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슬픈 선물인 너--남자
그녀는 다시 날 만나러 내려와주지 않을 겁니다.
이 먼 곳에 사는 나를 위해 갑작스런 방문으로 사람을 놀래켜주지도,
들에서 한 아름 꺾은 꽃들을 방 안 가득 채워놓고,
다시 그녀의 자리로 돌아가거나 하지도 않을 겁니다.
이제 그녀는 기차로 꼬박 여섯 시간을 달려, 다시 한 시간 동안
덜컹이는 버스를 타야 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좋을 겁니다.
그녀는 더 이상 피곤한 사랑을, 멀어서 서로가 애달픈
그래서 나날이 야위어가는 사랑을, 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그렇다고 나는 그녀를 잡을 수도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그녀 집안에서 원하는 그런 기준에 맞는 근사한 사람이 될 수도 없습니다.
이젠 그녀가 내 곁을 떠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나는 그녀 마지막이라며 마루 위에 놓고 간 선물 상자를
열지 못합니다.
우린 누구나 받고도 풀지 않은 선물 상자를 가지고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그 안엔 정성스럽게 접어 넣은 편지 봉투가 들어 있을 겁니다.
그 편지에는 "영원히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고백이 담겨 있을 겁니다.
나는 그 말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일 것만 같아
그 상자를 열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