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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s about 배미향의 저녁스케치:How many episodes does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have?The podcast currently has 6,891 episodes available.
April 17, 20232023/04/17 <순천정원박람회>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연일 봄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4월. 남편이 연차를 내 새벽에 길을 떠났습니다. 새벽 5시 반인데 고속도로가 주차장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장장 6시간이나 걸려 여수에 도착을 했습니다. 아침 해가 뜨고, 온 산엔 연 초록 잎들과 화사한 산꽃들이 어우러져 어찌나 아름다운지. 특히 진달래꽃이 아름답다는 영취산에 올랐습니다. 천년고찰 흥국사를 지나서 오르는 길은 돌계단으로 이루어져서 악산 이라고 불린다지요. 이어지는 돌계단에 힘들기는 했지만 여기 저기 피어있는 꽃들을 감상하고, 예쁜 새들의 지저귐에 다리가 아픈 줄도 몰랐습니다. 1시간여를 오르니, 드디어 영취산 정상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분홍빛은 연한분홍으로 탈색이 되고 있었지만, 그래도 진달래꽃과 하얀 벚꽃이 함께 어우러져 영취산을 빛내고 있었습니다. 인증 샷도 남기고 산을 내려오면서는 돌산대교를 건너서 맛 집에서 점심을 먹고, 순천으로 넘어갔습니다. 순천정원박람회장에 입장을 하려고 하니, 어느새 수많은 관람객들로 주차장이 만원. 평일인데도 인파들로 북적였습니다. 한국정원, 세계정원, 청 보리밭 천변에 노란 유채꽃까지~~시간 가는 줄 모르고 꽃에 취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취했습니다. 노란 수선화와 색색의 튤립들이 화려함을 수놓고~~색색의 옷을 입은 관람객들도 정원박람회장을 빛내주고 있었습니다. 남편이랑 이렇게 둘이서 오랜만에 먼 길 달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서 자연을 벗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관람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행복한 1박2일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는 산불도 한시름 걱정을 덜어내게 하는 봄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환갑을 맞아, 정년퇴직을 앞둔 남편에게 좋은 봄꽃 여행이었길 바랍니다.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more4minPlay
April 17, 20232023/04/17 <봄밤에 쓴 편지>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련한 추억 속에 알알이 맺혀 있는그리움을 풀어놓고태산처럼 쌓여 있는보고 싶은 마음을 꺼내두 손으로 만지작거리다가스치는 봄바람에당신 안부가 궁금해서 연필을 들었습니다잘 지내시는지무슨 일은 없는지당신 얼굴 떠올리며써 내려가는 편지지 위로왈칵 달려드는 당신의 향기는가슴 언저리에 걸터앉아눈물비를 봄비처럼 뿌립니다창가에 비친 가로등 불빛도꾸벅꾸벅 졸고 있는 고요한 적막을 뚫고어렴풋이 들려오는 당신의 목소리는사랑하다보고 싶다그립다귓전에 쫓아와 속살거리는데어느새 자명종 소리는 아침을 알리고밤새도록 그리움을 끌어안고당신 마음 비비며 쓴 봄 편지에진달래 꽃잎우표 고이 붙여봄 향기에 실어사랑하는 당신에게 보내렵니다.유필이 시인의 <봄밤에 쓴 편지>싱그러움 가득한 초록빛 거리를 걷다가이름 모를 꽃향기에 걸음을 멈추게 되는 봄날.시원한 바람 따라 나선 산책길에서문득 떠오른 이름 하나.차마 안부를 물을 수는 없어,그 사람도 이런 예쁜 봄 속에 있기를...혹여 힘들다면 빨리 인생의 봄날이 오기를...간절한 마음만 꽃바람에 실어 보내봅니다.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more3minPlay
April 16, 20232023/04/14 <누군가의 TMI>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점심시간 도서관 휴게실에는 점심을 먹으려는 사람이 많아요. 도시락을 싸오는 분도 계시지만 라면이나 즉석 밥을 데워 먹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점심을 먹으려고 전자레인지에 즉석 밥을 데우고 있었습니다. 전자레인지가 1대 뿐이라 점심시간이면 대기가 필요한데 마침 다음분이 밥과 라면을 데우려고 렌지위에 올려두면서 저에게 말을 거는 거예요. “라면을 렌지에 데워먹으면 산에 가서 먹는 라면 맛이 나서요.” 렌지 앞에서 눈이 마주치니 어색함에 한마디 하시나보다 하고 “잘 익어서 맛있겠어요.” 하니 계속 말을 하십니다. “전에 등산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산을 많이 다녔는데 요즘은 안 다녀요. 그냥 동네 걸어 다니면 되는데 산 따라다니다가 관절이 다 나갔어요....” “아, 예“ 하며 기다리는 2분이 내성적인 저에게는 참 길고 어색했습니다. 처음 보는 남자분이 궁금하지 않은 얘기를 왜 계속 하지? 하며 경계심이 들고 다른 목적이 있으신 건가? 의구심도 들고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전자렌지의 ‘땡’하는 완료 음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제 거 다 됐네요. 얼른 데우세요.“ 하고는 구석 자리에 가서 밥을 먹었습니다. 제 뒤 테이블에 앉은 그 분은 다른 분에게도 ”뚜껑을 잘 안 닫았더니 좀 튀었네.“ 하며 식사를 하십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생각하니 그 분은 낯가림이 없고 사람과 말하는 걸 좋아 할 뿐이었는데 제가 경계부터 했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냥 저랑 눈이 마주치니 자연스럽게 대화를 했을 텐데 말이죠. 외국인들이 한국 사람들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표정하고 서로 못 본체한다는 말이 생각나며 잠시 웃음이 났습니다. 한국에서는 어쩌다 눈 마주치면 그저 인사 형식으로 살짝 웃기도 하는데 그때 상대방이 정색하거나 고개를 돌리면 무안할 때도 있고 그래서 외면하게 되지요. 사람에게 친절하라고 배우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 여자아이는 모르는 사람의 다정함을 경계하라고 배우기도 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성인이 되어도 좋은 사람과 나쁜 의도를 구분하는 건 여전히 어렵네요. 첫인상이나 첫마디로 서둘러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다시금 깨닫는 하루였습니다.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more5minPlay
April 16, 20232023/04/15 <천 원짜리 러브레터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너에게 편지를 썼어조폐공사 아저씨들이 알면큰일 나겠지만천 원짜리 지폐에깨알 같은 글씨로너의 안부와 나의 마음을 적었어그 돈으로 편의점에 가서담배 한 갑을 샀어언젠가 그 돈이사람과 사람 사이를 거쳐혹시나 네 손에 들어가게 되면어느 날 네가 카페에서헤이즐럿 커피를 마시고 받은거스름돈 중에혹시나 그 돈이 섞여 있어그럴 리는 없겠지만만약에정말로 만약에그랬다면너 돌아와 줄래?운명이라 생각하고그 돈으로 영원히내 마음을 사지 않을래?유미성 시인의 <천 원짜리 러브레터>어쩌다 헤어지게 되더라도꼭 다시 만났으면 하는 사람이 있었지요.병 속에 편지를 담아 바다에 던지기도 하고,타임캡슐을 묻기도, 사랑의 열쇠를 걸어두기도,1년, 아니 10년 후에 만나자며 손가락을 걸기도 했어요.터무니없어도 왠지 그 사람은 약속을 지킬 것 같은,이기적인 걸 알면서도 꼭 이뤄졌으면 했던,그 사랑이 운명이길 바라던 날이 있었지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more3minPlay
April 16, 20232023/04/15 <내 삶의 길목에서>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내가 읽고 싶은 책이 있다고 하길 레 서점에 가서 사자고 하니 굳이 살 필요는 없다며, 도서관 가서 대출을 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집에서 20분가량 떨어져 있는 도서관에 갔습니다. 딸이 유치원시절부터 학창시절에 내내 주말이면 가던 곳이었죠. 딸은 어릴 때부터 책을 참 좋아했습니다. 책을 읽어주면 호기심 가득 찬 눈망울로 귀를 쫑긋하며 집중을 했습니다. “아빠, 이건 뭐야? 저건 뭐야?아빠, 백설 공주가 착해? 신데렐라가 착해?” 이거저거 쫑알쫑알 질문도 많았지요. 잠자기 전에도 꼭 제가 책을 읽어주었는데 읽어주면 읽을수록 딸의 눈은 더 초롱초롱해져서 난감한 적도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때인가? 한 번은 도서관에 갔는데 아이가 백과사전만큼 두꺼운 책을 가지고 와서는 “아빠, 나랑 내기 하자. 서로 읽은 책 얘기 해주기” 코스모스라는 과학책인데 학창시절에도 안 읽던 과학 도서를 딸 덕분에 밤새가며 열심히 읽은 적도 있습니다. 주말이면 한 가득 책을 대출해 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아이가 타지 대학을 입학을 하게 되면서 도서관도 자주 안 가게 되었네요. 늘 세 식구가 함께 다녔는데 딸이 없이 아내와 함께 간 도서관은 조금 어색했습니다. 아내는 읽고 싶은 도서를 검색하고 저도 몇 권의 책을 찾아 햇살이 있는 창가에 앉았습니다. 맞은편에는 나이 지극하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돋보기를 쓴 채 책을 읽고 계셨습니다. 나도 모르게 자꾸 두 분의 모습에 한 참을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텀블러에 든 무엇인가를 할머니에게 권유하셨고 할머니는 됐다며 손 사레를 치다가는 드셨어요. 그러고는 두 분은 또다시 책을 읽으시는데 한편의 그림처럼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도서를 대출 해 제 옆에 앉은 아내도 두 분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서로 챙겨주며 마음의 양식으로 함께 내면적인 아름다움으로 채워가는 두 분을 보며, 아내와 저도 이 노부부처럼 잘 익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앞으로 도서관에 자주 오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따스한 봄날의 햇살이 중년의 우리 부부를 응원해주는 듯 기분은 좋은 오후였습니다.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more4minPlay
April 16, 20232023/04/14 <멀리 바라보기>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이제 나무를 바라보더라도 10년 후의 나무를 바라보기로 합니다이제 산을 바라보더라도 10년 후의 산을 바라보기로 합니다되돌아보면 아픔은 조급한 마음에서 생겨날 때가 종종 있었기에되돌아보면 거칠고 모가 난 원석에서 저 영롱한 보석이 탄생하기에이제 시작을 바라보더라도 10년 후의 자라남을 바라보기로 합니다이제 가벼움을 바라보더라도 10년 후의 그윽함을 바라보기로 합니다소망이 풍경이 될 때까지 천천히 너를 바라보기로 합니다홍수희 시인의 <멀리 바라보기>가까이서 보면 한낱 돌덩이일 뿐이지만먼 지구에서 보면 반짝이는 별이 되듯,멀리서 바라볼 때 더 빛이 나는 것이 있습니다.지친 하루를 다독이는 아름다운 야경도,험한 세상 속에서 더 단단해진 누군가의 어깨도,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누군가의 애씀도,매일 꽃처럼 피어나는 아기자기한 행복들도,늘 곁에 있어 고마운 사람도 말이지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more3minPlay
April 13, 20232023/04/13 <인생 후반전에 누리는 행복>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파트 입주민들로 구성된 탁구 동호회 활동을 7년 넘게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파크골프로 전향해 지금은 주말이면 탁구장이 아닌 파크골프장에서 운동을 즐기고 있습니다. 물론 같은 회원들로 운동 종목만 변경된 셈이지요. 자연에서 하는 운동이다 보니 4계절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페어웨이를 걷는 것이 발목이나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아 나이에 상관없이 온 가족이 즐기기에 적합한 운동인 것 같습니다. 정식 골프와 방법은 비슷한데 다만 나무로 만든 클럽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고, 무엇보다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어 요즘 많은 분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즐거운 주말 늦잠은커녕 오히려 평소보다 기상 시간이 더 빠른 탓에 늘 비몽사몽이지만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운동 갈 채비를 끝내고 지하 2층 주차장에 집결해 4명씩 나누어 타고는 파크골프장으로 출발합니다. 도착하자마자 각자 준비해 온 간식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고는 본격적인 운동에 돌입하는데 저희들만의 룰이 하나 있답니다. 그건 다름 아닌 “홀인원을 하는 사람이 찻값을 지불” 하는 걸로 정했죠. 자주는 아니지만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합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경기를 끝내야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운동이 끝나면 맛있는 점심 식사가 기다리고 있다는 거죠. 어디 그뿐인가요 후식으로는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차 한 잔과 함께 수다 삼매경에 빠져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조차 모를 정도라는 사실에 대만족입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서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이지요. 거창한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나 자신의 정신적 만족감과 성장을 이룬 인생 모멘텀을 찾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습니다..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more3minPlay
April 13, 20232023/04/13 <퇴근길>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퇴근길 사람들은 저마다바쁜 걸음에도늘어진 뒷모습에도거리의 불빛 속에 낭만을 안고 간다.누군가는 따뜻한 가슴 속에누군가는 달콤한 음성 속에누군가는 꽃다발의 향기 속에보이지 않는 선물을 안고 간다.목마른 기다림을 위해 저마다그들만이 보여주는그들만이 알아보는하나뿐인 사랑을 안고 집으로 간다.이남일 시인의 <퇴근길>퇴근길엔 마음이 서늘해집니다.잔상으로 남은 실수와 감정 상한 말,얽힌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에마음이 점점 차갑게 식어가지요.바삐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문득 외로움이 스치고,차창 밖으로 펼쳐진 노을을 보다 눈물도 흘리고,그러다 집이 보이면 싸늘한 마음에 작은 불빛이 입니다.세상에 둘도 없는 내 사람들이 보내는 사랑의 불빛.그 뭉근한 불빛이 다시 내일을 살게 할 테니까요.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more4minPlay
April 12, 20232023/04/12 <내 삶의 길목에서>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코로나가 심하던 시기에는 마을 주민들에게 폐가 될 것 같아 아예 가지 않을 때도 있었고 가더라도 성묘만 하고 왔는데 이번에는 어릴 때 살던 옛집도 찾았습니다. 산 밑에 ㄷ자 모양으로 담장을 친 집인데 어릴 적 살 때는 초가집이었으나 고향을 떠나고 난 뒤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슬레이트로 지붕을 바꾼 모양인데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지 비어있습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무성한 잡초가 말라 있고 곳곳에 흙벽이 무너진 곳도 보입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낡은 툇마루를, 점심을 드신 후 목침을 베고 낮잠을 주무시던 할아버지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부엌문도 열어보았습니다. 그때와 같이 무쇠 솥 두 개가 나란히 걸려있고 아궁이는 옛날 그대로였습니다. 추운 겨울날, 아궁이 앞에서 불도 많이 땠고 고구마와 밤을 구어 먹었으며 학교가 늦겠다 싶으면 뜨거운 밥을 식힐 시간이 없어 찬물에 말아 부엌에서 허겁지겁 먹고 10리 길을 걸어 학교를 가곤 했죠. 대문과 붙어 있는 외양간을 보니 당시 키우던 순하던 암소도 생각났습니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새벽같이 쇠죽을 끓이셨습니다. 나는 학교가 끝나면 소를 끌고 풀이 많은 곳으로 데리고 가 풀을 먹였습니다. 소가 풀을 뜯는 동안 잔디에 누워 흘러가는 구름을 쳐다보며 상상의 나래를 펴보기도 하고 메뚜기도 잡고 잠자리도 잡던 행복 했던 시절. 이제 옛집은 할아버지, 할머니도 안 계시고 폐가가 되어가고 있으나 어렸을 적 언제나 나를 포근히 감싸주던 곳이었습니다. 마을을 돌아보았습니다. 한적하던 곳이 최근 시내로 통하는 큰길이 나면서 문전옥답은 주택지로 바뀌고 동네 아이들이 모여 자치기, 제기차기하며 놀던 마을 한가운데 있던 친구네 집은 흔적도 없었으며 그때 같이 놀던 그 아이들은 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소식도 알 수가 없습니다. 세월의 무상함과 함께 변해가는 마을을 보니 공연히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으나 어릴 적 살던 고향은 언제나 아름답고 애틋한 옛 추억을 소환하는 것 같았습니다.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more4minPlay
April 12, 20232023/04/12 <국수>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희고 동그랗고 부드러워가난한 입맛에 착 착 달라붙고붙잡는 사람 하나 없는 아리랑 고개처럼쏙 쏙 목구멍을 넘어가면초승달처럼 꺼졌던 배가 보름달처럼 부풀어 올라주름진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나는데기실은 국수로 못되어 국시로나 불리고국시도 못되어 국시꼬랭이로나 떨어져 나와한 숟가락도 안 되는 수제비로 끝나려는지솥뚜껑 위에서 구워져 아이들 군것질로 끝나려는지삶이 잔치가 맞기는 맞는지내 몸은 또 얼마나 희고 동그랗고 부드러운지잔치국수 한 그릇을 먹으며 희멀건한 생각을 해 보는데그래도 뜨끈뜨끈한 것이 들어가니 뱃속은 든든하였다그러면 되었지 싶었다양광모 시인의 <국수>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금세 허기지는 국수.길지만 힘없이 뚝뚝 끊어지는 것이헛헛한 우리네 삶과 어찌 그리도 닮았는지.하지만 국물까지 싹 비우고 나면 제법 든든한 게따뜻해진 몸으로 다시 길을 나설 수 있지요.잠깐이라 할지라도 마음을 잔칫날로 만드는 국수.그래, 잔치가 별거 있나, 행복한 그 순간이 잔치지.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그것으로 되었다 싶습니다.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more3min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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