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2020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지내고 있으신가요.
‘코로나19 블루.’ 코로나 시대 한복판을 헤치며 나아가고 있는 요즘 우리에게 딱 맞는 통칭이죠? 이제 1년 가까이 이 피로감과 공포가 쌓여온 데다 3차 확산세가 그 어느 때보다 심상치 않습니다. 저도 사실 주변 사람들 중에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한 건 요즘이 처음이에요. 코로나19가 이제 정말 일상 안으로 서서히 조여온다는 느낌까지 듭니다. 지쳐있는 다른 많은 분들처럼, 쉬이 다스려지지 않는 마음을 다스리려 나름 노력하고 있는데요. 지극히 명랑한 분위기의 음식 다큐 같은 걸 보면서까지 문득문득 눈시울을 붉히는 요즘의 스스로를 의식할 때마다 ‘아 내가 지칠 만큼 지쳐 있구나’ 문득문득 깨닫곤 합니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행복이 지금 얼마나 훼손돼 있나, 그런 게 문득문득 가슴 저리게 느껴지는 순간들마다 마음이 크게 동요하는 거예요. ‘별일없이 산다’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실천하기 어려운 얘기인지… 요즘 새삼 느낄 때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 [북적북적]에서 함께 읽고 싶은 책은 요새 이런 기분 속에서 일단 너무 잘 지은 그 제목에 확 끌렸습니다. [인생은 불확실한 일뿐이어서]. ‘그렇지, 인생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지.’ 어찌나 가슴에 사무치던지요.
[인생은 불확실한 일 뿐이어서]는 2008년 데뷔한 일본 소설가 오가와 이토의 생활 에세이집입니다. 오가와 이토는 영화로도 흥행한 스테디셀러 [달팽이 식당], [츠바키 문구점] 같은 소설들로 우리나라에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인기 작가죠. 사소한 일상을 섬세하게 뒤적뒤적함으로써 조용한 울림을 전하는, 일본 특유의 감성이 깃든 이야기들을 내놓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 이 작가의 소설은 저 역시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에세이집부터 접하게 됐네요.)
[인생은 불확실한 일 뿐이어서]를 통해 오가와 이토가 건네는 말들. “저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용한 보고들은 ‘그래 그래’ 연신 고개를 끄덕여가면서 끝까지 읽게 되는 면이 있습니다. 이 책에 부제를 붙여 보자면, ‘별일없이 나답게 산다’쯤 될까요. 저자는 평범하게 자기 모국을 그리워하면서도 라트비아라는 나라에 흠뻑 빠져서 베를린에 거주하기도 하고, 아이를 갖고 싶어했지만 쉽사리 생기지 않아 대신 반려견을 맞아들여 소중한 애정을 쏟아 붓습니다. 나 자신, 또는 내 주변 누군가가 영위하고 있을 법한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길어올리는 담백하고도 여운 우러나는 단상들. 슴슴하고 따뜻하게 끓여 놓은 우리 뭇국에 글뤼바인을 곁들이는 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슴슴하고 단순한 맛, 평범한 일상에 대한 담담한 소회들이 유독 가슴 깊이 스며드는 요즘입니다.
단순한 일상 에세이집만은 아닙니다. 저자가 난생 처음 털어놓는다고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 부모와의 관계,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 묵직한 반추가 담긴 14편의 에세이가 ‘엄마 이야기’라는 제목의 파트 아래 이 책의 한가운데에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상처를 갈무리 하지 못하고, 또 그런 상처들을 남긴 어머니를 용서하지 못했던 날들. 그리고 그 깊게 해묵은 상처가 자신을 작가로 키웠던 시간들과 이제 어머니가 없는 세상에서 혼자 감당하고 있는 후회와 정리의 시간들, 뒤늦게 깨닫고 스스로 쌓아나가고 있는 사랑에 대해서… 저자는 하나하나 담담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사무치는 감정들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으면서도 묵묵하게 정리해 나갑니다. 가족 안의 문제로 고민해보거나 남에게 쉽게 말못할 상처를 딛고 걸어온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에세이들에서 적지 않은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자의 인생에 대해 함부로 ‘이해한다’ 말하기는 힘들지만, 읽는 이의 마음에도 깊이 파고드는 깊고 아픈 감정들을 담담히 추려가는 그 자세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별일없이, 나답게 살아가기가 어쩌면 이다지 어려운 세상이고 시간일까요. 참 희한했던 2020년에 지친 분들께 오늘의 낭독이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기운이 되는 소리, 그런 시간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우리, 함께, 이겨내요. 들어주시는 모든 분들, 늘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시공사의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진행: 권애리 기자
ART19 개인정보 정책 및 캘리포니아주의 개인정보 통지는 https://art19.com/privacy & https://art19.com/privacy#do-not-sell-my-info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