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북적북적]에서 함께 읽고 싶은 책은 지난 4월말 세상에 나왔습니다. 작가가 2004년생입니다. 이제 만 나이로 18살을 바라보고 있는 신채윤 작가는 고등학생이고, 노란색과 그림 그리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수학을 좋아한 적은 (별로) 없지만 열심히 공부해 왔고, 체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2019년 가을, 병을 진단받았습니다. ‘타카야수동맥염’이라는 희귀병. 주로 동양인/20대 미만/여성이 걸리는 병입니다.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은 병으로 보입니다. 원인도, 완치될 수 있을지 여부도 알 수 없고, 적절한 치료제도 모릅니다. 오늘의 책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는 신채윤 작가, 채윤 학생이 이 병을 진단받은 뒤 써온 일기가 한겨레21에 연재돼 온 것을 모은 에세이집입니다.
작가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덜컥거리는 증상이며 진단들을 일상적으로 받아드는 십대 후반을 보내고 있습니다. 손쓸 수 없이 함께 찾아온 우울감에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우울감에 종속되지 않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우울감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 병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 병이 있는 스스로를 성찰하고 기록하기를 매 순간 놓치지 않는 작가다운 작가의 자세로 써온 글들을 우리에게 나눠주고 있습니다. 부작용이 심한 약을 투약해야 하는 매주 금요일 밤마다, 그 부작용 때문에 꾸게 되는 희한한 꿈들의 세계에 다녀오면 모든 것이 한층 우습고 여유로워 보인다고 이야기하는 게 신 작가의 방식입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집어들었을 때는 막연히, 희귀병을 앓고 있는 10대 청소년을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책장을 넘겨갈수록, 참으로 염치없긴 하지만, 이 10대 작가에게 일종의 위로를 받는 어른인 스스로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염치는 없지만,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모든 작가다운 작가들이 달성해 내는 성과를 신채윤 작가도 달성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읽는 이가 누구이든 그의 사적인 층위 어딘가에 가닿아 그 사람에게 적절한 이야기와 위로를 건네는 그 마법 같은 작가의 힘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북적북적] 가족 여러분께도 감히, 그 누가 읽든 언제 읽어도 뿌듯하게 차오르는 독서경험을 하실 수 있는 책일 거라고 권해드려 봅니다.
처음 책장을 넘길 때 막연히 흔치 않은 병을 앓고 있는 청소년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말씀드렸지만, 사실 신채윤 작가 본인의 표현마따나 “100만 명 중 2명 있을까 말까 한 병을 앓는, 희귀성으로 따지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상황에 놓인 신 작가를 마주했을 때 제가 건넬 수 있는 제 나름 최선의 나눔은 무엇일지 (최소한 근사치로라도) 알고 있다는 자신이 없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일상성을 벗어나는 고통과 제대로 마주보는 (또는, 마주보자고 마음먹는 것은) 꽤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모든 좋은 글들이 그렇듯이, 이 책의 에세이들은 한 가지의 정형화된 답이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신채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먼저 알려줍니다. 정작 이 병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신채윤 학생 본인도, 매 순간 자신의 경험 안팎에서 떠오르는 마음과 감정을 성찰하고 그때마다 몇 걸음씩 더 나아가면서 그때그때의 답을 길어 올리는 과정에 있다고 말입니다. 항상 같은 대답, 항상 같은 상태에 도달하는 게 아니라, 그저 병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신채윤 작가에게는 그 통찰들 속에서 병과 함께 성장하고 더 멋진 사람, 더 멋진 작가가 되어가는 하루하루가 있을 뿐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이 그럴 수 있는 것처럼요. 그러니까 고정된 하나의 최선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돌리지 말고, 서로 공감해 주자고 넌지시 가르쳐 줍니다.
작가 본인이 쓴 것처럼, 병과 함께도 빛나는, 이제 18년째를 걸어왔을 뿐인 미지의 인생이 그의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그 초입에 독자로서 함께 했다는 것이 영광입니다. 그리고 신채윤 작가가 앞으로도 멋진 글들을 쓰리라는 이 기대를 [북적북적] 가족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들어주시는 모든 분들, 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여름의 초입도 [북적북적]과 함께 해주세요.
*한겨레출판의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진행: 권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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