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와 말복에 이어 처서도 지났으니 이제 2021년 여름은 거의 끝이 났네요. 큰 걸음으로 성큼,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에 떠오르는 책 하면, 저는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입니다. 2016년 출간된 일본 작가 마쓰이에 마사시의 데뷔작 소설입니다. 북적북적에서도 2017년 여름 읽었습니다. 한 노 건축가와 그를 동경하는 청년의 뜨겁고도 아름다운 여름날을 담담하고 우아하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 몸담았던 작가는 퇴직 후 이 작품부터 본격 작가 인생에 돌입했습니다. 그런 작가의 사연과도 꽤 어울리는 작품이었습니다.
<여름은 오래...>로 팬이 된 저는 2018년엔 후속작인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을 또 북적북적에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세 번째, 한국어로 옮겨진 그의 세 번째 장편 소설을 역시 북적북적을 통해 소개합니다.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이 소설은, 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책 맨 뒤를 보면 '주요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1901년 태어난 이 소에지마 가족 일대기의 시작을 맡은 요네와 그의 남편 신조, 그들의 자녀 가즈에, 신지로, 에미코, 도모요, 그리고 신지로와 결혼한 도요코, 다시 신지로와 도요코 커플의 자녀인 아유미와 하지메, 여기에 아유미의 친구와 지인, 마지막으로 3대 가족과 함께 4대에 걸쳐 내려오는 홋카이도견 이요와 에스, 지로, 하루까지 간략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무대는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 에다루(가상의 마을)입니다. 요네의 출생부터 그의 손자 하지메가 50대 중반에 이르는 시점까지 이야기가 흘러가니 백 년에 걸쳐 흐르는 가족사입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마찬가지, 1900년대부터 2000년까지의 100년은 참으로 격변의 시대였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간 한 가족의 삶과 죽음, 인생을 그린 이 소설은, 읽다 보면 파악되기도 하지만 '앗, 이게 누구였더라' 하고 놓쳐서 다시 앞부분을 찾아보거나 등장인물 소개를 봐야 하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또 가족사라고 해서 꼭 시간 순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시점도 제각각, 저마다 해석이 다른 일들도 적지 않아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어떤 스펙터클 모험담이 펼쳐진다거나 역사적인 비극이나 큰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24개의 장이 각각 짤막한 단편소설처럼 읽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
소설의 원제는 '빛의 개(光の犬)입니다. 소에지마 가족과 함께 하는 홋카이도 개에게서 나온 제목인데 작가 인터뷰를 찾아보니 "개는 스스로 운명을 바꾸지 못하지만 개 한 마리의 삶에는 그 개만이 지니는 찬란함이 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한 인간에게도 생명이 주어져 죽을 때까지, 그가 사는 시간 곳곳에 빛과 그림자가 있을 테지요."라고 설명하더군요.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라는 한국어판 제목도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만큼 좋아 보입니다. 여기서의 집은 꼭 고향이나 말 그대로의 집만이 아니라 인생 그 자체를 은유하기도 하겠죠. 하지메가 등장하는 첫 장과 22장의 소실점이기도 합니다. 이 소에지마 가족의 소실점이 하지메 같기도 하고요.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가겠죠. 돌아갈 때까지 꾸준히 책을 읽고 싶습니다.
*출판사 비채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진행: 심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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