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엉켜버린 나 좀 풀어주지--여자
그 사람은 술을 마시면 대범해지는 편, 사랑한다는 말도 잘해요.
아, 그건 사람이 그러는 게 아니라, 술이 그렇게 시키는 거니까
칭찬할 일도 뭐라고 할 일도 아니네요.
누구나 다 그런 거, 나도 그럴 수 있는 거, 그런 거잖아요.
얼마 전에 깊은 밤중에 자다가 일어나서 받는 그 사람 전화가
싫지 않았어요. 내가 그 사람 마음,
받아주지 못해서 마음으로 많이 미안해했던 사람인데,
나 새로 만난 이 사람이랑 헤어졌어요. 내가 싫대요.
참 웃기죠. 이 사람 좋다고 만나던 사람도 버린 난데,
이제 이 사람이 날 싫다고 해버리면 정말 슬픈 시트콤인 거잖아요.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다들 잘났죠?
자기 감정의 주머니, 자기 욕심의 주머니,
그렇게들 자기 주머니만 채우려 들어요.
내가 그랬는데, 이젠 그 죗값을 받는 건지 내가 싫대요.
걱정이에요, 불안해요, 막막해요, 내가,
실을 풀어보려고 참 많이도 좋아한 걸 버렸는데
이젠 엉킬 대로 엉켜서 못난이 뚱뚱이가 돼버렸어요.
그 사람 술을 먹고, 착하게도 나한테 또 전화를 하겠죠?
그리고 다음날, 일어나서 전화 걸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는
그런 자신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겠죠?
하지만 그게 나한테 희망이겠죠?
아무리 고약하게 엉켜 있더라도 엉킨 건 풀어야죠.
나 혼자 풀 수 없으니까 같이 좀 풀어달라고 말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