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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s about 배미향의 저녁스케치:How many episodes does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have?The podcast currently has 6,891 episodes available.
December 23, 20192019/12/21 이사큰 언니 네가 이사를 했습니다. 아니, 분가를 해야 했다고 해야죠. 사돈어른은 옛집에 그대로 사시고 언니랑 형부, 조카들만 이사를 나왔으니까요. 언니나이 스물일곱에 결혼해서 부터 시작된 시집살이. 저는 얼마 전 까지도 그냥 결혼해서 시부모님이랑 사는 거다. 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언니는 정말 시집살이를 심하게 하고 있었나봅니다. 저는 멀리살고 나이차도 좀 나고 해서 몰랐는데 큰언니랑 가까이 사는 작은언니가 자주 보며 알고 있었는지 언니의 분가를 격하게 환영하고 축하해주었습니다. 저도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대충 들어보니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았겠다는 건 알 수가 있었습니다. 결혼하고부터 하루도 손이 마를 날이 없었던 언니. 그리고 언니가 가족이 된 후 한 번도 집안일을 안 하셨다는 시어머니..아마 세탁기 돌리는 법도 모르실거라고, 그러니 언니의 속이 어떨지 짐작이 갑니다. 언니 말대로 50대 초반부터 일 안하고 노래교실에 봉사활동에 남들한테 팔자 좋다는 소리 듣고 사셨다는 사돈어른. 혼자 사신다니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언니 네의 분가 소식을 들은 남편이 왜? 왜 혼자 사신대?ㅡ 하는 말에 나도 모르게 ㅡ뭐?! 혼자 사는 게 어때서?!! 하고 말이 나가는걸 보니, 나도 언니의 분가를 많이 응원하고 있었나 봅니다. 이제, 새집에서 진짜 안주인이 된 우리언니. 얼마 후에 집들이 겸 송년회 겸 언니 집에 갈 예정인데, 언니 얼굴이 전보다 많이 편해 보이길 바랍니다....more3minPlay
December 23, 20192019/12/20 막대기 속의 풍경아파트와 아파트 사이, 막대기 같은 길고 좁은 틈이 있다.길들, 푸른 나무들, 움직이는 것들은 그 투명한 막대기 속에 있다.아이들 떠드는 소리, 아줌마들 웃음소리, 엔진소리도 그 대롱 속에서 회오리치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온다.먼 산의 고요한 능선은 연필심처럼 짧아 언제나 직선이다.아침이 되면 막대기에 형광등같이 희고 기다란 빛이 들어온다.어둠도 눈도 비도 바람도 곧고 좁은 수직선 안에 끼여서 온다.가끔 검은 막대기 끝에서 별이 뜨기도 한다.김기택 시인의 [막대기 속의 풍경]많은 사람이 살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아파트단지 안이 적막할 때가 있습니다.주차장과 놀이터는 텅 비고, 베란다에서 새어나오는 TV 불빛으로 저곳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뿐인 어느 날에는 빽빽한 아파트들이 사람의 온기를 가둬둔 콘크리트 블록처럼 느껴지기도 하죠....more3minPlay
December 23, 20192019/12/20 세상의 모든 아빠들 화이팅어릴 때 저의친구는 바둑판이었습니다. 누나랑 형은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밝아서 주위에 친구들이 늘 많았지만 저는 혼자 노는 걸 좋아했습니다. 이런 저에게 아버지가 바둑이라도 배워보라고 바둑판을 사주셨습니다. 바둑 학원에 3일정도 가다가 적응을 못하고 집에서 혼자 바둑알을 두고 양쪽에 골대를 만들어서 축구를 했습니다. 혼자 중계를 하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게 했죠. 어느덧 시간이 흘러 20여년이 지나 그 소중한 친구이자 보물이인 바둑판을 버렸습니다. 너무 낡고 아이들이 장난치다가 다칠 수도 있어서... 며칠 전 tv에서 모 업체의 자동차 광고를 보는데, 회사 직원들에게 진급심사를 하면서 처음에는 회사직무에 관한 문제를 풀다가 갑자기 아이들에 대한 문제가 나오더라구요. 아이들이랑 가장 친한 친구이름 3명, 가족들이랑 놀러갔던 장소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곳, 아이의 키와 몸무게는...직원들의 표정이 멍해지더라구요. 그러면서 아이들의 영상이 나오는데, ‘아빠 일찍 들어와 얼굴 잊어버리겠어.’ ‘쉬는 날 잠만 자지 말고 나랑 놀아줘.’ 그리고는 머쓱해하는 직원들에게 직접 아이들이 찾아와서 아버지를 안아주면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 광고를 보면서 저도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돈만 버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쉬는 날에도 가족들이랑 지내기보다는 알바까지 하면서 살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우리 아이들이 뭐를 잘하고 싫어하는지 키랑 몸무게가 어떻게 되는지 아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이들이랑 놀러갔던 기억도 가물가물 하구요. 쉬는 날에는 아이들이랑 놀아주기보다 잠을 자거나 tv보기 급급했구요. 이제 우리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아빠와 함께 했던 즐거운 기억을 많이 만들어주어야겠다 싶습니다.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아이들과의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는 큰 가치란 걸 깨달았습니다. 이제부터 조금씩 달라지려구요.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 힘내자구요....more4minPlay
December 20, 20192019/12/19 눈인사한 방울의 빗물에도 온 몸의 주름을 펴며 안아주는 호수 그 흔들림으로 당신을 천천히 불러봅니다 당신은 웃고 있나요 숨죽이며 간신히 숨을 등이 쉬던 선창가에서 당신은 내게 왔지요 입술이 말랐던가요 비가 왔던가요 가로등 불빛이 얼굴의 그림자를 스쳐 잔잔하게 뒷걸음쳤지요 사랑하고 마침내 미워하게 된 몇 자락 살아왔던 이야기 끝내 삭정이로 스러져 가는 우리네 저 아득한 자리 아득하여서 오늘은 훨씬 가까운 당신의 벅찬 이름 강형철 시인의 [눈인사]사랑은 눈인사로 시작해 눈인사로 끝난다는 말이 있지요.다정하게 눈 맞추며 다가왔다가 서로의 눈을 어색하게 피하며 끝나게 되는 것.그게 사랑인가 싶습니다....more3minPlay
December 20, 20192019/12/19 꿈속에서나마 뵐 수 있기를..파계사로 가는 버스를 기다립니다. 우리 집에서 가려면 강변 쪽이 제일 가깝죠. 유모차를 나란히 끌며 지나는 어느 노부부를 심심찮게 만납니다. 그 모습이 비단처럼 어찌나 아름다운지 공항 교 중간쯤 가실 때까지도 눈을 떼질 못합니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정답게 유모차를 꼭 잡으시곤 빠른 걸음을 재촉 하십니다. 강변 쪽으로 향하시는 걸 보면 '운동 나오신 건가?' 혼자 궁금해 합니다. 팔십대 중반은 훌쩍 넘어 보이는 두 분이 부러워서입니다. 우리 할머니는 평생을 홀로 사셨습니다. 외국으로 돈 벌러 가신 할아버지의 생사도 확인 하질 못한 채 아흔 다섯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하신지 고작 6년여 동안 저 노부부처럼 정답게 나란히 걸어보기라도 하셨을까. 대꼬챙이 같으셨던 층층시하 시부모님 수발에, 눈치코치 살필 새도 없었을 게 뻔했을 독한 시집살이를 이를 물고 견뎌 오셨겠지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을법한데 시련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무녀 독남이신 아버지를 일찍이 가슴에 묻으신 겁니다. "이늠이 참말로 죽었나?" 시며 흐느끼시던 핏기 없는 얼굴에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이 할머니 얼굴가득 절절히도 묻어났습니다. "니가 내 제삿밥 먹어야지, 내가 니 제삿밥 먹는벱(법)이 어딨노." 시며 통곡하시던 아버지 첫 제삿날. 주름진 두 눈이 벌겋도록 우셨죠. 기운이란 기운은 미꾸라지 빠지듯 싹 다 빠져나가 깃털처럼 가벼우셨던 우리 할머니. 오늘 밤, 꿈속에서라도 뵐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마음 깊은 기도를 드려야겠습니다....more4minPlay
December 18, 20192019/12/18 겨울눈그날은 나무와 눈이 맞았다 한동안 뿌리 근처를 서성이며 내가 불쌍한가, 나무가 더 불쌍한가 가늠했다 처음에 잎도 하나 없는 나무 쪽으로 연민의 무게가 기울었다 아버지는 떠났지만 아직 어머니가 남아 있고 바람 잘 날 없었지만 이제는 바람에도 이골이 났으므로 나무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나무의 눈과 마주친 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었다 나무는 솜털 덮인 눈, 따뜻한 눈으로 터무니없는 내 생각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 우습다는 듯 우습다는 듯 첫눈은 가지마다 내려 쌓였고 그날 겨울눈을 준비하지 못한 나는 그만 나무 밑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길상호 시인의 [겨울눈]나보다 불행한 사람을 보면서‘그래도 저 이보단 내가 낫지’하며 안도할 수 있지만 비교에서 오는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보면 그 행복은 순식간에 무너지니까요.다른 사람에 견준 내 모습이 아니라 오직 내 삶 속에서 행복을 찾고 느끼는 연습이 우리에게는 늘 필요하다, 싶습니다....more3minPlay
December 18, 20192019/12/18 아내라는 이름으로, 엄마라는 이름으로...한참 힘들게 직장생활 하던 때,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카페에 가는 엄마들의 모습이 그렇게 부러웠습니다. 매일아침 지옥 철, 날씨가 조금이라도 추워지면 눈뜨기 어려워지던 동절기 출근. 눈이나 비가 오면 대중교통마저도 타기 힘들어지던 시절, 잠시 쉬고 싶다 라고 생각이 들 무렵, 어느덧 결혼 2년차가 되었을 때였습니다. 계속되는 임신시도에 끊임없이 실패하던 나날들 속에 병원으로 어렵게 향하던 제 발걸음과 주위의 기대감 속에 전 참으로 힘겨웠습니다. 2019년 2월을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어 그나마 계약직이던 제 신분을 떨쳐내고, 이젠 그냥 누구의 아내, 가정주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6개월이 지났을까? 저에게 귀한 아기가 찾아와주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기쁨, 부모님과 주위의 축하에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세상에 태어난 이유 중 하나가 엄마가 되는 것 이었나봐...하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임신기간이 지나갈수록 열심히 일하며 커리어를 쌓아가는 친구들이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또 승진했구나! 부럽다...를 나도 모르게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 하고 있었고, 이제는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마저 없어지니 밖에서 고생하는 신랑에게 생활비를 받는 것도 미안했습니다. 아기를 얻은 기쁨과 동시에 시작된 이제 앞으로 펼쳐진 가정주부로서의 삶, 그리고 가끔 제게 찾아오는 외로움과 적막함은 조금씩 저를 움츠려들게 했습니다. 이제 고작 쉰지 1년인데...앞으로 태어날 아가에게 집중하고 좋은 생각만 해야 하는데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여유로움이 제겐 아직 익숙하지 않나봅니다. 다가오는 제 생일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저의 아가 소망이와 함께 맞는 첫 생일입니다. 이 땅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로 인해 잠시 사회에서 벗어나게 된 저와 같은 또 누군가의 엄마가 계시다면 얼굴한번 본적 없을 지라도 예쁜 장미 꽃 한 송이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힘내자고 우리 잘하고 있다고, 절대 뒤쳐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은 겨울날의 오후입니다....more4minPlay
December 18, 20192019/12/17 비빔밥아무리 맛난 삶이라도 한 가지 맛으로만 산다면 그건 싱거운 일 자란 곳이 서로 다른 나물에 생의 감초 같은 고추장 두어 숟갈 밥과 함께 비비면 쓰고 달고 맵고 짠 제 잘난 맛은 없고 팔도의 맛을 낸다 사람 사는 동네도 가난한 동네는 열두 곳도 더 거쳐 온 영혼들이 모여 달그락 쨍그랑 오만가지 소리를 내며 살아가는데 무슨 맛으로 사는지는 몰라도 보면 서로 머리를 숙이고 웃음을 섞는 비빔밥 같은 사람들 어쩌다 함께 밥을 먹는 날이면 한 양푼 가득 밥을 비벼 여러 개의 수저로 달그락 거리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더 먹으라며 밥을 미는 서로 성이 다른 사람들 조성범 시인의 [비빔밥]쓴 나물이든, 단 나물이든 고추장 넣고 슥슥 비비면 그 맛이 한 데 어우러지요.세상에 각기 다른 사람들도 비빔밥처럼 어우러져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more3minPlay
December 18, 20192019/12/17 낮은 곳으로... 더 낮은곳으로..비가 내렸습니다. 겨울의 한가운데로 앞당기는 몸부림처럼 그렇게 겨울 찬기는 옷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빗속을 거니는 내 걸음은 터덜터덜 모든 걸 쥐어 뜯겨 뼈마디만 남은 것처럼 초췌하기만 합니다. 저만치 골목 귀퉁이에 포장마차가 보입니다. 원래 버스정류장 앞 포장마차는..게다가 비까지 내리는 날은 사람들로 붐비기 마련인데..포장마차엔 손님이 아무도 없이 하얀 김만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포장마차에 들어섰습니다. 밀가루 음식은 나에게 독인걸 알면서도....붕어빵을 뒤집던 그녀가 한참만에야 나를 바라보며 활짝 웃습니다. 그리곤 메뉴판을 내놓습니다. 슈크림붕어빵, 고구마붕어빵, 단팥붕어빵.. 슈크림붕어빵을 짚으니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고구마를 짚으니 또, 가로 젓습니다. 결국 그녀는 단팥붕어빵을 짚어서야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작은 박스를 잘라 돈 통을 만들어 놓은 그녀의 박스엔 6000원이 전부였습니다. 그녀는 말없이 붕어빵만 구우며 이따금씩 날 바라보며 미소만 지었습니다. 붕어빵 굽는 게 서툰 걸로 봐서 얼마 되지 않았음이 분명했습니다. 그녀는 계속 손을 데었습니다. 그녀는 몸으로만 화들짝 놀랄 뿐 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녀에겐 언어장애가 있었습니다. 메뉴판이 필요한 이유를 그제 서야 알았습니다. 그녀의 박스에 돈을 놓아두고 붕어빵을 받았습니다.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 숙여 인사를 합니다. 나도 웃으며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우산은 가방에 넣고 모자를 뒤집어쓰고 그녀가 천만불짜리 미소로 구워준 바삭바삭한 붕어빵을 호호 불어가며 먹었습니다. 역전을 향해 걸어가는 내내 먹었다. 감사했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녀의 작은 박스가 차고 넘치기를 기도합니다....more4minPlay
December 17, 20192019/12/16 세월아 네월아횡단보도 건너는 바깥노인 둘 이차선 육 미터 도로를 세월아 네월아 한나절을 건넌다 속도를 멈추고 기다리는데 그제야 차를 본 영감님 하나 뒤를 향해 어여어여 팔 내두른다 손짓은 요란한데 몸은 그대로 목숨이 받쳐준다면 어김없이 또 만나야 할 모습일 터 때가 되면 한여름 노을 내리듯 나도 저렇게 저 길을 건널 것이다 쓸쓸함 뒤에 따라오는 기다림 바라느니 길어진 발걸음 따라 마음도 저리 느려질 수 있었으면 고증식 시인의 [세월아 네월아]더뎌지는 걸음 따라 마음도 느긋해지면 좋겠습니다.그러면 빠른 세상을 욕하지도 내 느린 걸음을 원망하지도 않게 될 테니 말이죠.한 번에 건너지 못하면 두 번에 걸쳐 건너면 되는 것.방향만 정확하다면 속도는 좀 느려도 상관없겠지요....more3min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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