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소릴까요? 라면에 공깃밥을 곁들여 주문하는 것 같긴 한데... 어디 고급 레스토랑에서라면 몰라도(라면 끓여달라는 주문을 받는 고급 레스토랑이 있을지), 여느 분식집에서 이렇게 주문했다면 주문받는 직원이나 다른 손님들이 다 황당하게 쳐다볼 것 같습니다. '어지간히 까탈스러운데눈치는 없고 세상 물정마저 잘 모르나 보다.' 여기기 십상이겠죠.
이 대사는 1989년 개봉한 미국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샐리가 다이너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나옵니다. 한국으로 치면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데서 저렇게 주문하고 있으니 그저 "난 3번" 하고 주문했던 해리나 서버나 황당했겠죠. 자기주장 뚜렷하고 개성 강한 샐리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라고 하겠는데 그걸 미국의 다이너 문화와 뉴욕의 명소인 카츠 델리, 그리고 그곳의 음식들과 함께 엮어서 설명하는 걸 읽고 있노라니 제 마음에도 불이 켜진 것 같았습니다. '아 맞다, 그 맛!' 오늘 북적북적에서 함께 읽는 책은 이주익 작가의 <불현듯, 영화의 맛>입니다.
앞서 소개한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로 시작해 미국의 다이너 문화로 이어진 글은 왜 미국 식재료 값이 특히 싼 지, 여기에 갈아 넣어지는 농장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짚어주는 데까지 이어집니다. 풀어가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영화와 음식이 매개하는 이야기라는 점만은 공통인 글이 이 책에 모두 스무 편 실려 있습니다. 국내와 외국 영화 비중은 대략 절반 정도씩인데 고전이 많다 보니 대부분 영화를 저도 봤거나 적어도 무슨 내용인지는 아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음식과 연결 지어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많은 내용이 새로웠습니다.
돼지국밥, 해장국, 곰탕, 짜장면, 전기통닭, 갈비, 설렁탕, 냉면, 막국수, 잔치국수, 갓김치, 감자, 고구마, 옥수수, 중국 음식, 라멘, 라면, 스시, 참치, 만두, 파스타, 카놀리, 와인, 슈니첼, 초콜릿, 소고기, 엠파나다, 모히토, 후무스, 팔라펠, 쿠스쿠스... 음식마다 영화마다 작가의 내공과 우리의 삶과 세상의 단면들이 흘러다닙니다. <만추>, <칠검>, <묵공> 같은 주로 해외를 무대로 합작 영화를 만들어왔던 작가의 인생이 묻어 나오는 것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도, 음식을 좋아하는 분들도, 그 둘 모두를 사랑하는 분들은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출판사 계단으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진행: 심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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