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초봄’은 ‘조금씩 따뜻해지긴 하지만 뿌옇고 혼탁한 대기 속에서 마스크를 끼고 걷게 되는 시기’로 그냥 굳어져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 듯 합니다. 화창한 남국의 이야기라고 손짓하는 이 책의 샛노란 표지를 서점에서 봤을 때 유독 끌렸습니다.
블로그에 자신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올리다가 책으로까지 펴내게 되는 분들이 요즘 적지 않습니다. 오늘의 책도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희뿌연 이 주말, [북적북적]에서 함께 읽고 싶은 책은 지난 2월말 출간된 [어쩌다 쿠바]입니다.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쿠바댁 린다'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불현듯 떠났던 쿠바 여행에서 난생 처음 만난 14살 연하의 쿠바 남자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남자친구를 한국으로 초대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와 함께 하는 인생을 위해서 자신이 쿠바로 가서 살겠다는 결정을 내립니다. [어쩌다 쿠바]에는 작가가 브런치에 연재했던 이들 부부의 만남과 결혼, 쿠바살이의 이모저모가 담겨 있습니다. (작가 부부는 지금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이 마음에 와 닿았던 건 또 한 커플의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야기,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임이 진솔하게 전해져서였습니다. ‘쿠바’는 종종 모종의 로망을 불러일으키는 곳으로 이야기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쿠바’라는 지명과 ‘로망’이라는 단어를 같이 쓸 때, 그것은 ‘(괄호 치고) 짧은 휴가/휴식/관광으로는 뭔가 끌어당기는 나라’라는 뜻의 범위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정작 쿠바라는 나라에 가서 생활인으로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보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일주일에서 길게는 몇 달 정도, 바깥 세상에서 가져온 돈을 쓰면서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으로 들렀다 나오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삶을 꾸린다고 하면 말입니다.
쿠바는 사실 우리에게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상당히 괴리감이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세속적인 기준으로) 풍족하지 않거나 사회체제가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 함부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는 것도 경계할 일이지만, 우리 기준에서의 얄팍한 ‘로망’을 쉽게 덧씌우는 것도 그만큼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에게는 굉장히 일상적인 일들이 모험이 되고, 사소한 일들이 엄청난 장애물로 다가오기도 하는 쿠바살이 속에서 삶의 지평을 넓혀가는 생활인의 시선에 동참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여행객의 시선에서 기대해봄직한 순간들에 좀더 부합하는 장면들도 꽤 나오고, 웬만한 관광서적 못지않은 다채로운 사진들도 실려 있어서 이모저모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낭독에서는 ‘쿠바댁’의 이 생활감을 중점적으로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삶을 선택한 부부의 이야기이지만 또 그만큼 평범하기도 하고, 우리가 각자의 입장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쉽지 않은 하루하루들을 헤쳐 나가듯 이 부부도 서로와 함께 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 그저 하루하루를 헤쳐 나갑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얻게 되는 깨달음과 감정들은 모두 하나같이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쿠바댁 린다’ 님이 지구 반대편에서 잔뜩 얻어온 깨달음도, 이 책을 통해 나와 다른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우리들의 깨달음도 말입니다.
우리 중에선 가본 이들보다 가보지 못한 이들이 훨씬 더 많은 쿠바의 푸른 하늘과 바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북적북적]과 함께 그려보면서, 이 희뿌연 주말을 시원하고도 뜨겁게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푸른향기 출판사의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진행: 권애리 기자
ART19 개인정보 정책 및 캘리포니아주의 개인정보 통지는 https://art19.com/privacy & https://art19.com/privacy#do-not-sell-my-info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