30cm가 불안의 거리가 되어버린 요즘인데요.나를 지키고 남을 지키기 위해 당분간은 서로가 한 발 멀어져 봅니다.손잡을 수 있는 거리에서 마음껏 얘기하고 웃을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말이죠....more3minPlay
March 09, 20202020/03/05 삼베보자기냉동실에서 만두를 꺼내던 남편이 “면 보자기 어딨어?” 하길래 찾아주다 보니 너무 낡았다 싶어 이참에 하나 만들자 싶어 미싱을 꺼냈습니다. '사실, 면 보자기야 시장에 가면 몇 천 원이면 살 수 있는 건데 그거 하나가 그렇게 손에 안 잡혔는지.. 장롱 속에는 제가 결혼해 몇 해 되지 않아 “엄마가 마지막으로 짜서 주는 거다. 삼베는 보자기 같은 것으로 쓰고, 모시 한 필은 김 서방 옷 한 벌 해 입혀라" 며느리 셋, 그리고 딸인 저에게 엄마가 똑 같이 나눠주셨던 모시와 삼베. 며느리들은 시원한 여름 모시옷을 오라버니들에게 해 입힌 지 오래되었는데, 딸인 저는 오랜 시간 엄마의 체취를 잘라낼 수 없어 장롱 속에 있었습니다. 여름이면 좀이 슬지 않을까 모시가 잘 있나 한 번 풀어보고는 또 말아서 장롱 한쪽에 모셔왔습니다. 이제 제 나이 올해 환갑. 상장 말리듯 돌돌 신문지에 쌓여 있던 삼베를 방바닥에 펼쳐 놓고는 최소한의 필요량은 얼마나 될까 가위를 위로 댔다 아래로 댔다 하고 있는데 옆에서 보고 있던 남편이 “넉넉하게 자르면 되지 그걸 뭘 망설여.” 1센티라도 덜 잘라내고 싶은 제 마음을 남편이 헤아리지 못하는 건 당연하겠지요. 필요량만 최소한 잘라 한 땀 한 땀 박다보니 씨줄 날줄을 번갈아가며 한줄 한 줄 천으로 만드셨을 엄마. 한필을 짜려면 며칠을 밤늦도록 베틀에 앉아 고생하셨을 텐데.. 그 많은 시간을 무슨 생각으로 버텨내셨을까 싶으네요. 관절염으로 편치도 않은 다리를 이끌고 장날이면 삼베를 머리에 이고 장터에 나가 판돈으로 저와 동생 학교 다니고 아버지의 막걸리 값도 됐던 삼베. 그렇게 베를 많이 짜셨어도 당신 수의는 싹뚝 잘라 못 지어 입으신 우리엄마. 노란 치자물이 예쁘게 든 삼베가 사각주머니가 되는 동안 내내~먹먹한 가슴 깊숙히~엄마가 그립습니다....more4minPlay
March 05, 20202020/03/04 바닷가 늙은 집제주 해안가를 걷다가 버려진 집을 발견했습니다 거역할 수 없는 그 어떤 이끌림으로 빨려들 듯 들어섰던 것인데요 둘러보니 폐가처럼 보이던 외관과는 달리 뼈대란 뼈대와 살점이란 살점이 합심해 무너뜨리고 주저앉히려는 세력에 맞서 대항한 이력 곳곳에 역력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생도 저렇듯 담담하고 의연히 쇠락하길 바라며 덜컥 입도(入島)를 결심하고 말았던 것인데요 이런 속내를 알아챈 조천 앞바다 수십 수만 평이 우르르우르르 덤으로 딸려왔습니다 어떤 부호도 부럽지 않은 세금 한 푼 물지 않는 손세실리아 시인의 <바닷가 늙은 집>겉모습은 늙어가도 뼈대만은 단단한 사람이었으면 합니다.가진 것은 많지 않아도 속에는 수십만평 바다를 품고 있는 시인의 바닷가 낡은 집 같은 사람 말이죠....more3minPlay
March 05, 20202020/03/04 딸기오래 만에 친정에 가니 냉장고도 텅 비어있고 식료품창고도 텅텅 비어있습니다. 많이 아프셨다가 기력을 조금 회복하신 엄마는 장을 보러가자고 하셨고 마트에 같이 갔습니다. 그 동안 너무 필요한 게 많으셨는지 세제, 비누 등 생필품에 고기와 반찬 채소 등 여러 가지를 많이도 사십니다. ‘엄마 필요한 거만 구입하세요. 다 들고 갈 수도 없을 것 같아요.’ 하니 ‘어떻게든 들고 가야지. 이렇게 차 갖고 나오기도 힘든데.‘ 하시면서 딸기까지 사셨습니다. 그렇게 장을 보고서는 계산을 하는데 ’삼 개 월 할부로 해주세요.‘ 하십니다. ’엄마, 제가 낼게요.‘ 하니 ’아니다 내 건 내가 내야지‘ 하시면서 장바구니에 담으시는데 그러다 잠시 물건을 덜어내시며 ’이거는 너 먹어라.‘ 하면서 그리도 많이 사신 물건을 저에게 담아주시고 딸기도 넣어주십니다. ’딸기는 됐어요. 하나 뿐 이잖아요.‘ ’아니다.. 나 딸기 안 좋아해. 애들 가져다 먹여. 할머니가 주는 선물이라고 해라.‘ 그렇게 엄마는 많이 구입한 그 물건들을 저 주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엄마가 최고.‘ 하고 웃으면서 받아왔지만 엄마의 마음이 너무 고맙고 고마워서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우리엄마 얼마나 내가 보고팠을까요..얼마나 장을 보러 가고 싶으셨을까요? 얼마나 손주 생각에 사주고 싶으셨을까요. ’다음에 또 올게요.‘ 하고 두손 가득 장바구니를 들고 오면서 행복 하면서도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다음 엔 제가 엄마에게 맛있는 것 많이 사드려야겠습니다....more4minPlay
March 05, 20202020/03/03 대구의 봄은대구의 봄은 칠성시장에 제일 먼저 찾아온다 칠성시장의 봄은 칠성시장 채소전에서 시작는다 배껕 날씨는 아즉 칩은데 발씨로 불노(不老), 서촌(西村)쪽서 쑥갓, 아욱이 들왔단다 중리(中里) 날뫼 쪽서 햇미나리, 정구지가 들오고 하빈(河賓) 동곡(東谷)서는 시금치, 건대가 들오고 경산(慶山) 압량(押梁)서는 낭개 가지가 들오고 청도(淸道) 풍각(豊角) 각북(角北)서는 풋고치, 오이가 들왔다 대구에 봄이 들어오는 초입인 파동(巴洞)의 용두방천(龍頭防川),앞산 안지래이 쪽은 봄이 안주 뻐뜩도 않하는데 칠성시장에는 발씨로 봄이 난만(爛漫)하다 상희구 시인의 <대구의 봄은>진작 왔어야할 봄이 올해는 조금 더디 펼쳐지고 있네요.북적북적...사람 냄새나는 풍경이 되도록 빨리 돌아오기를...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대구의 봄,또 우리들의 봄입니다....more3minPlay
March 05, 20202020/03/03 내 아내퇴근하는 길, 지하에 주차하려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면서 보니, 경비아저씨가 바뀌셨나봅니다. 얼떨결에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들어 왔습니다. 아내에게, “지난번 경비 아저씨 그만두고 다른 분이 오신 것 같은데?” 하니. 아내는 그 전에 계시던 경비 아저씨는 8개월을 일하셨는데, 무릎이 너무 아프셔서 그만두셨다고 합니다. 이번에 새로 오신경비 아저씨는 고향이 아산이고, 딸만 셋이라는 얘기도 덧붙입니다. “당신이 어떻게 알아?” “그만두신 경비아저씨가 그만두기 며칠 전에 얘기 하시더라구요. 음료수 한 박스 사다 드리면서 고생 많으셨다고, 얼른 무릎 나으시라고 했지요.” “당신이? 왜??” 그 아저씨가 아부지랑 동갑이셔, 올 해 71세, 그 연세에 일하시는 게 얼마나 고마운 건데, 근데 무릎이 아프셔서 걱정이네.” 아내를 신기한 듯 쳐다보는데,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부지런히 계란말이를 합니다. 올 해 45세인 아내와 18년을 함께 살았는데도 저는 아내를 잘 모르겠습니다. 아내는 성격이 그닥 좋은 편이 아닙니다. 길거리에서 교복입고 담배 피는 아이들 보면 꼭 한마디 합니다. “뭐 좋은 거라고 담배를 펴.” 요즘 아이들은 무섭다고, 해코지 당하면 어쩌냐고 걱정을 하면, 우리 애들 같다고, 어른인데 한마디 해도 된다고 합니다. 식당에서 밥 먹다가 머리카락 나오면, 그 머리카락 들고 카운터에 가서 꼭 얘기합니다.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위생 모자를 쓰고 일하셔야 한다고. 새치기하는 사람은 절대 봐주는 법 없이 “저도 시간 내서 기다리고 있거든요. 줄 서세요.” 하며 앙칼지게 얘기하는 아내였는데, 이렇게 경비아저씨와 친하게 지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아내 성격을 차갑다고, 남을 의식하지 않고 얘기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내의 본모습은 다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아이 또래의 아이들은 모두 내 아이 같다고, 내 동생과 비슷한 나이면 다 내 동생 같고, 내 부모와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들은 다 내 부모 같다는 아내가 예전에 했던 말이 다시 생각나며 그러고 보니, 제 아내가 저보다 훨씬 난 사람이다 싶으네요....more4minPlay
March 03, 20202020/03/02 택배묵은 김치가 택배로 왔다꼼꼼하게 포장을 하고 단단하게 매듭을 해놓아서손을 대기가 민망했다중요한 물건이 든 것도 아니고그렇게 비싼 것도 아닌데매듭마다 굵은 세월과 사랑을 실어서보내왔다결국은 잘라야 할 매듭이라고사랑은 잘라내야 하는 거라고 다짐을 하면서문구용 가위로 끈을 자른다툭, 투둑삶이,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이 쏟아져 나왔다류우림 시인의 <택배>투박한 포장이 마음을 울립니다.싸고 또 싸고동여매고 또 맨 노끈이어머니의 사랑 같아서매듭을 자르는 것조차죄송스러워질 때가 있지요....more3minPlay
March 03, 20202020/03/02 식탁을 치우다설거지를 마치고 식탁 위 냄비받침과 생수병, 고구마 차를 우려낸 컵, 멸치볶음이 담긴 밀폐 용기 등 잡다한 것들을 식탁 한켠으로 정돈했습니다. 4인용 식탁이 제 기능을 소멸한지 이미 오래전입니다. 생강차 쌍화차 씨리얼 콜라겐 각종 영양제 식품보조제 먹다 남은 식빵봉지까지 이것들에게 식탁 한켠을 내어 주고도 생활하는 데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생각해보면 넷이서 밥 먹는 일이 드물기도 했고 특별한 의식이 있는 날을 제외하곤 각자의 패턴대로 밥을 먹었으니까요. 평일에는 물론이거니와 나부터도 휴일에는 아침을 거르는 일이 허다하고 잠자는 이들을 깨워 먹이는 것에 비중을 두지 않기도 하지요. 사는 대로, 살아지는 대로 살고, 먹는 대로 먹어지는 대로 먹었으니 4인용 식탁이 제 기능을 온전히 상실해 가는 걸 용인해 준 것도 결국 나의 게으름이지요. 식어 빠진 고구마 솥을 치우고 플라스틱 생수병도 치우고 고추장 김 멸치볶음 마른 찬 통도 몽땅 차지했던 자리에서 빼냈습니다. 영양제 식품보조제 빵부스러기 그것들이 다시는 넘보지 못하도록 정리를 하고 나니 비로소 원래의 4인용 식탁이 되었는데 식탁이 휑해 보입니다. 가족들이 음식뿐 아니라 마주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눈 유일한 공감대였는데 그동안 내가 외면하고 방치한건 단지 식탁이 아닌 따뜻한 위로와 마음이 묻은 한 끼의 끼니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면연력이 화두인 요즘, 거창한 음식이 아니더라도 우리 집 식탁 제 기능을 상실하지 않도록 보글보글 된장찌게 끓이고 채소와 야채를 썰고 버무려 담아내야겠습니다....more4minPlay
March 02, 20202020/03/01 저녁을 거닐다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ART19 개인정보 정책 및 캘리포니아주의 개인정보 통지는 https://art19.com/privacy & https://art19.com/privacy#do-not-sell-my-info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more4minPlay
FAQs about 배미향의 저녁스케치:How many episodes does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have?The podcast currently has 6,891 episodes avail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