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4년째, 오춘기를 앓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월급, 원만한 동료, 무난한 업무 강도. 그럭저럭 성실하게 일하면서 가끔 보람을 느끼기도 했지만 요새 들어 이게 다 무슨 소용이라고, 남 좋은 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생각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노력하면 뭐라도 될 수 있을 것 같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나는 그저 직장인이 되려고 살았을까요. 내가 내 삶 주인이 아닌 것 같습니다. 회사 다닐 시간에 유학을 갔더라면 학위라도 땄을 텐데, 내 청춘이 허무하게 간 것 같아요.
고민 많은 고씨를 위한 팟캐스트 〈답없수다〉 9번째 고민을 다뤄보았습니다. ‘성취 중독자’가 많습니다. 어릴 때부터 위인전을 보면서 자란 우리는 더 완벽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되도록 스스로를 채근하고 불안해하며 삽니다. 좋은 대학, 좋은 회사를 가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그 누구도 한국 사회에서 열등감 없이 살기란 간단치 않습니다. 결혼과 육아, 내 집 장만같은 당연한 줄 알았던 일도 힘겨운 도전입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나를 채워가는 건 좋은 일이지만 왜 그 목적은 하나같이 각종 고시, 의학전문대학원, 유학 등등 비슷하게 됐을까요.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지 않고 사는 데만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우리의 삶에 대해 답없는 수다를 떨어 봅니다.
고씨를 위해서는 열대과일처럼 달콤하고 에로틱한 책 〈열대 탐닉〉을 추천합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도, 현실에서 튕겨나와 망한 인생도, 완성된 아름다운 인생일 수 있다’고 작가 신이현씨는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