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저스' 시리즈에 나오는 여러 히어로 중 누굴 가장 좋아하시나요? 이런저런 매력이 있는 이들이 많은데 그중에 피규어로 갖고 싶다면 저는 단연 그루트입니다. 대사 하나로 모든 상황과 감정을 표현하는 촌철살인 "I'm Groot 아임 그루트." 찾아보니 '플로라 콜로수스' 종족이라고 하고 나무처럼 생긴 생명체라고도 하는데... 어쨌거나 나무가 말을 하고 움직이고 동료가 돼 함께 싸우는데 매우 귀엽습니다. 룰루랄라 나무처럼 살다가 악의 무리와 가끔 싸우는 걸 도와주기도 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같은 대답 - 아임 그루트 -을 하면 답변 끝! 이라니. 오늘 소개하려는 책에 그루트 이야기는 없습니다만, 그루트와 근원이 멀지 않은 나무들이 잔뜩 나옵니다. 2001년 출간됐다가 20년이 지나 10만 부 판매 기념으로 올해 스페셜 에디션이 나온 책, 나무의사우종영의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입니다.
나무의사는 말 그대로 나무를 치료하는 의사입니다. 책의 저자 우종영씨는 나무병원을 세워 아픈 나무를 돌보고 치료하는 나무의사입니다. 나무를 치료하고 돌보며 인생을 배우고 또 나무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인생 이야기를 나무에 빗대 풀어놨습니다. 책에는 모두 스물 다섯 그루의 나무가 등장합니다. 또 나무로부터 배운 삶의 지혜도 털어놓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주목나무, 이팝나무, 소나무, 아까시나무, 동백나무, 조팝나무, 느티나무, 등나무, 생강나무, 모과나무, 노간주나무, 라일락, 대나무, 서어나무, 은행나무, 사위질빵, 개나리, 전나무, 자귀나무, 회화나무... 이름으로는 몰라도 함께 실린 사진과 설명을 보면 아 저 나무 싶은 것들이 많습니다. 저도 잊고 있던 그 나무에 얽힌 기억도 떠오릅니다.
이를테면 목련... 제가 다니던 대학의 단과대 건물 입구에 목련 한 그루가 있었는데 묘하게 그 목련은 다른 목련과는 달리 3~4월이 아니라 2월 중순이면 꽃을 피웠습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미친 목련'. 일찍 피니 또 빨리 졌지요. 알고 보니 그 목련이 서 있던 자리는 건물 난방을 하면 그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곳이라 주위보다 온도가 높았습니다. 졸업 이후 학교에 가본 일이 많지 않아 지금은 그 목련이 아직도 미친 듯이 일찍 봄을 알리는지 사라졌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목련을 함께 추억할 당시 친구들도 소식 닿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이죠.
작가가 하나하나 풀어놓는 나무 이야기를 읽노라면 그 하나하나가 꼭 내 주변에 잠시 머물던, 지금은 연락이 끊긴 사람들과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무 이야기라고 했지만 실은 사람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나무'라고 흔히 말하지만 저마다 다른 특성을 지닌 수많은 나무들을 보니 "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건 실은 "저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 같은 말일 수도 있겠습니다.
*출판사 메이븐으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진행: 심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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