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장에 등장하는 ‘보이지도 않고, 설명하기도 힘들지만, 귀하고 아름다운 가치가 있는’, ‘이걸 위해 내 인생을 불태우리라’ 확신하는 이 업은 뭘까요. 네, 바로 음악입니다.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아웃사이트 펴냄)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씨의 첫 에세이에요. 5월 7일에 나온 신간입니다.
조진주 라는 이름이 익숙하고, 그간의 이력이나 연주, 혹은 이전에 객석에 연재하던 글이 떠오르는 분도 계실 테고, 누구지? 처음 듣는데 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이 책에 실린 저자소개는 매우 간단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9살 강아지 미소의 집사’. ‘낭만적 이성주의자’, ‘초콜릿과 커피, 그리고 일 벌이기 중독자’ … 사랑스러운 이 소개 외에, 좀 더 단순명료한 이력을 찾는다면, 1988년생, 2006년 열 일곱 살에 몬트리올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2010년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바이올린콩쿠르 1위, 2011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바이올린부문 2위, 2012 앨리스 숀펠드 국제콩쿠르 1위, 2014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콩쿠르 1위. 콩쿠르를 휩쓸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연주 활동과 함께 캐나다 맥길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또 ‘앙코르 체임버 뮤직 인스티튜트’를 설립해서 매년 여름, 음악제도 열고 있고요.
분명 책 제목은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 인데, 이력만 보면 ‘이미 오랫동안 반짝인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겉으로 보기엔 한없이 반짝이고 우아하고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할 것 같은 음악가이지만, 다 그런 것만은 아니고, 그런 모습만 있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밖에서 보이는 모습과 스스로 빛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다르다고요. 책 제목인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는 책에 실린 글의 제목에서 따왔습니다.
이 책에는 객석에 앉아 연주를 감상하거나 음반을 듣기만 하던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연주자의 고되고, 흔들리고, 위축되고, 질투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그리고 다시 일어나는 시간들이, 놀랍게도 꾸밈 없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독자는,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른다 하더라도 책을 잡자마자 내려 놓지 못하고 단숨에 읽게 됩니다.
저자는 ‘왜 바이올린을 선택했나요?’ 라는 질문에, 어린 시절 시작한 바이올린이 진짜 나의 ‘선택’이었던가 되묻습니다. 자신이 ‘어쩌다’ 바이올리니스트의 길을 가고 있다는 걸 자각했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쓴 뒤였다고요. 그래서 그 뒤로 이 ‘선택 아닌 선택’의 의미, 이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이 세상에 음악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데에 자신의 20대를 썼다고 해요. 20대의 중반을 넘기고서야 ‘음악을 평생 해도 괜찮겠다’ 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연주자와 악기의 관계, 연습, 연주자의 몸, 가르치는 것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상실까지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씨의 유쾌함과 보람, 슬픔까지 넓게 담겨 있습니다. 또 자신의 업에 대한 사랑, 평가와 비교가 숙명처럼 따라오는 연주자로서 어떻게 자신을 지키고 예술적 에너지를 채워가는지에 대한 내용에는 음악가가 아닌 독자들도 크게 공감하게 됩니다. 조진주 씨는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이 책을 쓰며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내려 했다. 최대한 가감 없이, 나의 가장 창피하고 부끄러운 욕망까지 포함해서. 내 약점을 드러내는 두려움을 이겨냈을 때 비로소 가장 진실된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 썼습니다.
우리 모두가 주변에 프로 음악가를 친구로 두고 있진 않습니다. 멀리서 볼 뿐 잘 모르는 세계입니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며, 저 멀리에 좀 친해진 것 같은 음악가가 한 명 생긴 느낌을 받게 되실 겁니다. 열정적이고 섬세하고, 지나치게 겸손한 사람을요.
*출판사의 낭독허락을 받았습니다.
진행: 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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