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어쩔 수 없는 것들, 노력해도 안 되는 것들--남자
친구 전화를 빌렸어요
그 전화로 전화를 걸고 끊더라도 그게 난 줄 모를 테니까요.
그리고 다음날에도
다른 친구 전화로 전화를 건 뒤
그녀 목소리만 듣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기를 잃어버렸는데 전화기를 가지고 있을 땐 걸지도 않던 전화를
다 거네요. 비겁하게두요.
전화기에 저장해둔 그녀의 문자 메시지가 아깝단 생각이 들면서
그녀 생각이 많이 났거든요.
처음 만나고 헤어지고 난 날 밤, 나한테 보내준 문자도 생각나구요.
혼자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문득 내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보낸 문자.
그리고 그녀 집에 놀러 가서 저녁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내준 문자도 생각나네요.
그녀가 보내준 문자 메시지들은 조금 달랐어요
따뜻했고, 정성이 담겨 있었고 그래서 받으면 기분이 좋았거든요.
난 이렇게 오래전만 생각하는 일에 길들여져가는데
그녀의 핸드폰엔 과연 내 문자가 몇개나 저장돼 있을 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