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입니다.
올해의 여름휴가철은 어떤 모습일까요. 휴가철이 돌아왔다고 해서 떠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분들도 올해는 좀더 많을 것 같습니다. 떠날 채비를 차릴 수 있는 분들이라도 단지 휴가를 위해 한국을 벗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거고요. 이런 세상이구나, 새삼 받아들이기 힘든 여름을 맞고 있습니다.
올해는 휴가가 아예 없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지막으로 갔던 휴가가 자꾸 떠오릅니다. 제 최근 휴가는 지난해 5월이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하와이에 가봤는데, 정말 오랜만에 새까맣게 그을릴 때까지 온 세상 햇볕을 다 쬐며 돌아다녔어요. 혼자 괜히 비장했을 정도로 큰 의미를 두었던 일도 하나 해치웠고요^^ ‘하와이’ 라고 누군가 말하면, 왠지 조금은 애틋해지는, 특별히 마음에 남은 그리운 곳이 됐습니다.
오늘 함께 읽고 싶은 책 [하와이하다]는 지난해에 이어 하와이가 제게 준 두번째 선물입니다.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선현경 님이 글을 쓰고, 역시 만화가이자 에세이 작가인 이우일 님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두 분은 부부입니다.
저는 이 책을 서점에서 우연히 보자마자 바로 집어 들었습니다. 내용에 대해 아무 사전지식이 없었지만, 표지만 보고 망설임 없이 그냥 샀습니다. 책 제목이 ‘하와이하다’인데, 저자 중에 ‘이우일’이란 이름이 있는 걸 봤거든요. 저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우일 작가의 그림을 참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최근에는 접해보지 못했어요. ‘하와이’와 ‘이우일’이라니, 저로서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나서, 비로소 이 책을 함께 쓴 두 분이 부부라는 걸 알았습니다. 다 읽은 지금은, 글을 쓴 아내 선현경 작가님에게로 ‘팬심’이 좀더 옮겨간 상태입니다.ㅎㅎ
마지막 장을 덮으며 “역시!” 하고 쾌재를 불렀습니다. ‘북적북적 가족들에게 당장 소개하고 싶은, 녹음 시간을 앞당기고 싶을 정도로 멋진 책을 이렇게 쉽게 발견하다니!’ 후련할 정도로 신나는 기분이 첫번째였고요. ‘참 좋아했던 그 그림들을 그리던 이우일 작가님은 역시나 이렇게나 어울리는 분과 부부가 되어 30년을 함께 하고 있구나…’ 혼자서 괜히 뿌듯하게 기뻐지기도 했어요.
두 분은 그냥 훌쩍! 한국을 떠나 미국 포틀랜드에서 몇 년간 지내다가, 하와이로 옮겨 1년 10개월을 보냈습니다. 이 책은 아내인 선현경 작가가 써 내려간 하와이 생활에 대한 일기입니다. 이우일 작가님은 특유의 촌철살인 같은 대사가 조금씩 섞인 일러스트로 참여해요.
'그냥 어느 날 훌쩍 떠나 OO서 살아본 이야기'는 거의 하나의 부문을 이룰 만큼 많습니다. 이 부문에서 지금까지 제가 가장 사랑한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였습니다. 이 책은 언제까지나 우리 마음을 하 수상하게 울려 댈 겁니다. 그리고! 한국에선 바로 이 책, [하와이하다]가 이제 막 탄생했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ㅎㅎ(지난해 가을에 출간됐습니다.) 잔잔하게 들려오는 이 파도소리와 우쿨렐레 소리, 쉽게 떠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먼 북소리]의 하루키는 젊다면 여전히 젊지만 실은 마냥 젊지만은 않기 시작하던 나이에 어느 날 유럽으로 훌쩍 떠나서, 때로 몰아치던 폭풍우와 마비의 감각을 딛고 자신 안에서 [노르웨이의 숲]을 길어올렸죠.
[하와이하다]의 선현경-이우일 부부는 그보다 더 살아온 나이에 품 안의 딸까지 떠나보내고, 어느 날 훌쩍 하와이로 떠나 '먼 길을 돌아와 다시 내 안으로부터 일어서는' 시간을 차곡차곡 만들어 나갑니다. 나이 들어가는 삶을 생각하고, 잃어야 할 것들을 잘 잃는 태도를 생각하고, 하와이의 파도를 골라타며... 더욱더 풍요롭고 용감해진 자기 자신과 서로를 발견해 나갑니다.
[먼 북소리]보다 조금 더 소박하고, 훨씬 더 잔잔하고,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관계와 서로에 대해 꾸밈없는 질답을 이어나가는 책입니다. [먼 북소리]처럼 북채로 가슴을 두들겨 온다기보다, 잔잔하게 조금씩, 통째로 스며듭니다. 담담하고 담백하게… 그러다 성큼 마음 깊이 다가서는 아내 선현경 작가님의 글에 절묘한 화음과 불협화음을 짜넣는 남편 이우일 작가님의 그림은 [먼 북소리]가 따라오지 못할 ‘플러스 알파’고요^^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에세이집 중, 제게는 앞으로도 단연 손꼽게 될 책입니다.
아마도 몸으로는 떠나지 못할 이 여름, 이 책과 함께 떠나 하와이해 보실래요? 쉘 위 하와이?
*출판사 ‘비채’의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8:40 낭독 시작
진행: 권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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