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마지막으로 갔던 게 언제였나요? 저는 작년 8월이었습니다. 마스크 쓰고 조심하면서 갔는데 관객이 거의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코로나 탓에, 그보다 앞서 넷플릭스를 위시한 OTT가 많아지면서 영화 보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더불어 온라인 GV도 많아졌죠.
GV는 많이들 아시다시피 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를 말합니다. 감독이나 주연 배우가 나와 관객을 상대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죠. 그리고 '빌런', 이 말 종종 들어보셨죠. Villain, 주로 히어로물의 악당을 가리키는 말인데 일상에서도 악당 같은 짓을 하는 이를 '빌런'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GV와 빌런의 만남, 오늘 북적북적의 책은, 정대건 작가의 입니다.
정 작가는 사실은 영화감독이라는 호칭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영화 연출을 전공하고 다큐멘터리 한 편과 극영화 두 편을 연출한 경력이 있는 반면, 소설은 이번이 첫 작품이었으니까요. 이력을 알고 보니 자기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소재로, 정말 잘 쓴 게 아닐까 싶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얼마간 작가의 모습이 반영됐을 듯한, 영화 연출을 전공하고 독립 장편영화까지 만들어 개봉했던 신예 감독 조혜나입니다. 그리고 이 조 감독이 어쩌다 참석하게 됐던 GV에서 처음 맞닥뜨린 빌런이 고태경, 공동 주연이라고 해도 될 만큼 비중 있는 인물입니다.(소설 제목도 GV 빌런 고태경.)
인생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사람이, 20년 넘게 자기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는 초보 감독. 조 감독(조혜나)이 <초록 사과> 조감독(고태경)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를 찍고 있으며 20년의 시차는 있으나 둘 다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고 잘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 이 둘은 공통점이 매우 많습니다. 조감독(고태경)은 조 감독(조혜나)의 어쩌면 암울한 미래일 수 있다는 것이죠. 크고 작은 사건들이 벌어지는 와중에 다큐는 완성되고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의 GV에 참석한 GV빌런이, 정작 자기는 묻지 못하고 질문을 답해야 하는 장면은 어쩌면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겠습니다.
소설은 좀은 우울할 수도 있는 상황을 시종 경쾌한 문체로 이어갑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부터 토렌트라든가 최근 트렌드를 잘 반영해 지루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황당하거나 껑충 널 뛰는 극단적인 전개 없이, 편안하게 매듭짓습니다. 아마 본인이 감독이기도 한 작가가, 시나리오 쓰듯 소설을 써서 그랬을까요? 소설을 다 읽고 나니 2시간짜리 잘 만든 장편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습니다.
꿈을 좇는 이들, 주로 청춘을 응원하거나 격려하거나 조언하는 말과 글에 요즘은 영상까지 넘쳐납니다. 이들이 갖지 못한 걸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기성세대가, '나 때는 더 힘들었어', '아프니까 청춘이야' 하는 식으로 던지는 위로는 좀 그렇죠. '양념 반, 후라이드 반'처럼 세상 탓, 네 탓을 절반씩 하자는 고태경식 위로, 강산이 두 번 바뀌도록 꿈을 향해 노력하고 있고 세 번의 큰 좌절을 맛보았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성실하게 준비하는 고태경의 삶은, 누구에겐 비웃음거리일 수도 있지만 뜻밖에도 위로엔 '효과가 있'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출판사 은행나무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진행: 심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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