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좋은 남자 많은데, 너 소개 시켜주고 싶어.’ 반년 전 교회 오빠와 결혼한 친구, 요새 부쩍 교회에 나오라고 권한다. 30대 초반, 애인은 없지만 아직 결혼에 큰 목마름은 없는 나인데 친구는 안타까워한다. 무슨 하소연이라도 하면 잘 들어주다가 끝에서 꼭 ‘시련은 다 하느님이 예비하신 일이니까’라는데 더 할 말이 없어진다. 날 위해주는 마음은 알겠는데 왠지 거북하다. 친구가 변한 걸까 내가 이해심이 부족한 걸까.”
〈답없수다〉 19번째 시간에 만날 고씨의 고민은 종교와 친구입니다. 강권은 아니지만 은근히 계속되는 전도와 원치 않는 호의, 오래된 좋은 친구 사이가 껄끄러워질까 걱정이네요. 살아가면서 점점 가치관이 달라지는 친구 사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이야기해 봅니다. 또 한국 사회에 ‘종교’만한 떡밥도 없습니다. 김여란, 이혜인 기자의 좁은 경험에 비춰 우리 사회에 자리잡은 종교의 현재, 장단점을 짚어봅니다.
고씨에게는 테리 이글턴의 〈신을 옹호하다〉를 추천합니다. 보통 한국 교회에서 ‘빨갱이’처럼 여겨지는 마르크스주의자의 기독교 옹호론, 흥미롭습니다. 종교에 관심 없다는 고씨에게 왜 이 책을 들이미냐고요? 인생은 정면 돌파니까요. 무신론자가 전제하는 합리성, 자유주의, 과학적 사고 같은 개념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고 믿을 수 있는 걸까, 궁금했던 김여란 기자는 이 책을 읽고 의문을 풀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