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듣는 뉴스룸’의 책 소개 팟캐스트 ‘북적북적’, 이번 주는 미술사학자인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책 《벌거벗은 미술관》(창비 펴냄)을 소개하고 맛보기로 낭독합니다. 앞서 인용한 내용은 크게 4개의 주제를 다루는 이 책의 네 번째 부분 <미술과 팬데믹>속 일부입니다. 지금 우리는 이 전염병을 통과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 터널의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 여러분께 소개하는 책입니다.
지금 우리의 상황과도 닮아 있어 <미술과 팬데믹>을 먼저 언급했지만, 이 책은 ‘고전미술’에서 출발합니다. ‘벨베데레의 아폴로’나 ‘밀로의 비너스’ 같은 작품은 제목만 들어도 대리석 조각의 모습이 떠오르죠? 그런데 이 작품들은 원래 기원전 고대 그리스의 청동상이었습니다. 청동은 금속이라 녹여서 무기를 만들기 쉬웠는데요, 이렇게 없어진 그리스 작품을 그대로 본따 로마 시대에 대리석으로 복제본을 만든 것이죠. 많은 로마 조각들의 원본은 이렇게 그리스 미술품이었습니다. 그리스 미술을 ‘이상적’인 것으로 놓고 재현하려는 노력은 그 이후로도 계속됩니다. 20세기 들어서도 베를린 올림픽 기록영화인 ‘올리피아’는 고대 그리스 신전과 조각을 영화 앞부분 긴 시간 동안 보여줍니다. 고전의 권위를 빌려 자신들이 ‘정통’을 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거죠. 이 책의 저자인 양정무 교수는 미의 완벽한 기준처럼 숭상돼온 ‘고전 미술’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신화화됐는지 짚어보고 허상은 없는지, ‘미의 기준’이라는 것이 절대적인 것인지 묻습니다.
고전에 대한 이런 집착은 박물관, 미술관의 탄생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18세기 말 나폴레옹은 이탈리아 침공 때 6백점이 넘는 미술품을 파리로 가져갔습니다. 나폴레옹은 점령국마다 박물관을 세웠는데, 유럽 곳곳의 미술품을 프랑스로 가져오기 위한 ‘중간 기착지’ 개념이었다고 합니다. 《벌거벗은 미술관》에서 저자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비롯해, 영국과 독일, 미국, 대한제국까지 박물관과 미술관의 탄생과 제국주의가 박물관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앞으로 박물관이 어떤 공간이어야 되는지 질문합니다.
‘미술에 담긴 영욕의 인류사’가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흥미진진하게 읽으실 책입니다. 양정무 교수는 유학생 시절 미술관, 박물관 가이드를 가장 재미있게 하는 학생으로 명성이 자자했다고 합니다. 그 재미있는 입담이 책에도 잘 드러나 있어, 곁에서 해주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쉽고 재미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유럽의 박물관이며 미술관을 직접 가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렇게 책으로나마 그림과 함께 새로운 내용을 읽으며, 잠시 다른 나라, 다른 시대로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을 느껴보시면 어떨까요.
*출판사와 저자의 낭독 허락을 받았습니다
진행: 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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