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동네 편의점에 알바생이 새로 왔다--여자
오피스텔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이는 편의점에 아르바이트생이 새로 왔다.
잡지에 만화 연재가 잡혀 있어서
요즘 들어 밤에 작업하는 시간이 많은 나는,
어느 날 문득 창밖 풍경이 바뀐 것을 알았다.
잎이 다 떨어진 나무 사이로, 풍경처럼 한 남자가 보였다.
시력이 안 좋은 나는, 밖에 나가는 일을 귀찮아하는 나는,
그 남자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옷을 입고 외출을 한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다음 망설이다 라면 하나를 집어든다.
아니, 그곳에 더 오래 있기 위해선 라면이 아니라 컵라면이 제격이다.
나는 컵라면 하나를 집어들고 뜨거운 물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
남자가 눈짓으로 물 있는 곳으로 가리킨다.
물을 붓는다. 라면이 익기를 기다린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몇번 그 남자를 흘깃거린다.
밤에 뭘 먹는 습관은 안 좋지만
밤에 들를 곳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내 눈과 그의 눈이 마주친다는 건 좋은 일이다.
난 묻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만화하고 결혼하겠다고 늘 말하고 다녔다.
그 사람 이름이 철수 같은 흔한 이름이 아니라 차라리
"만화"였음 좋겠다는 바보같은 생각을 한다.
"이름이 뭐죠?"
"제 이름은 만화예요."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거 같다.
손에 쥐면 금방이라도 바스러져버릴 것 같은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