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이 저물어갑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드는 생각이지만, 새삼, 시간의 속도가 믿기지 않습니다. [북적북적]과 함께 해주시는 분들의 올해는 어떤 1년이었을지도 궁금합니다.
제게는 여러 가지 큰 변화들이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이것도 해마다 이맘때면 늘 그랬듯) 올해에 맞닥뜨린 변화들을 아직 스스로 채 소화하지 못한 상태인 것만 같아 조바심이 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이 아쉬운 시간 안에 더 이상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느낍니다. 뻔한 마음일 수도 있겠지만, 소중한 1년을 잘 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유달리 진하게 드는 연말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제게는 올해의 마지막 낭독이 될 [북적북적]에서 ‘연말을 맞이하는 자세로 한 권’을 고르고 싶었습니다.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마음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간을 시작하려 할 때 벗하면 좋을 만한 책을 찾다가 이 작품에 닿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믿고 읽는’ 작가입니다. 글을 쓰는 삶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정여울 작가가 오늘의 책 [끝까지 쓰는 용기]에서 터놓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심영구 기자가 2019년에 소개했던 [마흔에 관하여] 이후 두번째로, [북적북적]에서 정 작가의 작품을 낭독하게 됐습니다.
[끝까지 쓰는 용기]는 작년 겨울과 올해 봄에 정여울 작가가 최인아책방에서 진행했던 글쓰기 수업을 바탕으로 펴낸 책입니다. 글쓰기 수업을 책으로 응축해 놓은 만큼, 어떤 글이든 조금씩 써보고자 하는 단계의 사람부터 전업작가의 길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두루두루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팁들이 물론 알차게 들어 있습니다. 특히 앞부분은 아예 Q&A로 구성해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생각들을 쏙쏙 포인트 잡아 정리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비단 글쓰기뿐만 아니라, 어느 쪽으로든 자신이 나아가고 싶은 방향으로 자기 삶을 끌어가 보려고 애쓰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격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요령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기보다, 글을 쓰는 삶을 살아나가기 위한 자세, 작가 본인이 꾸준히 유지하려고 애써온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입니다. 글쓰기를 ‘가르치는’ 인기 작가의 입장에서 말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결국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삶을 살 수 밖에 없었을 만큼 글을 좋아하는 한 사람이 얼마나 온몸으로 그 삶을 제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해 공유하고 있어서, 내 삶에 대해서도 ‘끝까지 쓰자!’는 용기를 자연스럽게 전달받는 기분이 듭니다.
그동안 작가가 써낸 작품들과 그것들을 쓸 때 작가 본인의 성장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서, 정여울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더욱 깊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이기도 합니다. 정 작가의 작품들을 별로 접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작가 자신의 그간 작품들과 삶을 정리하는 마음을 진솔하게 나누고 있는 이 책을 읽어내려갈수록 그의 글세상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보고 싶다는 기분이 슬며시 솟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작가가 털어놓는 글쓰는 삶에 대해 읽으며 “환경은 달랐지만 경험의 본질이 같은” 대목들을 발견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는 [끝까지 쓰는 용기]에서 여러 차례 언급되고 있는 전작 [빈센트 나의 빈센트]부터 일단 ‘이 다음 정여울 작품’으로 읽어보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제 마음 속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화가라 [북적북적]에서 고흐의 서간집을 소개한 적도 있었고, 오랜 시간에 걸쳐서 제 나름의 ‘빈센트 투어’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여울 작가 역시 간절한 마음으로 ‘빈센트 투어’를 다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책까지 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부쩍 더 친근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장을 넘길수록 [끝까지 쓰는 용기]라는 제목이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이 친절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삶이 내게 불친절해서 쓸쓸하고 외로웠던 적이 많았기 때문에, 어디서든 매끄럽게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자기 자신으로서 나아가는 길이 험했던 적이 많았기 때문에, 그 모든 순간들을 결국 자신의 글을 써나가는 힘으로 길어올릴 수 있었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직구를 던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많은 사람들 대신 작가가 이렇게 온몸으로 직구를 던져서 마음을 두드리고 어루만져 주는구나, 내 마음을 두드려 주는구나, 고마운 기분이 듭니다. 이렇게 온몸으로 교감과 공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작가의 글들이 어쩌면 이 책을 소중히 읽은 사람들, 우리가 써나갈 글들로 연결될 것입니다. 읽고 쓰는 삶이란 정말이지 어쩌면 이렇게 마법처럼, 기적처럼 번져나가는 삶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끝까지 쓰는 용기]를 읽으며 새삼 뭉클한 마음이 듭니다.
새해가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 경우엔 곧 뉴욕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고 일도 다시 시작합니다. 달라질 환경이 기대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그저 백지를 앞둔 사람처럼 막막하기도 합니다. 이 시점에 만난 [끝까지 쓰는 용기]가 적지않은 힘이 되어줍니다. 서두에 인용했던 이 책 서문의 구절처럼, 그래, ‘다만 매일 쓰는 사람’인 것을, 매일 내 삶을 제대로 살려고 노력할 수 있는 것을 기뻐하자. 그리고 삶에서 만나는 모든 순간들을 결국 내가 살아나가는 힘으로 길어올리자. 문득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곰살맞고 서정적인 느낌이 물씬한, 이내 일러스트레이터의 삽화가 함께 실려 있습니다. [끝까지 쓰는 용기]가 가득 담고 있는 정여울 작가의 진심을 만나면서 함께 짚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김영사의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진행: 권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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